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권지혜. 너 그거 뭐야? 내가 인터뷰를 그런 식으로 하라고 했어? 너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거니?” 인터넷에 뜬 기사는 성주희가 권지혜와 나누었던 이야기와는 전혀 반대되는 내용. 주희는 격노하여 전화를 걸 수 밖에 없었고, 권지혜가 전화를 받자마자 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대답은 즉각 돌아오지 않았다. 몇초 뒤, 전화를 통해서 들려오는 낮은 웃음. [“흐흐흫ㅎ… 언니, 아니 주희야. 너 지금 착각하는 거 같은데.”] “주희야?! 씨발 너 뒤질래?” [“뒤질 거 같은 건 너 같은데.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돼? 하긴 뭐 상황파악이 되는 대가리였으면 이런 일을 벌이겠다고 나한테 전화를 안 했겠지.”] “야 개좆같은년아. 너 지금 씨발…” 성주희의 대답에 파하하핳 웃어버리는 지혜. “웃어?! 웃음이 나와 씹년아?!” 라고 외쳤지만, 지혜는 몇초 동안 계속 낄낄대며 웃었다. 그러다 조용해지며 입을 여는 지혜. [“나는 처음부터 너 배신할 생각밖에 없었어. 애초에 내가 수연이 뒤통수를 왜 때리는데? 아 대가리가 없어서 모르나?”] “야이 씨발!!” [“전화 끊는다. 차단할테니까 걸어도 소용없어 병신년아~”] 그러고는 끊기는 전화. 주희는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바로 소리샘으로 넘어가버리는 통화. 차단한 것이 분명했다. “이 씨발년… 내가 믿은게 잘못이지. 아오 씨발. 이걸 어떻게 하지…” 주희는 초조하게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권지혜가 배신한 증거, [단독) ‘하수연 학교폭력 사건’ 관련 조작 의혹… 동창 친구 ‘권지혜’ 양의 증언] 기사. 왠지 오늘은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주희야. 너 오늘부터 그만 나와.” “네?” 출근은 해야 하니 반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출근한 주희. 일이 잘 풀리지 않았지만, 아르바이트는 아르바이트 대로 나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출근한 성주희였으나… 출근한 주희를 막아선 것은 주희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카페의 사장이었다. 주희가 가게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은 상태로, 그렇게 말을 건네는 사장. “아니, 그게 무슨 이야기에요 사장님.” “너는 인터넷도 안 보고 사니? 아니… 인터넷을 안 봤을 리가 없지. 네가 벌인 일인데.” 사장은 핸드폰을 꺼내 카페의 리뷰를 보여주었다. 이미 0점대로 수렴할 기세로 쭉쭉 내려가고 있는 카페의 리뷰. 대다수가 0점. 쓰여 있는 내용은 대다수가 비슷했다. [뻔뻔한 알바때문에 1점 줍니다] [안 먹어봤는데 별로에요] [여기가 착하게 산다는 사람 모함하는 카페인가요? 1점이 답이네요] [알바 얼굴 가끔 봤는데 안 그런애인 줄 알았는데 ㅋㅋ 역시 세상은 얼굴보고는 모름] [1점] [병신보고짖는개 왔습니다 왈왈!!왕뢀오라왈ㅇㅇ왈왈크크르릌르크르릉] [이런 알바 쓰는 카페 사장님이 무책임하네요. 1점 드립니다.] “아니, 저는 이거…” “어제 밤부터 갑자기 점수가 이래서 찾아봤더니, 네가 뭐 학교폭력? 이런 거에 엮여있다며. 네가 그러는 건 상관 없는데 그게 왜 우리 카페까지 엮이는지 모르겠다. 내일부터는 나오지 마.” 단호한 사장의 태도에, 주희는 상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입이 열린 것 또한 본능적이었다. “사장님, 30일 전에 이야기 안 해주셨으니 부당해고에요. 해고수당 주세요.” “너 정신 나갔냐?” 어처구니 없다는 듯 주희를 쳐다보는 사장. “니가 지금 우리 가게에 입힌 손해가 얼만데 그거 알아? 지금 이 점수 복구하려면 하… 너는 지금 이거 정당한 해고 사유인거야. 그런데 후… 아니다. 그냥 씨발 줄게. 받고 꺼져.” 사장은 핸드폰을 조작하더니 돈을 송금했다. 주희의 30일 통상임금이었다. 진동이 온 핸드폰 화면을 주희가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사장은 씹어먹듯 뇌까렸다. “내가 그래도 너랑 같이 몇달 일한 것 생각해서 다른 데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너는 진짜 안되겠다. 근처에서 알바 할 생각은 하지도 마라.” 그렇게 내뱉고는 카페 문을 닫고 들어가버리는 사장. 주희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가, 코웃음을 쳤다. 무슨 카페 사장이 뭐가 권력이 있어서 근처에서 알바를 하고 말고를 결정한단 말인가. 여기가 무슨 개 깡촌도 아니고, 종로구는 넓다. 찾아보면 알바할 곳은 많다. 