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전 9승 1패. 챌린저 티어라는 걸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승률이다. [ 카타라나애호가 님이 10,000원 후원! ] [(저거_사기챔이네_youtube.)] [감사합니다 덕분에 다음 랭크부터 바로 밴하고 게임해서 점수 덜 떨궜습니다.] “아, 첫 판에 만났던 그 카타 장인분이시구나.” —ㅋㅋㅋㅋㅋㅋ —막판에 궁딜 들어가는거 도트딜 수준이던데 —ㄹㅇ;; —그냥 대충 걸어가서 W도 아니고 Q 3타로 딸-깍 —방해받으면 궁 멈추는 카타라나는 슬프다 그 어떤 너프도 받지 않은 크샨테에, 슬슬 돌아온 기억까지 더하니 지는 게 더 힘들었다. 심지어 한 번 진 것도 중간에 매칭이 튀어 팀에 마스터가 둘이나 있어서 그런 거였고. 내가 하나는 어떻게든 커버해 봤지만, 보이스도 안 되는 상태에서 둘을 케어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튼, 이렇게 계속된 승리로 정체되어있던 내 점수는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이러면 지금 몇 점이죠?” 새벽 세 시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채팅창의 망령들은 내게 곧장 답해주었다. —1498 —1498점 —1498점이라 3등. —현 1위는 1515점임 —딸만 한가? —일단 저쪽은 퐁당퐁당 하는 중이라 오늘 따잇 가능할 듯 —막판 이기고 가즈아 “내일 일어나서 워크숍 가긴 해야 하는데...” 물론 말은 이렇게 하고선 바로 매칭 버튼을 눌렀다. —ㅋㅋㅋㅋㅋㅋ —록악귀련 —중요도가 록>>>>>워크숍 임 —ㄹㅇㅋㅋ —아ㅋㅋ —늦게 일어나도 니들이 뭘 할수 있는데ㅋㅋㅋ —트루) 다 —근데 지각비 있음? 매칭을 돌릴 동안은 할 일도 없어서, 나는 여유롭게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지각비요? 당연히 있죠. 그러고 보니까 그것도 한 백은 모였을 거 같네요.” —지각 누가 가장 많이 해요? —트루는 아닐 듯 —스트라이크? —의외로 플루크나 벨일 수도. “아마 옥스일 걸요.” —? —그 루틴에 미친 헬창같이 생긴 인간이? —ㅋㅋㅋㅋㅋㅋㅋ —말넘심... —실제로 만나서 말하면 반으로 접혀도 모른다 —하지만 안 만나죠? —방구석여포들 ㅈㄴ많네ㅋㅋㅋ —엄ㅋㅋ “밤 늦게 운동하고 자면 몸에 좋다고 하고 자는데, 숙면을 얼마나 하는지 보통 늦더라고요.” —잘 먹고 잘 자는게 답인가 —스크림 새벽까지 하고 운동하고 잘 수 있는 몸이면 운동 안함 나도 —ㅋㅋㅋㅋㅋㅋ —헬창이기에 저 일정을 잠만 좀 더 자고 버티는 것 —그러고 보니까 요즘 헬스하시던 건 어떻게 됐어요? —개같이 유기 —트루가 코럼 코렇지 “유기까진 안 했어요.” 단지 결승전 끝나기 전까지 효율적인 연습을 위해 잠시 쉰 것뿐이다. 우승하고 시즌도 끝났는데 왜 아직도 운동 안 하냐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수락] 나는 잡힌 매칭을 빌미로 은근슬쩍 운동 이야기를 넘어갔다. —오 —상대 지금 랭킹 1윈데? —??? —bishop#真的 —진짜네 —솔랭 1위 –짱-임? —ㅇㅇ —지금 LOCC 1위팀 미드임 LOCC—League Of Champions China—는 중국 록 1부리그 정식 명칭이다. 중국은 록판에서 취급이 약간 미묘했다. 전생에 비해 규모는 말도 안 되게 커진 수혜를 받아 팀도 많아지고 선수 풀도 넓어졌지만, 프라우드가 쓰리핏을 달성하며 원래 우승했어야 할 중국팀들이 우승을 못 했다. 그래서 선수들 개개인은 고평가되나 리그 자체로 놓고 볼 때 약간 저평가받는달까. 사실 프라우드를 빼면 LOCC가 LOCK와의 전적에서 오히려 약 우세다. 그렇지만 원래 우승자만 기억나는 게 승부의 세계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럼 각 잡고 한 번 해볼까요?” 내가 옆집에 사시는 누구처럼 LOCC 학살자가 아니었긴 했지만, 그래도 데뷔전 이후부터는 전적 면에서 우위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닉네임은 내 데뷔전 상대였다. 저 녀석의 해체 분석은, 십 년도 전에 끝낸 지 오래였다. * * * [ ST True -> bishop ] “또 잡았죠?” 크샨테를 풀었으면 맞아야지. 뭐, 다른 챔피언들로 했어도 최소한 이 녀석만큼은 어떤 구도에서든 패버렸겠지만, 숙련도 올라온 사기챔을 놔두면 영혼까지 털어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나 –짱-이 불쌍해 보이긴 처음이다 —ㅋㅋㅋㅋㅋㅋ —존나 잔인하네 —랭킹 1위에 LOCC 1위 미드가 복날에 개 쳐맞듯 쳐맞네 —챔이 좆사기인것도 있긴 한데 심리전에서 트루가 절대 안짐 —인간상성인가 —개웃기네 —그랜드리그 > LOCC —...맞?나? —암튼 이겼자너 한잔해 —팩트는 그랜드 리그도 곧 트루한테 서열정리 당할거라는거임... —무 섭 다! 그렇게 미드가 터졌으니, 천상계에서 게임이 더 길게 진행되는 건 사실상 힘들었다. [상대팀이 찬성 4표, 반대 1표로 항복했습니다.] “오. 