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드라마 2국으로 분리될 직원들은 솔직히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1화 6퍼센트가 떴을 때만 해도 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6퍼센트면 뭐, 끝났죠." "솔직히 보니까. 설정부터 이해가 잘……." "본래 종편으로 가져갈 대본이었다고 하던데, 거기에 딱 맞네요." 1화가 방영했을 때만 해도 다들 하하호호 웃으며 그런 대화를 나눴다. 그야 6퍼센트다. 어지간해선 1화의 시청률에서 유지되는 편. 애매하게 높고, 낮지도 않은 그런 수치. 거기다 설정만 보면 무척이나 낯선 드라마였다. 창작자에게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낯설음이다. 아무리 대단한 작품도 시청자의 기호에 맞춰 설정이나 내용을 조절해야 하는 법. 이건 시청자를 고려하지 않은 드라마다.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2화를 보자. '……이게 왜 재밌지?' '뭔가, 좀 느낌이 이상한데.' 2화의 내용은 민서와 이유주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민서는 소위 말하는 부모에게 '안 되는 아이'였다. 오빠보다 성적이 조금 떨어지는 소녀. 하지만, 그 조금이 부모에게 있어선 천 길 낭떠러지만큼 큰 차이. 「부모님은 나를 귀여워하시지만 알아. 나는 그냥 귀여운 딸인 거야.」 이민서는 이유주에게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솔직히 이유주와 친해져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납득할 수 없었다. 이유주와 친해지라고 했지만, 그건 자신이 아닌 오빠를 위한 것. 그녀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그냥 애교 많고, 귀여울 뿐인 거지. 이게 애완견이랑 뭐가 다르니?」 딱히 이유주와 친해지려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냥, 무슨 말을 해도 이유주가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에, 그냥 혼자 툴툴거렸을 뿐이다. 「내게는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아. 옛적에 포기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지.」 아마 오빠인 이민혁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 그는 그냥 부모가 딸을 예뻐하기에 관대하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민서는 안다. 사람이 관대해질 수 있는 건 상대에게 아무런 기대를 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부모는 그렇다. 「나도 이젠 모르겠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대답하지 않을 걸 알기에, 민서는 매점에서 사 온 빵을 아작아작 씹으며 그리 말했다. '거창한 선전포고를 한 것 치고는 조용하단 말이야.' 학교생활에서 이유주는 그냥 평범했다. 말수도 없어서 그리 눈에 띄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냈다. 그러면서, 못하는 건 없어서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지만. 첫날 그런 말을 한 것 치고는 기묘할 정도로 조용했다. 마치, 무언가를 살피는 것처럼. 「정했다.」 그때, 가만히 있던 이유주가 입을 열었다. 정했다니? 의아한 마음에 빵을 물고, 시선을 이유주에게 돌리자. 「너로 할게.」 「무, 무슨 말이야?」 「네 쌍둥이 오빠, 이기고 싶지?」 이유주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태 조용히 있던 것이 거짓이었던 것처럼, 빵을 입에 문 민서의 얼굴에 바짝 얼굴을 들이밀며.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 이민서는 마치 빠져들듯, 이유주를 보았다. 그런 분위기였다. 마치 세상에 둘만 있는 것 같은, 그런 마력 같은 존재감이 있었다. 「어, 으응.」 「대신.」 검지를 피며, 이유주는 민서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를 믿어야 해.」 그 말은 마치 악마의 속삭임과 같아서. 「전적으로, 전부.」 민서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의 2화가 끝났다. 어른들의 시점, 그리고 아이들의 시점.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며, 서로가 바라는 많은 것이 얽히며. "묘하네요." 그것을 보았던, 드라마 2국이 내정된 직원이 말했다. "솔직히 이게 하나하나 따지면 말이 안 되는데……." "그냥 묘하게 그냥 끌려요." "아, 그래도 제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덜컹!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이들은 문이 벌컥 열리자, 순간 긴장한 얼굴로 방금 들어온 이를 보았다. 백태수. 이 드라마 2국의 왕이 될 남자. 그는 차분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늘 정원 봤습니까?" 단지 그런 말이었다. 그 말에 모여있던 PD와 직원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친 후 입을 열었다. "보기는 했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볼 만은 했던 것 같은데." "색깔이 독특하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확실히 공중파에서는 처음 보는 느낌이네요." "로맨스가 아예 배제된 느낌이라." 