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딱*: 님아 데니스: 예 주딱*: 나 여자 좋아함 살면서 고백을 처음 받아봤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다지 기분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남자에게 받은 고백은 더더욱. “복수하는 건가?” 혹시 제대로 VR 관리를 하지 않아 복수하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해였다. 데니스: 그런 것이 아닙니다 데니스: 어떻게 저 같은 한낱 인간이 그런 마음을 품겠습니까? 주딱*: 나도 한낱 인간인데? 데니스: 저는 그저 주딱님께 감사하며 존경할 뿐입니다 “고백이 아니었나.” 그저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게 되자, 그제야 안도감이 들었다. 게다가 데니스도 트라우마에서 잘 극복한 듯 보였고. 그가 저런 말을 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데니스: 그리고 언젠가 있을 대전쟁에, 주딱님의 쓸만한 패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 “대전쟁이라.” 대전쟁은 이미 한 번 일어났다. 내가 전이되기 이전에. 그리고 직접적으로 크게 언급되는 적은 없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2차가 일어나도 이상할 건 없지.” 그게 마지막은 아닐 거란 걸. 처음 바깥이 쳐들어왔을 때, 바깥은 세상을 집어삼키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상 먹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처음 전이되어서 봤던 세상 꼴이 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지금 정도면...” 하지만 시스템이 생겨났다. 완전하진 못해도, 갤럼들은 의식주의 문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고. 더 나아가 도시를 이루고 마수에 대항할 힘을 차근차근 갖추어나가고 있었다. 그에 반해 바깥이 시도하는 침략은 번번히 실패해왔다. 그럼 바깥이 침략을 그만두고 물러날까? “절대 그러진 않겠지.” 언젠가 쳐들어온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데니스처럼 전투 인력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당장은 먼 이야기였다. 세계 각지에 뿌리내린 바깥의 흔적부터 지워내는 게 우선이었다. “조만간 멸갤위키 문서라도 뒤져봐야겠네.” 대전쟁에 대해 알아보자고 생각하면서, 나는 갤러리를 끄고 잠에 들었다. * -꾸물꾸물 사방이 어둡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 눈을 뜨고 있는데 감은 것처럼, 온통 암흑만이 주변에 가득했다. 그리고. -꾸물꾸물 “아오, 이게 무슨 소리야?” 기분 나쁜 끈적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주변 사물이 분간이 될 정도의 옅은 빛이 생겨난 순간. 나는 그것의 외형을 볼 수 있었다. -꾸물꾸물 “...문어?” 내 앞에서 반복적으로 꾸물거리는 사람 만한 거대한 덩어리. 다시 보니 그건 검고 불길한 촉수 덩어리였다. 무엇보다 그것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수많은 촉수 사이에 난 충혈된 눈이 소름끼쳤다. -꾸 물 꾸 물 시선을 마주하자, 그것은 곧 내게 서서히 다가왔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지켜줄 시스템도 없었다. 오직 적대적 꾸물이와 나뿐. -꾸 물 어느샌가 코앞까지 다가온 충혈된 눈과 시선을 교환하던 그때였다. “저리 가!” 그런데 그때 건조기가 나타났다... -꾸물꾸물 건조기가 그 덩어리를 있는 힘껏 밀쳐내자. 곧 덩어리가 저 어딘가로 사라졌다. “건조기?” 어디서 나타난거지? 그리고 저 문어는 또 뭐고? 어리둥절한 내 앞에 건조기는 아무런 대답없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정확히는 붉어진 얼굴로 나를 묘하게 흘깃거리다 말했다. “가, 같이 걸어요.” “여기를?” “네...” 