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순간 눈을 의심했다. 총성과 함께 갤러리 의사 한 명이 바닥에 쓰러졌다. 당연히 총은 지성체의 전유물이라 생각했으니, 설마 맞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뒤에 있다!” 갤러리 의사들은 엘리트답게 곧바로 상황 파악을 마쳤다. 동료가 쓰러지는 방향과 총성을 듣고 곧바로 등을 돌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끼에엑!” 하지만 총에 맞은 건 평범한 돼지 마수였다. 저 마수가 총을 사용했을 리가 없었다. “분명 저것보단 두 배 정도는 크고 생긴 것도 좀 더 지저분했는데.” 나는 갤러리 고닉의 마지막 상황을 기억했다. 누가봐도 나 변종이오 하게 생긴 덩치. 그리고 그 마수가 어디 있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당하게 저기 서 있었다. 수많은 돼지 마수 겸 고기 방패들을 앞에 빼곡이 세워둔 채로. 산탄총을 쥐고 있었다. - 씨발 저거 지금 산탄총 든 거임? - 아니 어캐 쓰는 거? - 어? - 저게 적 손에 들려있으니까 진짜 존나 무섭네 ㅅㅂ “마수들이 좀 안보이나 싶었더니만, 다 매복하고 있었구나.” 그동안 안보이던 마수들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그 바글바글한 숫자들은 곧 변종 마수의 소리에 너나할 것 없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끼에엑!” “꾸엑!” -타앙, 탕! 물론 한 번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마수들은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그리고 수많은 장애물 사이, 저 변종 마수가 산탄총을 쓸 수도 없었다. “남은 탄환은 두 발 밖에 없으니...” 문제는 쓰러진 갤러리 의사였다. 마수들은 마치 제 몸을 방패 삼아 갤러리 의사들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렇게 변종 마수가 죽은 갤러리 의사에게 도달할 수 있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새로운 산탄총을 얻으려고?” 이렇게까지 지능적인 마수가 있던가? “어떻게 합니까?” “수류탄부터 전부 다 까!” 갤러리 의사하면 떠오르는 리더격인 고닉 훌륭한doc가 죽었다. 갤러리 의사들은 곧장 허리춤에서 모든 수류탄의 핀을 뽑아다 허공에 뿌렸다. -콰앙!!! 곧 지천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지상에서 붉은 폭죽이 사방에 터졌다. 숲이 불길에 휩쌓이고 마수들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사라졌다. 하지만 그 위를 새로운 마수들이 달려와 덮었다. 돼지 마수 하나는 볼품없지만, 애초에 물량으로 밀어붙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더는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뒤로 물러나지.” 산탄총은 근접전에서 강하다. 하지만 완전히 들러붙는다면 결국 총기로서의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훌륭한 doc를 데리고 물러날 시간은 없었다. 이 일대의 모든 마수들이 종류별로 모여 덤벼들었으니. 파도처럼 쏟아지는 물량에 갤러리 의사들이 물러나자, 변종 돼지 마수가 침을 튀기며 웃었다. - 아니 저거 잡으면 진짜 안되는 거 아님? - 저건 총알이란 매개체도 많잖아 - 애초에 주딱이 맘먹고 지원해준 거라 총 대마법 말고도 많음; 지금에서야 반반이라지만 시체에서 무기를 회수하는 순간 끝이다. 그렇게 되면... “안 돼.” 그때 곧죽흡이 독단으로 마수들을 베고 변종 마수에게 날아갔다. “꾸에엑?” -타앙! 그 모습에 변종 마수가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곧죽흡은 순간 눈이 쫓기 힘든 속도로 몸을 틀어 방향을 바꿨다. “오?” 다 피했나 싶었지만, 산탄총 특성 상 속도는 무의미했다. 몇 발을 맞긴 했으나 전혀 치명상은 아니었다. “아니, 못 해.” 