그런 직원들의 말에, 백태수 PD는 말없이 무언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너, 너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솔직히 불친절한 드라마던데요?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네네, 그, 그렇죠. 솔직히 2화에 10퍼센트가 나왔다지만, 아직 저희가 더 높잖아요?" 그런 그들의 말에 백태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치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고 묻는 눈이었다. 그 시선에, 애써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던 직원은 돌처럼 굳었다. '화, 화나셨나?' 그리 생각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자. 이내 백태수 PD의 입이 열렸다. "설명은 그냥 안 하는 겁니다." "네?" "설명을 하면, 시청자는 결국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백태수는 이번에 을 맡은 드라마 작가 민세희에 대한 평가를 상향 수정했다. 이전에 에서 임진하 작가가 대본을 수정하여 무너진 내용을 수습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단순히 제법, 그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고, 내용을 최대한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겁니다. 설명이 들어가면, 템포는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시청자는 생각할 시간을 가지죠. 근데 하늘 정원은 어땠죠? 어어어어? 하는 순간에 이미 끝났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자극성만을 담은 내용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뭉개도 되는 설정은 최대한 뭉개고, 독자가 개연성을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내용을 전개한다. 돌이켜보면, '~는 솔직히 말이 안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드라마를 보는 순간에는 잊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안 맞는 사람은 안 맞겠지. 아마 지독할 정도로. 하지만 드라마 작가가 생각하기에 그건 소수. 절대다수의 시청자만을 끌고 간다. 그게, 하늘 정원이 전개 방식이었다. 그걸, 의도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몰입감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아지경으로 보게 만드는 거. 나아가, 그것은 재미랑 직결되기도 하죠. 말하자면 하늘 정원은 그냥 재밌는 드라마입니다." 그런 백태수 PD의 말에 모두가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도,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니까요." 백태수는 이내 싱긋 웃었다. 순간 그가 화를 내는 줄 알고 긴장했던 이들은 그제야 얼굴을 풀었다. "3화는 저희가 다시 압도할 겁니다. 그건 제가 장담하죠."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그들이 보이지 않는 시야 속에서 웃고 있던 얼굴을 굳혔다. '그래, 지금까지는 우리가 이기겠지.' 당연히 이겨야 하는 거다. 소재의 차이가 있는데. 장르라는 것은 결국 특성을 지닌다. 현재 백태수 PD가 진행 중인 은 분명 순항 중이다. 백태수가 생각하기에, 이 드라마는 적어도 6화까지는 순항할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 6화부터의 각본. 말하자면, 본격적으로 로맨스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 "……." 그의 얼굴에 갈등이 어렸다. 결국, 그도 공중파의 PD였으니까. *** "한시름 놨네, 우리 딸." 수아는 옆에서 동생인 수연이와 놀아주는 서연을 보았다. 드라마가 분명 1화에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서연은 아무래도 좋은 얼굴이었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였다. '혹시 한 작품 망하고 싶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당연히 그럴 일은 없겠지. 아마, 서연은 그만큼 자신의 드라마에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른 이들은 다 겁을 먹는 순간에도, 혼자 멀쩡하게 있었던 걸 보면. "이런 건 또 아빠를 닮았구나." "……아빠를요?" 서연의 얼굴이 뚱해졌다. 마치, 그런 말 하지 말라는 얼굴. 다른 건 몰라도, 아빠랑 닮았다는 말은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그런 딸의 모습에 수아는 픽 웃었다. "아빠가 저래도, 결정할 때는 하는 타입이야." "그래요? 잘 모르겠는데." 서연이 보는 영빈은, 솔직히 가벼운 사람이었다. 동년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정을 지녔다는 느낌. 마치, 심성이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멈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창작자로서, 생각은 늘 젊게 해야 하니까. ……나도." 수아는 그림을 그린다. 지금은 취미에 가깝지만, 고등학교 때는 정말 열심히 그렸다. 일러스트레이터든, 혹은 게임 기획자든, 소설가든, 그리고 가수든. 