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뀨잉?” 잘 손질된 연어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탈진해 있던 푸른 와이번은 눈을 동그랗게 떠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끝없이 펼쳐진 고요한 숲. 그리고 제 몸 위에 올라타겠다던 미친 인간 한 명 밖에 안 보였다. “내가 준 걸 모르겠지?” 동물과 교감하려면 직접 줘야 한다던데. 아쉽지만 직접 모습을 드러낼 순 없었다. “뀨이잉.” 그런데 와이번은 놀랍게도 갤러리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한 번 숙였다. 그런 뒤에 천천히 기어가 연어를 한 덩어리를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아니, 갤러리를 안다고?” 내 생각보다 더 똑똑한 동물이었다. 내면속의 유교맨이 만족하던 찰나, 와이번은 순식간에 연어를 다 먹었다. “뀨아앙!” - 아니 왜 먹냐? - ㅅㅂ 나는 하루종일 금식하던데 ㄴ 니네랑 주딱이랑 주는 음식이 같냐? ㅋㅋ 와이번의 눈동자가 세상 동그래졌다. 그러더니 제정신을 못 차리듯 허겁지겁 남은 연어살도 먹어치웠다. “이렇게 잘 먹을 줄 몰랐는데.” 맛만 보라고 몇 덩이 던져줬는데 생각보다 잘 먹어서 더 줬다. [‘노르웨이 생연어1kg’ 10개를 구매하셨습니다!] “뀨앙!” “허허.” 오랜만의 식사인 걸까. 맛있는지 앞발로 발을 동동 구르는 게, 완전히 개냥이였다. -쿵, 쿵. “아, 아이고.” 물론 크기가 크기인지라, 곁에 있던 기사가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와이번 서식지가 원래 해안가였다지?” 멸갤위키에서 알아본 바로 와이번은 먹이 중에서도 바다 생선을 특히 선호했다. 문제는 바다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바다 균열은 알 바가 아니긴 했지.” 바다에서 난 균열은 여태껏 방치되어왔다. 당장 지상 균열부터도 문제였으니까. 그러다보니 바다에 온갖 마수가 득세하며 오염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덕분에 와이번은 먹이 경쟁에서 밀려 하루가 허다하고 굶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손질된 연어살? “뀨잉, 뀨잉!” 살아생전 맛본 최고의 식사였을 것이다. -파다닥 긴 목을 쭉 빼내어 이리저리 돌리니,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이게 와이번의 애교? “귀여운데?” - 아니 진짜 이상하네; - 얘네 애교도 부릴 줄 알았냐 - ㅅㅂ 나는 손 뻗을때마다 물려고 하더만 - 주딱아 혹시 명령도 알아듣냐? 그때 보이는 채팅 하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채팅을 적었다. - 주딱*) 누워볼래? 물론 될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말로 해도 못 알아듣는데, 이런 글자를 어떻게 알아볼까. -벌러덩 “왓?” 그런데 놀랍게도 알아들었다. 푸른 와이번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곤 그대로 몸을 까뒤집은 것이다. - 인생 ㅅㅂ - 이런 것까지 불공평할 필요는 없잖아 - 이세계 주딱 다 해먹는 갤러리... - ㅅㅂ 나도 개번이 줘... - 주딱*) 알아 듣는다고? “뀨앙.” 와이번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리곤 갤러리 주변으로 마치 고양이처럼 몸을 비비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원래 살던 대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듯. 구속 요소가 없음에도 아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버리기까지 했으니. “이참에 키워버릴까.”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와이번은 마수도 아닐뿐더러, 그저 그런 동물도 아니었다. 엄연한 용 족에 속했으니, 유사시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 주딱*) 같이 갈래? “뀨앙!” 