하지만 안 하는 게 좋았다. 나는 재빨리 곧죽흡에게 채팅을 보냈다. 주딱*: ㄴㄴㄴㄴ 하지 마셈 주딱*: 그냥 뒤로 빼 산탄총은 마법이 아니었다. 저거에 정통으로 맞으면 용도 죽는다. 곧죽흡에게 다급하게 채팅을 보냈으나. -타앙! “어.” 그땐 늦었다. 가장 가까이 근접해 낫을 들어올린 그 순간. “응?” 곧죽흡은 그대로 산탄총을 맞고 그대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타격을 입고 말았다. * [제목: 이거 맞음?] (곧죽흡 이었던 것) (쓰러진 채 미동도 없는 훌륭한 doc) 갤러리 내에서 절대 안 질 거 같았던 두 명인데 그냥 죽어버림 이거 진짜 대전쟁 터지냐 [추천4921] [비추천1210] - 와 저 두 명이 죽네 ㅅㅂ; - 주딱 대마법이라 어쩔 수 없긴 했음 - 하, 이제 진짜 어떻게 하냐 - 이렇게 갑자기? ㄴ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뜬금없이 터졌던 거 기억하셈. 가능성은 항상 있었음 - 저번처럼 그거 쓰면 안되냐? ㄴ 그 뭐... 하늘 가르던 유성같은거... ㄴ 던전 한번에 박살냈던 거? ㄴ ㅇㅇ ㄴ ㅇㅇ 쓰겠지. 그럼 아직 살아 있는 마을 사람이나 갤러리 의사도 다 죽겠지 갤러리는 빠르게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게 저 두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죽을 것 같지 않던 이들이었으니까. 이미 대전쟁을 한 번 겪어 본 사람들이었고, 불안감을 저마다 품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갤럼들은 갤러리가, 주딱이 굳건하길 원한 것이다. “꾸헤헤헥.” 그때 승리를 만끽하던 돼지 변종 마수가 훌륭한doc에게 다가갔다. 내가 그에게 지급했던 현대 무기를 전리품 삼아 얻으려는 생각인 것이다. - 그래서 지금 주딱은 왜 보고만 있음? ㄴ 뭐 맡겨놨냐? ㅋㅋ ㄴ 근데 솔직히 불안하긴 해 ㄴ 주딱도 갑자기 어디론가 휙 사라지면? 왜 하필 이 티이밍에 조용한 거임? 그리고 갤러리는 그런 분위기 속에 자연스레 나를 찾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흠.” 단지 화면 너머를 들여다볼 뿐. - 주딱아 진짜 저거 넘어가게 둘 거임? - 씨발 이러지마 뭐라고 말이라도 해 봐 - 뼈다귀긴 해도 용도 죽였던 무긴데, 저렇게 그냥 넘어가? 내가 아무런 답이 없으니 갤러리 댓글 비중에 고봉밥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평소의 컨셉과 말투를 버리고, 걱정이 가득 담긴 장문의 글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내가 왜?” 그런데 내가 왜? 고작해야 수류탄과 총 뿐인데? 사실 갤러리 의사들도 현대로 따지면 최신식 장비로 무장한 건 아니었다. 하물며 상점에 핵도 파는 마당에 수류탄 하나로 뭘 하겠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계속 구경만 하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꾸헤헥.” 그때 변종 마수가 훌륭한 doc의 손에 들린 산탄총을 잡았다. - 아 ㅅㅂ 안 돼 - 아 그냥 존나 답답하네 - (절규하는 엘프 콘) 그리고 전리품을 가져가려고 당기던 그때였다. -턱 “꾸엑?” 산탄총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변종 마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훌륭한 doc는 산탄총을 맞고 죽은 이후였으니. 아니 분명 그런 것처럼 보였으니까. “내가 괜히 방탄복을 안 줬을까.” 나는 현대의 군인처럼 갤러리 의사들을 소수 정예로 무장시켰다. 하지만 그들에게 딱히 방탄복이나, 헬멧 보호대 따위는 지급하지 않았다. “깝치지마, 강철 갑옷은 신이고 갤러리 의사는 무적이다.” 이미 저들은 무려 mm가 아닌, 몇 cm에 달하는 강철 갑옷을 입고 있었으니. 살아있는 강철판 덩어리들이었다. -철그럭 “꾸에엑?” 그때 죽은 줄 알았던 훌륭한doc가 멀쩡히 일어났다. - 죽은 거 아니었냐고 ㅅㅂ - 아니 어캐 살았누 시발ㄹ련아 “아니 당연한 거 아닌가?” 