나는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 보이는 거라곤 온통 암흑 뿐. 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 이해 안 하면 그만이지. “정말요? 주딱님 고마워요.” 그렇게 우린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 멍하니 걷다 보니 자연스레 깨달은 게 있었으니. ‘육지 문어 덩어리랑 눈싸움하다가 건조기가 그걸 밀쳐내고 산책가자고 한다?’ 역시, 이건 개꿈이란 것이다. “헤헤...” 하지만 작게 좋아하는 건조기를 보니, 묘하게 사실적이고 또 불쌍했다. 현실에선 자주 산책가는 일이 없다보니 이런 음침한 곳에서마저 산책을 가달라고 하다니. “이런 꿈을 다 꾸네.” 맥락없는 꿈도 오랜만이었다. 나는 건조기를 물끄럼 바라보다 손을 덥썩 잡아봤다. “헤에엑.” “감촉이 진짜 같은데?” 그런데 꿈이라기엔 또 감각이 생생하다. 건조기의 손을 잡자, 꿈이라면 느낄 수 없는 따스함이나 말랑함이 느껴졌다. “왜... 왜?” 뒤늦게 건조기가 파르르 떨었다. 나는 조금 더 나아갔다. 순간 그대로 굳어버린 건조기에게 다가가, 건조기를 그대로 들어서... 그대로 다시 내려놔봤다. “아... 아으.” 건조기가 고장나버렸다.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 게 인상적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게 다 내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꿈이라고?” 저렇게까지 반응이 생생한데, 이게 전부 내 꿈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아니면 내가 어딘가에 지금 보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드득 하지만 곧 주변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모든 게 허상이라는 듯 작아지고 좁혀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아.”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뭐야, 진짜 꿈이었네?” 너무 현실적이고 생생해서 의심했는데, 정말 꿈이었다니. 나는 주변을 둘러보던 차에, 옆에 웅크리고 있는 건조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 묘하게 얼굴이 붉다. “아니면 서큐버스라서?” 건조기는 이렇겐 보여도 서큐버스였다. 어쩌면 건조기가 꾸는 꿈에 들어간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대로 갤러리를 켰다. “갤질은 못 참지.” 그건 그거고 갤질은 갤질이다. 자느라 밀린 갤질을 보기 위해, 곧바로 개념글부터 켰다. * [제목: 루미루미 팬아트 그렸다 보고가라.jpg] 작성자: 맛왕루미직속기사단장 (혀를 내밀고 얄밉게 웃는 루미 그림) (꼬리를 살랑거리는 그림 움짤) (부끄러워하면서 옷을 들추는 그림 잘림 짤) 영혼을 갈아서 만들었다 개추 좀 [추천1921] [비추천1] - 와 cex; - 디테일의 악마추 - 허벅지 삐져나온 거 씨발 너는 젠장할 천재냐??? - 빈센트 - 맛왕루미) 죽어 ㄴ 작성자)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ㄴ 와 루미루미 댓글 첨 봄 ㄷㄷㄷ ㄴ 댓글 달 시간에 뱅송켜!!!!! 잠에서 깬 나는 갤질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념글을 하나하나 뒤져보고 있으니, 다양한 념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흔한 팬아트고.” 나는 저장을 누르려다말고 거실로 나가 루미방을 한 번 확인했다. 양심상 저장은 못했다. [제목: 수인족 빠는 새끼들 진짜 다 죽여버리고 싶음 ㅋㅋ] (피투성이로 쓰러진 고블린 짤) 크아악 [추천2001] [비추천21] - 크아악 ㅇㅈㄹ ㅋㅋㅋ - 깨어있는 척하는 유쾌한 척하는 갤평 - 역시 바리에이션은 방구석씹병신등골브레이커추 ㄴ 작성자) 씨발아 말이 심하잖아 ㄴ 개새끼야 ㄴ 와 1타2피! “이건 변종이고.” 개념글은 얼핏 평화로워 보였다. 적당한 야짤과, 적당한 낚시글과 적절한 변종 바리에이션까지. 적당히 재밌고 갤질하기 좋은 소재였다. 