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효…!!” ​ ““…………!!!”” ​ 적과 아군 가릴 거 없이 양측 모두는 금성묵의 극적인 변화에 극히 당황했다. 특히 당하고 입장인 청현고 측이 더 충격이 컸다. ​ “뭐야 저 녀석, 갑자기 저런 볼을 던진다고…!?” ​ “지금까지 힘을 숨긴 건가?” ​ 140km대의 똥볼만 던져대다가 점수를 좀 내주니 갑자기 150km 중반의 공을 뻥뻥 던져댄다? ​ ‘오, 너희 생각보단 좀 하네. 이젠 진심으로 할게?’ ​ 아무리 봐도 금성묵에게 농락당한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식의 기만은 본래 강자의 권리. 청현고는 듣보잡 신생고 투수 따위가 자기 팀에게 이따위로 여유를 부리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이 새끼가 감히...” ​ “우릴 상대로 여력을 남겨?” ​ 그 시건방진 태도가 타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 뻐엉!! ​ “스트라이크 아웃!” ​ 독기를 품고 타석에 들어간 청현고의 내로라하는 주전 타자들이 금성묵의 막강한 직구에 순살처럼 녹아내렸다. 마치 살아있는 듯 솟구치는 금성묵표 라이징 패스트볼은 가공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위력을 품고 있었다. ​ “우효...!!” ​ 6회 말에 만난 3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3우효를 적립한 금성묵. 보는 이에게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퍼포먼스였으나…. ​ “……….” ​ “……….” ​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두 여성은 눈둘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전적으로 금성묵의 하반신에서 묵직하게 부풀어 오른 무언가 때문이다. 특히 올리비아는 두 눈을 양손으로 틀어막았다. ​ “……읏!” ​ 그러곤 힐끔힐끔 손 틈새로 보곤 하는 올리비아. 그녀는 성묵의 그곳을 보며, 오해를 해버리고 말았다. ​ ‘설마 내가 싸준 도시락 때문에?’ ​ 이번에 성묵이 해달라고 부탁한 요리는 경기를 위해 힘을 낼 수 있는 자양강장 도시락. ​ 그러나 그녀는 ‘더 맛있는’요리를 만드는 쉐프였기에 영양학적으로 얼마만큼 배분해야 적당한지를 잘 몰랐다. ​ “일단 많이 넣어볼까…?” ​ 그 결과, 남자에게 좋다는 재료를 한껏 도시락에 때려 박은 올리비아. 지금 그녀는 눈앞에 보이는 결과를 이렇게 해석했다. ​ 1. 자양강장 도시락의 효과는 엄청났다! 2. 그래서 얻은 힘 덕분에 구속이 엄청나게 빨라졌다! 3. 덤으로 하반신도 부풀어 올랐다! ​ 맨눈으로 지켜보기는 참으로 힘든 광경이지만, 나름의 보람을 느낀 그녀. ​ ‘…다음엔 더 많이 넣을까?’ ​ 그렇게 올리비아가 적절한 재료의 양을 고민하며 계속 손 틈새로 경기를 지켜보는 와중, 도도연은 피칭을 보기 위해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봤다. 물론 그녀의 얼굴은 굉장히 화끈해진 상태였다. ​ “…저 정도로 커지면 던질 때 안 아프나?” ​ 직접 남성의 것을 본 적은 없지만, 그곳이 딱딱해지면 다른 동작을 취하기 힘들다고 들은 바가 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가설. ​ “설마 저게 다 커진 게 아니야…?!" ​ 이젠 머리에서 김까지 나기 시작한 도연. 야구 생각만 하기로 한 그녀는 손부채질하며 성묵의 투구를 분석했다. ​ ‘5회까진 지금까진 일부러 전력을 숨겼어.’ ​ 청현고 측과 비슷한 결론을 낸 도연. 스킬의 각성과 음경양맥의 치료 등의 변수를 절대 알 수가 없는 그녀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결론이었다. ​ 그녀는 곧 소름이 돋았다. 구속과 회전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와중에도 금성묵의 피칭 메커니즘에는 일절 변화가 없었다. ​ ‘일정한 폼에서 직구의 구속과 회전수를 조절해...?!’ ​ 만화에는 흔히 나오곤 하는 설정이기에 사람들이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스포츠 메카닉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결론이 난 지 오래다. ​ 하지만, 지금 그녀는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었다. 불가능의 경지를 직접 재현해내는 기적같은 재능의 남자를. ​ ‘대체 저 아이의 재능은....!’ ​ 스킬빨로 보여준 퍼포먼스는 도연이 그를 역사에 없는 재능을 가진 투수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이는 훗날, 많은 구단의 스카우터들을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든 기나긴 오해의 시발점이었다. ​ “성묵아, 나이스 피칭!” ​ “아아, 감삼다.” ​ 그는 투구를 마치고는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명신우 감독이 먼저 나서 성묵의 피칭을 칭찬했다. ​ “………크흠.” ​ 물론 금성묵의 하반신에 일어난 상태 변화가 아주 신경 쓰이긴 했지만, 이 악물고 그쪽은 바라보지 않았다. ​ 다른 팀원들 역시 마찬가지. ​ “성묵 선배, 나이스 피칭!” ​ “성묵아, 수고 많았다.” ​ 금성묵에게 한마디씩 거들면서도, 최대한 그쪽으로 시선이 가는 걸 피했다. ​ “............” ​ “.............” ​ 한 차례 축하가 끝난 뒤 흐르는 의미 모를 긴장감. 모두는 이제 금성묵에게 전과는 다른 상당한 포스마저 느끼게 됐다. ​ 묵직- ​ “…!” ​ 물론 거기엔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곳의 영향도 있었다. 목욕탕에서 코끼리를 마주치게 되면 묘한 리스펙트가 솟구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몇몇 팀원들이 금성묵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속닥댔다. ​ “저거 낭심 보호대 아니지?” ​ “너 저렇게 생긴 보호대 본 적 있냐?” ​ “아, 맞네.” ​ 보호대 따위를 차서 불룩한 게 아니라, 진짜로 저 상태가 된 채로 야구를 했다는 걸 깨달은 팀원들. 여느 의미로나 금성묵은 미친 새끼라는 것엔 다들 동의하는 모양새였다. ​ “터무니없는 녀석이랑 팀이 됐네.” ​ “그러게요.” ​ 그래도 기왕 미친놈을 만날 거라면, 적보다는 같은 팀으로 만나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났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돌아온 성묵을 보며, 아까 그가 했던 말을 팀원은 떠올렸다. ​ ‘여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이냐?’ ​ 에이스가 자신감의 이유를 증명했다. 점점 문혁고 타자들에게 새로운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 ‘이거 진짜로 할 수 있겠는데?’ ​ ‘어떻게든 딱 2점만 쥐어 짜내면, 성묵이 형이 어떻게든 막아주겠지…?’ ​ 결국 ‘함 해보입시더!’라는 긍정적 사고를 장착하게 된 문혁고 타자들. 그런 건강한 마인드는 타석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 틱-! ​ “파울…!” ​ 벌써 하위 타순의 타자 한명에게 8구씩이나 던지고 있는 임태율. ​ “쯧, 치지도 못할 놈들이.” ​ 정타는 못 만들어내도, 최대한 물고 늘어지겠다는 듯이 덤벼드는 하위 타순의 타자들. 그 탓에 임태율의 투구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 따악! ​ “오케이, 1루!” ​ 결국 24구 가량을 던진 뒤에 이닝을 마무리한 임태율. 무실점에 무피안타 이닝이었지만, 뭔가가 영 찝찝했다. ​ “어휴, 귀찮아 죽겠네.” ​ “태율아, 교체해줄까?” ​ 에이스의 의향을 물어보는 감독. 점점 경기가 묘하게 흘러가긴 했지만, 딱히 신생고와의 연습경기에 에이스를 오랫동안 올려둘 필요는 없었다. 평소라면 주저 없이 응했을 임태율. ​ “아뇨, 아직은 괜찮아요.” ​ “......!” ​ “아직 손봐줘야 할 놈이 있거든요.” ​ 이글거리는 눈으로 멀찍이 마운드에 오를 준비 중인 금성묵을 응시하는 임태율. 다음 이닝엔 무조건 그를 상대하게 된다. 거기서 무조건 금성묵을 삼진으로 잡으리라 생각하는 그였다. ​ 뻐엉---!! ​ “스트라이크 아웃!” ​ “우효……!!” ​ 임태율이 뭘 하든 말든 자기 투구를 이어 나가는 금성묵. 각성 직후 최고조의 컨디션인 금성묵의 공을 건드릴 수 있는 타자는 없었고, 순조롭게 6우효가 적립됐다. ​ 이로서 7회 말의 문혁고 수비는 끝. 8회 초에 다시금 공격에 들어서는 문혁고다. ​ “오케이, 할 만해!” ​ 타석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1번 타자 최아담부터 시작됐다. 듣보잡 타자가 감히 자신을 상대로 할 수 있다며 깝죽대는 꼴이, 임태율에게는 묘하게 거슬렸다. ​ ‘이 땅딸보 새끼. 할 만하긴 개뿔이. 니가 내 공을 칠 수 있을 것 같냐…!’ ​ 임태율이 초구를 던졌다. 그 순간-, ​ “………!” ​ 최아담이 배트를 가로로 눕혔다. 세이프티 번트 동작이다. ​ 틱-! ​ 속도를 절묘하게 죽이곤 3루 라인을 타고 흘러가는 공. 3루수와 포수 중간쯤에서 공은 거의 정지해갔다. ​ “멈춰!” ​ 잡으려던 3루수를 제지하고 공을 지켜보는 임태율. 데구르르 굴러간 공은 곧 움직임을 멈췄다. ​ “페어…!” ​ 파울 라인 안쪽에서 멈춘 공. 