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기 도달 1년째, 서란은 이렇게 말했다. ‘이영근 조화 어렵다. 십 년 정도 걸릴 것 같다.’ 공동 수뇌부가 옹기종기 모였다. “십 년이라니, 굉장히 빠른 속도군요.” “그런데 십 년이면 얼마나 빠른 겁니까?” “확실히 궁금하긴 하군요.”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통계 전문가 주 수사였다. 미래 전략 수립 담당자이기도 했다. 주 수사가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이영근을 조화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180년 정도입니다. 정확하게는 178년에서 179년 사이죠. 물론 개인차가 있긴 합니다. 사람마다 잘 맞는 속성과 그렇지 않은 속성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평균을 내면 얼추 180년이 나옵니다.” 공동 수뇌부가 일제히 감탄했다. “오오!” “대단하군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재능!” 그러던 중, 누군가가 물었다. “그러면 나머지 단계는 어떻습니까?” 이영근 조화에 180년. 그렇다면 삼영근, 사영근은 어떨까.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이었다. 다시 한 번 시선이 주 수사에게 집중됐다. “삼영근 단계는 이영근을 조화시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180년 정도죠. 보다 난해한 사영근 단계는 360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오영근 단계부터는 표본이 극히 드물어서 통계도 없습니다.” “추측은 가능하겠죠?” “당연하죠. 단순하게 계산하면 사영근을 조화시킬 때까지 총합 720년이 걸렸죠. 원영기 수사가 화신기에 도달하기 위해 요구되는 수행 시간은 귀납적 추론에 따르면 약 1250년. 오영근을 조화시키는데 필요한 기간은 530년 정도로 추측할 수 있겠죠.” “오오!” 반응이 좋자 설명하던 주 수사도 흥이 났다. “다소 복잡하지만, 훨씬 정밀한 계산도 가능합니다. 오영근자와 사영근자의 평균적인 영기 감응력 차이나 영근 상호 간섭 계산식을 응용하는 방식이죠. 이렇게 계산을 하면 결과값이 540년 정도로 나옵니다.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든 결과가 비슷하니 540년에 약간의 오차를 더한 게 정설인 셈이죠.” 모두가 주 수사의 현란한 언변에 박수를 보냈다. “역시, 오죽문 최고의 통계 전문가!” “시대를 빛낼 위대한 지성!” “그야말로 권위자!” 주 수사는 공동 수뇌부의 환호에 취했다. 마치 이 날만을 위해서 살아온 듯한 황홀한 기분. 자아실현의 순간이었다.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삼영근을 조화시킨 원영기 수사는 왜 이렇게 드문거죠? 이영근과 삼영근 단계를 합치면 360년, 대충 칠백 살 정도면 다들 삼영근자가 되어야 하지 않나요?” 주 수사가 친절하게 답변해 줬다. “영근을 찾는 시간이 만만치 않습니다. 선과는 사실상 찾는게 불가능하고, 비경 또한 드물죠. 심지어 비경을 찾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속성의 비경인지, 알맞은 시기인지도 중요하죠.” “시기요?” “예, 대략 이십 년 전에 거행했던 결단 의식 기억하십니까? 근 수백 년 중에서 가장 토영기가 풍부한 시기였죠. 이처럼 비경을 찾았다고 해도,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나한테 없는 속성의 비경을 찾고, 같은 속성의 영기가 풍부해지는 시기까지 기다려야 한다고요? 그 시기라는 건 몇 년마다 도래하는 겁니까?” 주 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백 년에서 이백 년 사이죠.” 공동 수뇌부가 웅성거렸다. “운이 정말로 좋으면 몇 년, 최악의 경우에는 이백 년씩 걸리는군요.” “시운을 잘 타는 것도 중요하네요.” “막연히 오래 걸린다고만 생각했는데, 정확한 수치를 알고 나니 실감이 되는군요.” 원영기 수행에 대한 자세한 정보. 수뇌부 대부분이 처음 듣는다는 얼굴이었다. 의문을 느낀 수도자가 물었다. “그런데 이거 극비 정보 아닙니까? 반응을 보아하니 여기 있는 대부분이 몰랐던 것 같은데요.” “확실히, 원영기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군요.” “아니, 그보다. 비경은 어떻게 찾은 겁니까?”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수뇌부조차 모르는데.” 주 수사가 대답했다. “수뇌부 내부에 비밀 조직이 있었습니다. 비경을 탐색하거나 영근을 얻기 적절한 시기를 계산하곤 합니다. 보안을 위해서 항상 최소한의 규모를 유지했죠. 순수하게 특기만 보고 선발했으니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갑자기 기밀을 알려 주는 이유가 뭡니까?” “문파 비승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보안 유지보다 속도가 중요한 순간, 모든 극비 정보를 공개하고 문파 전체가 힘을 합쳐야만 합니다. 이미 금작파 쪽 비밀 조직과는 정보 공유를 마쳤습니다.” 주 수사가 어딘가를 바라봤다. 그러자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일어났다. 