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형. 최악의 형벌. 불에 타는 고통은 생명체가 느낄 수 있는 고통 중 가장 심한 것이었다. 그건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불에 데이는 순간, 생명체라면 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 씨발 존나 아프네. 매우 아프다는 것을. 그리고 다리안은 스스로 불길 속에 뛰어들었다. “이, 이런 미치광이놈이!” “으아아...” 불길 너머, 시간을 끌려던 주교파 인원들이 기겁하며 공포에 질렸다. 누군가는 악마를 보듯 소리쳤고. 누군가는 겁에 질려 벌벌 떨었으니. - 용사라 불 저항 같은 거 있는 거 아님? ㄴ ㅇㅇ 내 생각도 그럴 듯 ㄴ 그게 아니면 누가 저래 뛰어듬? ㅋㅋ ㄴ 이제 눈치챘누 갤러리에선 믿는 구석이 있으리라 여겼다. 그래도 명색이 용사니까. 분명 뭔가 있으리라고. 주딱*: 미친놈아 근데 그딴 거 없다. 미친놈이 맨몸으로 불에 다이빙했다. - 시발 잘 타는데요 - 그딴 거 없네 ㅋㅋ; - 으아악 피부 실시간으로 끓는 거 ㅅㅂ; - 와... 와 아니 존나 아프겠다... - 근데 왜 비명을 안 지름? 곧 용사에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갤러리는 혼란에 잠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살점이 익어도 다리안은 비명은커녕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으니. 불길 속을 헤쳐 나아가며 주교파 인원들을 향해 일정한 속도로 걸어갔다. “아프지 않다.” 그때 다리안이 말했다. “내 믿음을 증명하리라.” 그 기괴할 정도의 광경에 나는 그만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니 존나 아프잖아.” 다리안은 인간이다. 불에 타면 죽는다. 지금 하는 짓이 나한테 나 죽는다? 나 진짜 죽어?를 시전하는 거랑 뭐가 다르지? “그래도 갤럼이긴 하잖아.” 생명이 죽어가는데 구경할 순 없었다. 나는 시스템을 빠르게 뒤적거렸고, 곧 그를 지정했을 때 나타났던 알림 중 하나를 기억했다. [현 ‘갤주’의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맞다 이런 게 떴었지.” 갤주를 지정하자 나타났던 문구. 마치 게임 속 캐릭터 스킬트리를 찍으라는 것만 같은 알림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개화 가능한 능력 목록이 주르륵 나타났다. [‘다리안’의 개화 가능한 능력 목록입니다.] 1. 신앙심 주딱을 향한 믿음으로 신앙심을 개화합니다. 모든 공격이 성 속성으로 변하며 신성 공격에 면역이 됩니다. 2. 갤러리 용사 조금 더 많은 능력 공유를 받습니다. 신체 능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흠, 애매한데?”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이 둘이었다. 1번이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당장 다리안은 불 위를 걷고 있었다.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고 2번도 애매했다. 확실한, 얼마만큼의 신체 능력 향상이 이루어지는지 나와 있지 않았으니. 3. 의지 (비추천!)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의지?” 마침 능력은 하나 더 있었다. 문제는 제일 이해 어려운 설명이 딸려 있다는 것.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국어 지문에서만 끝나는 줄 알았는데. “흠.” 다행인 건 나는 문과였다. 이 짧다막한 설명에 유추해 보건데, 어떻게 보면 제일 사기적일 수 있는 능력처럼 보였다.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게 없다. 