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활이라는 게 참 묘한 매력이 있었다. 바쁠 때는 진짜 잠드는 시간도 아낄 정도로 바쁜데, 한가할 때는 또 여유가 넘친다. 특히나 신학기. 1학년 때는 대학에 적응한답시고 이곳저곳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1년 지내서 2학년이 됐다고 학기 초에도 여유롭게 지내고 있다. 개강총회가 있긴 했으나 참석하지 않고 그냥 PC방에서 게임이나 하는 등. 내 나름대로 대학 생활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개강을 하면 또 대학 근처에 이것저것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가. “와, 사람 진짜 많다.” 오늘 나랑 유아린은 그러한 인파에 휩쓸려 같이 헬스장에 왔다. 홈트만으로는 슬슬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나름 운동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으니 헬스장에 와도 될 것 같았고. 유아린도 다시 운동을 시작할 거라면서 나랑 같이 왔다. 원래는 최이서도 함께 오려고 했는데, 이제 곧 가는 MT 관련해서 교수님들이랑 1학년들과 같이 회의가 있다고 한다. 2학년이어도 임원이면 MT에 같이 끌려가야 한다는 게 참 그렇다. “점심시간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네?” 학식도 거르고 운동하겠다고 왔는데 사람이 좀 과할 정도로 많았다. 게다가 몸을 봤을 때, 대부분이 며칠 안 다닌 걸로 보인다. “이서한테 이럴 거라고 듣긴 했는데 막상 보니까 진짜 엄청 많네.” 러닝머신도 거의 꽉 차 있고, 운동기구들도 제대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어있는 걸 쓴 다음에 다른 걸 하려면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느낌. 덤벨 쪽은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쫙 잡아서 빠진 이처럼 듬성듬성 덤벨이 놓여 있고. 바벨은 아예 건드릴 수도 없다. 저긴 웨이팅이 있으니까. “여기가 이 근방에서 가장 큰 곳인데.” 아쉽긴 했으나 뭐 어쩌겠는가. “일단 옷부터 갈아입자.”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것도 곤혹스러웠다. 비어 있는 라커 찾는 것도 힘들었으니까. 가져온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후, 밖으로 나가 잠시 기다리자 유아린도 나왔다. 검은 크롭티에 루즈핏의 회색 바지. 딱 운동 잘하는 사람이 입는 느낌의 패션에 살짝 감탄이 나왔다. 게다가 크롭티 탓에 배꼽이 훤히 보였는데 최이서만큼은 아니지만 11자 복근이 희미하게 있었다. “옛날에 태권도할 때는 선명했는데.” 투덜거리면서 자기 배를 손으로 쓰다듬는 유아린.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유아린을 보곤 했으나, 녀석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최이서는 타이즈 같은 것도 자주 입던데.” 유아린도 비슷한 걸 입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운동복은 재질 탓에 서면 바로 보이잖아. 너 생각해서 안 입었지.” 장난치는 것 좀 봐라. “그것보다 나를 보고 최이서 떠올린 게 감상이야? 어쩜 이렇게 죽여 버리고 싶지?” “조울증이니? 방금까지 웃다가 왜 화를 내냐.” 아까까지는 나 발기 안 시키려고 그랬다고 비웃었으면서 이제는 다른 여자 생각했다고 짜증 낸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고 대꾸하자 한 손을 허리에 얹고, 다른 손을 목뒤에 두며 나름의 포즈를 취하고는. “어때? 예뻐?” 다시금 내게 요구해 오는 감상평. 유아린이 저렇게 입었는데 예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애초에 주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유아린을 쳐다보면서 가는 것만으로도 본인은 답을 알고 있겠지. “아, 못 참겠네.” 답을 내놓지 않은 대신, 결국 참지 못하고 나는 유아린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갑자기 거리를 좁히니 당황한 녀석. “어, 어? 여, 여기선 안 되는데?” 