끝났네요?” 이러면 현 랭킹 1위인 비숍의 점수는 떨어질 거고, 내 점수는 올라갈 테니 사실상 확정적으로 솔로 랭크 1위 자리를 차지하는 셈이었다. [챌린저] [1516점] “아까 1등이 1515점이랬죠?” 이러면 성공이다. —캬 —ㅊㅊㅊㅊㅊ —차피 세기말이라 또 오르긴 해도 찍먹 좋아용 —ㄹㅇㅋㅋ —심지어 1등 떨구고 승리ㄷㄷㄷ 도네이션과 더불어 미션 성공 음성이 난무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갑자기 내 시청자 수가 폭등했다. 다행히 어디서 유입이 들어왔는지는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你太厉害怎么做这样 —非常漂亮 —她是谁 —True —True 당신은 매우 잘합니다 —뭐야 —??? —중국인 왔다 —트루가 드디어 국제적으로 유명해지는거냐 —크아악 —나작트 어디갔워 —그런건 마스터 리그 전부터 없었다 —ㅋㅋㅋㅋㅋ —근데 그래서 저거 뭔 뜻임 —존나잘하네어케했누ㅅㅂ련아 —존나예쁘네 —존나누구임 —쌈@뽕한 번역 고맙다... —오늘도 트루팬 평균은 높아져만 간다 —ㅋㅋㅋㅋㅋㅋㅋ [ True漂亮 님이 1,000,000 원 후원! ] [LOCC에 올 생각은 없습니까?] —????? —ㅅㅂ뭐야 —대륙의 기상ㄷㄷㄷ —백마넌 펀치 지리네 —그와중에 닉넴 트루예뻐요로 바꾸고 온 거 봐라 —ㅋㅋㅋㅋㅋ —저렇게 돈 주면 짱이 아니라 따거가 맞다 —ㄹㅇㅋㅋ —근데 진짜 트루 중국가면 돈 쓸어담지 않을까 —걔들 1군 프로들은 거의 연예인 뺨치던데 —트루면 걍 중원평정함 —ㅋㅋㅋㅋㅋㅋ “음, 일단 제 팬이 되셨든, 원래 제 팬이셨든 도네이션 감사합니다.” 금액을 떠나 팬이 늘어나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다. 나는 방송 종료를 위해 미리 록을 끄고 말을 이었다. “LOCC 쪽은 제가 생각해본 적이 없고, 이미 ST 쪽이랑 계약을 맺어서요. 힘들 것 같네요.” —결국 계약 얘기를 꺼내는구나 —계약 결국 했구나 —ST팬들 한잔해~ —근데 격식 차려서 말하는 트루햄 낯설어용 —백마넌이면 격식 차리는게 맞다 —ㄹㅇㅋㅋ —우승 상금으로 몇 억 벌었자너 —그렇다고 100만원이 학생한테 ㅈ으로 보이누? —ㅈ으로 보이면 나 줘 —나도 —ME TOO —ㅋㅋㅋㅋㅋㅋ “자, 아무튼. 이제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방송 매니저님들도 한국어 채팅이면 몰라도, 유입된 다른 나라 언어 채팅까지 전부 관리하기엔 힘드실 터였다. 나중에 다시 방송을 하기 전 대책을 마련해야지, 계속 시간 끌면 채팅창만 난잡해진다. —잘자요눈나 —트바 —트바~ —ㅃㅇ —ㅂㅂ 그래도 솔로 랭크 1위라는 목표는 달성해서 그런지, 전처럼 시청자들의 채팅 도배는 없었다. ‘...자야지.’ 그나저나 이래서 시간 맞춰 기상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짐은 챙겨놨으니 망정이지. * * * 문득 잠에서 깼다. '몇 시더라.' 머리맡의 핸드폰을 더듬어 화면을 확인하니, 약속 시간까지 채 십 분이 안 남았다.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이제는 익숙해진 길고 윤기 흐르는 머릿결을 적당히 정돈한다. 적당히라곤 했지만 이 행동 하나만으로도 십 분은 훌쩍 넘었다. '그냥 묶고 나가야지...' 원래라면 우리 장 여사가 알려줬던 머리 정돈 방법을 써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세수까지 마치고 허물처럼 벗어뒀던 ST 후드티와 청바지까지 입으면 준비는 끝이다. 가방을 들고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띵. 잘 내려가나 싶던 엘리베이터는, 바로 아래층에 곧장 멈춰버렸다. "왜 이제 나와?" "그, 본인이 하실 말씀은 아닌 거 같은데요." 왼쪽부터 옥스, 플루크, 스트라이크, 벨까지. 누가 보면 경기하는 줄 알 정도로 나란히 서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모습이란. 아무튼, 다들 뻘쭘하게 로비로 내려왔다. 그리고 해맑게 웃고 계신 감독님을 마주했다. "얘들아, 투어 가서 기념품 살 돈을 십시일반 마련하는 이 동료애. 참 감동스럽다." "...죄송합니다." "근데 왜 다들 하나도 빠짐없이 늦었어?" 감독님의 질문에 내가 먼저 답했다. "방송하다가요..." "너희는?" "그거 보다가 늦었어요." "......" 감독님의 시선이 미묘하게 차가운건 기분탓이 아니리라. "아니, 쟤가 솔랭 1위 대결 하는데 어떻게 참아요." 그래. 못 참아서 늦었으니 그러려니 한다. 어쨌든 어찌저찌 차를 타고 위크숍의 첫 목적지인 호텔에 도착해 짐을 놓고 바로 광화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몇몇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말을 쏟아냈다. "True真棒!" "我们爱您!" 그. 누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