의사를 물어보자 곧장 좋다고 눈을 반짝인다. “아니, 나는 왜!” 그러자 반쯤 자포자기했던 기사가 억울해했다. 자기는 왜 안 되고 주딱은 왜 돼? 그런 마음인지, 기사는 연어 덩어리를 하나 들고 와이번에게 다가갔다. “자, 착하지?” 폭력은 답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조심스레 연어를 들고 와이번에게 접근했다. 푸른 와이번은 그런 기사를 갸웃거리면서 보더니. “뀨아악.” 순식간에 험악해진 얼굴로 기사의 손을 거칠게 후려쳤다. - 철썩! 그리곤 대놓고 과시라도 하듯 갤러리 창 근처에 당당히 앉았다. - 와 귀여운데 영악한 거 보소 - 누가 위인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네 - 자존심 존나 상하겠누 ㅋㅋㅋㅋ 그동안 괴롭힘 받았던 설움을 풀 듯이 대놓고 기사를 무시했다. 개냥이는 개냥이인데, 나 한정으로만 애교를 부려주는 것 같았다. “나한테 귀여우면 됐긴 해.” 문제는 어디서 기르냐는 건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드리안이었다. 가장 문제 많은 제국이었지만, 이리저리 치이면서 정상화된 제국. 현재는 꼬마 황제와 용사 대리, 다리안을 주축으로 한 성당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에반데?” 근데 거리가 너무 멀다. 게다가 아직 안정기에 접어든 게 아니라, 와이번을 키우기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 엘라드리엔은 어떠세용? - 저희가 완전 열심히 보살필게요! - (기대하는 엘프 콘) - 귀쟁이들 이때다 싶어서 점수따려는 거 역하네 그때 엘프들이 나섰지만. “엘프는 넘기고.” 기각, 고민도 안 했다. 엘프를 싫어하진 않지만, 부적합하다. 앞선 세계수 사례가 있지 않았나? 와이번이 말라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때 떠오른 게 켈리어튼이었으니. “마침 용용이도 있어서 용에 대해 주민들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나?” 이미 용머니란 폭풍이 들이닥친 덕에, 용과 기사의 나라로 인지도를 쌓고 있다. 그런데 와이번? 다들 우호적으로 귀엽게 볼 것 같다. - 주딱*) 켈리어튼으로 가자 “뀨앙!” 와이번은 잘 모르겠지만, 뭐든 좋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와이번 한 마리를 주웠다. 거대한 날개를 펼쳐 갤러리를 따라 날아오는 와이번을 보며 고민했다. “그런데 이름은 뭘로 하지?” 언제까지고 푸른색 와이번, 이렇게 부를 수는 없었다. 데려다 키우기로 한 이상 애정어린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나름 성의도 있고 부를 때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그런 이름을... “보통은 특징으로 부른다지?” 마침 내가 기르기로 한 와이번은 다른 개체보다 바다처럼 파랬다. 덩치는 성인 남자보다 큰데 마치 참새같은 귀여움까지. - 주딱*) 정했다 “뀨앙?” 귀여운 파란 참새라는 뜻의... - 주딱*) 트위터 어때 “뀨아악!” - 주딱*) 오케이 순식간에 인상이 험악해지며, 핏줄이 돋는 와이번을 보며 수긍했다. 이름은 다음에 정하는 걸로. * [제목: 근데 RPG진짜 왜 안 풀지] (마법사가 어깨에 짊어진 RPG 짤) 근데 진짜 이유를 모르겠음 풀면 좋은 거 아닌가? 딱히 주딱한테 헬프 안 치고 자가방어 되는데 킹리적 갓심으로 일부러 주딱이 권력 지키려고 그러는 덧? [추천52] [비추천241] - 세상은 넓고 병신은 많다 - 이새낀 진짜 보법이 다르긴 하네요 ㅇㅇ; - 너 목숨 한 두 개 돼? RPG 떡밥은 죽었다. 그런데 마른 장작에 분탕이 열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제목: 근데 보법들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작성자: 더딜법 (RPG 떡밥 굴리는 글 짤) 주딱이 안 판다 공지 올렸고 그걸로 다 끝난 거 아님? 왜 자꾸 마른 장작에 불 지피는지 모르겠누; [추천582] [비추천15] - ㄹㅇ 개추요 - 에휴 보법이 다 그렇죠 뭐 - 이런 글 자체도 갈라치기인 거 모름? - 아오 씹 그놈의 RPG 떡밥 좀 그만 굴려라 이에 보다 못한 고닉이 눈치를 줬으니. “둘다 같은 놈이네.” 