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응, 잘해야 할 텐데….” ​ 도도연은 문혁고의 경기를 보며 그 누구보다 긴장했다. 그녀 또한 데이터 분석이라는 형태로 문혁고의 뒤를 돕고 있었기 때문. ​ 사실 그녀는 당일에 들어서, 문혁고와 성묵의 승률을 그리 높게 보지 않았다. 꽤나 부정적인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 ‘…상대 분석팀에도 실력자가 있는 게 분명해. 장태산 선수가 예상보다 훨씬 진지하게 피칭하고 있어.’ ​ 류지의 타구가 파울 홈런이 됐을 때도 그녀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 한방으로 안 그래도 하강하던 승률이 10%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 ​ 4회 초 수비에 무사 12루 상황에 4번 타자를 맞이한 순간엔, 승률이 절망적으로 떨어졌다. ​ ‘15% 언저리…, 일까.’ ​ 그것도 어찌 보면 온정으로 잘 쳐준 것일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 영웅이 등장했다. ​ 뻐엉--!! ​ “스트라잌 아우웃……!” ​ “………!!” ​ 아산에서 보여준 그날의 모습처럼, 묵직한 모습으로 적들을 압살하기 시작한 성묵. 그녀가 세워둔 확률 공식이 모조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 “말도 안 돼…!” ​ 데이터와 숫자로 꽁꽁 묶여있던 도연의 세계. 그 촘촘한 숫자의 행렬은 결코 큰 범위의 오차를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 하지만 금성묵이란 존재는 그걸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혼자의 힘으로 확률을 10%, 20% 올리는 것은 예사요. 두세배까지도 뻥튀기시켜버리는 것도 일도 아니다. ​ “아아…….” ​ 도연의 세계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세계를 망치러 온 구원자, 금성묵. ​ 견고한 벽을 뚫고 온 성묵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당신에게 더 넓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리라고. ​ 삑, 삐익! ​ “게임 셋! 승자는 문혁고…!!” ​ “우와아앗……!!” ​ 경기가 끝나는 순간, 도연만이 홀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 “………….” ​ 부들부들 떨리는 도연의 몸. 온갖 감정이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 그리고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 “나, 정말로…?” ​ 무너진 그녀의 세계 위에 태양이 떠 올랐다. 얼굴이 주체할 수 없이 화끈하다. 이 감정은 분명, 성묵에 대한 강한 이끌림이 아니고선 설명하기 힘들었다. ​ ‘미쳤어 정말…!!’ ​ 나이 차이가 무려 4살 차이. 게다가 아직 고등학생인 성묵이다. 그런 성묵에게 흑심을 품고 뭔갈 하는 건, 사회 통념상 어른이 할 짓이 아니다. ​ “……….” ​ 그러나 땀에 촉촉하게 젖은 성묵의 우람한 근육이 도연의 눈에 들어왔다. 저런 외모에 저 근육을 가져놓고 미성년자라니. ​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수컷의 향취를 느낀 도연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그렇게 끙끙 앓는 와중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나?” ​ “……!” ​ 동생 도진의 부름에 화들짝 놀란 도연. ​ “한참 찾았네, 어디 있나 했더니.” ​ “아, 도진아 미안. 생각을 좀 하느라….” ​ “……….” ​ 누나의 상태가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은 도진. 그는 야구만 아니면 누나를 따라 서울대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다. ​ 그는 대번에 일련의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는 툭 한마디를 던졌다. ​ “누나, 성묵 형은 저쪽에서 기자회견 중이야.” ​ “……!?” ​ 화들짝 놀라는 도연. 동생에게 속내를 그대로 읽힌 도연은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 “아냐, 나는 도진이 너 데리러 가려고…!!” ​ “난 선수단 버스 타고 가려고. 