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음악의 나라 갓본답네요 아이돌 노래만 맨날 처 나오는 센징은 절대 못가지는 센스 ㅋㅋㅋ - 여고생도 기타치는 나라 ㄷㄷㄷㄷ - (이거 바이럴이네 ㅋㅋ 콘) - 좆같은 바이럴좀 씨발 그만해라 - 왼쪽 베이스 가슴 와바바박 해버리고싶네 ㄴ 통매음으로 고소당할듯 ㅋㅋ ㄴ 응 일본애들이라 절대 고소못해~ - 어디서 본 애들같은데 - (냐아아 시아와세테시타 콘) - (버튜버가 춤추는 콘) - 존나이쁘노 ㄴ 저게이쁨? 눈깔어디갔노 ㄴ 저정도면 이쁘지 ㅋㅋ ㄴ (얼탱 콘) - 팩트한접시 : 일본은 한국보다 우월한 나라이며 이는 국력차가 입증한다. 길바닥에 널리고 널린 한녀들이랑 놀지말고 이렇게 평범한 애들도 저렇게 이쁜 일녀들이랑 결혼하자! ㄴ (펄럭이는 일장기 콘) ㄴ 지랄 저정도면 노괴구만 ㅋㅋㅋ ㄴ (사람아니야 콘) 별 의미도 없는 댓글들. 도대체 왜 천개나 리플이 달린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내용.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는, 결국 ‘애들 이쁘다 노래도 잘 부르고 음악도 잘한다 누구냐? 일본인이냐?’ 같은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왜 한국까지 흘러들어와있는건지 모르겠네.’ 홍보겸 영상을 찍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조회수 1만이 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하지만 조회수 1만은 솔직히 말해서 국가의 장벽은 커녕 자기 집 담벼락도 넘지 못할 정도의 조회수다. 어떻게 이렇게 된 것일까. 그런 궁금증을 간직한 채로 커뮤니티를 돌아본 결과, 명전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있었다. 그놈의 트위터가 문제였던 것이다. [う〜る @leews_0627] 이 아이들 귀엽다~ 음악도 잘 하는 것 같은데. 어디 걸즈밴드 애들인 걸까. 음반 사고싶어지네. 혹시 아는 사람 있으실까요. 맨 처음 Roundabout을 불렀을 때, 당시에 악기점 안에 있던 손님으로 추정되는 트위터리안. 약 1분간의 짧은 연주를 담은 그 트윗은, 5천회 이상 리트윗되며 꽤나 널리 퍼졌다. 물론 그것만이었으면 이렇게까지 퍼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의 누군가가 그 Roundabout 연주 영상의 특정 부분을 따 흔히 말하는 ‘밈 영상’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인터넷이 불이 붙었고… 그러다가 결국 한국 인터넷까지 흘러들어온 것이다. [현실 봇치더락 ㄷㄷㄷㄷㄷ] [요즘_여고생_기타_수준.avi] [요새는 바이럴을 이런 식으로 돌리나요?] [이정도면 기타 잘 치는 거임? 질문점] [요새 제가 밀고있는애들임 ㅎㅎ] [와 존나 잘친다] [여고생도 이렇게 잘치는데 왜 나는 존나 못치는걸까 살자마렵네] 한국 인터넷을 수놓고 있는 다양한 반응들.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중립적인 정도다. 부정적인 반응도 ‘바이럴 그만해라’ 같은 느낌이지 ‘좆같은년들’ 같은 게시물은 아니다. ‘그렇게 막 달갑지는 않은 경로이긴 하네.’ 하지만 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턱을 괴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요새는 조금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감이 있긴 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뮤지션이었다.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어하고, 음악으로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사람. 그런 점에서 명전은, 이런 이상한 유명세 따위는 얻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건 또 아닌가.’ 어떤 유명세던 얻으면 또 나쁠 것은 없긴 했다. 미디어 발전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던 이전이야 ‘신비주의 컨셉’ 같은 것이 많이 통했고, 그런 컨셉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잘 먹혔던 것이지만. 요즘에 그런 ‘신비주의 컨셉’을 하면 그냥 굶어죽기 딱 좋았다. ‘저는 대중에 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요. 실력으로만 평가받고 싶어요’ 라고 하면 ‘그래 계속 땅에 처박혀 있어~’ 하며 무시해버리는 것이 21세기의 미디어였다. 관심을 갈구하는 대상은 널렸으니까. 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악보 사이트에서 Roundabout의 악보를 결제해 내려받았다. 밈으로 되어버렸던 어쨌건 일단 웨이브에 올라타는 것이 우선이다. 자신의 채널인 [White Room]의 생존신고도 할 겸, Roundabout 강의 영상을 찍어보는 것도 좋을 듯 했다. * * * 명전은 누워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미 굳은살이 견고하게 생겨버린 손. 