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집값 미쳤네.” 수도 집값은 마치 뽑기 천장과 같다. 내가 원하는 목표의 매물은 나올 리가 없고. 원하는 매물을 마침 찾았을 때, 그 가격을 보고 욕설이 저절로 나오니까. “내가 많은 걸 바랐나?” 잠깐 고민해보지만 그렇지 않았다. 단지 빈민가에서 떨어지고 거리가 깨끗하고 사람이 많아 안전한 곳. 이 두 가지만 바랐다. 하지만 멸망 중세 도시에 그딴 건 없다. “그리고 불공평하잖아.” 고아인 여자애를 위해 집을 지어주고 나면, 그럼 나머지는? 고아는 길가의 돌멩이 만큼이나 흔하다. “집만 지어줬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지.” 식비를 비롯해 생필품에, 어린 나이라 경제 활동도 못한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물론 집값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1만 경단. 흔히 널린 집값 가격이었다. “이것도 좀 그렇지.” 집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저번에 오물 마수의 온몸 비틀기 쇼가 있고 얼마 지난 후라 그런가. 싼 매물은 대부분 집이 손상되었거나, 유사 집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상점에 집도 없고.” 결국 직접 지어야 한다는 건데. 파면 팔수록 문제가 복잡해졌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음 레벨까지 0.001% 필요합니다!] 레벨 업. 언제나 유용한 기능만을 제공했던 갤러리 레벨 업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생각보다 늦었네.” 며칠 전 거의 다 왔었던 것을 생각하면, 갑작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었다. 레벨이 오를수록 요구치가 늘어나는 경험치 양이 크게 높아져만 갔으니. 나는 간식처럼 주워먹던 경단을 아예 입에 털어 넣었고. [레벨 업! 12 → 13] 1. 기존 보유 중인 시스템 기능 강화 2. 이세계 랜덤박스 갤러리 “오.” 두 가지 선택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보통이라면 궁금해서 2번 눌렀겠지만...” 이미 가챠 시스템도 있었다. “저건 떡밥 놀이용이지.” 1번에 투자하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고민없이 1번을 선택하자, 총 2가지 강화가 이루어졌으니. [상점 품목 강화] 이젠 물품 이외의 것도 판매합니다! “상점 강화?” 내게 있어선 절대 빠져서는 안될 상점 시스템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기쁘다기보단 의아함이 더 컸다. “이미 다 있는데?” 식량이면 식량, 무기면 무기. 상점에는 없는 게 없다. 심지어는 애완돌 먹이 독특한 물건조차 있었다. 물품 이외의 것도 판매한다는 게 뭐지? “잘 모르겠으면 직접 보면 되지.” 그래서 상점에 직접 들어가봤다. 굳이 이곳저곳 뒤져볼 필요 없이, 메인에 가장 눈부시게 나타나는 카테고리가 있었으니. [상점/건축] [주택형] - 5,000p부터 시작 [시설용] - 10,000p부터 시작 . . “오?” 말 그대로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사람이나 자재 필요 없이. 물론 시스템 초반부터 존재했던 벙커를 생각하면 의아했으나,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편의성 용도구나.” 벙커는 내 생존용이었다. 반면에 건축물은 아무래도 내 생존 문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높은 가격대로 보건대 초반부에 있었어도 쓸 데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거 잘만 사용하면 활용도가 미쳤겠는데?” 여태까진 직접 인부를 구했다. 종사자가 아닐 경우, 건축 질이 떨어지는 것도 한몫했고. 무엇보다 시간과 인건비 투자까지 생각하면 그다지 효율이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상점은 달랐다. 딸깍 한 번, 종결. “일상에선 몰라도 급할 땐 써먹기 좋겠네.” 그리고 두 번째 시스템 강화. [선행 시스템 강화] 선행 포인트 환급이 두 배로 늘어납니다. 선행 관련 물품이 상점에서 대폭 할인됩니다. 갤럼에게 투자했을 때, 포인트를 환급해주던 효자 시스템이었다. “근데 두 배?” 그런데 그게 두 배나 늘었다. 아예 구매 전부터 할인까지 시작했으니. “상점은 신이고... 나도 신이다...” 이건 무적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건축이랑 시너지도 좋았다. 나는 곧바로 시설용 카테고리에 접속했다. [시설용] - 10,000p부터 시작 → 5,000p부터 시작 *투자하실 포인트를 입력하시면, 금액에 맞게 건축물이 제작됩니다. *원하는 분위기를 기입해주시면 분위기에 맞게 건축물이 제작됩니다. “직접 볼 수 없는 게 좀 아쉬운데.” 하지만 시스템이었다. 건축물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끙끙 앓을 바에, 시스템이 해주는 게 낫겠지. [용도와 분위기를 입력해주세요!] 나는 빈칸에 잠깐 고민하다가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어른보단 어린애들이 쓸 공간이니까...” 선행 시스템 업그레이드 덕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차라리 몇 명 고용해다가 선생님처럼 붙여도 괜찮겠지. 무엇보다 고아 문제.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애들이 있어야 미래가 있지.” 고아를 방치해봐야 갤러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좋을 게 없었다. 겸사겸사 사회에 나가서 써먹을 실용적인 몇가지만 가르쳐주면 좋을 것 같았다. [학습, 숙소, 넓은 공간] “이 정도면 되겠지?” 