버스에서 다 같이 마피아 게임을 한다고 그래서.” ​ “아….” ​ 사실 도진은 그런 거에 어울리느니 다음 경기 데이터를 더 보자는 주의지만, 일단은 최적의 변명거리를 던졌다. 그리곤 쐐기를 박는 도진. ​ “성묵 형은 기자 회견이 길어져서 버스에 못 탈거 같은데, 이따가 누나가 태워주면 편하게 집에 갈 수 있지 않을까?” ​ “………!!” ​ 도진의 말에 급 화색이 되는 도연. 같은 야구부 소속인 도진의 말이니만큼, 틀릴 리는 없으리라. 그녀는 다소 삐걱대며 도진의 말에 끄덕였다. ​ “그치, 내가 태워주지 않으면 돌아가기 곤란하겠지…?” ​ “응, 부탁할게 누나.” ​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복도로 뛰어나간 도연. 도진은 누나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 “대단하네 성묵이 형. 누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남자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는데….” ​ 물론 눈이 높은 게 정상일 정도로 그녀 또한 대단한 외모와 능력의 소유자지만, 그녀가 남자를 보는 눈은 다소 일반인과는 다른 차원의 기준이 여럿 있었다. ​ 그걸 다 충족시킨 것에서 존중을 보내는 도진. 그는 지금 이 순간,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 “성묵 형이라면, 내 매형이 될 자격이 있어.” ​ 누나인 도연을 전력을 다해 성묵과 이어주기로 말이다. 문혁고 제일의 ‘악질 우결충’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 ​ “꺄아, 오라버니~!!” ​ “오, 노아…!!” ​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 아래쪽에서 재회한 타카히나 남매. 둘은 오늘 경기의 소감을 나누며 시시덕거렸다. ​ “오늘 바빴겠는데 노아, 성묵이 녀석이 삼진을 엄청나게 잡아버려서.” ​ “그러니까요! 심지어 막판엔 도와드리려고 음악도 끄고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다시 틀라고 하실 줄은…!!” ​ “하하, 맞아. 나도 미친놈인 줄 알았다니까. 알고 보니까 자기가 대기록 세우는 줄도 몰라서 그랬던 거지만.” ​ “네에…!? 진짜요?” ​ “응, 그럼그럼.” ​ 그렇게 화기애애 대화를 나누는 둘. 그러다 류지가 문득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 “아 맞다, 성묵이 녀석은 지금 기자회견실 쪽에 있거든.” ​ “네, 네에? 그걸 왜 저한테….” ​ “가서 축하라도 한 번 해줘. 은근 기다리고 있을걸.” ​ “엣, 제 축하를요…?” ​ “그럼, 당연히 기다리겠지. 이렇게 귀여운 후배인데.” ​ 그 말에 다소 부끄러워하는 노아. 류지는 여동생이 성묵에게 정확히 무슨 감정을 품은 지 까진 모르지만, 적어도 나쁜 분위긴 아니라고 알고 있다. ​ 지금까지 누군가와 교제한 경험이 없는 여동생을 위하여, 류지는 한마디를 툭 던졌다. ​ “그 녀석 꽤 인기 많아질 걸. ‘그런 걸’ 보여준 이상, 이상한 여자들이 가만 두겠어?” ​ “앗……!!” ​ 화들짝 놀라는 노아. 그의 말대로 이미 익명의 커뮤니티에는 성묵의 인스타 주소를 찾는 여성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 생태를 얼추 아는 노아 역시 그걸 바로 이해했고 말이다. ​ “오라버니, 먼저 가볼게요…!!” ​ “그래그래~.” ​ 후다닥 뛰어가 버린 노아. 류지는 코를 쓱 매만지며 웃었다. ​ “흠, 역시 감정이 좀 있기는 한가 본데?” ​ 집안에서 남성미 넘치는 조직원들에 부대껴 살던 노아다. 맹물처럼 밍밍한 동급생들에겐 그 어떤 남성적 매력도 못 느낄 거라고 류지 역시 어느 정돈 예상했다. ​ 물론 금성묵이란 인간을 갑자기 툭 던져놓는다면 류지도 당장 달려가 머리통을 날려버리겠지만, 어느덧 돈독한 우정을 쌓고 나니 그만한 녀석도 없다고 생각했다. ​ ‘그래, 성묵이 너라면 노아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 간과하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아무리 류지에 비해서 묽다고는 하지만, 노아 역시 타카히나 가의 핏줄. 용혈(龍血)을 물려받은 계승자다. 헤까닥 돌면 눈 앞에 뵈는 게 없단 소리다. ​ ‘스위치 켜졌을 때 노아는 뭐, 장난 아니지….’ ​ 겉으로는 세상 긍정적이고 해피한 노아지만, 하나뿐인 여동생이 절대 만만치 않은 성격을 가진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류지. ​ 그는 조용히 성묵의 건투를 빌었다. ​ ###### ​ ​ 올리비아는 성묵의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처음에는 위태위태 해 보이더니, 어느새 각성해선 상대방을 압살해버렸다. ​ [올리비아, 네 도시락 진짜 좋더라. 