내가 손을 뻗자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피하진 않았는데. “지건.” 나는 손가락으로 유아린의 배꼽을 폭 찔러본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거 해보고 싶었다. “……뭐 하냐 이 새끼야.” 물론, 유아린의 반응은 날이 서 있었다. 갑자기 본인 배꼽을 찌르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아니, 버튼이 있으면 누르고 싶어지잖아? 약간 그런 의미였어.” “그런 의미가 뭔데. 내 운동복에 대한 감상평은 지건이냐?” 솔직히 지건이긴 했는데. 다른 말을 하지 않으면 여기서 나를 운동기구로 사용할 수도 있다. “진짜 솔직하게 말해?” “어, 말해봐.” “화 안 낼 거지?” “지건 보다 화낼 건 없어, 우진아.” 진짜 화난 모양이네.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이 있긴 했는데 이거 말했다가는 고소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내가 얻어맞고 유아린을 고소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신사답게 짐을 짊어지자. “지난번에 섹x 할 때 복근 한 번 핥아볼걸이라고 생각했어.” “이거 진짜 또라이네?” “그래서 말 안 한다고 했잖아! 네가 솔직하게 말하라며!” “평범하게 예쁘다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니냐?” “씨.” 괜히 말했다 싶었는데 유아린이 방긋 웃으면서 팔짱을 껴왔다. “맛있어 보였어? 좀 있다 핥게 해줘?”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좀 좋아 보이는 유아린. 이게 맞는 건가 싶었으나 뭐, 어쨌든 유아린이 넘어간다면 넘어가는 거겠지. “유산소부터 하자. 어휴, 사람이 많아서 땀내가 그냥…….” 바로 유산소를 하러 온 우리. 자리가 많지는 않았으나, 같이 붙어 있는 러닝머신 두 개가 있었기에 그걸 이용한다. 태권도를 하던 애라서 그런지 뛰는 것도 보통이 아니다. 무슨 선수처럼 규칙적인 호흡과 더불어 빠른 달리기. 나는 속도를 10보다 높게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아무래도 유아린이랑 같이 운동하면 오히려 방해만 할 것 같아서 따로 하려고 했는데. “어, 우진이?” 뒤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 러닝머신을 멈추고 확인하자 거기에는 앳된 여자애와 팔짱을 끼고 있는 정찬우가 있었다. “아, 맞다. 너도 여기서 운동했었지.” 아직 덜 친할 때, 최이서랑 같이 운동 왔다가 마주친 적이 있었다. “야, 찬우 왔어. 인사 좀 해.” “나 러닝 중이잖아.” 그만하고 인사 좀 하라니까 오히려 귀찮다면서 대충 손짓한다. “찬우 여자친구분도 오셨어.” 굳이 말을 덧붙여주고서야 유아린이 러닝머신을 멈추고 이쪽으로 다가와 인사했다. 찬우 여차친구는 건공과 1학년으로 알고 있는데 딱 풋풋한 감성이 있었다. 나는 찬우를 남자친구로 둔 여자라면 어깨를 으쓱이거나 대놓고 자랑할 줄 알았다. 자신의 애인이 예쁘거나 능력이 좋으면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느끼기 쉬우니까. 하지만. “아, 안녕하세요. 건공과 1학년 허정아라고 합니다.” 의외로 찬우의 여자친구분은 썩 표정이 좋지도 않았고, 찬우랑 가까워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팔짱은 놓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최소한의 관계 유지를 위한 거랄까. “같이 운동할까? 운동 보조하면서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찬우가 저렇게 보여도 헬스장에 꽤 오래 다니던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보조해 준다니 나야 환영이지만. “아니, 됐어. 너 여자친구분이랑 왔는데 방해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네.” 넌지시 거절하자 찬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갸웃거린다. “그래? 뭐 방해될 게 있나? 우리는 우리끼리 알아서 노는 건데.” 여자친구 표정이 더 안 좋아진다. “야, 가라고.” 보다 못한 유아린이 손짓하면서 정찬우를 쫓아낸다. “여자친구분은 우리랑 초면인데 불편하실 수도 있지. 너는 애가 왜 그렇게 매너가 없냐.” “……그런 거야?” 애매한 대답을 내놓은 채로 결국 가버린 찬우와 허정아. 