강한 의지만 있다면 불 속을 걷는 것도, 상처가 낫는 것도 다 가능하단 거 아닌가? “물론 그 의지 정도가 어느만큼이어야 한단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불 속에 뛰어들어 걷는 걸 보면 충분히 어울리는 능력처럼 보였다. 다만 신경쓰이는 건 이 비추천이었는데. [경고, 해당 능력 개화 시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정말 해당 능력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겁을 주는 문구에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미 생각을 마친만큼 3번을 눌렀다. “뭐, 선택해 보면 알겠지.” 왜 선택하지 말라고 했는지 모른 채. * [주딱에 의해 갤주의 능력이 개화됩니다.] [능력 – 의지]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음.” 불길 속을 걷던 다리안은 시스템의 알림을 확인하곤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내게 믿음을 증명하시라는 건가.” 처음에는 아무런 효과 없는 능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 뭐라 말 못할 풍족감이, 온몸에 타고 오르는 것이 느껴졌으니. “!” 불에 타 제 기능을 못하던 근육들이 다시 돋아나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을 거스르는 듯한 모양새로. 그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불에 타기가 무섭게 새롭게 돋아났으니.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아아!” 다리안은 감정이 벅찬 나머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불길을 완전히 건너버렸다. “...” “미친...” 불길 너머 모여 있던 이단들의 표정이 충격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마치 세상에 있어선 안 될 것을 보는 표정들로 차마 대적할 용기조차 사라졌다. 겨누던 창날이 내려가고 마법사들은 구석으로 도망쳐 웅크려 숨어버렸다. 다리안은 그 속을 마치 제 집처럼 활보하며 열심히 누군가를 찾았다. “주교!” “!” 그리고 저 끝에, 샛길로 도망치려던 마지막 주교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으아악, 씨발 오지 마! 이 괴물 새끼야!” 생물에겐 태생이 정해져 있었다. 용들처럼 태어날 때부터 위대한 존재가 있는가 하면. 인간들처럼 온몸으로 발버둥쳐야 생존할 수 있는 연약한 이들도 있었다.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용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다리안은 주딱에 대한 믿음으로 이를 넘어버렸으니. “으으...!” 주교를 지키던 병사들이 덜덜 떨며 좌우로 갈라졌다. 초라하게 남겨진 주교는 허리춤에서 십자가를 꺼내 다리안의 앞에 내밀었다. “저리 가라 이 악마놈아!” 불길 속에 뛰어들고 환하게 미소짓는 놈이 어떻게 용사란 말인가? 그때 그을림 한 점 없는 깨끗한 손이 덥썩 십자가를 잡았다. “!” 화들짝 놀라는 주교에게서 십자가를 가져간 뒤, 무언가 그의 손에 올려졌으니. “...참치캔?” 주교가 멍하니 중얼거리는 순간. -서걱! 주교의 머리가 빠르게 베였다. 모두가 침묵할 때, 다리안이 참치캔을 다시 회수해 높이 들고 소리쳤다. “새로운 신을 받들어라!” “!” “참치캔은 그분의 몸이고 콜라는 그분의 피다. 성당은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성당의 개편. 아니, 주딱교 탄생의 순간이었다. * 성당의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앞선 권력자들이 죽고 적폐가 물리적인 방법으로 척결되었다. 남아 있는 이들의 비리도 꼼꼼히 조사해 단두대 이벤트가 멈출 날이 없었다. - 캬캬캬 바로 아드리안 정상화 - 고름 새끼들 꼴 좋누 ㅋㅋㅋㅋ - 시원한 일처리는 역시 용황 아드리안에서 뒷돈은 합법이다. 