지켜봐, 재밌는 걸 보여줄 테니까.] ​ 그녀의 도시락을 극찬하며 경기장에 들어선 성묵. 경기 막판에 쭈그러든 청현고 전과 달리, 지금은 경기 막판까지 힘이 넘쳤다. ​ 뻐엉!! ​ “스트라이크 아우웃…!!” ​ “우효………!!” ​ 경기를 마친 뒤 포효하는 성묵. 그는 동료들과 잠깐 회포를 풀더니, 관중석 주변을 돌다가 올리비아와 눈이 마주쳤다. ​ “…….” ​ 멀리 있어 말을 섞지는 못했지만, 맑은 웃음을 지은 성묵.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 미소의 파괴력은 상당했다. ​ 두근! ​ ‘뭐, 뭐지…?!’ ​ 올리비아는 당황스러웠다.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 처음 느끼는 묘한 감정. 그러나 정체를 알 수 없다. ​ ‘언젠가 네 요리를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찾는다면, 너는 한명의 요리사로서 오롯이 설 수 있을 것이다.’ ​ “………!” ​ 갑자기 떠오른 아버지의 말. 이 감정은 그녀가 늘 찾던 ‘누군가를 위한 요리’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올리비아의 마음속에 강한 충동이 일었다. ​ ‘…성묵 씨와 이야기가 하고 싶어.’ ​ 그리고는 직접 칭찬을 듣고 싶었다. ‘올리비아, 네 도시락 덕분에 오늘 힘낼 수 있었다.’라는 말을. ​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 드느냐에 따라, 그녀는 지금 기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올리비아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성묵이 곧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게 될 회견장 근처로 말이다. ​ ​ ###### ​ 회견이 끝나고 혼자 남게 된 뒤, 성묵은 보지 않고 쌓아둔 알림창을 켰다. ​ 띠링! ​ [경축! 강적 금강고를 상대로 승리하였습니다!] [MVP는 문혁고 3학년, 금성묵입니다!] [MVP에게 추가적인 스텟 보너스가 제공됩니다] ​ [구속 스텟이 B+ -> A로 강화됩니다!] [변화구 스텟이 B+-> A로 강화됩니다!] [커브 스텟이 B->B+로 강화됩니다!] ​ “오…!!” ​ 드디어 구속 A를 뚫었다. 이제 태양신맥 없이도 150km를 쉽게 던질 수 있게 됐다. 저점이 높아진다는 건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 ‘이제 강발(強勃)이 되면 160km를 뚫을 수 있겠군.’ ​ 물론 기본 스텟이 높아진 만큼 발동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지겠지만, 강적은 앞으로도 차고 넘칠 정도로 있는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욘 없으리라. ​ “어, 잠깐. 변화구도 A?” ​ 순간 놓치고 넘어갈 뻔했는데, 변화구 스텟 역시 A등급에 도달했다. 그 말인즉슨, 이제 A등급 아래 변화구인 스위퍼, 커브 등의 숙련도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단 뜻이다. ​ ‘아마 다음 선발쯤이면 스위퍼도 A를 찍겠는데.’ ​ 커브 역시 B+까지 올라왔으니, 그 다음 순번으로 A등급을 찍게 되리라. 그렇게 되면 적어도 피칭 바리에이션이 적어서 고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 띠링! ​ #금성묵 투수 능력치 (*포텐셜) /좌투 스리쿼터 체력: A+ (*S) 제구: B+ 직구: A (*S+) 구위: A (*S+) 변화구: A (*S) ㄴ커브: B+ ㄴ스위퍼: B+ ㄴ써클체인지업: A ​ ‘오케이, 이 정도면 만족.’ ​ 오늘 인상을 빡하고 박아넣은 덕분에, 스카우터 들의 주목은 물론 말석이나마 청소년 대표 후보로도 언급이 될 게 분명한 상황. ​ 이 정도면 최상의 스타트. 의심의 여지 자체가 없다. ​ 그런데 왜일까. ​ “……….” ​ 분명 최상의 결과인데 가슴이 허한 기분을 느끼는 성묵이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 많은 선수가 가족들에게 축하받으며 그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눈다. ​ 과거엔 그에게도 기쁜 일들을 축하해주고 같이 기뻐할 소중한 가족이 있었다. 