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랏샤이마세." ​ "......!!" ​ 따악!!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 노림수대로 제대로 받아친 타구는 하늘 높이 솟구쳤다. ​ [아, 타카히나 선수! 쳤습니다! 쭉쭉 뻗습니다!!] ​ 아슬아슬하게 파울 라인을 타고 솟구치는 공. 경기장의 모두가 공의 행방을 쫓았다. ​ [홈런입니까, 파울입니까! 아아...!!] ​ 해설위원의 탄식, 공은 관중석 두 칸 정도의 차이로 파울라인에 떨어졌다. 문혁고 측에선 탄식이 절로 나오는 상황. 귀중한 선취점의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 “끄아, 아까워어…!!” ​ "조금만 옆으로 갔어도 홈런인데…!" ​ 그래도 한 번 홈런 칠뻔한 만큼,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 관중들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류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 “쓰읍, 조졌네 이거.” ​ 방금 공으로 무조건 승부를 봐야 했다. 그의 엄청난 파워를 보여준 이상 상대방은 경계 태세를 한껏 올릴 수밖에 없다. 아마 좋은 공은 절대 주지 않으리라. ​ 지금처럼 말이다. ​ 부웅! ​ "스트라이크 아우웃!!" ​ "쩝, 이럴 줄 알았다." ​ 12-6 커브에 꼼짝도 못 하고 삼진당한 류지. '이래서 스플리터를 노렸던 건데...'라고 낮게 말하며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 다음 타자인 지수용 역시 12-6커브를 공략하지 못하며 삼진. 보란 듯 타자 세 명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태산이다. ​ '내가 너보다 더 나은 투수일 가능성.' ​ 그의 귀에 맴도는 성묵의 말. 장태산은 고개를 저었다. ​ ‘그럴 리가 없지.' ​ 확실히 대단한 기량을 가지고 있다. 좌완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그것을 이번 경기에 증명해보겠다고 생각하는 장태산. 그는 오랜만에 끓어오르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 어느덧 경기는 4회 초. 앞선 3이닝을 완벽히 막아낸 두 선발 투수의 활약으로 경기는 아직 팽팽한 0의 균형을 지키고 있다. 의외의 투수전에 양 팀 관중 모두가 놀랐다. ​ "아니, 저런 듣보를 왜 못 털어?" ​ 금강고 측은 처음 보는 투수에게 손도 못 쓰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고, ​ "금성묵 쟤, 괜히 특기생이 아닌가 보네. 잘 던지는데...?" "내말이, 1차전 안 나오길래 핫산한테 밀린 줄 알았는데." ​ 금성묵의 분전에 놀라며 이 경기, 예측하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할 즈음. 문혁고 측에 무언가 좋지 않은 것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딱! ​ 2번 타자 주영곤의 타구가 삼유간 깊숙한 곳으로 강하게 굴러갔다. 빠르게 쫓아가는 최아담, 그러나 글러브로 막아낸 최아담은 공을 흘려버렸고 주자는 세이프. ​ 최아담의 실책으로 기록됐다. ​ “크악, 이게 안 잡히네. 쏘리…!” ​ 성묵 쪽으로 사과하는 최아담. 그러나 성묵은 말없이 엄지를 척 세워줬다. ​ '최아담 수비 범위가 넓어서 실책으로 처리된 거지, 보통 유격수면 따라가지도 못해.' ​ 스피드가 S에 달하는 최아담인 만큼 수비 범위가 상당히 넓다. 그런 그에게도 겨우 글러브로 막아낼 정도라면 그냥 안타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성묵이다. ​ 다음 타자 잘 잡아내면 그만이라 생각하며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뭔가가 잘 안 풀렸다. ​ 파앙!! ​ 풀카운트 상황. 3번 타자 유재현에게 존 끄트머리에 잘 제구된 직구를 던졌지만, 심판은 묵묵부답이다. ​ [아, 저건 스트라이크 아닌가요?] [저도 들어갔다고 봤습니다만, 문혁고 측에서는 굉장히 아쉬운 상황이겠습니다.] ​ '와, 이걸 안 잡아줘?' ​ 성묵 역시 어이가 없었다. 억까에 뭐라도 감정표출을 할까 싶었지만, 금성묵 같은 외모의 소유자는 사소한 어필조차도 큰 오해를 살 가능성이 높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걸 아는 성묵은 겨우겨우 분을 삭였다. ​ 그다음은 금강고의 4번 타자, 포수 조휘결. ​ “……흠!!” ​ 콧김을 뿜으며 등장하는 조휘결. 영리한 두뇌와 함께, 상당한 파워를 보유 중인 강타자다. 