주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인스타그램을 켰다. 하지만 수도 없이 달려있는 알림은 뭔가 불길한 느낌을 주었다. ‘설마 이게 다 욕은 아니겠지.’ 맞았다. DM이고 인스타 댓글이고 전부 다 욕 투성이. 어제 밤, 권지혜가 그녀를 배신하고 기사를 올렸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쭉. 심지어는 인스타를 보고 있는 그 몇초 동안에도 계속 쏟아지는 알림과 욕. 게다가 그녀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관리해왔던 팔로워 수는 거의 40%가 감소해있었다. “이게 뭐야.”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그나마 즐길만한 것은 타고난 몸매를 바탕으로 했던 인스타그램 정도. 팔로워를 늘려나가는 것은 매우 재미있었고…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닌 숫자였지만, 그녀에게는 상당히 소중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증발해버렸다. 고작 하루만에 반이. 주희는 핸드폰을 떨어트릴 뻔 하다, 홀린 것처럼 카카오톡을 급히 확인했다. ‘네가 그럴 줄 몰랐다’ 며 손절을 알리는 카톡.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며 물어오는 카톡. 내용은 다양하지만 결국 대부분이 그녀를 비난하는 내용의 카톡이었다. “이게 뭐야.” 주희는 손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놓친 핸드폰은 땅에 떨어져 액정이 박살이 났다. 도대체 세상이 왜 이러는가. 그녀는 단지 이전에 자신에게 건방지게 굴고, 자신을 때렸던 후배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런데 돌아온 댓가가 이거라니,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주희는 잠시 어깨를 잡고 흐느꼈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녀를 지배하던 슬픔은 곧 억울함과 분노로 뒤바뀌었다. 하수연에게 복수하기는 너무도 어려워 보이는 상황. 그렇다면 이 억울과 분노를 어디 풀어야 할 것인가. 그녀는 머리를 굴리다, 대상 하나를 찾아냈다. 잘 살고 있던 그녀를 굳이 이 지경까지 끌어낸 놈들. 복수를 하겠답시고 거창하게 말은 했지만, 딱히 도와준 것도 없이 그냥 짐덩어리만 되어버렸던 놈들. 그리고 지금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입 싹 닦고 자기들은 모르쇠 하고 있는 놈들. 그런 놈들을 두고 자기만 불행할 수는 없다. 성주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허위학폭 폭로 당사자로 지목된 S입니다. 몇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그 이후로 저는 그 일을 잊고 잘 지냈습니다. 감정 자체는 끓어올랐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요. 잊고 잘 살면 되는 것이니까 저는 크게 마음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를 지금 이 상황까지 몰아넣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울림 스톤즈’라는 밴드의 리더, ‘정우진’입니다. 어느 날 그 분이 저를 어떻게 찾았는지 연락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죠. “하수연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으세요?” 저는 별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걔는 사고도 당했고 일반인으로 살고 있을텐데 굳이 그럴 생각 없다고요. 하지만 정우진 씨는 자신이 참가한 밴드 오디션에 하수연이 나왔다며, 학교폭력을 세탁하고 엄청나게 잘 나가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런 하수연의 과거를 까발릴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부추기기까지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그때의 저는 꽤나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의 일은 아시는 대로입니다. ‘정우진’의 계획에 따라 저는 하수연이 했었던 일을 폭로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 속칭 ’S선배’, 성주희가 올린 글은 이미 불타고 있던 인터넷을 한층 더 불태웠다. 글을 본 사람들은, 최종 흑막으로 지목된 울림 스톤즈의 정우진이 누구인지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정우진이 인베이전 2024의 참가자이자, 정부지원 사업 ‘밴드 파이오니어’의 참가자라는 것을 찾아냈으며… 밴드 파이오니어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을 벌였다는 정황증거를 찾아낸 것으로 보였다. “개판이네.” 