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전. 선수의 체급을 볼 때 손에 꼽는 부분 중 하나로, 얼마나 구도대로 갈 수 있느냐에 보통 중점을 둔다. 하지만 단순히 잘하는 선수 그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구도를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거 지금 엔비 선수가 몇 번째로 귀환을 찍는 건가요?] 체력이 한계까지 깎인 아킬라는 플래시까지 쓰면서 도망쳐 그대로 귀환했다. [분명 평소에 아킬라와 오리애나 구도로 스크림을 많이 해 봤을 텐데, 지금 엔비 선수, 트루의 오리애나에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요!] [방금도 리플레이 보시면 연막을 펼쳤는데 아무래도 상관 없다면서 구체로 딜 넣을 거 다 넣고, 표창 던진 건 스탑무빙으로 피하는 거 보세요!] [트루 선수에겐 모든 움직임이 보이나 봅니다!] 이미 경기 시작 10분만에 귀환만 세 번을 한 상태라 순간 이동 주문도 없으니 걸어와야 할 거다. “위쪽 오브젝트 먹고 바로 내려와서 용 싸움 봐도 돼. 여유 있어.” “오케이.” 옥스에게 오더를 내린 뒤, 집을 찍었다가 그대로 순간이동을 타고 미드 라인으로 돌아왔다. 초기화된 라인에, 아이템까지 어느 정도 갖췄고 기본 신발도 산 상태라면 무서울 건 없다. [아킬라 Q 피하고! 그대로 연막에 구체 날립니다!] [트루가 또 맞혀요! 이거 연막의 의미가 있긴 한 걸까요!] [오리애나 라인전이 강한 건 맞지만, 암살자 상대로 이렇게까지 압박을 주는 경우는 드문데, 정말 대단합니다!] 일인칭 시점에서의 거리 조절은 한 번 익숙해지면 더욱 쉽다. 특히나 아킬라처럼 연막 속에서 튀어나와 딜교를 거는 경우, 연막의 범위를 확인하고 일정 거리 이상 물러나기만 해도 상대는 표창 던지는 돌진기로 내게 접근해 Q를 쏴야만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오리애나의 스킬셋 중 이동 속도 증가와 보호막을 주는 스킬로 인해 데미지는 미미할 뿐이다. 오히려 그 직후부터 나는 밖으로 튀어나온 데다 스킬을 전부 써서 아무것도 못 하는 근접 챔피언인 아킬라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 물론 장막 속에 다시 숨은 상대를 맞는 거야 내게 달렸지만, 프라우드랑 싸우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 심리전은 누워서도 한다. [미드 라인전이 너무 잔인합니다!] [아킬라가 숨을 못 쉬어요 숨을!] [서포터인 우니 선수가 미드에 몇 번 찾아와 라인전을 도와줬는데도, 엔비 선수의 CS 개수는 좀처럼 오를 생각을 안 합니다.] 이제 내 포탑 근처에 라인을 걸쳐 놓고, 상대에게 지옥의 이지선다를 강요한다. 이 라인을 밀기 위해 죽든가.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로밍을 가든가. 라인을 밀려고 시도하면 이미 갈린 체력에 더해 내가 궁극기도 배운 만큼 아직 6레벨이 되지 못한 아킬라는 죽을 각오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저기서 애매하게 계속 버티며 경험치를 노린다면, 언제든 갱 위험에 노출될뿐더러 내 구체가 엔비를 계속 강타할 거다. 어느 쪽이든 미드 주도권은 내게 있었다. “그냥 대놓고 미드 지나서 가요.” “...진짜?” “그래도 쟤 못 막아요.” 내 말에 옥스는 대놓고 비에곤의 스킬로 늪을 깔며 지나갔고, 엔비는 화들짝 놀라서는 뒤로 쭉 빠져야만 했다. 일반적으로 헌터가 라인에 개입 시 미드라이너가 딜 한 번씩은 하면서 체력이라도 좀 빼놓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것까지 생각하기엔 너무 벅찬 모양이다. [아, 이거 이러면 밀키웨이 오브젝트 지금 다 뺏깁니다.] [강한 미드가 강한 헌터를 만든다. 