아마 모두가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 “슬슬 점수 날 것 같지?” ​ “응, 조휘결 찬스에 강한 거는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 ​ 슬슬 첫 번째 득점이 날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관중들. 금강고는 특히 타선의 응집력이 좋은 만큼 이런 찬스를 그냥 날린 적이 별로 없다. ​ 압박감을 가득 품운 시선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성묵의 반응은 심플했다. ​ "………푸핫." ​ 그저 성묵은 웃었다. 갑자기 웃는 그의 모습에 해설위원들은 놀라는 반응이다. ​ [어, 금성묵 선수. 웃습니다…!] ​ [자포자기인가요, 아니면 정말로 이 상황을 즐기는 걸까요…!!] ​ '이 정도면 많이 버텼지.' ​ 성묵은 운강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것’을 발동하겠다는 신호를 말이다. ​ ‘슬슬 써볼까, 태양신맥.' ​ 쓸 수 있음에도, 일부러 쓰지 않고 있었다. 1회부터 경기 후반까지 쓸 수 있으면 벌써 썼겠지만, 태양신맥은 체력을 겁나게 먹는다. 올리비아의 도시락 펌핑으로 체력 S까지 간 지금도 마찬가지. ​ 특히 투타 능력치 전환이 체력소모가 대단히 커서, 타석에 들어섰을 때도 쓰지 않았다. 유일한 믿을맨인 리동혁에게 8회쯤 바통을 넘겨주려면 체력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참아낸 비장의 한 수. 지금이야말로 모두에 앞에 드러낼 순간이다. ​ ‘자, 쇼타임이다.’ ​ [태양신맥太陽神脈이 발동됩니다!] [직구 스텟이 B+ ->A로 강화됩니다!] [직구 스텟이 A -> A+ 로 강화됩니다!] [구위 스텟이 A->A+로 강화됩니다!] ​ 묵직! ​ 강발(強勃) 상태에 접어들며 3단계 뻥튀기된 성묵의 스텟. 중계하던 캐스터는 그의 하체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 [어어엇……!?!] ​ [저, 저게 뭔가요…?!] ​ 찍던 카메라맨조차 놀랐는지, 송출 카메라가 크게 흔들리는 장면이 중계에 그대로 송출됐다. 채팅창 역시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 ㄴ?????? ㄴ미친,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나? ㄴ와 20년 야구 보면서 이런 놈은 처음이네 ㅋㅋㅋㅋㅋㅋㅋ ㄴ 무슨 구렁이를 달고 다니노 ㅁㅊ ㄴ저 새끼 토종 한국인 맞음? 하프 흑인 아님??? ​ 식은땀을 흘리는 해설자들.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금성묵을 실드쳤다. ​ [아아, 예. 다소 혈기 왕성할 때니까요.] [예, 맞습니다. 저도 그랬던 때가 있는걸요. 잠깐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던지면….] [어엇, 금성묵 투수! 그대로 던집니다…!!] ​ 해설자들의 예상과 달리 금성묵은 바로 투구 자세를 취한다. 그것도 묵직한 하체 그대로. ​ 그리고 전광판에 드러난 구속은-, ​ 뻐엉!! ​ -157km ​ “………!!” ​ 눈을 의심케 만드는 숫자. 해설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 [백, 백오십칠!!] [이게 무슨…!!] ​ 보는 이들을 경악에 금치 못하게 하는 엄청난 직구. 타석에 들어선 조휘결은 제 눈을 의심했다. ​ ‘…공이, 솟구친다고?!’ ​ 눈앞에서 크게 떠오르는 라이징 패스트볼. 전국에 이 정도 레벨의 공을 뿌릴 수 있는 좌완은 손에 꼽는다. 그런데 처음 보는 듣보 투수가 갑자기 이런 공을 뿌린다? ​ '이런 미친, 장난치냐...!!" ​ 이전 이닝까지도 '오, 공 괜찮은데.'라는 생각 정도는 한 금강고 타자들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보다 아래라는 명제를 기반으로 한 생각. ​ 이딴 공은 전혀 계산에 없었다. 애초에 거기가 불룩 튀어나오더니 150km 중후반대 강속구를 뿌린다? 이런 미친놈은 들어본 적도 본적도 없었다. ​ 벌써 카운트가 몰렸다. 충격을 받은 탓에 머리가 복잡한 조휘결. ​ ‘젠장, 구속과 구위 전부 다 올라갔어. 직구 타이밍 맞추기 쉽지 않겠는데….’ ​ 우선은 직구에 타이밍을 맞추기로 한 조휘결. 그와 별개로 카메라는 계속해서 정신없이 전환됐다. 당황한 카메라맨이 금성묵의 하반신을 비추지 않기 위해 최적의 각도를 찾아 휙휙 돌아가는 중이다. ​ 다소 동적인 편인 야구 중계와는 성격이 꽤 다른 카메라 워크였지만, 그게 의외로 지금 상황과 퍽 어울리는 역동적인 연출이 되었다. ​ 그것도 마치, 성묵이 이 무대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 뻐엉!! ​ "스트라이크 아우웃...!" ​ “우효오.....!!” ​ 4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포효한 금성묵. 팀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가 맥없이 당해버렸다. 