샤워를 하고 나온 다음, 타올만 걸친 채. 이서는 핸드폰을 만지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정우진은 또 누구인가. 도대체 저 인간은 뭐였길래 우리에게 그렇게 원한을 가졌단 말인가. 세상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이서는 생각했다. “최이서!! 옷 안 입어!!” “억.” 엄마의 고함소리에 후다닥 달려들어간 방. 요새 점점 끼기 시작한 팬티와 브라를 입고는 옷을 걸쳤다. 그리고 말리지 않은 머리를 수건으로 싸맨 채, 이서는 침대로 몸을 던졌다. ‘죽겠다…’ 인베이전 2024를 마무리 짓는… 생방으로 치뤄지는 결승전은, 바로 내일 있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결승전을 대비하기 위해서, 수연은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강도로 이서와 아이들을 굴려댔다. 어느 정도로 굴려댔냐면, 이서가 작사를 하는 시간과 중간 영상 촬영 시간 외에는 쉰 적이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수업 중에도 무슨 이상한 도구를 주고 그걸 연습하라고 했으니. ‘덕분에 연습은 잘 되긴 했는데…’ 작사도 잘 나왔고, 중간 촬영 영상도 잘 찍었다. 승부의 세계에서 절대라는 것은 없지만, 질 것 같지도 않았다. 이 분위기라면 더더욱. “최이서. 나와서 이야기 좀 하자.” 그러던 와중 들려온 아빠의 목소리. 이서는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는, 터덜터덜 거실으로 나갔다. 소파를 내버려 둔 채 바닥에 앉아있는 엄마와 아빠. “소파 사 놓고 소파에 안 앉고 그럴거면 소파는 왜 샀어?” “늙은이들은 이게 편해.” 엄마의 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서는 소파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지. “이번에 기사난 거 봤지.” “어떤 기사요?” “그 너희 밴드, 수연이인가 하는 그 애.” “아… 그거.” 수연이 ‘술담배의 악마’이자 ‘학교폭력의 악마’였다는 것은, 종로구 고등학생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던 사실이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서는 그 강도에 대해서 놀랐을 뿐, 수연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 자체는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유명했으니까. 하지만 아빠는 생각이 좀 다른 듯 하다고, 이서는 생각했다. ‘하긴 뭐, 나야 애초에 알고 있었으니까 별 문제가 안 되는 거지…’ “그 애, 너무 위험한 애더라. 계속 그 애랑 밴드 할 거냐?” “어… 예전에만 그랬고, 지금은 아니니까 별 상관 없지 않아요?” “그게 말이 되냐? 아빠는 좀 부정적이다. 그런 애랑 같이 놀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니.” “아니 지금은 안 그러니까… 어디 놀러가자고도 안 하는데요. 맨날 시키는 건 악기 연주밖에 없고. 제발 좀 놀자고 해도 그냥 연습실에서 악기만 치게 시키고.” 자신을 걱정해주는 듯 하지만, 결국 밴드를 그만두라는 아빠의 말.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이서는 진지하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부모님에게 “신경 끄라고요!” 라면서 문 쾅 닫고 나가버릴 순 없지 않은가. 이서 자신이 ‘사고나기 전 하수연’도 아니고. “최이서. 아빠는 걱정이 돼서 그래. 당신도 말 좀 해봐. 하고 싶은 거 한다고 해서 가만히 냅뒀더니, 영 이상한 애랑 놀고…” 그 말에 이서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가만히 티비를 바라보다가, 뜬금없이 한마디를 했다. “원래 락은 그러는 거야.” “아니 당신 무슨…” “여보가 잘 모르는데, 원래 락 하는 애들은 술 먹고 담배 피고 그래. 사회 질서에 저항을 하는 거지.” 엄마의 그런 소리에, 아빠는 황당하다는 듯 엄마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서는 이전에 엄마한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밴드 한다고 했을 때 해준 이야기. ‘엄마도 원래 락 좀 듣던 사람이라고 그랬었던가…’ “이 기회에 여보도 좀 락을 듣고, 딸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야지. 맨날 CCM만 듣고 주님 찬양한다 뭐 그런 이야기만 들으니까 무슨 알거 다 아는 애들이 술 마신다 담배핀다 이러기만 해도 천벌 받는 것 마냥…” “당신! 