하지만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마수가 산탄총을 썼지만, 근접도 아닐뿐더러 제대로 조준도 안했다. 게다가 갤러리 의사는 3cm두께의 강철판을 끼고 있었는데 왜 죽을거라 생각했지? “현대 강철판이 니 친구로 보이냐?” 갤러리엔 그런 말이 있었다. 장터제는 오직 장터제로만 막을 수 있다. 훌륭한doc는 변종 마수의 물렁한 배에 물흐르듯 총구를 대었다. 적당한 근접도 아닌, 초근접 사격. 갤러리 의사는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벌벌 떠는 변종 마수를 마주한 채 말했다. “타격감을 좋아하십니까?” -타아앙! 비명을 지를 기회조차 없었다. 변종 돼지 마수는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다. * 변종 마수가 반항 한 번 못하고 죽었다. 단 몇 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꾸에엑!” “꾸엑!” 근처에 있던 돼지 마수들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훌륭한doc를 덮쳤다. 수많은 날붙이들이 그를 두드리고 총을 강탈하기 위해 총기를 잡았다. -타앙! 하지만 돌아오는 건 여러개의 납구슬이었으니. 애초에 마수들의 날붙이로는 현대 강철판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고. 완력으로 총을 강탈하기엔, 갤러리 의사는 몇cm 강철판을 몸에 두르고 뛰어다니는 초인이었다. “꾸헤엑... 꾸에에엑...” “아니 아직 살아있다고?” 그리고 놀랍게도 변종 마수가 아직 살아 있었다. 다만 어차피 냅둬도 죽을 정도로 몸 절반이 뜯겨 너덜거리는 상태였지만. 쏘기엔 총알만 아까웠다. 하지만 돼지 마수 위로 거대한 피 웅덩이가 다가와 그대로 돼지 마수를 덮쳤다. 무언가 우드득 뜯기고 녹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곧 뼈만 남고 사라졌다. “깜짝 놀랬잖아.” 물론 곧죽흡이 한 일이었다. 애초에 죽을거라 생각도 안 했다. 아무리 절대적인 마법 보호를 둘러도, 현대 무기를 막을 순 없지만. 애초에 곧죽흡은 방어를 안 한다. 일종의 목숨무한 사기캐에 가까우니, 산탄총에 맞아도 금방 회복해버린 것이다. [제목: 씨발] (제발 죽지 말라며 온갖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떠는 댓글 짤) (눈물콧물 범벅 되어 우는 셀카 짤) 씨발 나만 또 진심이었지? 진짜 위험한 줄 알았는데 ㅅㅂ 저번에 나 구해줬던 갤러리 의사쌤 죽나 싶어서 존나 질질짰는데 이게 뭐임 [추천4324] [비추천523] - 씹새야 니 셀카는 왜 올려 - 아 씨발 내 댓글도 저깄네 - 존나 부끄럽다 ㅅㅂ 난 진짜 유서까지 쓰고 지랄했는데... - 주딱*) ㅋㅋㅋㅋㅋ ㄴ 씨발 ㄴ 일부러 말 안하고 반응 구경했누 ㅋㅋㅋ ㄴ 아오 진짜 주딱시치 또 너야???? ㄴ 발딱 씨주새끼야!!!!! ㄴ 오 “근데 나름 이번 변종 마수는 머리 좀 굴렸지?” 설마 총기를 주워 쓸 줄은 몰랐다. 그리고 항상 선두에 나서서 덤벼들던 변종들관 달리, 내내 자신의 위치를 숨겼다. 물론 하필 상대한 게 저 둘이라 나한테 정보만 알려준 꼴이 되었지만. 훌륭한doc: 거대한 asshole에 도착하다 훌륭한doc: (마을 절반을 삼킨 균열 짤) 주딱*: ㅇㅋㅇㅋ 고생했음 훌륭한doc: 이제 무엇을 하다? “흠.” 그 어떤 균열보다도 거대했고 불길했다. 저 크기만큼 웨이브가 쏟아져 나온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징그럽긴 했다. “이번 변종처럼 튀지 말란 법도 없고.” 만약 그 중 몇몇이 이 땅에 숨어드는 순간 숨바꼭질 때문에 골치아파진다. 될 수 있으면 나오는 그 즉시 한번에 다 잡아야 하는데... “그럴수만 있다면 경단도 벌고 레벨업도 빠를텐데.” 레벨업도 쉽게쉽게 하고 몹들도 간단히 잡을 수 있는 방법 없나? “아.” 그때 머릿속에 한가지 영상이 스쳤다. - 샌즈TV) 국가권력급 몹타워 만드는강의입니다ㅋㅋ 구독좋아요알림까지해주세요!! 수상할 정도의 네모난 게임을 주제로 초등학생들이 명강의를 펼쳤던 몹타워 짓는 법. “이거다.” 현실판 경험치 공장, 몹타워를 지을 차례였다. 나는 곧바로 상점 카테고리를 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