그 뒷모습을 보며 유아린은 답답하다며 가슴을 두드린다. “아오, 지 여자친구가 딱 봐도 불편해하고 있는데 그걸 못 알아봐?” “찬우가 연애 쪽으론 눈치가 좀 없긴 해.” “얼굴만 반반하면 뭐 하냐. 저거 등신 같아서는. 쟤는 얼굴 아니었으면 진즉에 차였을 게 딱 보인다.” 내가 느꼈던 어정쩡한 거리감을 유아린도 느꼈던 모양이다. 일종의 계륵 아닐까. 내가 사귀기에는 좀 그런데, 남한테 주기에는 아까운. “나중에 찬우한테 솔루션 같은 거 해줘야겠다.” 찬우에게 연애에 대해서 특강을 해주자고 다짐했는데, 옆에 있던 유아린이 혐오스럽단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네가? 니는 뭘 잘하시는데요?” “…….” “그만둬라. 남 여자친구랑 연애사정 신경 쓰지 말고, 나랑 운동이나 하자 저거 기구 빈다.” 가슴 운동하는 운동기구가 비어서 그쪽으로 간다. 유아린이 하는 걸 멀뚱히 보고 있자니, 장난치고 싶어졌지만 운동할 때는 다칠 수도 있으니까 일단 참는다. ‘그러고 보니까.’ 헬스장에서 하는 야동을 지난번에 다운 받아뒀던 거 같은데. 별 의미 없이 멍하니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유아린이 빤히 이쪽을 쳐다보며 묻는다. “어때? 좀 커진 것 같아?” “뭐가?” “가슴 운동했으니까 가슴을 말하는 거지.” “……그게 그렇게 빨리 자라나?” 어처구니없다 싶으면서도 가슴을 빤히 쳐다보면서 침음성을 흘린다. “흐으음, 똑같은데?” “스포츠 브라 때문에 압박돼서 그런가?” “근데 가슴이 커지려면 헬스장에 오는 게 아니라 의사 선생님한테 가야 하는 거 아냐?” 째릿하고 노려보는 유아린. 바로 눈을 깔면서 못 본 척한다. 지난번에 1아린 사건 이후로 은근히 가슴을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인데. 여기서는 전 여친이 있던 내가, 연애의 테크닉이 가득 담긴 배려 넘치는 멘트를 해줘야겠다. 찬우가 와서 이런 걸 배워야 하는데. “아린아, 가슴 크기보다는 감도가 중요한 거야.” “…….” “나는 톡 치면 흐느끼는 너의 허접스러운 가슴을 좋아한-.”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바로 유아린이 주먹을 들고 때리려고 쫓아왔기 때문에 도망치느라 바빴으니까. “에휴, 경쟁자들이 전부 가슴이 크니까 괜히 나도 초조했네.” 결국 헬스장 구석에서 두들겨 팬 다음에 투덜거리는 유아린. “예린이는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커졌냐? 분명 1학기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매일 야한 망상만 해대니까 그런 거 아냐?” 당장에 오늘도 섹x 하고 싶다고 대나무숲에 올리지 않았는가. 익명90한테 밀린다고 나한테 따로 투정 부리기까지 했다. 뭐, 이런저런 얘기를 해봤자 결국 아무 의미 없는 질투였기에. 우리는 다른 운동 몇 개 더 한 다음 트레이닝 룸으로 가서 스트레칭을 몸을 풀고 가기로 했다. “여긴 한적하네.” “보통 무게 치는 것만 집중하지 끝나고 몸 푸는 건 크게 신경 안 쓰니까.” 유아린은 그리 중얼거리며 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는다. 아무도 없어서 우린 너튜브에서 나오는 몸 푸는 스트레칭을 같이했는데. 이것도 살짝 땀이 날 정도로 힘들긴 했다. 다 끝나고 슬슬 가는 건가 싶었는데. 자신의 가슴을 조물딱거리던 유아린은 진심으로 내게 물어온다. “야, 진짜 좀 커진 것 같아.” “개소리야, 그렇게 단기간에 안 커져.” “아니, 진짜임. 만져 봐.” 성큼 앞으로 다가오며 가슴을 내미는 유아린. 얘가 남자 무서운 줄 모른다고 주의를 주면서도 손은 가슴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치? 좀 커진 것 같지?” “음? 그런가?” “약간이지만 커졌- 움켜쥐지 마, 이 새끼야.” “본능임.” 나도 모르게 움켜쥐어 버렸다. “엉큼하긴.” 내 손을 치우며 그대로 몸을 틀어 나한테 기대오는 녀석. 서로가 땀을 흘린 상태였기에 찝찝할 수도 있었으나, 오히려 농밀하단 느낌이 들었다. 손이 자연스럽게 뒤에서 그녀를 껴안는 것처럼 되었으나, 내리 앉은 곳은 가슴 위였다. “마사지 배웠어.” 옷 너머로 주물럭거리자 유아린의 다리 힘이 풀리는지 천천히 바닥에 앉게 되었고. 결국 내 가슴에 기댄 채로 앉아 있는 구도가 되었다. “딱 봐도 야동에서 배웠겠네.” “…….” “말 못 하는 거 봐라. 하여간 찬우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남자라는 놈들이 이상한 환상에 빠져- 흐읏?!” 