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대성당 내부. 맨 앞 자리에서 다리안이 앉아 있었다. 새벽 기도, 다리안에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주딱*’님이 하급 주술 저항 포션 30개를 배송했습니다!] 주딱*: 혹시 모르니까 드림 ㅇㅇ 신의 문자가 나타나기 전까진. “...드디어.” 다리안은 작게 중얼거리며 포션을 받았다. 더러운 바깥의 주술을 막아줄 신의 포션. 이로서 준비는 끝났다. “때가 되었구나.” “뀨잉?” 다리안이 손을 뻗자, 옆에서 생선을 먹던 와이번, 트위터(가명)이 고개를 들었다. 다리안은 와이번을 몇 번 쓰다듬다 곧 자리에서 일어났으니. -우르르 뒤에 있던 수많은 성당 기사 또한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사님, 설마...” 그에 바로 뒷자리에 있던 콜린이 놀란 눈치로 말을 걸었으니. 새벽 기도중에 일어나지 않는 것. 주딱의 말대로 그 이름을 입에 담지 않는 것. 이 불문율을 깨고 일어나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경의 예상대로입니다.” 다리안은 단상으로 걸어갔다. 그 중심,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성검이 가로로 누워 있었다. -우웅. 다리안은 성검을 집어들었다. 자연스레 기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검 끝을 하늘로 향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 “때가 되었다.” 성당의 정상화 이후. 주딱은 용사를 지명했다. 주딱은 영물을 보내주었다. 마지막으로 주딱은 바깥에서 몸을 보호할 영약을 보내주었으니. “신께서 바라신다.” “와아아!” “결코 다시 전쟁! 결코 다시 전쟁!” 바깥의 멸망으로 정의를 다시 세운다. 그날 아드리안은 성당을 중심으로 십자군, 아니 갤러리군이 마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 - 주딱*) ㅅㅂ 이름 개짜치네 ㄴ ㅋㅋㅋㅋ ㄴ 하지만 존나 쌔죠? 멋졌죠? ㄴ 야! 주쁠뿡! 갤군이 캐리해주께!!!! 방어하라고 포션을 줬다. 그랬더니 멋대로 해석하고 균열을 털고 돌아왔다. 심지어 이름도 갤러리군. “이건 좀...” 옛날 아드리안은 골칫덩어리 그자체였다. 툭하면 내 위치를 알아내려 하고, 암살을 시도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 베고 가르자! - 마수 사체가 산을 이룰때까지!!! - 으아악 내 마음의 빛, 하프엘프미소녀주딱! 성당 기사들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다치거나 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 걸까.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환호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광기 그 자체였다. “그때보단 나은가?” 반대편으로 가다못해 너무 치우쳐버렸다. - 근데 어캐 이겼누 시발련ㄴ아 - 심지어 균열 큰데 털고 왔네 ㄷㄷ; 문제는 성공했다는 것. 그것도 웨이브가 터지지 않은 현역 균열을 털고 돌아왔다. 내 수중에는 갤러리군이 균열을 털고 가져온 핵이 생겼으니. “기분이 이상해요콘.” 뭔가 떨떠름했다. 너무 떨떠름한 나머지 입에서 이상한 소리마저 흘러나왔다. 문제가 터지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건네주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들끼리 털고 와서 보상만 나한테 전부 바쳐버린다? - 주딱*) 무섭게 왜 이러세요 ㄴ ㅋㅋㅋ 상황이 개웃기네 ㄴ 매번 통나무 들다가 처음으로 들렸네 하지만 갤러리군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제목: 1차 원정 2차 토벌 계획] 작성자: 콜린 (성검을 들어올리는 다리안 짤) (환호하는 성당 기사 병사들) 성공적으로 전투를 마쳐, 1시간 뒤 두 번째 토벌 예정 이세상 모든 균열이 마를 때까지 [추천9999+] [비추천12] - 캬캬캬 - 같은 남자가 봐도 존나 멋있네요 ㅇㅇ - 혹시 갤러리군 증원 받나요? ㄴ 콜린) https://gall.myeolmang.com/mgallery/Gallery group ㄴ 콜린) 이쪽으로 지원 부탁드립니다 곧바로 다음 토벌을 진행했다. 