[오늘 ST 대 KTT의 1라운드 경기가 열릴 그랜드 리그 아레나에서 중계 전해드립니다!] 이제는 만석이 아닌 게 더 신기한 경기장의 풍경은 언제나 그렇듯 정겨웠다. [ST는 시즌 초 트루 선수가 빠지며 약간의 부침이 있었지만, 트루 선수의 그랜드 리그 복귀 후 BDRX를 초살하며 마스터 리그의 폼을 되찾았습니다.] [현재 22개 팀 중 7위인 ST지만, 그 누가 이 팀을 7등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참고로 플레이오프 진출 조건, 그러니까 그랜드 리그 우승컵을 놓고 다툴 수 있는 최소한의 등수는 6위다. 나름 1라운드 초반에 강팀과 많이 맞붙은 만큼, 오늘 맞붙을 KTT만 넘으면 어지간해서는 그랜드 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 물론 나중에 다른 강팀들 2라운드에서 다시 만나긴 하겠지만, 내가 돌아왔으니 그 부분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에 맞서는 현재 그랜드 리그 1위, KTT.] [이 팀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현재 리그 무패!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LOCK 하위권 팀들과 붙어도 자웅을 겨룰 수 있을지 모른다는 소리를 듣는 두 팀의 맞대결이 기대되는 거겠죠.] 밀키웨이만큼의 악연은 아니어도, KTT 또한 ST와 모기업 관련해 경쟁하는 측면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일종의 더비 경기가 되어 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잘해야 하는 이유가 다른 경기에 비해 많다는 거였다. 게다가 1부 리그와 달리 우리는 리그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에 MSC—Mid Season Competition—대회가 없으니 남은 경기들이 더 소중하기도 했고. “얘들아, 오늘 경기 깔끔하게 이기고 1라운드 끝나기 전에 플레이오프에 참여할 순위는 만들어보자.” 그런 만큼 감독님 또한 평소와 달리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대기실에서 평소보다 말씀이 꽤 많으셨다. “무패 우승은 절대 그냥 못 주지.” “그런 동기부여도 좋다, 본길이.” 감독님은 허허 웃으시며 마지막으로 노트를 펴 밴픽을 확인하셨다. “물론 너무 부담 가지지는 말고. 우리 시즌 아직 긴 거 알지?” “알죠.” 리그 1라운드가 끝난다고 해서 바로 플레이오프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잠깐 휴식기를 가지 진 후 다시 돌아와 리그를 마저 치러야 한다. 그러니 이 경기 하나에 문제 좀 생긴다고 전체적인 등수가 큰 낙폭으로 떨어지는 일은 딱히 없다. 물론 내 기분이랑 팀원들 머리 위치의 등락폭이 좀 클 수는 있겠지만. “하던 대로, 아니지,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네?” 평소와는 다른 감독님의 말씀에 나는 안대를 슬쩍 내려 감독님을 바라봤다. 감독님은 그저 엄지손가락을 내게 치켜들며 눈을 찡긋할 뿐이었다. 흠. 뭔가 불안한데. * * * 인간의 직감이란. 