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바텀은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럭산나 속박! 그리고 케이틀렌 덫 연계!] [순식간에 차이가 벌어집니다! 이러면 무조건 집 가야 해요!] 라인전이 강하다 못해 파괴적인 조합이라 서폿인 벨의 라인전 약점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고, 긴 사거리를 기반으로 스트라이크의 공격성을 여실히 뽐냈다. “지금 바텀 완전 터졌다.” “와서 용 먹고 가.” 실제로 게임 시작한 지 십 분이 안 된 시점에서 상대 포탑 방패 체력은 5칸 중 2칸이나 뜯겨 있었다. 게다가 옥스 또한 칼같이 바텀에 있는 용 둥지에서 첫 번째 대형 몬스터인 용을 아무런 방해 없이 먹은 덕에 곧장 위로 올라가 다른 대형 몬스터까지 챙길 정도로 상대 바텀은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와, 이거 전 라인 주도권이 ST에게 있네요?] [원래 이러면 참 안 되는 거긴 합니다. 탑은 레넥턴이 도끼만 피하면 6렙 전까지는 어지간하면 우위에 있고, 미드는 말할 것도 없이 트리스타한테 아제르가 밀려야 이게 셈법이 맞거든요?] [근데 이거 왜 이러나요? 아제르가 먼저 미드 라인을 밀고 탑의 대형 몬스터 싸움에 먼저 합류하네요!] [심지어 DS 게이밍, 트리스타 체력이 반입니다.] ‘...상대를 많이 안 해봤나?’ AD 원딜러 챔프들이 미드 라인에 기어 나오는 이유가 있는 메타인 만큼, 생각보다 더 강한 트리스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상대 미드인 세븐은 아제르에 잘 대처를 못했다. 내가 스크림에서 굳이 이 챔피언을 자주 꺼내지 않긴 했다지만, 이 정도로 당황할 수준이 아닐 텐데. [아, 결국 DS 게이밍, 초반의 대형 몬스터 전부 내줍니다. 트리스타는 그냥 집을 찍는군요.] [여기서 3군 선수들의 챔피언 경험 부족이 드러나네요.] [이게 사실 LOCK에서 선수들이 밥 먹듯이 써서 그렇지, 저 아제르라는 챔피언이 사실 좋은 게 아니거든요?] [젊은 선수들은 보통 일인칭을 딜교할 때 많이 쓰는데, 아제르는 오히려 삼인칭으로 딜교를 해야 하고, 애초에 정교하게 다루지 않으면 상대가 일인칭으로 회피하기 너무 쉬운 챔피언이에요.] “일단 미드는 집에 보냈고, 아래쪽 뒤틀린 숲 확인할 테니까 몬스터 없으면 바로 위로 달려.” “오케이.” 옥스의 대답과 함께 나 또한 라인을 밀어 넣고 텅 빈 상대의 뒤틀린 숲 하단을 확인하고선 집 타임을 잡았다. “일단 릴리안은 올라간 거 같긴 한데, 바텀 약간 조심해 봐.” 위쪽으로 올라가지 못하면 6레벨을 찍을 수 없는 릴리안이다. 어지간해서는 성장 속도를 늦추기 싫을 테지만, 팀 게임은 또 모르는 일이니까. [타워 골드 한 칸 뜯으면서 트루 선수도 귀환합니다. 그런데 참 이 친구는 대체 아제르를 어떻게 이렇게 잘 다루나요?] [아제르의 황제가 ST3의 현 감독 아니겠습니까. 배우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렇게 귀환해 아이템을 산 순간, 타이밍이 안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바텀 빼! 트타 아직도 안 보여.” 원래 이쯤이면 집에서 걸어오든, 아니면 어딜 들렀다가 오든 진즉에 미드 라인에 도착해서 라인을 밀어넣을 시간이다. 그런데 없다는 건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데, 탑은 올리프의 궁이 존재하는 터라 릴리안이나 트리스타의 궁극기 따위로는 갱을 성공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미드는 이미 내가 집을 갔으니 남은 건 신나게 포탑 때리는 바텀밖에 없었다. “저기 부쉬에 트타.” “한번 빨아볼까?” “아니, 그냥 쭉 빼.” 저렇게 대놓고 온다는 건, 뭐가 더 있다는 뜻이다. [으아아! 시야 확인 잘했는데 뒤에서 릴리안이 튀어나와요!] [예상치 못한 상황! 케틀과 럭산나 동시에 플래시 쓰면서 탈출하려고 하지만—!] [릴리안의 수면! 이러면 둘 다 잡혔어요!] 트리스타의 점프 스킬과 함께 튀어나오는 킬 로그. [ DS Drag -> ST Strike ] [ DS Drag -> ST Bell ] 대체 몇 분을 부쉬에서 대기한 건진 모르겠지만, 릴리안까지 투입한 DS 게이밍은 걸친 미니언들로 릴리안을 기어코 궁극기를 쓸 수 있는 레벨로 올리더니 우리 바텀을 잡아먹었다. “일단 행복두꺼비 먹고 버프도 털어봐요.” 