맨 처음 봤던, 굳은 살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고 악력 같은 것도 전무했던 그 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손. 그런 굳은살이 생겨버린 손을 보며 그는 얼마 전의 일을 떠올렸다. 여행의 마지막 밤. 그리고 귀국했을 때 혜인이 했던 이야기. ‘진로라.’ 명전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서처럼 ‘별 생각 없다’ 같은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명전은 진로가 확고했기에 거기에 대해서 의심을 가지지 않는 것에 가까웠다. 이미 앞으로 뭘 해먹고 살지가 정해져 있는데 굳이 거기에 대해서 생각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잡생각일 뿐이지. 하지만 ‘뭘 해먹고 살지’는 정해져 있긴 해도, ‘어떻게 해먹고 살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명전의 최근 고민은 바로 그것이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장기적인 인생의 목표는 물론 존재한다. ‘음악을 하는 삶’. ‘좋아하는 음악을 하자’. 처음 ‘하수연’의 몸에서 일어났을 때부터 마음먹었던 목표이자 이상향. 그리고 지금까지도 쭈욱 해오고 있는 일.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막연하게 ‘음악을 하자’ 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가 길바닥에 나앉으면, 그 다음엔? 그 다음에도 길바닥에서 기타 튕기면서 그래도 나는 음악 하고 살고 있으니까 행복한 삶이야! 라고 말할 것인가? 전혀 아니지 않은가. ‘음악으로 성공하자는 건 너무 막연해.’ 문제는 그걸 어떻게 이뤄내냐겠지. 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장을 슬쩍 쳐다보았다. 무슨 로또라도 맞지 않는 이상, 모든 일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단계가 필요하다. 덧셈 뺄셈도 안 되는데 미적분을 배워서 계산을 할 수는 없다. 결국 누각도 1층을 쌓아야 2층을 쌓고 3층을 올릴 수 있는 법이다. 음악으로 성공하기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음악만 하면서 살려면 큰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려면 성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성공의 ㅅ자도 못 했는데 성공 그 자체를 할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성공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단계적인 목표를 세워야겠지.’ 명전은 노트를 한장 꺼내 글을 적어보았다. 브레인스토밍이라고 했던가. ‘음악으로 성공하기’ 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마구 쏟아내본다. 음반 차트 1위. 24시간 차트 1위. 콘서트 투어. 록 음악 명예의 전당. 펜더 엔도서. 음반 백만장 판매. 빌보드 1위 등등… 그렇게 노트를 끼적이다, 단어 3개를 적은 후 명전의 손은 멈췄다. 좋은 목표란 무엇일까? 현실적이어야 하고, 이뤄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이루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이뤄냈을 때 성취감이 있어야 하며, 성장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허황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헛된 시간을 허비할 뿐이다. 명전이 적은 것은 딱 그런 일이었다. 현실적이고, 이뤄낼 수 있으면서, 노력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것. 당장의 목표로 정하기 딱 적당한 그런 일. ‘단독 콘서트 개최’가 바로 그것이었다. 단독 콘서트. 일반적으로는 그냥 단독으로 개최하는 콘서트를 말한다. 물론 혼자 개최하기만 하면 10명이 들어도 단독 콘서트고 100명이 들어도 단독 콘서트라고 할 수 있으니, 일반적으로는 천석 이천석 정도는 되어야 ‘단독 콘서트’라고 인정을 해주는 편이다. 하지만 명전은 천석 이천석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생각으로는, 천석 이천석 규모의 공연 같은 건 성공이라고 하기 힘들었다. ‘현실적으로는 1만석 정도… 잠실 정도면 확실히 목표 달성이라고 볼 수 있겠지.’ 일본에서 ‘성공한 뮤지션’을 가르는 기준 중 하나는, 무도관(부도칸) 공연의 유무다. 무도관에서 공연을 할 급의 뮤지션인가. 무도관을 매진시킬 수 있는 뮤지션인가에 따라 메이저와 마이너가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잠실은 그 정도 위상은 아니지만, 1만 1천석의 무도관과 규모 자체는 비슷하다. 