최아담의 절묘한 세이프티 번트는 내야안타로 연결됐다. ​ “아자앗…!!” ​ 덕아웃을 향해 어퍼컷 세레모니를 갈겨버리는 최아담. 문혁고 덕아웃의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올랐다.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도도진.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덕아웃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 “……….” ​ 여기서 명 감독의 작전 싸인이 내려왔다. 그는 도진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자기 몸 이곳저곳을 터치하며 싸인을 보냈다. ​ ‘크윽, 도진아. 너밖에 없다.’ ​ 타자의 로망이 홈런이고, 투수의 로망이 삼진이라면 감독의 로망은 작전 지시를 통한 상대 팀과의 치열한 지략싸움이 있다. ​ 하지만 지금까지 작전을 걸고 싶어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 ‘아니, 무슨 팀에 돌대가리밖에 없어…!’ ​ 어째 자기 팀 사인도 못 외우는 놈들 천지였다. 그 덕에 타팀과 싸인 훔치기 논란은 없을 것 같았지만, 이걸 정말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것인지 명 감독은 슬퍼졌다. ​ 그나마 머리와 작전 수행능력 모두 훌륭한 도도진이 명 감독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 '최대한 괴롭혀라, 도진아!' ​ 타악! ​ 양손 주먹을 부딪치며 최종 싸인을 내린 명신우 감독.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곤 타격 준비 동작을 취했다. 제 1구, 임태율이 투구 동작을 취했다. 그 순간 배트를 눕히는 도도진. ​ “…!” ​ 파앙! ​ “볼!” ​ 희생 번트를 대는 척 배트를 내렸다가 바로 집어넣는 도도진. 그는 제3구까지도 이런 행동을 반복했다. ​ '번트 대, 말아? 대, 말아?' ​ '응, 번트 댈 기분 아니긴 해.' ​ 마치 이렇게 말하기라도 하듯, 도진은 감독의 의도대로 깔짝깔짝 겐세이를 넣으며 배터리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 제 4구, 포수가 일일이 신경 쓰지 말라는 신호를 준 뒤 임태율이 투구 동작에 들어가는 순간. ​ 타다닥-! ​ 1루에서 각을 보던 최아담이 2루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다면 이번에 임태율이 던진 공이 직구라는 것이고, 포수의 어깨가 아주 강하다는 것이다. ​ 파앙--! ​ ‘이건 잡을 수 있다…!’ ​ 포수는 낙승을 예상하며 공을 뽑아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 부웅! ​ 한 템포 늦게 헛스윙하는 도도진. 포수가 놀라 멈칫하는 사이, 이미 최아담은 2루에 슬라이딩하며 미끄러져 들어갔다. ​ 완벽하게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타이밍에 다소 늦은 헛스윙. 포수는 약이 올라서 심판에게 안 들리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이거 완전 뱀 새끼네, 스윙이 악랄한데?” ​ “아하,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저는 진심으로 치려고 한 건데요.” ​ “쯧….” ​ 도진이 웃으며 저리 말하니 할 말이 없는 포수. 딱히 규칙 상 저걸 제지할 방법도 없긴 했다. 그렇게 무사 2루, 2스트라이크 2볼의 상황. ​ 틱-! ​ 도도진의 선택은 희생번트였다. 1루 측으로 절묘하게 흘러간 공을 임태율이 주워들었고, 1루로 던지며 1아웃. ​ 1사 3루. 1점 뒤진 상황에서 최적의 공격 찬스가 만들어졌다. 제 역할을 마치고 돌아오는 도도진은 다음 타자인 성묵을 향해 걸어갔다. ​ "형. 부담 없이 치고 오세요. 땅볼이나 외야 플라이만 쳐도 동점이니까요." ​ “그래 인마, 수고했다.” ​ 도진의 헬멧을 퉁 치고는 타석으로 들어서는 성묵. 그는 타석에 들어서며 조용히 읊조렸다. ​ "스위치." ​ [태양신맥太陽神脈(EX) 에 의한 스텟 변화가 초기화됩니다!] ​ [파워 스텟이 B+ -> A로 강화됩니다] [파워 스텟이 A -> A+로 강화됩니다] ​ [컨텍 스텟이 C+ -> B로 강화됩니다] [컨텍 스텟이 B -> B+로 강화됩니다] ​ ​ 불룩 솟은 아랫도리에서 몸 전체로 엄청난 힘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이로써 잠깐이지만, 고교 최상급 수준의 배팅 파워를 가지게 된 성묵. ​ ‘무조건 넘긴다.’ ​ 성묵은 고작 1점 따위에 관심이 없다. 그는 머릿속에는 오직 홈런, 홈런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