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연은 이래저래 주목을 모으고 있었다. 드라마 의 주역으로 발탁된 것도 있었지만. 당장 때문에 대중의 주목도가 크게 올라가 버린 탓이다. - 주서연 언제나옴? 2화부터 노잼인데. - 다른 조도 있잖아 그거 다하려면 최소 3편임. - 그래도 다른 조는 몰아서 끝내지 않을까 - A조가 꿀잼인 걸 알면 그러시겠지. 의 1화 시청률은 무려 5퍼센트!! 종편 케이블 예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심지어 이게 1화라면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으니, 올해 예능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도 가능할 터! 잘하면 마의 8퍼센트를 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나. "2화 시청률, 4퍼센트입니다." "……." 이기태 PD는 종편 채널 'HK채널' 스태프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결과였다. "확실히 A조만 한 특색이 없어서 조금 떨어지는 것 같네요." 다들 담담한 목소리였다. 이미 촬영한 시점부터 이렇게 되리라 생각했으니까. "분명 시작 시점의 순간 시청률은 1화의 2배였습니다만." 2화의 B조 배우들도 1화 A조와 동일한 총격전 미션. 나름 치열한 총격전을 보여줬지만, 이게 막 엄청 뜨겁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우선 첫째로. "초능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배우가 없네요." "그 부분은 사실 어쩔 수 없죠. 라이브로 촬영인데 합을 맞추기 쉬운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걸 하는 배우를 고르려고 오디션을 한 게 아닌가요?" 총격전을 펼치며, 본인이 설정한 초능력을 연기한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걸 제대로 할 수 있는 이가 B조에는 사실상 전무했다. "주서연과 조서희는 다른 조로 구분했어야 했어요." "아니면 한소유라도." A조에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너무 몰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편성 자체는 랜덤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 "이거 앞으로 4화까지 시청률이 어떨지 벌써 무서운데요." 제대로 된 캐릭터가 없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반적인 연기가 아닌 '액션 연기'. 심지어 이번에 모인 멤버들도 액션 연기가 장기지 일반 연기는 대부분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캐릭터를 잡으려면 일반 연기가 되어야 하죠." "그야 주연을 맡으려면 당연한 게 아닐까요?" "근데 그게 둘 다 되는 부류가 이렇게 없을 줄이야……." 새삼. 그들은 주서연이 얼마나 괴물인지를 깨달았다. 단순히 촬영 때 보여준 진짜 초능력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은 모습들도 그렇지만, 서연은 제대로 '연기'를 한다는 게 똑똑히 느껴졌다. 악역 같은 느낌의 주인공. 그 포스를 제대로 보여줬기에, 그리고 조서희가 마지막에 반전을 안겨줬기에 1화 시청률이 대박이 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기태 PD는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어차피 A조가 진행된 시점에서 D조까지는 동일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법. 그렇다면, 조금 편법이라도 사용하는 수밖에. "인터뷰요?" "네, 후에 A조부터 D조까지 평가한 뒤에 CG를 입힌 장면을 넣을 생각이거든요." "아, 1화에서 촬영한 거에?" 서연은 잠시 1화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1화에서 기물이나 바닥이 녹색이었던 느낌이 있다. 아마 후처리로 CG를 입히기 위함이었던 걸까. "모든 조가 다 하는 건가요?" 그러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그런 생각으로 묻자. "아뇨. 4개의 조 중에 가장 평가가 좋았던 한 조만 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벌써 A조를? "물론 작업은 다른 조가 전부 1차 미션을 진행한 후에 진행하게 될 겁니다." 혹시 정말로 A조 이상의 장면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럴 일은 없겠지.' 이기태 PD는 자신을 멀뚱히 바라보는 서연을 응시했다. 신체 능력적인 부분이야 뭐,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고. '그걸 떠나서 연기.' 결국 방송에서 보여주는 건 신체 능력도 신체능력이지만 결국 연기다. 이건 단순한 예능이 아니라 오디션이니까. 서연은 본인의 신체 능력을 퍼포먼스를 백분 활용하면서, 연기도 챙겼다. 마지막에 웃음도 제대로 남겼고. '조서희 배우에게도 부탁을 해둬야겠어.' 그리고 한소유에게도. 