유아린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듣기 싫었기에 아예 옷 안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으니까. 크롭티를 입고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축축하게 젖은 스포츠 브라에 닿을 수 있었다. “너, 여기서 하면-!” 말은 그렇게 하지만 꾹꾹 만져주면 잘 느낀다.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로, 몸을 비틀면서 애써 느끼지 않으려 노력한다. “허접 유아린.” “하, 지마앗!” 이미 나한테 뒤에서 완전히 잡혀 있는 상태였기에 도망치지도 못한다. 생선이라도 잡은 기분이었다. 품 안에서 팔딱거리는데 정작 밖으로 도망치지는 못하는. “따암! 흘렸잖아아! 부끄럽다고!” 확실히 손이 축축해지긴 했다. 크롭티 내부가 찐득할 정도로 젖어있기도 했고 말이다. 나는 걱정 말라고 목덜미를 한 번 핥아줬는데 그 탓에 긴장하고 있던 몸에 힘이 풀렸는지 살짝 늘어졌다. “히익?!” “안 더러움. 마시따.” “좆같네 진짜!” 최근 최이서도 그렇고 서예린도 그렇고. 화만 나게 하고 풀어주지를 않아서 가까스로 참고 있던 성욕이 터져 나온 걸까. 미약하게 저항하는 유아린을 놓아주지 않으려고 손에 살짝 힘을 주자. 녀석이 신음을 참지 못하고 허리가 꼿꼿하게 선다. 다리가 땅을 밀어내듯 방황하는 게 은근 꼴릿하다. 우웅! “톡 왔나 봐.” “아, 라앗!” “확인해 봐.” 말은 또 잘 듣는 유아린. 내 어깨에 뒤통수를 기댄 채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핸드폰을 꺼내 든다. “후읏, 2, 2학년 단톡이네. 이번에 MT 갈 사람 말 좀 해달래.” 같이 헬스장 못 온 최이서가 애들한테 공지를 돌리는 중이었다. - 서예린: 저랑 김우진이욧. 바로 답장이 온 서예린. 1학년 때 안 갔으니까 MT 같이 가자고 했던 서예린의 제안이 떠올랐다. “얘, 얘가 왜 너까지 붙여서 말하냐?” 은근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이쪽을 힐끔 노려보는 유아린. 뿐만 아니라 단톡방 분위기도 묘했다. 서예린이 굳이 콕 찝어서 나를 불렀다는 걸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 “지난번에 같이 가자고 했거든.” “후우, 나한테는 말도 안- 그, 그만 좀 주물러봐!” 내 손을 빼내려고 하는 유아린이었기에 나는 아예 스포츠 브라 안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너, 이 개샛-!” 핸드폰을 떨어트리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애써 도망치려는 유아린이 뭔가 귀엽게만 느껴져서. 더 품에 안으려고 하는 순간. 녀석이 떨어트린 핸드폰 화면 너머로, 보이는 이름 하나. - 최이서: 이번에 교수님들도 많이 가시고, 3학년 선배들도 한두 분 가세요. - 최이서: 신호창 선배랑 민주희 선배가 같이 가십니다. 참고하세요. “…….” 빳빳하게 서 있던 고추가 다시 힘을 잃는다. 천천히 가슴에서 손을 빼자, 이렇게 쉽게 놓아줄 줄 몰랐는지 가쁜 숨을 흘리며 유아린이 멍하니 쳐다본다. “뭐, 뭐야? 호텔 가려고?” “아니, 집에 가야지.” “……왜 흐름을 따라가기가 벅차냐? 이렇게 달아올랐는데 그냥 간다고?” 후우, 이것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아린아, 내가 아직 관계 정리되지 않았-!” 몸이 돌아간다. 지난번에 유아린한테 배웠던 와사바리를 그대로 당했고, 바닥에 쓰러진 내 위에 등을 보인 채로 올라탄 유아린이. “그냥 죽어라.” 내 그곳을 움켜쥐고는 그대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어어어억?! 아, 아파요! 아파요오오!” “예린이랑 이서를 위해서라도 넌 여기서 불구가 되는 게 맞아아! 쓰레기 같은 자식아!” “미안해! 진짜 미안해요! 아니 장난이었어! 나 진짜 뽑혀어얽!” “뽑혀! 그냥 뽑혀! 이런 새끼를 어떻게 좋아하고 있지?!” “쓰레기라 죄송합니다아악! 근데 진짜 그냥 농담이었어요오!” “나 사랑하는 거 맞아?” 살짝 힘을 풀고 물어오는 유아린. 내 쪽을 보고 있는 녀석의 입꼬리가 올라간 걸 보니 은근 재밌던 모양. “야, 야! 이거 재미로 할게- 끄어얽! 사, 사랑해요! 아린 님!” “듣기 좋긴 한데, 그래도 넌 선을 너무 넘었어. 요즘 다들 너 좋다니까 막 기어오르지?!” “끄르르으으윽! 미친년아아악!” 침을 흘리며 고통에 찬 비명을 쏟아내던 와중, 내 목소리를 들은 찬우가 안으로 들어온 덕분에 뽑히진 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