심지어 그걸 원정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 왜 굳이 토벌이라고 부르나요? ㄴ 콜린) 1차 원정 계획은 1년치입니다 ㄴ ? ㄴ (엘프가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는 짤) ㄴ 이거 진짜에요? 1차 원정은, 내년 이날이 올 때까지 도시로 복귀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니까. “1년짜리 원정이라고?” 밥잠토벌. 여행도 1년동안 하면 괴롭다. 그런데 토벌이 목적이라니. 그게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얘넨 죽는 게 안 무섭구나.” 죽어도 호상, 아니 죽으면 오히려 순교였다. 물론 저 정도 규모라면 웬만한 균열들 즘이야 갈아버리겠지만. 적어도 스스로의 입장을 알아야 했다. 아직 우린 공격자의 입장이 될 수 없었다. “무조건 말려야 해.” 아드리안 제국의 주력인 성당 기사들이 죽어버리면 곤란하다. 하지만 저걸 어떻게 말리지? 웬만큼 결심하고 나온 것 같은데, 말로 말린다고 순순히 들어먹을까? - 주딱*: 아니 님아; 잠깐 멈춰보셈 그래도 일단 채팅은 남겼다. 뭐라도 해야지 결과가 나오니까. 그런데 답장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아예 새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 말씀하십시오] 작성자: 다리안 (무릎을 꿇고 있는 갤러리군 짤) 경청하고 있습니다 [추천1021] [비추천19] - ㅋㅋㅋㅋ 레전드 - 고도의 주딱 맥이기 - 근데 쓸데없이 왤캐 경건하누? 갤러리군은 햇빛이 드는 숲 공터 아래에 모여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묘하게 웅장하고 성스럽다. 그 대상이 나라는 게 문제였지만. - 주딱*) 갤러리군이란 거 좋긴한데 ㅇㅇ 이제 돌아오는 게 좋을 듯 ㄴ 다리안) 제 머리가 부족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ㄴ 주딱*) 엄 그러니까... ㄴ 주딱*) 외부 문제도 좋긴 한데, 일단은 내부가 더 중요한... ㄴ 뭐라는 거임? ㄴ 그러니까 얼굴 인증해주신단 거죠? “아오.” 최대한 돌려서 말을 하려니까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내 성격과도 맞지 않았고. 돌려 말하는 걸 포기하고 나는 시원하게 본론부터 꺼냈다. - 주딱*) ㅅㅂ 가지말라고 ㄴ 주딱*) 균열보다 당장 세계에 퍼진 마수들이 더 문제임 지금이 토벌을 갈 때냐. 당장 여기부터가 문젠데 뭘 갤러리군이란 거냐. 그런 의미로 말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평소에 말하던 내정간섭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내 지분도 크니까.” 소신발언 정도는 괜찮겠지. 듣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분이 나쁠만도 했다. 친구끼리도 지적하는 말을 듣기 싫어할 텐데 하물며 얼굴조차 모르는 남이야 당연히... - 다리안) 아아 이해했습니다! ㄴ 주딱*) 오잉 ㄴ 다리안) 토벌 계획은 즉각 중단하겠습니다. 충분히 말뜻을 이해했습니다. 수긍했다. “아니 이렇게 쉽게 수락한다고?” 무슨 용병단도 아니고, 여러 기사단이 뭉쳐 시작한 갤러리군이었다. 도리어 내가 놀랄 즘, 새 글이 올라왔다. [제목: 갤러리군 1차 원정 계획 수정] 작성자: 콜린 (성검을 들어올리는 다리안 짤) (환호하는 성당 기사 병사들) 균열 토벌이 아닌, 내부 마수 토벌 제국 과거 시절 영토 수복을 목표로 갤러리군을 이어가겠습니다 이세상 모든 세상 마수가 마를 때까지 말은 참 잘 들었다. “아니, 바뀐 게 없잖아.” 문제는 말만 잘 들었다. 내 말뜻을 오해한 갤러리군은 원정 목표를 바깥 마수에서 내부 마수로 교체했다. * “뭐?” 무너져가는 빌딩 폐허 내부. 마네킹에서 비교적 멀쩡한 옷을 고르던 오만은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끼이익...” 그 앞에 바짝 엎드린 변종 마수는 두려움에 어쩔 줄 몰라했다. 그도 그럴 게, 오만이 보낸 마수가 토벌되었다는 소식을 가져온 참이었으니. “그래서 내가 실패했다?” “끼잉...” “흥, 됐어. 가 보렴.” 오만은 손을 대충 내저었다. 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변종 마수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마수의 눈으로 밖을 구경하고 있었으니까. 