연기란 결국 한 명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합이 맞아야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 연기. 'A조는 이게 맞아.' 다른 스태프나 PD들은 이 세 명을 각각 다른 조로 보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기태 PD의 생각은 달랐다. 이 세 명이 같은 조였기에 1화가 살아날 수 있었던 거다. 연기를 받아주고, 서연의 뒤통수를 때리는 배우. 만약 서연 혼자였다면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초능력 연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총격전도 무난하게 서연의 승리로 끝났겠지. '민도하가 잘 받아주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쪽은 연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실감 나서 사실 진짜가 아닌가 싶긴 한데……. "아, 그리고 3화, 4화는 인터뷰를 짤막하게 넣을 생각이거든요." 물론 A조만이 아니다. '하지만 A조가 비중이 제일 많을 예정이지.' 한편에 또 하나씩 하면 시청률이 떨어지기에, 섞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서연 씨는 4화 마지막에 나올 거예요." "네? 그건……." "1화에서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셨다는 거죠." 서연의 인터뷰, 그때 어떤 심정과 마음으로 임했는지 가장 마지막에 보여준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걸 보기 위해 돌아올 테니까. 그래야 3화도 미묘하게 나온다고 해도 4화에서 시청자를 복귀시킬 수 있었다. 5화를 보게 만들어야만 하니까. "그러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서연은 따로 마련된 방에서 리포터와 단독으로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렸을 때 이후로 오랜만인 느낌이.' 아역 시절에는 몇 번 했었지만, 복귀 후에는 처음이라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이야, 그러셨구나. 민도하 배우의 연기는 확실히 대단했죠! 저도 진짜인 줄 알았다니까요?" "네. 다행히 1차에서 붙으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활기찬 리포터의 말에 서연은 웃으며 답했다. 인터뷰는 대단한 건 없었다. 단지 당시 촬영 당시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 이 연기는 무슨 의도였는지. 그러한 것들을 묻는 것이었다. 가장 많이 나온 건 한소유와 함께 펼친 초능력 씬. 리포터가 그걸로 얼굴에 금칠을 해서, 솔직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아, 그리고 페인트탄을 팔이나 손으로 쳐내셨는데 상처가 나진 않으셨나요?" "네? 아, 괜찮아요." 서연은 그 질문에 싱긋 웃었다. 이 질문은 당연히 나올 거라 생각했기에, 이미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가 쓰는 화장품이 이런 거에 도움이 되거든요." "……?" 의기양양하게 답하는 서연의 말에, 리포터는 조금 당황했다. 요즘 화장품은 페인트탄도 막아주나? "아, 그, 그렇군요." "네." "정말 좋은 화장품이네요." "그럼요." 그런 묘한 대화 속에 깔끔히 마무리된 인터뷰. 그리고 그 인터뷰로, 어떤 회사의 매출이 폭등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 에클라 에투알의 백민찬 이사는 잠시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지금, 조용히 눈을 감고 사업의 신이 된 기분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이사님. 믿고 있었습니다!" "사업의 신!!" 모두가 환호하며 연신 박수를 쳤다. 아니, 뭐 그럴 수 있다. '작년 매출의 1.5배……!' 가히 고무적인 성과였다. 이제 드디어 떨어졌던 매출을 전부 복구한 것에 모자라 눈에 띌 정도로 수익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백민찬은 눈을 감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아니, 이유야 알고 있었다. 순수하게 팬심, 그리고 본인의 눈을 믿고 억지로 끼워 넣은 여배우. 주서연이 아주 대박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광고가 잘 나온 것도 있었지만. 서연이 방송에 나올 때면 화장품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아, 화장품 덕에 피부가 타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무인 서바이벌에서 그러했고. 당장 최근 출연한 4화에서도. "제가 쓰는 화장품이 이런 거에 도움이 되거든요." 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해버린 것이다. 그게 화장품과 무슨 상관이 있나 싶기는 하다만. 아무튼 그것을 본 시청자들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모양. 