그 뒤의 타자라고 다르지 않았다. ​ [아, 삼진! 높은 직구로 이성운 선수를 잡아냅니다!!] [루킹 삼진!! 박철훈 선수 꼼짝도 못 하고 당합니다…!!] ​ 연이어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끝내버렸다. 야구장을 뒤흔드는 성묵의 포효. ​ 이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은 생각했다. 어쩌면 여러 의미로 미친 투수가 탄생하는 순간일지 모르겠다고. ​ ​ ​ ##### ​ 4회 말, 성묵의 두 번째 타석, 그는 이번에도 타자 능력치를 올리지 않았다. ​ ‘아직은 때가 아니야.’ ​ 컨택 위주의 승부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뒤, 땅볼 치고 아웃당해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석운강이나 류지가 뭔가 해줬으면 했지만 그 둘 역시 아직은 이렇다 할 타구를 만들지 못했다. ​ 문혁고 타자들이 점수를 못 내고 있음에도 경기가 팽팽하게 이어지는 것은 오로지 성묵의 기량 덕분. 그는 5회와 6회에도 삼진 쇼를 펼치며 금강고를 제압했다. ​ '…와, 체력 도핑 효과 개쩌네?' ​ 처음 쓸 때보다 조심히 쓰고 있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력이 꽤 남은 성묵이다. 벌써 열 번째 우효를 적립한 성묵은 팔을 붕붕 돌리며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 [금성묵 투수, 오늘 자신의 이름을 전국의 고교야구 팬들에게 각인시키는 엄청난 피칭을 보여줍니다!] ​ [놀랍습니다. 오늘 이렇게 수준 높은 투수전을 보게 될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 중계진은 이레귤러의 극치인 이 투수에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성묵을 칭찬하는 해설진. ​ 신입 카메라맨조차 언제 초첨이 흔들렸냐는 듯 그새 이젠 다소 안정적인 앵글로 성묵을 비추고 있었다. 카메라맨은 내심 직감하고 있었다. ​ '이 경기 주인공은 저 투수다...!' ​ 그는 성묵이 마운드에 있을 때나, 덕아웃에 있을 때나 최대한 원샷을 땅겨 성묵을 조명했다. ​ 어느덧 7회에 접어든 경기. 구장에 묘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슬슬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를 깨달았다. ​ "야, 잠깐만. 지금 설마..." ​ "왜 눈치 못 챘지...?" ​ 금성묵의 미친 어그로 능력에 대다수가 눈치채지 못한 사실이 있었으니, 아직 양 팀을 통틀어 단 한 개의 안타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 [엇,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만 두 투수, 아직 안타를 단 하나도 맞지 않고 있습니다!] ​ [정말이군요! 전혀 눈치 못 챘습니다. 금성묵 선수는 1볼넷, 1실책으로 노히트. 장태산 선수 역시 1볼넷으로 노히트 중입니다!] ​ 그러나 중계진은 둘 모두가 이 페이스를 이어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 [슬슬 체력 문제로 구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노히트가 먼저 깨지는 쪽은 어디일까요...!] ​ [금성묵 선수는 이번 7회 초에 금강고의 3,4,5번을 맞이합니다. 서울 시드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공포의 클린업! 슬슬 공이 눈에 익었을 타자들을 다시 한번 꺾을 수 있을지…!!] ​ "후우…." ​ 손에 로진백을 툭툭 털고는 후 불어날리는 성묵.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아, 금성묵 선수. 이전 이닝보다 표정이 한없이 진지해졌습니다…! 자신이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으로 보입니다!] ​ [이번 이닝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금성묵 투수! 노히트 노런을 위해서 무조건 잡아내겠다는 결연함이 엿보입니다!!] ​ 침을 튀겨가며 성묵의 생각을 대변하는 해설자들. 그러나 의외의 진실은, 그 모든 예측이 헛다리라는 것. 그의 표정이 진지해진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 ‘시팔, 거시기에 땀 찼네.’ ​ 성묵은 전혀 모르고 있다. 지금 자신이 노히트 노런에 도전 중이라는 사실 자체를! ​ 대기록을 깨려고 발버둥 치는 강호와, 대기록에 대한 자각 자체가 없는 투수의 대결. 그 성공 여부가 달린 운명의 이닝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