오늘 경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거 라인전이 이렇게 많이 힘들어지면 아킬라 화력이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필요해지는데요!] 애초에 지금 밀키웨이에 강제로 이니시를 걸 수 있는 챔피언이라곤 세주밖에 없다. 근데 일단 세주의 궁이나 돌진과 플래시를 조합한 이니시는 한 명밖에 못 무는데, 나를 잡아 봐야 나머지가 너무 건재하다. 마오이카가 궁으로 속박 걸고, 잭슨이 봉 돌리면서 앞라인이 약해진 상대 진영으로 들어가고, 그 위를 카이스가 덮으면 상대 후방은 녹아버린다. 끽해야 이즈가 살아남겠지만, 엄청나게 잘 큰 이즈도 아니고 서넛이 동시에 달려드는데 딜까지 넣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렇게! 아무런 저항 없이 옥스가 용까지 차지합니다!] [옥스는 지금 너무 배가 불러요!] [그에 비해 밀키웨이, 굶고 있습니다. 미드도 굶고 헌터도 굶어요. 지금 엔비와 트루의 CS 차이가 두 배 납니다.] “나 라인 쭉 밀고 내려가볼게.” “아킬 안 내려와?” “오든 안 오든 이득이야. 상관없어.” 6레벨을 이미 찍어 궁을 배우긴 한 엔비지만, 절대적인 CS 차이가 너무 난다. 만약 저 빅웨이브를 버리고 내려온다면 킬은 먹을 수 있겠지 몰라도 경험치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손해를 봐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놔두면 다 잡히는 거고. “엔비 안 온다.” “그럼 다이브 하자.” 나는 엔비가 미드 라인을 열심히 지우는 사이, 바텀 라인에 도착했다. 상대는 예상했다는 듯 최대한 라인을 지워놓고 타워 안쪽에서 농성했다. 그러나 오브젝트 싸움을 할 필요도 없어 편안하게 라인 경험치를 먹으며 6레벨을 찍은 우리 서폿 마오이카의 궁극기가 들어간 순간, 농성은 더 이상 성립할 수가 없었다. [궁극기로 속박하고!] [그대로 오리애나 쇼크웨이브!] [카이스 W 스킬 맞고! 그대로 Q스킬 쓰고 비에고까지 확실하게 공격하면서 부족한 딜 채웁니다!] [이렇게! 밀키웨이의 바텀을 마무리합니다! ST의 기분 좋은 더블킬!] [그리고 동시에 탑에서는 잭슨이 드리블하면서 상대 갱킹 흘렸어요! 이러면 ST 이득을 얼마나 본 건가요!] “나 살았어.” 플루크의 간결한 말과 함께 떠오르는 상대 바텀의 데스 로그. [ ST Strike -> Milkyway S VwV ] [ ST True -> Milkyway S Uni ] 한편, 엔비가 내 포탑 골드 한 칸 정도를 먹긴 했지만 사소했다. 왜냐면 방금의 전투로 나는 코어 아이템 하나를 뽑아왔으니까. [으아아악! 이거 아킬라가 오리애나 콤보 하나 맞으니까 반피가 됩니다!] [스킬쿨 한 번만 더 돌면 그대로 킬각이에요!] ‘올 거지?’ 풀콤보를 맞으면 죽는다. 거꾸로 말하자면 현재 궁이 없는 오리애나를 상대로 어떻게든 첫 구체만 피하면 아킬라가 역으로 킬각을 노릴 수도 있는 상태라는 거다. 어쨌든 브루저라는 챔피언의 설계가 잘 큰 메이지나 원딜 잡으라고 존재하는 거니까, 불합리해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의도적으로 꼬리를 흔들자, 아킬라는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파앗! 궁극기 1타로 선진입 후 연막을 펼친다. 이 순간은 플래시가 있으면 피할 수야 있겠지만 그러면 상대가 끝까지 안 들어오고 빠지니 보호막과 이동속도 증가 스킬만 써서 덜 아프게 맞는다. 그리고 그 직후 날아오는 Q는 일인칭으로 전환 후 상체만 허리를 쭉 빼면서 시선을 연막에서 멀어지게 해 피하고, 모든 스킬에 존재하는 스킬 시전 후 딜레이를 고려해 상대가 있을 만한 곳에 구체를 날린다. “미드 잡았어.” 뭔가 느낀 게 있었는지 상대는 궁극기 2타를 이용해 미니언을 타고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나는 플래시가 남아 있다. —툭! 마지막 평타 한 대면, 대미지는 충분했다. [ ST True -> Milkyway S Envy ] [으아아아! 