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서명전 추모공연 알림] 뮬인으로서도 활동하셨던 기타리스트 서명전 선생님께서 돌아가신지 꽤 시일이 지났습니다. 돌아가신 것에 대한 추모의 시간도 가질 수 없었기에, 늦었지만 이제라도 음악으로나마 서명전 선생님을 보내드리려 합니다. 장소 : ~~ 시간 : ~~ 입장료 : 무료 라인업 - ~~~ - ~~~ 한명의 인간이자 한명의 기타리스트로서, 한국 세션 음악사에 족적을 남긴 서명전 선생님의 추모공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Best] - 세션 부탁드렸을 때 조금 불친절하셨어서 속으로 많이 궁시렁거렸드랬죠. 그날따라 약간 까칠하시더라구요. “뭐 이렇게 쳐달라는 거 아닙니까?” 같은 느낌으로요. ‘아니 뭐 기타 잘치면 다인가? 사람이 되어야 할 거 아냐 ㅆㅂ~~!’ 디렉션 맡아준 친구랑 저랑 그렇게 막 녹음실 밖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딱 녹음을 시작하시는데 와~~! 정말 화가 다 풀려버릴 실력이었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트랙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녹음을 더 해주시는 거 보고 엄청 감동받았었습니다. 디렉션 친구랑 술 마실때면 가끔 취해서 “야 그때 그런 일 있었는데~!” 같은 소리 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셨다니… 오늘은 술을 많이 마실 것 같네요 ㅠ.ㅠ [Comment] - 명전쌤 돌아가셨나요?? 아니 이런… - 허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큰 별이 또 졌네요.. - [Best Comment] - 좀 어이가 없었어요 ㅠㅠ 작년 말에 명전쌤한테 세션 맡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저런 소식을 들어버려서… - 지인분들에게 알려야겠군요 허어 - 슈트 형님 방송에서 듣기로는 제자가 있는 걸로 아는데, 그 친구가 나올까요? ㄴ 그런 사람이 있다고요? ㄴ 명전형님 아이디 쓰시더군요 ^^; ㄴ ‘홍대 레전드 버스킹 여고생’으로 유명합니다. 한번 유튜브에 찾아보세요~ 뮬인분들이랑 공연하셨어요. ㄴ 네 확실히 있는 걸로 압니다. 기타 정말 잘치더라구요~ 유튜브 라이브에서 봤는데. 그날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 * 명전은 카페 소파에 몸을 푹 묻은 채로 커피를 쪽 빨았다. 아이스 카푸치노가 빨대를 따라 호쾌하게 입으로 빨려들어가며, 공기를 들이마시는 소리를 냈다. “배고파? 커피 더 마셔.” “아니 그럴 거 까지는 없고.” 공연이 있은 이후로, 첫 밴드 정기 회의. 매번 만나는 카페에서 열린 회의였고, 별 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명전은 도통 집중을 하지 못했다. 온통 신경이 한 쪽으로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 있으세요?” “일이 있긴 한데…” 현아의 말에, 명전은 대충 대답하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이 이야기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과거의 내가 죽었는데 추모공연을 한다고 해서, 현재의 나랑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아무튼 신경쓰인다’ 라는 이야기는 도저히 허황되지 않게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쟤가 심란한 이유, 난 알고 있음.” “뭔데?” “기타 선생님 추모공연 하잖아. 맞지?” 그 말에 명전은 까득거리며 씹고 있던 얼음을 뿜었다. 푸흡!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흩어지는 얼음과, “아 더러워!” 같은 소리와 함께 꺄악대는 여고생들. 현아가 건네준 티슈로 입을 닦으며, 명전은 도대체 어떻게 이서가 그걸 알아냈는지 궁금해했다. “아니 우리 밴드 이야기 찾아보면 전부 다 수연이 이야기밖에 없고, 그걸 더 찾아보면 전부 다 ‘서명전 선생님의 제자!’ 같은 소리밖에 없는데 그걸 어떻게 몰라.” “허어…” 명전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명전을 가만히 둔 채, 현아는 서하에게 “서명전 선생님이 누구야? 유명한 사람이야?” 라고 질문을 던졌다. “세션 기타리스트로 유명하지. 기타치는 사람 중에 나이 좀 든 사람이거나 프로 지망해서 앨범 내는 사람, 뭐 그런 쪽이라면 대부분 다 아는 사람이긴 해. 나도 알고 있었고.” “그정도면 들어봤을 법 한데…” “세션 기타리스트니까. 당사자랑 관련 있는 사람이 여기 있어서 뭐라 말은 못하겠는데.” 그러면서 명전의 눈치를 보는 서하. 명전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손을 슬쩍 휘저었다. “별로 신경 안 써.” 그 말에, 서하는 현아에게 조곤조곤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세션 기타리스트, 서명전. 십대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한, 한국에서 테크닉으로는 독보적인 기타리스트. 하지만 작곡 실력은 테크닉만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며, 서명전의 곡 중 꽤나 평이 좋았던 곡은 대부분 다른 사람이 써 준 곡이거나 커버곡이었다. “엄청난 테크닉으로 유명했던 기타리스트긴 해. 예를 들어 거스리 고반(Guthrie Govan)이라던가, 제이슨 리차드슨(Jason Richardson)이라던가. 