오랜 진화 과정 속에서 판단 근거를 생략하고 결과만 빠르게 도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시스템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 초마다 판단의 근거를 따지기도 전 킬각이나 한타각을 먼저 보고 진입하는 프로게이머들의 직감적인 부분은 발달이 충분히 잘 되어 있는 편이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장 경기 직전의 불안감이 협곡에 도래한 것만 보더라도 충분한 증명이 되리라. ‘...어쩐지 이럴 거 같더라니.’ [ KTT Double 님이 화염용을 빼앗았습니다 ] [으아아악! 이걸 스틸 당하는 ST!] [아니 더블 선수가 당당하게 둥지 안으로 들어가서 먹고 쿨하게 플래시 쓰면서 탈출!] 탑과 바텀에서 어처구니 없는 데스가 나온 후에도 다들 영 정상이 아니었다. 오늘 우리팀은 나와 플루크가 메이킹을 하는 챔피언보단 딜에 조금 치중된 챔피언들을 픽한 상태였고, 옥스와 벨, 그리고 스트라이크가 지원형 챔피언들을 고른 상태였다. 고로 적당한 타이밍에 상대 헌터를 마크해 줄 스킬이 부족한 나와 플루크는 용을 뺏기는 걸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했다. “아니 진 궁 좀 빨리 써주지.” “본대에서 나 물어버릴 거 같아서 뒤로 빼느라...” 분명히 둘 다 열심히 뭔가 합을 맞춰가려는 것 같긴 한데, 어째 평소보다 합이 미묘하게 안 맞는다. 감독님이 내게 윙크하신 게 이런 의미라면 연습실에 넘쳐나는 물병을 다시 들어볼 때가 온 건 아닐지에 대해 약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보였다. “일단 다음 오브젝트 타이밍 맞게 준비하자.” “오케이.” 옥스는 어째 평소와 달리 어째 기괴한 동선을 짰고, 스트라이크는 본인이 서폿이라도 되는 양 벨과 함께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시야를 땄다. 아무리 진이 원딜 호소인이라는 소리 들어도 CS를 꾸역꾸역 먹으면 강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라, 나와 플루크가 딜러진을 맡는 것과 별개로 퍽 신기한 행보였다. “...얘기 안 해?” “어디까지 하나 보려고.” 플루크의 의문 섞인 말에도 나는 그저 묵묵히 CS를 먹었다. 다들 뭔가 보여주고 싶은 모양인데, 한 번 할 때 쭉 시켜봐야지 괜히 어중간하게 멈추면 죽도 밥도 안 되는 법이다. “뭔가 보여줄 테니까 딱 대.” “......아. 예.” 요 며칠 동안 배우면 뭘 얼마나 배웠다고, 스트라이크의 의지는 흘러 넘쳤고, 옥스는 여전히 묵묵히 이해 불가능한 동선으로 몬스터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 대부분의 동료들이 뒤틀린 숲 하층에 곧 있으면 다시 등장할 용을 잡기 위해 시야를 따고 있는데, 위에서 몬스터를 잡고 있던 옥스가 대뜸 남은 와드를 전령 둥지에 박았다. 그러고선 실시간으로 닳고 있는 전령의 체력을 확인하더니— “나 이거 스틸 각 볼게.” “어?” 용 시간이 30초 남았는데 위쪽 동선을 짠 우리 팀 헌터에 대한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옥스는 맵에 존재하는 폭탄 솔방울탄을 이용해 둥지를 넘어갔다. 그 직후. 궁극기를 써 상대를 전부 밀쳐내고선 그대로 강타를 전령에 박았다. [ ST OX 님이 허수의 전령을 빼앗았습니다 ] 머릿속에 수많은 갈고리들이 떠오르기도 전, 옥스는 돌진 스킬을 이용해 그대로 벽을 넘어 우리 진영으로 돌아왔다. “이제 용 보자.” “......”