미드의 구도가 완전히 무너집니다!] [이러면 천하의 아킬라라도 답이 없습니다!] [엔비 선수가 죽은 직후 머리를 부여잡지만, 회색 화면은 바뀌지 않습니다. 다음을 준비해야 해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협곡에서 다음을 준비하는 건 언제나 강자의 특권입니다.] “플루크 넌 그거 라인 밀고 바로 바텀에 텔 타.” “갑자기?” “바텀도 한 번 더 잡아야지.” [여기서 바텀에 순간이동이 두 개나 떨어집니다!] [지금 밀키웨이 바텀은 그냥 슬퍼요. 이즈고 노틸이면 뭐 합니까. 이걸 피하려면 아예 일차 타워에서 멀어져야 하는데 그러면 그 자체로도 포탑 골드 뜯기고 경험치도 못 막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타워에서 버티긴 해야 하는데—!] “박아 그냥.” 구체를 달고 봉을 돌리며 잭슨이 그대로 돌진한다. [으아악! 이즈의 비전이동이 잭슨의 봉 끝 사거리에 걸쳤습니다!] [이것까지 생각하고 정확히 중간으로 들어갔나요 플루크!] [스턴 상태에서 반응할 새도 없이 그대로 트루의 쇼크웨이브으으으!] [마지막으로 카이스가 다가와 Q스킬로 덮으면서, 마무리합니다!] [ ST Strike -> Milkyway S VwV ] [ ST Strike-> Milkyway S Uni ] 잭슨은 그대로 바텀 타워를 철거하며 골드를 수급하고, 킬을 먹었으니 카이스의 성장까지 풀렸다. 이제 게임을 더 빠르게 굴릴 차례였다. [지금 대체 몇 분이에요!] [아직 남작 몬스터도 안 나왔는데 왜 벌써 밀키웨이의 양 사이드 억제기가 밀리나요!] [속수무책입니다! 잭슨이 타워 몇 번 어루만져주면 녹아버리고, 오리애나가 뒤에 툭 던져둔 구체 범위에 들어가면 그대로 반피 나가는 겁니다!] [일방적인 폭행이 끝나고 집 갔다가 바로 남작 둥지로 향하는 ST! 밀키웨이는 막을 힘이 없어요!] 딜이 나오는 조합이니만큼, 옥스와 더불어 플루크와 스트라이크 셋만으로도 몬스터는 녹아내렸다. [ ST OX가 남작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 떠오르는 오브젝트 킬 로그와 함께, 우리는 당당히 미드 라인으로 전진했다. 이미 전령을 이용해 1차 타워를 밀어놓고 2차 타워 체력 반절까지 깎아놨던 만큼, 상대는 억제기 앞 포탑에서 농성해야만 했다. [아, 이거 안 됩니다. 농성 성립이 안 돼요.] [카이스 W를 선진화했나요? 이거 왜 이렇게 아파요!] [심지어 트루의 오리애나는 아까부터 딜이 이상합니다. 어떻게 한 대 맞았다고 노틸런스 체력이 반이 닳아 사라지나요!] 어차피 어거지 농성은 오래 못 간다. [아! 양 사이드 슈퍼 미니언이 쌍둥이 포탑으로 접근합니다!] [밀키웨이, 지금 라인 밀 수 있는 선수가 그나마 딜이 좀 나오는 탑 갈레온밖에 없는데, 이게 앞에서 계속 맞으면서 라인을 밀기에는 ST의 공격이 너무 매섭습니다!] [그리고 이즈나 아킬라는 남작 버프까지 받은 미니언을 한 번에 지울 수단도 없죠!] 우리는 슈퍼 미니언의 도움을 받아 편안하게 쌍둥이 포탑까지 날렸고, 상대 넥서스는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었다. “쟤들 왜 이렇게 모여있지.” “그럼 그냥 박아.” “그러려고 했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돌아가는 잭슨의 봉. —터엉! [으아아! 반응한 이즈 제외하고 4인 스턴!] [그 위에 오리애나 궁극기 덮어지고!] 저 정도 체력에 내 궁극기 대미지라면. [ 쿼드라킬! ] “펜타펜타펜타펜타펜타!” 나는 이미 입으로 지금 가장 필요한 말을 내뱉고 있었다. “저거 궁으로 묶어봐.” “쟤 플이랑 비전이동 다 없다.” “방금 W 맞혔어. 쟤 딸피다.” 마오이카의 궁과 카이스의 W로 속박과 더불어 체력도 얼마 없어진 이즈를 구체를 이용해 순식간에 처치한다. [ 펜타 킬! ]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이렇게! 트루의 펜타킬과 함께 밀키웨이의 넥서스 터지면서—!] [지지!] [압도적인 무력! ST입니다!] 살아있다는 건, 이런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