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야?” “진짜겠지.” “진짜네...” “왜 진짜지?” “......” 저 네 명이 말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시트콤이 따로 없다. 애초에 ST와 협력하는 호텔이고, 록드컵까지 끝난 와중에 ST1 멤버들 중 누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긴 했다. 프라우드를 눈앞에 두고 정신이 나가버린 넷을 뒤로하고, 나는 여유롭게 걸어가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결승전 잘 봤어요.”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지.”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찻잔을 들고선 차를 홀짝였다. 찻잔을 들지 않은 다른 한 손은 보호대를 찬 채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기준 항상 높으시네요.” 사람들은 프라우드와 BDRX의 원딜러의 라이벌리에 집중했지만, 사실 BDRX가 결승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미드 라이너의 폭력적인 무력이었다. 그런 인간을 프라우드는 경기에서 지워버렸다. 결승전 자체는 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욕먹을 경기력도 아니란 거였다. 하지만 나는 차마 그 이상의 격려를 할 수는 없었다. 그가 만족할만한 경기력이란 게 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었으니까. “원래라면 마스터 리그를 우승했으니 약속대로 같이 몇 판이라도 붙어보자고 하고 싶었는데 팔이 이래서야.” 그는 보호대를 찬 쪽의 팔을 살짝씩 움직이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미리 말 못 해줘서 미안하다.” “...그거 다음 시즌까지 낫기는 한대요?” “그래서 VR 안 끼고 사는 중이지. 의사 말로는 착용 시간을 줄이면 약간은 호전된다고 하니까.”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다시 못 붙어주는 대신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너한테 선물 하나가 갈 수도 있어.” “무슨 선물이요?” “나중에 감독님께 들어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프라우드는 저 멀찍이 앉아서 바텐더가 건네준 논알콜 칵테일이나 궁상맞게 마시는 나머지 넷을 불렀다. “다들 ST2 선수들 맞지?” “넵! 여기서부터 플루크, 옥스, 벨, 그리고 저 스트라이크!” 평소에는 까불대더니 프라우드 앞에서는 빠릿함을 넘어서 각까지 완벽하게 잡힌 스트라이크의 모습을 보니 괴리감이 퍽 심했다. 물론 프라우드는 저런 모습이 익숙한지 피식 웃고선 다시금 입을 열었다. “너희나 우리나. 고생 좀 하겠다.” “예?” “나중에 밥 먹고 싶으면 말해. 사줄게.” 프라우드는 찻잔을 비우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을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그는 유유히 호텔 라운지를 떠났다. “프라우드가 우리한테 밥을 사준다고...?” “엄마한테 전화해야지.” “워크숍 오길 잘했다 진짜.” 저 정도 주접은 이해 범위 내다. 나름대로 프라우드 배려해 준답시고 처음 만났으면서 사인도 안 받는 모습을 보니 이번 시즌을 거치면서 팀원들이 드디어 사람이 됐구나 싶다. 