게다가 관중동원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국이니만큼 잠실 단독 콘서트를 성공시킨다면 확실히 ‘성공한 락 밴드’라고 할 수 있을 터. 명전은 머리를 살짝 꼰 다음, 노트를 다시 바라보았다. 단독 콘서트 개최, 라고 적혀 있는 노트. 그는 그 페이지를 찢은 후 침대 맡에 테이프로 붙여놓았다. 저걸 뗄 날을 최대한 빨리 오게 하는 것이, 그의 새로운 목표였다. * * * 피킹이 끝난 후. 명전은 힘겹게 떨리는 기타의 줄을 가만히 응시했다. 알아서 울게 두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기에 따로 뮤트를 하지는 않았다. “수고했습니다!” 그렇게 소리가 잦아든 후, 고개를 들어 본 녹음실 바깥의 창문에서는 PD가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쏟아지는 칭찬 세례. “감사합니다.” “기타는 녹음 완전 끝! 완전 잘 했어요. 이야~ 처음엔 엄청 의심했는데. 준홍이가 드디어 미쳐버린 줄 알았다니까.” “그런 말 많이 들어요.” 명전은 머리를 살짝 꼬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 말에 유쾌한 듯 웃으며 박수를 치는 피디. 그 다음에 들어갈 녹음 세션들의 표정도 상당히 밝아보였다. 기타가 엄청 빨리 끝났으니까. “돈은 계좌로 보내드릴게요. 오늘 수고하셨어요~” 몇 분간의 칭찬세례와 명함 교환이 이뤄진 후. 명전은 그제서야 녹음실을 떠날 수 있었다. 이미 어둑어둑해진 바깥. 들어갈 때만 해도 해가 떠 있었는데. 아무리 빨리 끝낸다고 해도 그래도 시간 단위로는 걸리는구나. “네, 엄마. 지금 들어가려고 하는데요. 혹시 뭐 사갈까요? … 집밥 먹기 싫냐고요? 아뇨. 그냥 엄마도 맨날 차리는 거 힘들지 않나 해서… 아니 그게 아니라. 엄마 밥을 먹기 싫다는 게 아니구요.” 혜인과 쓸데 없는 소리를 통화로 주고받으며 명전은 버스를 탔다. 집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기에. ‘단독 콘서트 개최’를 목표로 잡은 이후. 명전은 우선 돈부터 모으기로 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었으니까. 물론 돈이야 막말로 혜인에게 “엄마 콘서트 개최하게 돈좀 주세요” 하면 “아이고 우리딸~!” 이러면서 줄 게 분명했지만, 사람이 그렇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명전은 약간의 체면 깎임을 감수하고 준홍에게 소개를 부탁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일거리들이었다. 쏟아져들어온다 수준은 아니더라도, 적잖게 도움이 되는 양의 세션 일거리들. ‘이 페이스면 그래도 올해 끝나기 전에 앨범 제작비라던가는 모을 수 있겠는데.’ 현아가 복귀하게 되면 제작할 정규 앨범 1집. 앨범을 팔고, 그를 토대로 다시 페스티벌을 돌거나, 활동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유명세와 돈을 같이 긁어모은다. 그리고 그걸 계속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단독 콘서트를 할 수 있는 날도 오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명전은 앞을 바라보았다. 굽이굽이 코너를 지나 직진하는 버스. 그리고 울리는 핸드폰.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어… 하수연씨 핸드폰 아닌가요?” “네, 맞는데요. 누구신지…” “제 목소리 몰라요?” “… 누구신데 제가 목소리를 알아야 합니까?” 뜬금없이 전화해서 목소리 모르냐고 물어보는 미친 놈. 명전은 어처구니가 없어 그렇게 말을 던졌다. 그 말에 파안대소하는 상대방. 슬 짜증이 날 것 같은 시점에, 상대방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저 테일러드 김철연입니다. 수연 학생 잘 지내시죠?” “… 아!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번에 신경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웬 귀인이 전화를 했네. 명전은 까칠하게 대한 것을 살짝 반성하며 그렇게 전화를 받았다. 내용은 별 것 없었다. 안부를 묻는 내용이 전부. “오디션 프로 잘 봤어요. 그거 뭐 어떻게 된 건가요?” 라던가 “요즘 조용하던데 그동안 뭐 했어요?” 같은 질문들. 그리고 그 질문들의 끝에는, 한가지 제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학생들 방학이죠. 수연 학생 세션 한번 해볼 생각 없어요?” “세션… 하고 있긴 합니다만. 어떤 거 때문에 그러시는지. 앨범 녹음 필요하십니까?” “아니아니, 그런 거 말고. 라이브 세션.” “라이브 세션이요?” 명전은 말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 양반이 라이브 세션이 왜 필요하지. “이번에 우리가 신보 내는데, 그 김에 음방이랑 전국 투어 돌거든요. 혹시 우리 투어 세션에 메인 기타로 들어올 생각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