마수가 황급히 도망쳐버리자, 근처 잔해물에 앉아 있던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봐준 거다?” “아무 말도 안 했다만...” “진짜 봐준 거야. 그냥 분위기만 살핀 거야.” 노인, 탐욕은 아무말도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오만의 자존심에 제대로 상처가 났다는 것. 탐욕은 구석에서 천장 무늬 개수를 세다가 물었다. “그래서 나는 왜 데려온 거지?” “내 옷차림을 보고 판단해줘야 하니까. 쇼핑에 짐꾼은 필수 요소거든.” 물론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호언장담하더니, 결국 자기도 침공에 실패하지 않았던가? 애초에 오만하게 눈이 없는 마수를 내보낸 것부터가 실패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 아무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너? 개 못하잖아. 물론 하고 싶다. 하지만 그걸 직접 입 밖으로 내뱉을 만큼 탐욕은 멍청하지 않았다. “너? 개 못하잖아.” “뭐?” 하지만 누군가는 생각만 하는 걸, 누군가는 직접 입 밖으로 내뱉는 법. 마수가 도망친 방향에서 붉은 포니테일의 여자가 잔뜩 어깨를 부풀린 채 성큼성큼 걸어왔다. “다시 말해 볼래?” 오만은 옷을 고르다 말고 불쾌한 기색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쯤이면 아무리 칠죄종이라 해도 적당히 눈치를 볼 타이밍이었다. 적어도 분노조절장애, 분노 빼고는. “개같이 실패했다고.” “마지막이야. 다시 말해 봐.” 오만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분노는 오만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로 또박또박 말했으니. “개 못 해.” 그 말에 오만의 이마에 뿔이 우드득 돋아났다. 구석에서 눈치 보던 노인이 슬그머니 빠지려던 그때였다. “나랑 내기 하나 하자.” 일촉즉발의 상황, 분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기? 이제 와서?” 물론 오만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안 그래도 자존심이 상해 머릿속이 온통 주딱으로 가득 차 있는데. 거기에다가 마음껏 긁어대던 대가는 치러야 했으니까. 하지만 분노 또한 오만만큼 오래 살아온 존재. 그녀는 오만을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쫄?” “좋아, 하자 내기.” 마법의 단어, 쫄. 그 한 마디에 오만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미소를 지었다. 분노가 내건 내기는 간단했다. “이번엔 내가 침공해보지. 성공여부에 따라 내기를 거는 거야.” 오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내기에서 절대 빠지는 법이 없으니. “실패에 걸게.” “나는 당연히... 성공이지!” 분노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애초에 살면서 져본 적이 없었다. 반칙승을 거둔 오만은 무효로 치고. “그래? 어디 한 번 해 봐.” 오만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한 번 침공을 시도해 본 경험이 있으니 더더욱 알 수 있었다. “넌 절대 성공 못 할 거야.” 분노는 실패한다. 적어도 저 너머에 주딱이 있는 한. 대전쟁 당시 소도시를 멸망시켰던 변종 마수를 보냈다. 그리고 예상대로 엘프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러다 틈이 보이면 지도계층을 암살해버릴 생각이었다. “주딱, 너 생각만큼 쉽지 않을 걸?” 하지만 주딱은 달랐다. 일말의 동요도 없이 물건을 하나 툭 던졌다. 그리고 그 물건에선 오만조차 처음 듣는 괴성과 비명이 흘러나왔다. 세상의 저주와 고통, 원망을 가득 담은 듯한 비명소리. “평범한 존재는 아니야.” 필시 그 괴물을 죽여 영혼을 물건에 마법으로 묶어둔 것이겠지. 하지만 이를 모르는 분노는 자신만만하게 손을 까딱였다. “괜찮아, 나는 방심 안 해.” 분노의 손끝에서 붉고 어두운 무언가가 소용돌이 치며 나타났으니. “인간들 이간질하는 건 일도 아니거든.” 분노는 곧 균열 너머로 분노, 짜증 등 부정적인 감정을 퍼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