결국 젊어야 한다. 생각이 늙으면, 그때가 은퇴할 때니까. "아빠가 그리 말했어." "아빠가요?" "입버릇처럼 말하지. 젊게 살아야 한다고." 그것을 위해 현재 아이들 취향의 게임도 하고. 그 감성을 잊지 않기 위해 이것 저것 하는 모양이었다. 어른이 되면, 정말 앗 하는 사이에 생각이 늙어버리니까. 몸이 늙는 것보다 빠르게. "본래 너희 아빠는 고민을 모르는 사람이었지." 수아는 서연을 바라보았다. 마치, 처음 만났을 때의 영빈을 떠올리게 하는 자신의 딸. "하지만 나이를 먹고 망설임을 얻었어. 지금도 뭔가 고민하는 모양이야." "아빠가 고민을." 진심으로 믿을 수 없다는 딸의 얼굴에 수아가 푸핫 하고 웃었다. "아마, 게임 디렉터 자리 있잖아. 그거 때문에 고민하는 거겠지." "그냥 하면 좋은 거 아니에요?" "아니, 아빠는 다른 게 하고 싶을 거야. 옛날부터 꿈이 있었으니까." 대기업의 게임 디렉터가 아니다. 영빈은 본래,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말하자면, 독립하고 싶어 했지만. "지금은 가족이 있잖니." "……." "그러니 지금 망설이는 모양이야. 예전부터 위에서 말이 나왔던 모양이거든. 이제 회사와 함께 크게 한 번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자고." 수아는 말이 없는 딸을 잠시 지긋하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번에 서연이가 연기하는 이유주라는 아이는 굉장히 슬프다고 생각했어." 서연이 맡은 배역. 의 이유주는 오직 부모님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아이였다. 그녀는 그리 움직이지 않고 싶어 했지만, 결국 자신도 모르게 부모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이유주의 아버지는, 이유주가 자신의 입시 코디네이터로서의 능력을 증명하기를 바랐다. 이유주는 그것에 대해 신물이 난 상태였고. "하지만, 결국 그 능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지." 이유주의 목적은 결국 아버지와 같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끈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발판 삼아 위로 올라갈 생각이다. 기득권이 만들어둔 벽을 넘어, 그 너머로. 하지만, 그건 결국 아버지가 바라는 것과 같다. 이유주는 위를 바라보는 법만 배웠고. 다른 것을 보는 법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슬픈 아이라고 수아는 말했다. '……확실히.' 서연은 수아의 말을 듣고 느꼈다. 여태 서연이 연기한 이유주는 나름대로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하는 소녀였다. 서연도 그렇게 연기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유주는 스스로 생각한 꿈이 없었다. 결국 그녀가 위로 올라가려는 것도 결국 아버지가 주입한 지식과 교육 때문이었다. 세상은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가 전부. 이유주는 그것을 전부 손에 넣은 자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된 건. 작은 세계에서 그것만을 보았으니까. 이유주는 본인이 내린 결정이라 생각하겠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까? "서연이는." 수아는 고민에 빠진 서연을 보며 웃었다. "왜 배우를 하고 싶었니?" 마치, 서연이 '이유주'라는 인물에 대한 고민에 답해주려는 것처럼. "본래, 다른 게 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 그 말에, 순간. 서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뭐라 대답해야 하나 망설이던 순간. "엄마!" 서연의 품에 안겨있던 수연이가 밝게 입을 열었다. "오늘 아빠는 언제 와?" 막내인 수연이는 아빠가 좋았다. 항상 아빠가 오는 시간만을 기다릴 정도로. "아빠, 오늘 약속이 있다고 했어." "약~속~?" "응, 친구랑 약속." "아빠도 친구가 있었구나." 순진무구한 수연의 말에, 서연도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을 뻔했다. 어째 자신이 자주 듣던 말 같았으니까. "응, 고등학교 친구야." 과거에는 자주 만났지만, 어른이 된 이후로는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된 친구. 오늘 영빈이 만나기로 한 이는 바로 그런 이였다. *** "와, 뭐야. 정장." 영빈은 약속한 술집에 들어가며 말했다. 술집으로 들어가자 정갈한 정장을 입은 날카로운 사내가 앉아 있었다. 샤프한 안경, 굵은 선에 냉정한 인상의 사내였다. 그는 영빈을 향해 마치 상품을 보듯 위아래로 살폈다. "그러고 회사에 다니나?" "아니, 그럼 회사를 어떻게 다녀? 아, 그리고 눈깔이 그게 뭐냐." "……." 마주 앉으며, 영빈은 대충 걸치고 있던 옷을 벗어뒀다. "그리고, 난 너처럼 많이 벌지를 못해서, 그렇게 비싼 정장 못 입는다. 그 시계는 얼마짜리냐?" "이천." "아니 씁. 더럽게 비싸네. 오늘 고기는 네가 쏴라." 영빈은 그리 말하며, 오늘 고기 다 뒤졌다. 그런 생각으로 메뉴판을 펼치다. "아참." 문득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이번에 말이야." "어." "그거 GH 그룹의 이사님이 기획했다고 들었거든. 서연이 말로는." "그랬지." "그래서 최근에 알았잖아, 인마." 영빈은 담담하게 답하는 그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야. "너 이사 언제 달았냐?" 그 말에. "아버지 회사니까." 마주 앉아 있던 GH 그룹 문화사업부 이사. 강태진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