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었다. [ KTT Double 님이 바람용을 빼앗았습니다! ] 진짜 그랬다. * * * 그랜드 리그) ST vs KTT 1세트. —ST 승. KTT는 시즌 세 번째 세트 패배. └정신병경기GOAT └코구 └KBO └야큐 └개축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이번 세트 점심나가서먹을거같긴 해 └ㄹㅇㅋㅋ └ㅇㅈ합니다 └아니 어떻게 옵젝 스틸만 5번ㅋㅋㅋㅋ 스트라이크 멍 때리기 —(영상_링크) └.....? └쟤 뭐함? └잘 무빙 치면서 요리조리 피하다가 그대로 멈춰버렸는데? └렉걸린거 아니냐 └ㅋㅋㅋㅋㅋ └그랬으면 퍼즈 걸었겠지 └인게임 보이스 ㅈㄴ 듣고싶네 └그래도 남작 몬스터 궁 써서 스틸했으니 한잔해~ └그것도 없었으면... └엄ㅋㅋ 스트라이크 진으로 남작 스틸 —(ST_Strike_입단사진.jpg) 아아. 영점 조절 중이었다. └대트라이크니뮤 └ㅠㅠㅠㅠㅠ └스트라이크 지켜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시야도 없는데 개뜬금없이 궁 켜길래 뭐하나 했는데 이걸 따네 └솔직히 상대도 진 궁 열렸을 때 존나 당황했을 듯 └ㄹㅇㅋㅋ 이 씨111발 스틸 좀 작작 당해 —아니 대놓고 들어오는데 뭐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받아들여라 └강타의 ㅂ1ㅅ └강타 싸움은 50 대 50임 ㅅㄱ └ㄹㅇㅋㅋ ?? : 왜 칭찬하는 것이지? —(ST_OX.jpg) 너희들은 숨을 쉬었다고 칭찬받나? └ㅋㅋㅋㅋㅋㅋ └4명이나 있는데 당당히 둥지로 들어가 전령 따먹는 헌터 GOAT... └미움받을 용기 └강타의 신 └옥스니뮤... └작성자 개새야 └개같이 재평가 └1분만에 또 용 따이는 범부여 └ㅋㅋㅋㅋㅋㅋ └글 작성한 지 1분도 안됐다고! └정보) 글 쓴 지 1분만에 옥스가 용 치다 스틸당함 └속보) 옥스 경기 도중 트루에게 야쇼 궁 맞고 혼수상태 └최단기 퇴물 └지게에 타라 옥스 └ㅋㅋㅋㅋ ?? : 내가 강타가 있던가? —(ST_OX.jpg) └4용 씨1발아! └옥스도 오래 쓰긴 했지 └슬슬 갈아볼까? └쟤 이제 만 19세라고! └저 얼굴로? └엄... └ㅋㅋㅋㅋㅋㅋㅋ └넌 고소당하면 옥스 앞에서 꼭 그 말 해라 └ㅋㅋㅋㅋㅋ └근데 팀에서 나이 많은 건 맞긴 해 └ㄹㅇㅋㅋ └아직 유망주 딱지도 못 벗었는데 뭔 소리를 하냐 ?? : 어 형이야 —형은 마지막에 큰 거 하나 해줘 (엘더_드래곤_스틸.gif) └ㅋㅋㅋㅋㅋㅋㅋ └나이는 헛으로 먹은 게 아니다 └필요할 때 한 번 해줬죠? └4용 안 뺏겼으면 진즉에 이기고 2세트 하고 있었다는 나쁜 말은 ㄴㄴ └ㅅㅂ 저기서 상대 CC기 다 빼버리고 강타 싸움 이기는 건 ㄹㅈㄷ네 └순수 반속으로는 트루랑 유일하게 비비는 새끼... └피지컬 ㅈ된다 └덕분에 엘더 드래곤 버프로 트루랑 플루크가 쓸어먹음 └ㅅㅅㅅㅅㅅㅅ └휴 └암튼 1세트 이겼으니 한잔?해? └한잔은 무슨 └다시 물병 들까 고민 중인 트루면 개추 └ㄹㅇㅋㅋ 트루 1세트 인게임 얼굴 표정변화 —(영상_링크) └나너무많은일이있었어힘들다진짜 └ㅋㅋㅋㅋㅋㅋㅋ └표정변화 개귀엽네 └트루 너는 얼굴 찡그리는 것마저 예쁘단 말이냐 └오늘 트루의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ST1에서 탈출했는데 서커스 또 직관하느라 PTSD 온 트루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팀 전통이라고ㅋㅋㅋ └근데 일단 이겼으니 좋아하긴 함 └ㄹㅇ └이제 2세트 지면 LOCK 데뷔전 때 트황 볼 수 있는거냐? └ㄷㄷㄷㄷㄷ └절대 그분을 꺼내선 안돼 └무 섭 다! └그거 왜 꺼냄 └그냥 대기실에서 물병으로 머가리 한 대씩 내려찍고 올 듯 └?? : 기계가 고장나면 때려야지 └물 들어가면 더 고장나요! └닥1쳐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