정황상 금작파 비밀 조직의 책임자로 보였다. 공동 수뇌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오!” 오죽문 비밀 조직의 책임자, 주 수사가 외쳤다. “저희는 이미 화신기 수사를 탄생시키기 위한 정교한 계획을 완성했습니다! 류 수사님이 다음에 얻으실 영근은 바로 수영근! 마침 어인교단의 심해 본부 인근에서 비경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뒤따르는 환호. “오오오!” “벌써 비경까지 찾았다니!” 주 수사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조사 결과, 인계가 수영기로 가득 차는 시기는 대략 이십 년 뒤! 지금은 오차 범위가 넓지만,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보다 정밀한 계산이 가능합니다!” 다시 울려퍼지는 환호. 도중에 누군가 물었다. “류 수사님이 직접 제출하신 보고서에는 이영근 조화까지 십 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시는데요?” 주 수사가 대답했다. “사람의 감각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저희의 정밀한 계산에 따르면 16년 정도가 걸릴 겁니다. 류 수사님이 보고서에 ‘십 년 정도’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신 이유가 뭐겠습니까? 당사자 스스로도 확신이 없으셨던 게 아닐까요?” 주 수사의 언변은 유창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보여준 전문성이 그의 말에 엄청난 설득력을 얹어 준 상황. 그 누구도 주 수사의 주장을 의심하지 않았다. 주 수사가 마지막으로 외쳤다. “결행 시기는 약 20년 뒤! 모두가 힘을 모아 류 수사님의 수영근 생성을 지원합시다! 오죽문과 금작파가 함께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습니다! 다 같이 선계로 비승하는 겁니다!” 희망찬 미래에 공동 수뇌부 전원이 감격했다. “문파 비승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통제불능, 광란의 도가니, 아수라장.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공동 수뇌부의 기립 박수는 한참이나 지속됐다. 2년 전의 일이었다. ***** 그로부터 2년 뒤 겨울, 서란은 두 종류의 법력을 완벽하게 조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참고로 본인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어어, 하다가 목적지에 도착한 탓이었다. 수뇌부 회의가 소집됐고, 다들 주 수사를 찾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주 수사!” “전에 했던 말과는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정밀한 계산은 도대체 뭐였습니까!” 의장이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다들 진정하세요. 류 수사님의 수행이 빨리 끝난 건 좋은 일이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대책을 마련합시다.” 대책 마련이라고 했지만, 선택지는 적었다. 애초에 영근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선과를 얻거나, 비경을 찾거나. 점성술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영근 생성에 적합한 시기는 멀었다. 가장 빨리 찾아오는 건 17년 뒤인 수영기의 해. 비경에서 영근을 생성하는 건 근 시일 내에는 불가능.’ 결국 되든 안 되든 선과를 찾는 방법뿐이었다. 공동 수뇌부는 필사적으로 궁리했다. 그나마 선과가 열릴 확률이 높은 곳은 어디일까. 일단 수도자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야 한다. 아니면 진작에 누가 먹었을 테니까. 특정 속성의 영기로 풍부한 곳이면 좋을 것 같다. 선과도 결국 영과의 일종일 테니까. 추가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안된다. 장거리 원정은 작전 수행 능력을 감소시킨다. 결론은 생각보다 금방 나왔다. 동대륙의 대수림이었다. 일단 수도자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다. 물론, 초대형 밀림답게 목영기로 가득 차 있다. 게다가 전송진 덕분에 실질 거리는 꽤 가까웠다. 오죽문-금작파의 대수림 수색 작전이 시작됐다. ***** 서란은 소식을 듣자마자 짐부터 싸기 시작했다. 마침 놀러왔던 이아금이 물었다. “언니, 거기서 뮈 해? 짐은 왜 챙겨?” 서란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 가야할 곳이 생겼어.” “어디를 가는데?” “동대륙으로 갈 거야.” 이아금은 의아했다. “거길 또 가?” “요즘 문파 어수선한 거 알지? 동대륙의 대수림을 대대적으로 수색할 계획이래. 나 먹일 선과 찾겠다고. 그런 일에 내가 빠질 수는 없지. 다들 고생하는데 편하게 누워서 입 벌리고 있는 꼴이잖아.” 언니의 대견한 모습에 이아금도 동참했다. “나도 짐 싸는 거 도와줄게.” “고마워, 아금아.” 류서란, 동대륙 도착까지 한 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