안재훈 감독님이 보셨으면 감동의 눈물을 흘리셨겠지. 참고로 감독님은 이미 코치님들이랑 술 마시러 근처 맛집 찾아 떠나셨다. “근데 트루 얘는 왜 놀라지도 않고 가만히 있냐.” “좀 낯설어서요.” 프라우드 저 인간. 후배들 앞이라고 열심히 이미지 관리 모드를 자체적으로 가동했었다. 가면서 입꼬리 슬쩍 올라간 거 다 봤다. 보통 저러면 일이 터져도 뭔가 크게 터지기 직전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 팀원들은 먹을 거리랑 서울 야경 빼면 아무것도 없는—라기엔 저 두 개가 좀 크긴 하지만—라운지에서 잘만 놀았다. “다음 시즌에 우리 뭐 있었지.” “리그 하나, 국제전 하나.” 플루크가 옆에서 토마토 주스를 들이켜고선 내 혼잣말에 답해주었다. 리그 자체는 예전의 스프링과 서머 두 개로 나뉘어진 리그의 통합이다. 그리고 각국 리그 톱들을 불러 치르는 중간 결산 느낌의 초청 경기는 1부 리그들의 전유물이라 우리랑은 관계가 없다. 그러니 우리에게 있어 국제전 하나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2부 리그들끼리의 LOC 월드컵이다. “나 진짜 국제전 나가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성적이 좋아야 나가지.” “뭐, 어지간하면 나가는 거 아니야?” 천하태평한 꼴을 보니 언제 한번 호되게 당할 것 같은 스트라이크지만, 이런 성격이 으레 그렇듯 한 번 크게 데여보기 전에는 고치기 힘든 법이다. 물론 저 성격과 별개로 인게임에서는 개선이 되어가고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은설이 너는 뭐 마실 생각 없어?” “딱히요.” 사실 마시고 싶은 건 많다. 라운지 한 면을 가득 채우다시피한 와인과 위스키 진열장만 봐도 입에서 침이 절로 나왔으니까. 그렇지만 저걸 대놓고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자체적으로 고문당하느니 깔끔하게 입에 아무것도 안 넣는 게 정답이었다. 마지막에 프라우드가 던져놓고 간 말이나 곱씹어 보는 편이 나았다. 대체 뭘 선물로 가져올지 상상도 안 됐다. * * * 갈드컵 열고 싶다 —(대충프라우드퇴물이니지금부터싸워라콘) └이런씹ㅋㅋ └우승한 숟가락이 군머 가서 노잼 └ㅋㅋㅋㅋ └비시즌에도 갈드컵 열려는 시도가 가상하다 └ㄹㅇㅋㅋ └차피 개막하면 또 생김 └쓰리핏 하고도 욕 먹는데 뭔들 없겠누 ST2) ST3 멤버 전원 승격. —이번 시즌 ST2 로스터 확정. 탑 정지환 Fluke 헌터 오창현 OX 미드 홍은설 True 원딜 구본길 Strike 서폿 민지석 Bell └캬 └이궈궈든 └야스 └이게 야스지 └평균 연령 ㅈㄴ어리네 └미드 탑 이제 고 1ㅋㅋㅋ └상했자나... └이런씹 └페도충 OUT └팩트) 록판에서 어리면 어릴수록 좋은게 맞긴 하다. └ㅋㅋㅋㅋㅋㅋㅋ └가장 나이 많은게 오창현이네 └그나저나 왜 오창현만 닉네임이 다 대문자임? └그러게 └크아악 └알고 싶지 않은걸 알아버렸다 └빨리 ST에 연락해서 수정 좀 시켜라 └ㅋㅋㅋㅋㅋ └근데 저거 원래 그랬자너 └?? : 내 맘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LOCK, 그랜드 리그, 마스터 리그 개막전 일정. —LOCK 2월 08일 그랜드 리그 1월 28일 마스터 리그 1월 26일 └마스터 리그부터 퍼먹으라는 거지? └ㅋㅋㅋㅋㅋ └누렁이들은 먹을 게 많아서 기분이 좋다 └트루도 없는데 마스터 리그 무슨 재미로 보냐 └눈을 떴구나 └북미로... └ㅅㅂ그건아니야 └ㅋㅋㅋㅋㅋ └그럼 그랜드 리그나 보셈. 