그나마 이미 바텀이 벌어놓은 골드도 있고, 옥스가 카정 가고 내가 미드 타워를 긁어놓은 덕에 전체적인 골드 차이는 그리 나지 않았지만, 이 다음이 문제였다. “얘들 이러면 계속해서 바텀 노릴 텐데.” 한 번 통했는데, 두 번이라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상대 헌터의 성장이 느려지겠지만, 어차피 현 시점에서 딜 자체는 미드와 원딜만으로도 충분한 DS 게이밍이다. 그러니 단순히 궁 싸개 역할만 시키면 준수한 이동기 없는 우리 바텀은 눈 뜨고 당해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당연하게도 라인전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없고, 그 자체만으로도 바텀 조합의 의미가 퇴색된다. “천천히 해. 아직 우리 기회 남아있으니까.” 실제로 그랬다. 나름 바텀 기준으론 귀환까지 오래 걸렸음에도 CS부터 골드까지 모두 우리 쪽이 앞서고 있다. 심리적 부담감을 아예 제할 수는 없겠지만, 어찌 됐든 골드와 아이템으로 패는 게 원딜이라는 포지션인 만큼 최악까지는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내가 내려가 사이드 관리를 하는 편이 낫겠다 싶은 순간. 상대가 숨겨뒀던 뒤쪽 와드에 빛이 났다. 저건 이미 늦었다. [이거 누구 텔입니까!] [레넥턴과 트리스타 둘 다 옵니다!] [강가에서는 릴리안까지 등장!] [이거 럭산나가 어떻게든 속박을 맞춰보지만 의미가 없습니다! 속박은 두 명이고, 지금 바텀에 상대만 다섯이에요!] 그렇게 순식간에 우리 바텀이 사라졌다. “아니! 이게 뭔데. 억까잖아!” 스트라이크는 분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거된 바텀 타워가 돌아온다거나 상대가 킬 먹은 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제 원딜 골드 차이 역전! 드래그가 기어코 2코어를 뽑아오네요!] [이러면 바텀이랑 미드, 둘 다 할 말이 생긴 DS 게이밍.] 상대 원딜인 드래그랑 미드인 세븐이 두 번의 갱으로 각각 2킬씩 챙겼다. 본격적인 쌍포 가동까지의 시간에 가속이 붙었다. [1세트 진짜 철저하게 준비해 온 DS 게이밍. ST의 약간 비는 그 시간들을 기가 막히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너희 플레이오프 처음이잖아! 정규 시즌과는 다르다! 정규 시즌과는! 그렇게 외치고 있는 DS 게이밍입니다!] 이게 만약 솔로 랭크였다면 바텀이 집어 던졌을 판이겠지만, 여기는 플레이오프다. “우리 이거 한타 빼야 되나?” “아니. 이겨.” 바텀을 말리느라 오히려 상대의 탑과 미드 포탑은 동시에 철거당했고, 헌터까지 포함한 상체가 과성장했다. 공략 힘든 부분은 포기하고 바텀만 집요하게 노릴 작정이었을 테지만, 원래 문제는 외면해 봐야 커지기만 할 뿐이다. [어? 바텀이 이제 우물에서 나오는데 이번 용 싸움 피하지 않습니다!] [일단 레넥턴이 탑 밀고 있긴 해서 4대 3 싸움입니다만, 쌍포 둘이 건재한데 이걸 안 피하나요?] “일단 트리스타부터.”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브이는 벽을 플래시로 뛰어넘어 그대로 상대 미드에게 궁극기를 시전했다. [아예 선 이니시를 걸어버리는 ST!]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둥지 밖으로 점프했지만 이 챔피언은 무조건 끝까지 따라갑니다!] 반응 속도는 살아있는지 상대는 빠르게 뒤로 후퇴했지만, 원래 브이라는 챔피언이 주먹 원툴 소리 들어도 계속 쓰이는 이유인 궁극기는 어떤 일이 생기든 끝까지 찍은 대상을 따라간다. “트타 일단 이탈했어!” 옥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플루크 녀석과 내가 상대 진영으로 진입한다. 레오난이 하늘에서 기절 붙은 장판 궁극기를 떨궜지만, 플루크는 주저 없이 궁극기를 켜 모든 CC기 면역이 됐고, 나는 예상했던 만큼 병사를 움직여 그대로 따라가 피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가까워진 상대 원딜과의 거리. 그대로 진입 후 한 턴을 기다리면서 모래 병사들로 상대 원딜과 서폿을 쿡쿡 찌르면, 결국 상대는 궁극기로 회피기동을 해야 한다. 그럼 그 타이밍에 맞춰. [ 황제의 명령이다! ] 상대를 올리프 앞으로 배달해준다. [DS 게이밍 비이이이사아앙! 이걸 아제르가 넘깁니다!] [일부러 타이밍을 재면서 자얀의 궁극기를 빼고 나서 확실한 타이밍에 아제르의 궁극기가 들어갑니다!] [ ST Fluke -> DS Drag ] 순식간에 쌍포 조합의 한 축이 사라졌다. [그래도 아직 한타 안 끝났습니다! 