그게 무슨 소리야. 애들이 술 마시고 이러면 당연히 안 되는…” 어느새 부부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번져버린 상황을 두고, 이서는 살금살금 걸어 현장을 떴다. 내일 녹화를 위해서는 빨리 자 둘 필요가 있었으니까. * * * 그녀의 최애 밴드 2MAJOR가 탈락한 상태에서… 원래대로라면, 더이상 이 오디션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는 없었다. 치열해진 파이널 무대를 방청하기 위해서 웃돈을 주고 기어들어올 필요도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녀는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인정했다. 자신의 최애 그룹이 바뀐 것을. 더이상 2MAJOR는 그녀의 최애가 아니다. Group Sound가 그녀의 1픽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마지막 파이널 무대! 결승전! 3개의 밴드만이 남은 인베이전 프롬 서울 2024! 생방송 중계 무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라고 하지만, 방송 송출은 좀 있다가 이루어질 겁니다. 하하하.” 박수를 치다가 MC의 너스레에 웃는 관객들. 본 공연에 들어가기 앞서 여러가지 사항을 이야기하는 MC를 두고, 그녀는 생각했다. ‘오늘은 기필코 풀 영상을 찍고 말겠다.’ Mystica와의 대결때 찍었던 직캠을 뛰어넘는, ‘입덕 영상’을 찍는 것. 그것이 그녀가 가진 오늘의 목표였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그녀 혼자서만 열심히 해서는 안 된다. Group Sound 또한 레전드급 공연을 만들어줘야 하지만… ‘우리 애들이 결승전에서 퀄리티 낮은 무대를 만들리가 없잖아.’ 그녀는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종의 광신에 가까운 믿음. 그러는 동안 시간은 흘러간다. 이리저리 시간이 끌리고, 기억도 나지 않고 인상도 남지 않는 첫 밴드의 공연이 이어진다. 그녀는 그저 우리 애들 언제 나오나 싶은 심정으로 공연을 바라보았다. 밴드 또한 비슷한 심정인지, 나름 열심히는 했지만 의욕은 없어 보였다. “다음은…!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시죠? Group Sound의 공연입니다!!” 아까와는 완전 다른,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쏟아진다. MC는 쓴웃음을 짓고는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를 외치고 퇴장했다. 그리고 스크린을 통해 틀어지는 것은, 이번 곡을 준비하는 과정을 찍은 짧은 길이의 영상이었다. ‘이서가… 작사였어? 편곡도 다른 애들이 많이 참여를 했네?’ 곡의 의도를 설명하는 수연과, 작곡을 하는 과정. 이것까지는 평범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나오는 것은, 머리를 싸매며 작사를 하는 이서. 그리고 편곡에 전부 참여하는 아이들. 그녀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작곡도 편곡도 전부 다 수연이 하는 줄 알았기에. 하지만 영상 내에서 수연은, “저희 밴드 작사 전담은 이서에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 ‘의외로 애들의 역할이 다양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끝나버린 영상. 그리고 환해진 무대 위로 아이들과 스태프가 올라온다. 다시금 쏟아지는 환호성. 장비의 준비를 뒤로 하고, 수연이 마이크에 다가가 입을 열었다. “참으로 다사다난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네!!!!” 하는 우렁찬 대답. “하수연 사랑해!!” 같은 누군가의 외침 뒤로 이어지는 웃음 소리. 수연은 나지막한 웃음을 흘리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정말 이 기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체감상 한 달은 넘은 것 같아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경험들을 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 많긴 하지만…” 수연은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살짝 일어나는 비명을 무시한 채,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어찌되었든 경연은 경연. 마지막 무대를 선보일 시간인 것 같습니다. 들어주세요, 저희의 마지막 곡… [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