놀랍게도 이 두 글의 작성자는 동일했다. 하나는 유동닉으로. 나머지 하나는 고닉으로. 이런 이유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재밌으니까.” 혹은 여론 조작을 위해서. 한쪽을 밉상캐릭터로 삼아두고 다른 아이디로 은근슬쩍 전체를 욕하는 것이다. 그럼 떡밥도 다시 활활 살아나고 분탕짓도 칠 수 있었다. 뻔한 분탕들의 수법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내가 알면서 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런 글 쓰는 호감고닉이 아닌데?” 이런 글을 쓸 갤럼이 아니었으니까. 더딜법은 뼛속까지 법사였다. 갤러리에 온갖 떡밥이 굴러다닐 때도. 심지어는 균열이 터져서 종족 전체에 위기가 닥쳤을 때도. - 딜법 숙련도별 화력 비교짤...jpg - 나랑 하루종일 토론할 얼법 구한다 - 오늘 정리한 불 마법 이론인데 반박 환영한다 ㄴ 아오 씹 새벽에 뭔 ㄴ 아 또 이러신다; ㄴ 할아버지 밥이나 드세요 자신이 꽂힌 것에만 몰두하는 진정한 마법사였다. 갤럼들이 좋아하진 않아도, 분탕 조작을 할 위인은 아니었단 것이다. 그래서 일단은 두고보고 있긴 한데. “계속하면 그때 잡지 뭐.” 일단 눈여겨보기로 할 즘, 마침 와이번이 켈리어튼에 도착했다. “뀨잉.” “오오 저게 바로...” 이미 갤러리에도 이야기가 퍼져서 그런가. 성벽 경비대도 신기하게 바라볼 뿐, 막아서지는 않았다. “마탑으로 보내면 알아서 잘 크겠지?” 도착지는 마탑이었다. 꼭대기에 용용이와 골드 드래곤인 말랑이도 있으니 잘 적응하리라 생각했다. “뀨아악!” 그리고 그 생각은 오산이었다. “엥?” 미리 언질을 주어 알고 있던 펠리시가 마중을 나갔고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와이번이 혼비백산 달아난 것이다. 주딱*: 님아 용용죽겠지: 아니, 난 아무것도 안 했다! 설마 눈치라도 줬나 싶어 채팅을 쳤지만, 돌아오는 건 억울하다는 반응뿐. 용용죽겠지: 날 무서워할 줄은 알았지만, 저렇게까지 경기를 일으킬 줄은 몰랐구나 용용이는 와이번을 잘 타일러 보살피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예 마주치자마자 기겁할 줄은 용용이로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뀨잉, 뀨이잉...” 와이번은 그대로 시내 거리까지 추락하듯 내려와 광장을 빙빙 돌았다. 잔뜩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는 모양이었다. “세상에.” “아니, 와이번이잖아?” 당연히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와이번의 주변으로 모였다. “아, 이러면 안 좋은데.” 생각해보면 이럴법도 했다. 같은 종이라고 섞어두려 했다니. 고양이를 호랑이와 같은 장소에 두는 거랑 다를 바가 없던 것이다. 덕분에 와이번은 광장에서 우왕좌왕 어쩔 줄 모르던 그때였다! “정숙하시오, 정숙!” 흰머리가 가득한 노인. 나 마법사요, 하는 고깔모자를 쓴 노인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단번에 와이번과 사람들 사이에 서서 좌중을 진정시켰다. “이 아이도 당황스러울 뿐이오, 그러니 그렇게 경거망동들 하지 마시오!” “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람들 사이 불안에 찬 남자가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와이번. 아무렇지 않아 하기에는 평범한 사람으로선 무서운 상대였다. 그러자 노년의 마법사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저 마음을 보여주시오.” “마음...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결국에 와이번도 하나의 소중한 생명일터니.” 노인은 경계하는 와이번에게 조금 더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끝으로 와이번의 콧잔등을 만졌으니. “자, 보시오. 얼마나 온순하지 않소?” 마법사가 보란 듯 말하던 순간이었다. “뀨아악.” “어?” - 콰직! 와이번이 입을 길게 벌려 그대로 마법사를 반으로 갈라 먹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