이젠 영영 볼 수 없지만 말이다. ​ “후우….” ​ 성묵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갈 길이 먼 상황에 괜한 감상에 빠질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 “성묵 씨…!” ​ “…?” ​ 성묵은 복도의 삼거리 중앙에 서 있는데, 오른쪽 멀리서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 “올리비아?” ​ “축하해요!” ​ 다소 상기된 얼굴로 팔을 크게 휘저으며 축하하는 그녀. 뭔가 부끄러워하는 것 같은데, 답지 않은 행동을 하니 뭔가 귀여워 피식 웃은 성묵. ​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올리비아는 몸매는 몸매대로 도드라지고, 외모 또한 여전히 빛이 났다. 시기적절한 방문에 성묵은 기분이 나름 풀렸다. ​ ‘그래, 뭐. 이런 미소녀의 축하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 “성묵 선배니이임…!!” ​ “……!?” ​ 그때 삼거리 왼쪽에서 투다다 발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쾌활한 목소리. 그는 이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는 여성이 누군지 잘 알고 있다. ​ 응원복을 입고 있는 노아는 오늘도 특유의 발랄함을 뽐내고 있었다. 방금 경기에서 승리한 덕분인지, 한층 더 높은 텐션을 자랑했다. ​ “선배님, 선배니임!! 오늘 너무 좋은 경기…!” ​ 그렇게 재잘대려는 순간, 서로 눈이 마주친 올리비아와 노아. 둘은 서로를 보고는 흠칫 놀랐다. ​ “올리비아 선배?” ​ “……….” ​ 먼저 알아보며 놀란 노아. 그러나 올리비아는 곧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 “누구세요?” ​ “……!?” ​ 사실 그녀는 노아가 누군지 안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걸 티 내봤자 좋을 게 없을 거란 걸 본능적으로 느낀 올리비아. 그래서 선택한 게 ‘모른 척하기’다. ​ “하하…….” ​ 그 전략이 먹힌 것인지 노아의 스마일 페이스에 순간 금이 갔다. 다소 억누르고는 있는 듯 보이지만, 꽤 긁힌 건 분명한 모양. ​ “재밌는 분이었네요, 올리비아 선배님.” ​ “방송에서 절 보셨나 보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 “……하하,하.” ​ 빠직! 하는 소리가 들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든 성묵. 그의 머릿속에서 강렬한 싸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 ‘이거 가만히 두면 안 될 거 같은데…?’ ​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수습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성묵.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 “앗, 성묵아…!!” ​ ‘젠장, 설마…?’ ​ 또 다른 여자가 성묵의 이름을 부르며 등장했다. 아니길 바랐지만, 흰색 셔츠와 검은 치마라는 무난한 조합에도 빛이 나는 몸매와 외모의 소유자는 좀처럼 없다. ​ 오늘 성묵을 차에 태운 뒤, 맛있는 걸 잔뜩 사주며 점수를 쌓으려 했던 도연. 그녀는 성묵의 가까이에 와서는 멈칫했다. ​ 이미 성묵의 옆에 상당한 미모를 자랑하는 두 소녀가 있었기 때문. 그중에서도 올리비아와 도연은 서로를 알아봤다. ​ ‘저 아인 그때 분명히…!’ ‘…아산에서 봤었던!’ ​ 관중석에서 같이 청현고 전을 봤던 두 여성. 문혁고를 응원하는 쪽인 건 눈치를 챘지만, 성묵과 관련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한 둘이다. ​ “………….” ​ “………….” ​ 그렇게 말없이 서로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올리비아와 도연. 그리고 거기에는 의미심장한 미소로 표정이 돌변한 노아 역시 껴있다. ​ 곧 대치 상태를 유지하던 그녀들은, 의문을 해결해줄 유일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 “성묵 씨.” “성묵 선배님” “…성묵아?” ​ 꿀꺽! ​ 목 너머로 침을 삼킨 성묵. 그의 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 ““이 사람들….”” ​ “누구예요?” “누구야?” ​ “………!!” ​ 성묵의 등에 우수수 닭살이 돋았다. 그는 지금, 사나이 인생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