그러던 차에 분위기가 전혀 다른 글 하나를 발견했으니. [제목: 오필리아 공작가 개같이 부활] (왕국 앞에 선 공작 짤) (참치캔여왕이 화들짝 놀라는 짤) 정문 지나가는데 레전드 목격해서 남긴다 여왕님 죽은 줄 알았던 아빠 살아 돌아옴 첨엔 미친 사람인줄 알고 막아서던 경비병들 여왕님 나오니까 당황하는데 와 어캐 살아옴 [추천3912] [비추천13] - 아오 씹 3줄요약좀 해라 ㄴ 1. 죽은 줄 알았던 여왕 아빠 살아 돌아옴 ㄴ ? ㄴ 이건 1줄 요약이잖아 - 대전쟁 이후로 실종된 거 아니었냐? - 와 이걸 살아 돌아오네 - (몰?루 엘프 콘) “음?” 짤 속에서 웬 남자와 참치여왕이 서로 부둥켜 안고 있었다. 처음 그걸 보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참치여왕 혼자 아니었나?” 참치여왕이기 이전, 그녀는 고닉 몰락귀족영애로 활동하던 시절. 그녀는 멸망한 오필리아 공작령에서 홀로 숨어 살았다. 당연히 사용인도, 혈육도 없었다. 분명 대전쟁 당시 전쟁터로 나가 그대로 실종되었다고 들었는데. “아니, 이걸 사네.” 대전쟁은 그리 오래된 역사는 아니었다. 현 세대 거의 모두가 경험했을 정도니까. 심지어 장생종이 대다수인 타종족의 경우는 모두라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반대로 짧은 기간도 아니다. “십수 년 정도였지?” 그 시절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고. 그 시절의 청년이 중년에 접어들고 있었다. 몰락영애가 참치캔여왕이 되고, 끝내 켈리어튼 왕국의 여왕이 될 정도의 기간. 그때동안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혈육이 지금에서야 돌아온다니. “왜 그동안 나오지 않은 거지?” 하다못해 갤러리에 글이라도 남겼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의아함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제목: 공작님께서 돌아오셨다 참치캔과 콜라를 대령하라] 작성자: 로이드 (연회장에서 술 퍼마시는 로이드 짤) (찌그러진 기사 개구리가 웃는 콘) 켈리어튼을 일으켜세운 영웅호걸들의 시간이다 [추천5991] [비추천31] - 아오 씹 공식이라는 새끼가 ㅋㅋㅋㅋ - 지가 제일 신났누 ㅋㅋ - 여왕기사라는 놈이 왕국에서 제일 천박하게 글씀 ㅋㅋㅋ ㄴ 하지만 호감이죠? 얼굴도 오필리아 공작이 맞다. 애초에 참치여왕이 보자마자 단번에 끌어안지 않았던가? 여태껏 신생 왕국 정상화로 온갖 연회를 참아오던 게 켈리어튼이었다. 공작의 귀환을 축하하는 의미로 연회가 성대하게 열렸다. 로이드: 경@공작귀환축하연회초대장@축 주딱*: ? 로이드: ㅎㅎ 저희가 어떻게 주딱님없이 연회를 열겠습니까 로이드: 당연히 주딱님께 누구보다 먼저 초대를 드리는 게 맞다 생각해서... ㅎㅎ 주딱*: ㅎㅎ 로이드: ㅎㅎ; 물론 나한테도 초대장은 도착했었다. “파티? 어림도 없지.” 물론 참석하는 일은 없었다. 멀리서 영혼 보내기로 공감해주며, 사이버 참석으로 대체했지만. [제목: 여왕님 귀여운 순간 짤 모음...jpg] (해맑게 웃고 있는 참치여왕 짤) (공작하고 웃으며 산책하는 짤) (새 왕국 기념, 공작 증표 달아주는 짤) 존나 귀엽다 입에 넣어버리고 싶네 [추천3921] [비추천12] - 존나 여왕님께 못하는 말이없누개추 -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는 말은 ㄴㄴ - (나야 참치캔 콘) “저렇게 웃는 건 또 처음보네.” 알고 지낸 지 어느 정도 되었다 생각했지만, 매번 외로움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척 보기에도 밝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당 게시물을 추천하시겠습니까?] 나는 글을 한 번 둘러보고 난 뒤, 축하하는 의미에서 개추를 누르려던 그때였다. 참치캔여왕님: 주딱, 주딱 마침 참치여왕한테서 채팅이 날아왔다. “뭐지, 연회중이라 바쁜 거 아니었나?” 주딱*: ㅇㅇ? 의아하면서도 일단 답장을 남겼다. 가끔 채팅을 보내는 일은 있지만, 이번에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채팅을 보내자 금세 답장이 돌아왔고. 참치캔여왕님: 이 사람 우리 아빠 아닌 것 같아 ...ㅇ︿ㅇ “왓?” 예상 못한 답장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