보니까 이번에 팀들이 3부 리그에서 올린 선수들 많더라. └오 └당장봐야겠지? └ㄹㅇㅋㅋ ST2 인스타) 트루 워크숍 한복 사진 —(인스타그램_링크) └ㅍㅍㅍㅍㅍㅑ └진짜 그냥 왕실 공주님인데 └나 워크숍할 때 운 좋게 트루 봤는데 사람들이 은근 많이 몰리더라 └웃음벨은 저기 모인 대다수가 트루 이년이 프로게이머인지도 모른다는거임 └ㅋㅋㅋㅋㅋㅋ └외국인들이 KPOP 아이돌 어쩌구 하는 소리가 제일 많았다는 거~ └그냥 아이돌 시킬까요? └록악귀라 차피 춤이랑 노래 연습 안 하고 록만 하다가 잘릴 듯 └ㄹㅇㅋㅋ └현실에서 춤추느니 세라핌이나 소니아로 감정표현 춤 추는 모습 보는게 빠를거같다 └엄ㅋㅋ 트루, 플루크 중학교 졸업식 후기 —인생 최고 업적 : 트루, 플루크랑 같은 학교, 같은 반. 티어 다이아라 특채로 뽑혀서 트루랑 자랭 한판 같이 해봤음. 일단 우리 학교 졸업식 할 때 학생회장 말하고 트루랑 플루크도 올라가서 한마디씩 함. 그 뒤에는 졸업식 아니고 거의 트루 팬미팅 수준이었음. 학부모님들 중에 아버지들은 우르르 와서 사인받고 가시더라. 혹시 주작이라고 할까봐 졸업앨범 인증함 ㅅㄱ └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유쾌하농 └아니 근데 트루랑 자랭해봤다고??? └ㅇㅇ걔 근데 진짜 VR 처음 하는거 맞더라 └ㅁㅊ └개부럽네 └아니 그럼 부계정은 없는 거냐 └원피스가...없어? └혹시 그것까지 다 컨셉이었다면? 사실 트루한테는 800렙 넘는 부계가 있다면? └그럼 그게 본계 아님? └진짜모름 └ㅋㅋㅋㅋㅋㅋ └근데 욕 박는 바이브를 보면 뭔가 하긴 했음... └ㄹㅇㅋㅋ └근데 트루랑 플루크는 왜 연설함? └그랜드 리그 가고 연봉이 10억은 될 텐데 할만 함. └원래 성공한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는 게 국룰이지. 트루 졸업식 연설 떴냐? —(학교_공식_유튜브) └ㅋㅋㅋㅋㅋ └이걸 학교 공식 채널이 올려버리누 └개웃기네 └저것만 조회수 100만임 └떡—상 └역시 조회수의 정상화는 트황 └근데 트루 연설 왜 쌈@뽕하게 잘함? └원래 인터뷰도 잘했어 └그렇긴 함 └사석이랑 공식적인 자리 구별은 잘함 └인방이랑 록이 문제지... └엄ㅋㅋ └정보) 앞으로 트루랑 플루크가 뭔 짓을 해도 저 학교의 트로피 수를 못 넘긴다 └ㄷㄷㄷㄷㄷ └쟤들이 같은 팀에서 우승하면 학교 트로피는 2배가 된다는거임~ └ㅋㅋㅋㅋㅋ * * * 개막전은 빠르게 다가왔다. 중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그랜드 리그 개막이 코앞이었다. 그렇게 스크림을 치르며 개막전 준비가 한창이던 와중. “은설아. 잠깐 와볼래?” “네?” 감독님이 조용히 나를 회의실로 불러왔다. 그곳에는 언젠가 한 번 봤던 ST의 CEO와 더불어, 회의실 책상에는 복잡한 서류가 널려 있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인사하는 건 처음이네요.” CEO는 밝게 웃으며 내게 악수를 요청했다. 그렇게 손 좀 흔들어주고 각자 마주보고 앉았다. “바쁜 은설 양을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재계약을 하기 위해섭니다.” “...재계약이요?” 이미 진즉에 하고 기억 속에서 지운 지 오래였는데, 무슨 재계약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대로라면 2군 멤버의 계약을 그대로 이어도 되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설마.” “그 설마가 맞습니다.” 그는 끄덕이며 내게 계약서를 건넸다. [ ST1 표준 계약서 ] “트루 선수, 개막전은 그랜드 리그가 아닌 LOCK에서 뛰어주시죠.” “네?” 제가요? 벌써? 정신이 대략 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