일이 그렇게 되다 보니. "주서연이 말하는 화장품이 뭐야?" "에클라 에투알이라는 브랜드일걸?" 그런 말이 오프라인 매장만 가도 심심치 않게 말이 들려왔다. 햇빛도 막아주고 피부의 긁힘도 막아주는 만능의 화장품. 가히 현대 과학의 승리가 아닐까. '흠.' 일련의 상황과, 수직으로 올라간 매출표를 보며 백민찬 이사는 생각했다. '이거 과장 광고로 소송이 들어오지 않으려나…….' 최근 꽤 진심으로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자사 화장품에 대한 자부심은 분명히 있었고, 자외선 차단 효과나 거친 피부를 보호해 주는 정도는 분명히 있었다. 아니, 근데 정도가 있지. 무인도 뙤약볕에서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서바이벌의 페인트탄을 어떻게 막아준단 말인가? 그런 게 되면 누가 안전 장비를 써. 다 우리 화장품 쓰지. 조금만 더 발전하면 그냥 총탄도 막겠어, 아주. 백민찬의 머릿속에서 슬슬 에클라 에투알이 군사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던 그때. "이사님." 이번에 큰 인센티브를 가져간 사업전략실 팀장 정태수가 말했다. "이번에 저희 자사 브랜드에서, 의류 사업 확장하시는 거 알고 계시죠?" "알지." "거기 모델도 주서연 배우로 하려고 하는데 어떠십니까?" 이미 다른 이사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한 모양이었다. 거기에 정태수의 눈에는 주서연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느껴지고 있었다. 아니, 물론 백민찬 이사도 무한히 신뢰하고 있었다. 다만, 이제 그 옷을 입고 예능에 나올 텐데. "나야 좋지." "그쵸? 그럼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만약 주서연 배우가 승낙한다면, 협찬할 때 옷은 좀 튼튼한 것으로 줘." "예?" "아니다. 그쪽하고 한 번 미팅을 해봐야지." 에클라 에투알에서 최근 고급 의류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해외의 일류 디자이너들을 데려오고, 여러모로 신경 써서 론칭을 준비 중이었지만. '옷은 튼튼해야 해.' 평소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던 부분이었다. 고급 의류이니 누가 그런 걸 신경 쓰나 싶지만, 주서연이 그걸 입고 다른 곳에 간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저런 활동량으로 보아, 자칫 넝마가 되어버릴 가능성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아니, 이사님. 아무리 그래도 여배우인데……." "주서연 배우님이 좀 활기가 넘치시잖아." "그랬, 던 가요?" 그 외모나 분위기만 보면 절대 활기찬 분위기가 아니었다. 근데 확실히 예능에 나온 모습만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늘 교복을 입는 것도 그게 옷이 튼튼해서 그럴 거야." 아무래도 학생의 기준으로 맞춰져 있기에 여러모로 튼튼한 재질을 사용한다. 거기다 연화 고등학교의 교복은 굉장히 좋은 재질을 사용하는 게 느껴졌을 정도. 그렇다 보니 최근 해당 업체로 여러 고등학교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 "아무튼, 미관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구성! 그리고 주서연 배우님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니 꼭 의견 물어보고." "알겠습니다." 믿음직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정태수의 모습에, 백민찬 이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화장품 매출은 서연 덕에 고공행진 중이었고. 새롭게 준비 중인 의류 쪽도 딱히 문제 되는 것 없이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었으니까.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만 보더라도 에클라 에투알에서 준비 중인 의류 브랜드가 뭐냐고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였다. '자신이 없네.' 실패할 자신이. *** "서연아, 에클라 에투알에서 의류 광고가 들어왔어." "아, 그래요?" 박은하 매니저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클라 에투알의 의류 광고라……. '그러고 보니 이쯤이었구나.' 에클라 에투알이 신규 의류 브랜드를 론칭했던 게. "으으으음." "왜 그래, 싫어?" 박은하는 서연의 모습을 보며 조금 의아한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게, 나름 고급 의류 브랜드의 의류 광고라면 여배우에게 굉장히 좋은 광고였다. 이미지에도 좋았고, 돈은 돈대로 많이 주는 편이었으니까.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그거 크게 망하는데.' 서연은 이걸 어찌할지 조금 고민되었다. 그야, 나름 에클라 에투알은 서연에게 4억을 준 소중한 회사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