레넥턴 텔 타고 도착했고 트리스타도 돌아왔어요!] [ DS Seven -> ST OX ] 잠깐 용 둥지 밖으로 사라졌던 옥스에게 비보가 들어왔다. “나 죽었어.” “궁극기는 뺐지?” “어. 그리고 쟤 플래시도 없다.” “그럼 됐어.” 뭐, 애초에 괜히 쌍포 메타가 나오는 게 아니다. 근거리라도 궁극기 있는 트리스타가 브이한테 질 거라는 기대도 안 했다. 오히려 저 단순한 챔피언으로 트리스타의 궁뿐만 아니라 플래시까지 빼게 만든 게 대단하다면 대단한 일이다. [자 이러면 이거 용 주인이 어떻게 되나요?] [릴리안이 살아 있는 DS 게이밍은 분명히 저걸 먹고 싶을 거고, ST도 쌍포 둘이 없는 상황인데 빼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아, 일단 릴리안이 용을 다시 치기 시작합니다!] 우리를 수면 상태로 만들고 강타만 넣으면 이긴다는 마인드인지, 상대는 용의 체력을 깎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C자 부쉬를 점거한 우리에게 있어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다. “나 뒤 돌게.” 플루크가 상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그대로 상대 진영 강가 벽에 붙어서 용을 치는 릴리안에게 사정없이 모래 병사의 창을 찔렀다. [이거 딜이 왜 이래요! 아까 잠깐 딜할때도 느꼈지만 너무 강한데요?] [아! 이걸 모자를 쓰고 왔었네요! 포탑 철거한 돈으로 생존 관련 아이템이 아니라 순수한 딜템을 사 온 트루 선수!] 릴리안이 분명 딜과 궁극기 유틸까지 잡은 좋은 챔피언은 맞지만, 어쨌든 탱커는 아니다. 녀석은 어떻게든 몸을 비틀며 둥지 안으로 들어가 용을 계속 치려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뒷라인과 앞라인 포지션이 제대로 있을 때 얘기고. [도착한 ST의 바텀! 그대로 럭산나의 속박 들어가고 레오난 더 이상 릴리안을 지킬 수 없어요!] [아 이러면 어떡합니까! 플래시는 아까 바텀 잡을 때 썼던 릴리안인데, 이러면 둥지에서 나갈 수가 없는데요!] 나는 바텀에서 날뛰던 사슴을 그대로 꼬치에 꿰어버렸다. [ ST True -> DS Vita ] [데굴데굴 굴리는 공 따위에 맞아 수면에 걸리는 일 따위는 없다!] [트루가 계속해서 찌르면서! 비타도 그대로 아웃!] [아! 그리고 이번에는 트리스타 뒤에서 올리프가!] 도끼를 맞은 트리스타는 주저 없이 점프 스킬로 올리프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이러면 남은 서포터는 그냥 300골드짜리 간식이다. [ ST Fluke -> DS Tolo ] [이렇게—마무리! 이번 한타의 승자는 명백히 ST입니다!] [엄청나게 길게 이어진 전투, 그리고 10초 뒤면 뭐가 나오죠?] [남작이! 남작이 나옵니다! 설마 이거 ST가 용 먹고 욕심을 부리나요?] [욕심이 아닙니다. 올리프 보세요. 흡혈로 벌써 줄어들었던 체력바가 다시 차오르고 있습니다.] 원딜, 서폿은 따끈한 상태고, 나는 아까 자얀과 맞붙으면서 체력이 반절 정도긴 했지만 올리프의 상태가 괜찮다. 게다가 상대 헌터는 데스 상태인데 반해, 옥스는 곧 부활해 멀쩡한 상태로 남작 둥지까지 달려오면 된다. [ ST OX 님이 남작을 처치하였습니다 ] [결국! 한 번의 전투로 무너진 균형이 더욱 크게 무너집니다!] [남작 버프 받고 ST 선수들 미드로 전진! 트루 선수만 집을 갔다가 텔로 복귀하면서 압박합니다!] 이제 남은 건 딱 하나. 언제나 그랬듯, 나는 시간 끌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었다. [여기서 트루가아아아아!] [모래 병사 타고 플래시! 그리고 동시에 궁극기까지!] [이거 진짜에요?] [트루입니다! 반응한 자얀 빼고 네 명 다 타워에서 강제로 튕겨 나왔어요!] 이미 진형이 붕괴된 상황에 우리 진영의 한복판에 떨어진 상대는 반항도 제대로 못한 채 녹아내렸다. 우리는 상대 원딜을 무시한 채 버프를 믿고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그리고 올리프는 궁극기가 돌자마자 주저 없이 돌진해 기어코 자얀까지 잘라냈다. 이제 우리를 막는 챔피언은 눈앞에 없었다. [이렇게! 상대 넥서스를 파괴하면서—!] [지지!]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ST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의 표정을 보니, 다음 판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