그런 말까지 나오는 곳에서 다리안의 존재는 생태계 교란종 그 자체였으니. [제목: 뒷돈 먹이려던 성직자 근황...jpg] (방문이 반으로 부서져 날아가는 짤) (성직자가 기겁하며 목숨을 구걸하는 짤) 1백만 경단 뒷돈 넣어줬는데 오히려 자길 모욕하는거냐고 극대노함 뒷돈 안먹히는 사람 처음 봐서 당황하는 표정이 ㄹㅇ 개재밌음 ㅋㅋ [추천7411] [비추천12] - 와 이걸 앞에서 직관하네 ㅋㅋ - 관람료 내고 봐라 너는 - 와 아드리안 카운터네 ㅋㅋ - 아니 근데 저정도 돈이면 혹할 법도 한데 ㄴ ㄹㅇ 뭐 먹고 지냄? ㄴ (참치캔 짤) ㄴ (참치캔을 든 채 찬양하라! 용사 콘) ㄴ ㅋㅋ 별의 별 콘이 다 나오네 “뭐, 여기까진 좋은데...” 여기까진 누가 봐도 완벽한 용사의 이미지였다. 뒷돈 안 받고 적폐 청산에 압도적인 힘까지. 성당을 아예 개편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까지도 더없이 좋았다. [제목: 성당 개편 공지] 작성자: 다리안 반갑습니다 갤러리 여러분 성당 관련 중요 공지로 글을 올립니다 (기도실 중심 이세계 신 석상 짤) (다리안이 마구 부서버리는 짤) (그 자리에 미소녀 주딱 석상을 가져놓는 짤) 이세상의 신은 오직 주딱님 한 분 뿐입니다 이상한 신 믿지 마십시오 따라서 성당의 이름을 주딱교로 개명합니다 아예 개편하는 것으로 모자라 나를 숭배하는 주딱교를 만들겠다는 헛소릴 하기 전까진. -주딱*: 미친놈아 ㄴ ㅋㅋㅋㅋ 주딱 소환술 확실하네 ㄴ 이새낀 매번 숭배받을짓 해놓고 왜 숭배하지 말라는거임? ㄴ 쉿 절대 그걸 말해선 안 돼 성당은 타락한 지 오래였다. 타락한 종교 단체는 그저 고름에 불과했으니. 도려내는 건 좋은데, 이래서야 고름 위에 새로운 종양이 생기는 거랑 다를 바가 없었다. “이걸 누가 좋아한다고?” 애초에 누가봐도 사이비 단체였다. 기존의 성당이나, 갤러리나 이런 걸 옹호할 사람이 존재할 리 만무했다. -주황파) 드디어!!!!!! ㄴ 주황 믿습니다잇!!!!! ㄴ 미친새끼 안나오나 했다 ㅋㅋㅋㅋㅋ ㄴ 존버는 승리한다 표본 ㅋㅋ -주딱교 ㅅㅂ ㅋㅋ -나름 괜찮은 듯? 지지합니다 -진지하게 성당에 헌금할바에 저기가서 미소녀 주딱상보고 헌금함 ㅇㅇ “엥.” 그런데 생각보다 많았다. [제목: 주딱교가 진짜 나쁘지 않은 이유] 1. 일단 신자 등쳐먹는 짓 안함 2. 제일 높이 있는 사람이 용사인데 이새낀 그냥 뇌물을 비롯한 모든 더러운 짓을 혐오함 3. 헌금 자율화, 헌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힘 그래서 헌금 대다수가 미소녀 주딱 동상 제작비로 들어가서 퀄리티가 미쳤음 (미소녀 주딱이 미소지으며 참치캔 주는 석상) ㅅㅂ 주딱 누나 나 죽어 [추천9999+] [비추천0] -이게맞다 ㅇㅇ 그냥 씨발 3번 원툴이면서 논리적인 척 하지마라 ㅋㅋㅋㅋ ㄴ 작성자) ㅋㅋ 들켰누 -주딱*) 씨발 ㄴ ㅋㅋㅋㅋ 본인 옴? ㄴ 얜 점점 갈수록 욕설이 느는 거 같다 ㄴ 미소녀 욕설? 오히려 좋아 주딱 숭배가 밈을 넘어서 현실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안 돼.” 하지만 나로서는 달갑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이비 신 보다 갤러리 주딱이 더 좋았다. -주딱*) 님들아 이제 그만 ㄴ (멈춰! 엘프 콘) ㄴ 되겠냐? ㄴ 응 어림도 없어 숭배나 받아 ㅋㅋㅋ ㄴ 본인 이미 100경단 헌금하고 왔다 하지만 말로 해서 들은 갤럼들이 아니었다. 애초에 저 우두머리 격인 다리안부터가 불길 속에 뛰어드는데 말 다했지. “이것까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성당 문제가 해결된 건 좋았으나, 너무 과해지는 분위기를 식혀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일명 당근과 채찍 작전. [‘주딱의 장터’가 일시적으로 폐쇄됩니다.] -주딱*) [그만] ㄴ ? ㄴ 크아아아악 ㄴ 케헥, 케헤헥... ㄴ (목이 졸리는 엘프 콘) 요새 갤러리에 분탕이 많아지긴 했지. “그렇다면 Reward를 받아야겠지?” 우선 채찍부터 때릴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