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어엉---!! ​ “……!!” ​ 미트를 찢어버릴 듯 울려 퍼지는 굉음. 놀란 눈으로 굳어있는 마초원. ​ 심판도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뗐다. ​ “스, 스트라이크…!!” ​ 성묵의 엄청난 직구에 놀란 사람들은 황급히 전광판을 바라봤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 -160km ​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그중에서도 극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만 던질 수 있다는 160의 벽을 성묵이 돌파했다. ​ “우오와아아앗……!!!” ​ 그 상징적인 숫자의 출현에, 관객들은 열띤 함성을 내질렀다. 그만큼 이 숫자는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 -????? 160 실화냐??? -와 ㅁㅊ 스피드건 고장 난 거 아니제????? -미친 ㅋㅋㅋㅋ 갤주 등판하자마자 개 도랏네 ;; -우리 야스묵이 맞습니다 ㅅㅅㅅㅅㅅㅅㅅㅅㅅ -쌌다 씨~빨 ㅋㅋㅋㅋㅋㅋㅋㅋ -성묵 형, 나도 오늘부터 게이가 될게……. -지금 현장 분위기 개 미쳤음 ㅋㅋㅋㅋㅋ 이거 지고있는 경기 맞냐? -아니 마초원도 160km 던지는데 뭐 그리 호들갑임? ㄴ야알못 새끼야 좌완 160이랑 우완 160이 같음? ㄴ걍 아닥하고 얼마 전 현자님이 써준 좌완 핑크론 정독하고 와라 -??: 부산 컵스 지명하겠습니다. 문혁고 좌완 투수 금성묵. ㄴ시발련아 갤주 꼴적화 시킬 일 있냐 ㅋㅋㅋㅋ 갤주는 강남 양키스가 딱임. ㄴ 지랄 자제 좀;; 내년에 강서 메츠로 올 예정 ㅇㅇ ㄴ아닌데? 갤주 캐릭터 살릴 수 있는 팀은 안산 필리스뿐인데? ​ [1, 160…!! 금성묵 선수가 초구부터 160km를 던집니다! 꼼짝 못 하며 지켜보는 마초원 선수!!] [이전 금성묵 선수의 최고 구속은 158km거든요? 오늘 경기는 투수로서 준비한 것도 아닐 텐데 대뜸 160km를 찍습니다!] ​ “하하, 으하핫……!” ​ 실소를 터트리는 마초원. 이 상황이 너무나도 재밌다는 분위기다. ​ “좋다, 좋아 금성묵…! 남자 대 남자로서 붙어보자!!” ​ 희번득한 눈으로 다음 공을 기다리는 마초원. 성묵은 퀵모션으로 제2구를 던졌다. 기다렸다는 듯 뿜어지는 마초원의 배트. ​ ‘그래, 이번 공은 반드시 담장을…, 뭣!!’ ​ 퍼엉!! ​ “스트라이크!!” ​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에 헛돈 마초원의 배트. 금성묵의 장기인 써클 체인지업에 완전히 낚여버렸다. ​ “크윽, 남자의 승부에 변화구를…!!” ​ 이로써 카운트는 0-2, 투수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 ​ 성묵은 여기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돌발행동을 저질렀다. ​ [어, 금성묵 선수. 갑자기 공을 글러브 밖으로 꺼내 들고는 타자 쪽으로 내밉니다…?! 저, 저건!] ​ [직구 그립…!!? 금성묵 선수, 다음 공으로 직구를 예고합니다!!] ​ “………!!” ​ 상상도 못 한 예고 직구. 니가 그렇게 원한다면, 직구 하나쯤 못 던져줄 것도 없다는 금성묵의 예고에 마초원은 제 눈을 의심했다. 보법이 다른 그의 돌발 행동에 인터넷은 다시 난리가 났다. ​ -컄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야 갤주지 -??: 직구? 던져줄 테니까 쳐봐 병신아 ㅋㅋ -그냥 상남자 그 자체 ㄷㄷㄷㄷㄷ -키야, 역시 광주 레드삭스에 딱 어울리는 인재다 ㄴ응, 갤주 강동 에인절스 올 것임 ㅅㄱ ㄴㅋㅋㅋㅋ 동강동강 에인절스를 왜 감? 인천 말린스면 모를까 -나 같으면 직구 던진다 하고 써체 한 번 더 던짐 ㅇㅇ ㄴ ㄹㅇ ㅋㅋㅋ 마초원 빡통이라 걍 속을 듯 ㄴ ㅆㅇㅈ 욕 좀 먹고 삼진 잡으면 개꿀이지 ㄴ갤주가 그런 하남자일리가 없긴 한데, 타자 속 좀 복잡할듯 ㅋㅋㅋㅋㅋㅋ ​ “네놈은 참으로 사나이로구나, 금성묵…!!” ​ 정정당당하게 힘 대 힘으로 붙어보자고 들어올 거라고 예상 못했던 마초원, 그는 성묵의 행동에 큰 감명을 받았다. ​ ‘조만간 있을 대표팀 소집이 기대되는 군…!’ ​ 그런데 그 순간, 대관령고 감독 유휘웅이 급히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경기장에 들어왔다. ​ “타임, 타임…!!” ​ “………??” ​ 갑자기 뛰쳐나온 감독에 물음표가 뜬 마초원, 유휘웅은 마초원에게 본론부터 말했다. ​ “초원아, 이건 함정일 수 있다…!!” ​ “옛? 함정…!?” ​ “그래, 금성묵 저 녀석은 보기보다 영악한 녀석이야. 저렇게 직구를 던진다 공표해놓고 변화구를 던지고도 남는 게 저 녀석이란 말이다…!!” ​ “감독님, 하지만 제가 봤을 때 저 녀석은….” ​ “아무튼! 주의하거라…!! 나는 말해뒀다!” ​ 만에 하나 금성묵이 정말로 직구를 던질 수도 있으니, ‘그럴 수 있다!’ 등의 두루뭉실한 화법으로 빠져나가는 유휘웅. ​ 그는 제 딴에 마초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올라간 것이었으나, 괜히 그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 ​ ‘금성묵 저 녀석의 예고가, 거짓일 수도 있다고…?’ ​ 이제야 자세히 상황을 살펴보기 시작하는 마초원. 금성묵의 표정부터 살펴보았다. ​ ‘웃고 있다, 그것도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 자신에게 거짓말을 내뱉던 비열한 녀석들이 자주 보이던 표정이다. 그다음은, 포수의 움직임이 수상했다. ​ ‘미트를 땅바닥으로 까는 듯한 동작이 여러 번, 설마 떨어지는 공인가…!?’ ​ ‘크윽, 아니다. 내 직감은 여전히 녀석이 직구를 던질 거라고 말하고 있어…!’ ​ ‘하지만, 정말 감독님 말대로 저 녀석이 변화구를 던진다면…?’ ​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미친 듯이 갈등하는 마초원. 성묵은 크게 와인드업하며 웃었다. ​ ‘…이거 원, 머리 복잡한 게 너무 티 나잖냐.’ ​ 쐐애액!! ​ 성묵의 손끝을 타고 뿜어지는 공. 이 공을 맞이하는 마초원의 머릿속에서, 선택지는 이미 하나로 좁혀졌다. ​ ‘직구, 직구다!’ ​ 실제로 지금 날아오는 공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직구. 마초원이 쾌재를 부르며 배트를 휘둘렀다. ​ ‘핫하! 이번 승부는 내 승리…, 아닛!?’ ​ 분명 완벽하게 노림수가 들어맞았다. 한 번 직구를 봤던 만큼, 이번 공은 반드시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하지만 성묵의 직구는 그의 배트를 피해, 도도하게 미트에 꽂히며 굉음을 퍼트렸다. ​ 뻐엉---!!!! ​ “스트라잌 아웃!!” ​ “우효오옷……!!” ​ [아아, 삼진!! 대관령고의 간판 마초원 선수를 완벽하게 압살하는 금성묵 선수입니다!!] [종묘 구장에 퍼지는 우효 세레머니! 내가 바로 금성묵이다, 세상을 향해 강렬하게 외칩니다…!!!] ​ [161km의 직구! 정말 예고한 대로 직구를 던졌습니다!! 힘 대 힘의 대결에서 금성묵 선수에게 완전히 압살당하는 마초원 선수입니다! 이건 대관령고 입장에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날 수밖에 없겠는데요!!] ​ [그렇습니다! 타자 전원이 직구에 강한 걸로 유명한 대관령고인데, 이렇게 철저하게 눌렸다면 멘탈에 영향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습니다…!] ​ 결과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 눈으로 타석에서 멍하니 서 있는 마초원. 얼핏 보면 단순한 힘 대결 같겠지만, 성묵은 이 상황을 모두 설계하고 있었다. ​ ‘저 녀석의 스킬, 꽤나 귀찮단 말이지.’ ​ 마초원의 S급 스킬인 ‘본능적으로’는 특유의 기감으로 위기를 감지한다. 극도로 의심이 많은 대관령고 감독 유휘웅을 이용해 저 녀석 머릿속에 잡념을 심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마초원을 이기는 건 쉽지 않았으리라. ‘머릿속에 변화구라는 선택지가 아른거리는 이상, 직구를 그대로 노린다 해도 타이밍이 어긋날 수밖에.’ ​ 투수만큼은 아니지만, 타자 역시 사소한 것에도 메커니즘이 흔들리는 극도로 예민한 존재다. 그게 스윙이 큰 거포 타자라면 더더욱 그렇고. ​ 하지만 마초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 ‘내가 머릿 속에 잡념이 없었다면, 저걸 칠 수 있었을까…?’ ​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마초원. 그는 자신이 만전이었어도 못 쳤을 거라 확신했다. 그만큼 엄청난 속도로 솟구치는 성묵의 직구는 가공할 위력을 뽐냈다. ​ 그렇게 마초원을 잡아내며 주자 1루에 2아웃의 상황. ​ “크윽, 금성묵이라. 이건 예상에 없었는데 말이지….” ​ 침음성을 흘리며 타석에 들어서는 5번 타자 알탄. 몽골의 장사답게 듬직한 체형을 가진 그는 나름 투쟁심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 ​ 그러나 마초원도 완벽히 당한 마당에, 알탄이 금성묵의 공을 때려내기엔 역부족이었다. ​ 뻐엉---!!!! ​ “스트라잌 아우우웃!!” ​ “뭐, 뭐 이딴 공이…!!” ​ “우효옷……!!” ​ 양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성묵. 이번에도 160km의 직구를 뿌리며 알탄을 덕아웃으로 돌려보냈다. 뜬금 등판해 대관령고 클린업을 완벽히 틀어막은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 -성묵 업! 성묵 업! 성묵 업! 성묵 업! 성묵 업! 성묵 업!성묵 업! 성묵 업! 성묵 업! 성묵 업! 성묵 업! 성묵 업! 성묵 업! 성묵 업! -엄마, 저는 커서 금성묵이 될래요…!! ㄴ ??: 아들아, 꿈 깨렴…. -알탕 컷 ㅋㅋㅋㅋㅋ 그냥 개맛도리쥬? -어떻게 사람 이름이 탕요리 Goat ㅋㅋㅋㅋㅋㅋ ㄴ설렁탕 ㅋㅋㅋㅋ ㄴ낙지 탕탕이 ㅋㅋㅋㅋㅋ ㄴ탕웨이 ㅋㅋㅋㅋㅋ ㄴ ㅁㅊ놈들아 탕 들어가면 다 되는 게 아니라고 ㅋㅋㅋㅋㅋ ​ 공 7개로 이닝을 마무리한 성묵, 8회 말까지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다. ​ ‘뭐, 동혁이 녀석에게 휴식도 줄 겸 좀 더 던져볼까.’ ​ 다음 경기인 한청고 전까지 포함하면 4연투를 해야 하는 리동혁이다. 어차피 갈릴 녀석이지만, 한 이닝 정도 성묵이 먹어준다면 꽤 부담이 덜어지리라. ​ “…크윽, 부끄럽다. 남자 대 남자의 승부에서 완패하다니.” ​ 성묵과의 맞대결에서 패배한 것을 자책하며 마운드에 오른 마초원. 그는 눈에 불을 켜며 공을 꽉 쥐었다. ​ “이 실책, 마운드에서 만회하리라…!!” ​ 뻐엉!! ​ 와일드한 폼으로 160km의 직구를 뿜어내며 날뛰기 시작하는 마초원. 점수 차가 4점 차인 상황이기에 여기서 점수를 조금이나마 뽑아야 하지만, 문혁고는 이번 이닝도 무득점으로 물러났다. ​ “젠장, 천동찬이랑은 하늘과 땅 차이구만….” ​ “…인정하기 싫지만, 엄청나네요.” ​ 금세 돌아온 문혁고의 수비. 성묵은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랐다. ​ 그리고는 뒷 타자들을 깔끔하게 요리했다. ​ 따악! ​ “아웃…!” ​ 뻐엉---!! ​ “스트라잌, 아우웃!!” ​ 어느덧 8회 말 2아웃, 2스트라이크 2볼에 이제 던질 수 있는 공은 단 하나. ​ 대관령고의 8번 타자 김도훈은 이를 꽉 물며 노림수를 가져갔다. ​ ‘투구수 19개, 한 구 던지면 교체당하니 이번 공에서 무조건 카운트를 잡으려 할 거야. 그러면 무조건 직구다…!’ ​ 결론을 내린 타자. 성묵이 던진 5구가 무조건 직구일 거라 확신한 채 배트를 돌렸지만, 허망하게 헛돌 뿐이었다. ​ ‘시발, 여기서 존 밖에 스위퍼…!?’ ​ 퍼엉!! ​ “스트라잌 아우웃!!” ​ 존 밖으로 떨어지는 스위퍼에 완전히 낚인 김도훈. 성묵은 공 20개를 꽉꽉 채워서 8회 말을 틀어막은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 ‘후우, 다행히 내 선에서 끝냈다. 문제는 마초원인데….’ ​ 이제 단 한 번 남은 공격 찬스에 상대 투수는 아직도 마초원. 현재까지 31구를 던진 그는 제한 투구 수인 50개를 꽉꽉 채울 모양이다. ​ ‘믿는다, 애들아…!!’ ​ 그는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이제 승리를 위해선, 동료들이 뭔갈 해줘야 하는 상황. ​ 9회 초, 문혁고의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 11대 7의 4점 차로 뒤처진 이 상황에서, 세종기 진출을 향한 문혁고의 최후의 발악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