물론 큰 사업을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적당한 크기의 공간. 나는 이층집 정도의 공간을 생각했다. “보육원이 아직 중세엔 없으니까.” 원래 중세에도 보육원은 존재했다. 하지만 세상꼴이 이렇게 변하고, 그나마 남아 있던 열악한 보육원도 문을 다 닫았다. “대충 굶지 않게 보육원 역할 하다가, 왕국한테 소유권 넘기지 뭐.” 켈리어튼에 충분한 자금이 생길 때까지는 갤러리 이용자가 줄지 않는 게 중요했다. 그러다 왕국에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레 넘길 생각이었다. “원래는 집 한 채 정도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규모가 커졌다. 게다가 반값 할인에 인건비 자체도 안 들겠다, 규모를 조금 더 크게 생각하기로 했다. [투자할 포인트를 입력해주세요!] *첫 이용시 25% 추가 할인! 무려 50%에 또 25%할인이었다. 나는 큰 맘 먹고 포인트를 높게 입력했다. [투자 포인트 – 1,000,000p] “이 정도면 적당하게 나오겠지?” 물론 과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1백만 포인트? “와! 서울 집값보다 싸다!” 적당히 자고 식사할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투자 포인트 확인 중...] [시설용, ‘학습, 숙소, 넓은 공간’ 제작을 시작합니다.] “그래그래, 잘 만들어 다오.” 대충 방 여러개 있는 이층집이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할 즘, 시스템이 다시 나타났다. [‘아카데미’ 제작을 시작합니다.] “뭣?” -쿠구궁 그와 동시에 바깥에서부터 거대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으니. - 으아악 씨발 뭐에요 - 뭐, 뭐냐 저거? - 저건 도대체 뭔 마법이냐...? 빈 공터 하늘에서 자재가 떨어지더니, 곧 거대한 아카데미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길거리를 전전했다. “더러운 애...” 거지는 티가 난다. “정말 그럴까?” 핀은 자신을 가리켜 말하던 어느 귀족 부인의 표정을 기억했다. 어쩌면 맞을지도 몰랐다. 핀, 애초에 이 이름부터가 어릴 적 성의없이 지어진 남아 이름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젠 아니었다. “저, 저 옷은 처음 보는데?” “...부럽다.” 누구도 자신을 고아라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엄청난 재력 가문의 자녀일 거라면서 자신을 대하길 어려워했다. 고작 옷차림 하나 때문에. “아니, 고작이 아니야.” 자신을 무시하던 귀족 부인도, 그 아들도 이런 옷을 입지는 못했다. 먼지가 묻는 게 두려울 정도의 고급 소재의 옷감과 디자인. 핀은 목도리를 괜히 만지작거렸다. 모두 주딱 덕분이었다. - 주딱*) 도착했어? ㄴ 핀) 네...! ㄴ 주딱*) ㅇㅋㅇㅋ 잘했어. 잠시만 광장 기준 서쪽 거리 끝, 공터 앞. 비교적 개발이 덜 된 외곽이었다. 그녀의 앞에는 텅 빈 넓은 공터만이 펼쳐져 있었다. “왜 이곳으로 부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 주딱*) ㅇㅇ 됐다 그때 주딱에게서 채팅이 날아왔다. 뭐가 되었다는 걸까? 핀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였다. -쿠구궁 하늘이 열렸다. .. “어...?” 핀의 눈이 토끼마냥 동그래졌다. 그건 비유가 아니었다. 정말 우중충하던 하늘이, 구름이 열렸다. “지, 지금 이게 도대체...” 불가해한 현상 앞에 사람이 작아진다고 하던가? 핀은 딱 그런 기분이 들었다. 작은 체구에 심장이 거칠게 뛰고, 꼭 모은 두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런 와중에도 확실히 보이는 건, 그 중심에서 내려오는 것들이었으니. “...나무?” 그 가운데 온갖 자재들이 쏟아졌다. 목재, 석재, 유리, 금속 기타 등등. 다양한 형태의 자재가 소용돌이 속에 내려와 넓은 공터에 박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뼈대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으니. “대저택...” 귀족들이... 아니, 귀족들도 감히 흉내내지 못할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저택이 지어지고 있었다. 건축물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무늬의 철제 울타리가 둘러졌다. 척박했던 땅이 비옥해지고, 아름다운 잔디와 꽃밭이 형성되었다. 자신을 무시했던 그 귀족 부인조차 이런 곳에는 살 수 없으리라. “내가 이상한 걸까...?” 핀은 제 눈을 의심했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알고보면 모든 게 너무 굶은 나머지 헛것을 보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그게 사실이라는 게 확실해졌다. “어, 어어?” “하, 하늘이...” 평범하게 근처를 산책하던 행인도 장사하던 상인들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거나 입을 다물지를 못했으니. - 주딱*) 와 ㅅㅂ 이게 뭐임? “주딱님...?” 너는 왜 놀라? 그럴 동안 어느새 대저택의 완공이 끝났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 마냥. -끼이익 핀 앞에 놓인 철제 대문이 천천히 소리를 내며 양옆으로 열리기 시작했으니. “저, 정신 차려야 해.” - 핀) 이, 이거 다 뭐에요? 심장이 터질 것처럼 박동했다. 겨우겨우 정신을 차려 채팅을 보냈을 때였다. - 주딱*) 너가 지낼 집? “흐으, 허어... 헤에엑.” 결국 핀은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