숀 레인(Shawn Lane)이라던가. 그 분을 실제로 만나본 사람들은 거의 뭐 그정도의 테크닉을 가진 기타리스트였다고 말을 하더라고.” 명전은 관심이 없는 척 하면서 은근슬쩍 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튼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나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단지 문제는, 그런 기타리스트들은 테크닉적인 부분을 넘어서 자기만의 고유의 스타일을 완성했고, 그걸 자작곡이나 연주 등에서 증명했지만… 서명전 선생님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거지. 기타리스트로서는 대성했어도, 뮤지션으로서는 조금 부족한 사람이었달까.” “그 정돈가…” 하지만 그 기분은 바로 추락했다. 뭐, 저런 이야기가 안 나올수가 없다고 명전은 생각했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인 것을. “어, 나무위키도 있네.” 서하와 현아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이서가 핸드폰 화면을 보며 말했다. 나무위키? 음…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자주 걸리는 그 사이트 말하는 건가. “여기 적혀 있네. [한국 최고의 세션 기타리스트 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인물. 어쿠스틱으로는 어떤 굇수(…)에 밀리는 감이 있지만, 일렉트릭 계열에서는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다만 작곡 실력은 기타 실력에 못 미치는 편으로, 대부분의 음반이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 대부분은 아니지 않나?” 명전은 죽은 자신의 평판 개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그리고 실제로 그가 어떻게든 냈던 음반들 중 ‘많은’ 수의 음반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던 것은 맞았고.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어쨌든 그의 음반들 중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건 ‘많은’ 음반이었지 ‘대부분’의 음반은 아니었다. 그래도 개중에 몇개는 괜찮다는 소리는 들었단 말이다. “하지만 여기 그렇게 써 있는데? [명성에 비해서 평이한 연주가 많거나, 후대 기타리스트들의 스타일을 지나치게 따라했다는 평론가들의 비판이 있었다.] 라고 되어 있단 말이야.” “아니…!” “수연아. 기타 스승님한테 안 좋은 이야기가 쓰여 있어서 마음이 안 좋은 건 알겠지만…” 진정하라는 이서의 말에, 명전은 이 몸에서 태어난 뒤 난생 처음으로 이서에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이거 완전 모함 아닌가. 아무리 명전이 창작력이 부족한 사람이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명전 자신이 생각하기엔… 그의 기타실력에 미치지 못할 뿐이지, 그래도 일반적인 수준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다. ‘당장 3집만 봐도…!’ 명전이 냈던 3집은, 그나마 평론가들에게 꽤나 괜찮은 평을 받았던 앨범이었다. [서명전이 아닌 다른 기타리스트였다면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앨범]이라는 건, 아무튼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앨범이라는 거 아닌가. “어쩔 수 없네.” “뭐가 어쩔 수 없어?” 명전은 결연하게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후,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원래는 참석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려고 했었지만… 이런 음해를 듣고서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너희도 콘서트 와.” “웬 콘서트?” “서명전 추모 콘서트.” “추모 콘서트까지 해??” 눈을 동그랗게 뜬 세명을 두고 명전은 준홍에게 카톡을 보냈다. [콘서트 참가할게요.] [좋은 결정 하셨습니다~ 다른 분들도 좋아하실 거에요 ^^~] 내 ‘서명전’의 제자된 몸으로써, ‘서명전’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 진심을 다해 보여주리라… 물론, 그 과정에서 좀 ‘창작’이나 ‘과장’이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 * * 명전은 기타 한대를 멘 채로 준비가 한창인 콘서트 홀에 들어섰다. 꽤나 음향과 장비가 좋은 것으로 유명한 홀. ‘여기 빌리는 데 돈도 꽤나 들었을텐데…’ 명전은 그 사실에 대해 감동을 받기보다는, 도대체 뭐하러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아니 죽고 나서 상다리 부러지게 제삿상 차리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이러고 있나. ‘아니, 이런 식으로 생각해봐야 부질없는 일일 뿐이지.’ 다 각자 추모의 방식이 있는 법이겠지. 명전은 죽은 당사자니까 조금 억울한 것일 뿐, 지금 이 판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딱히 잘못한 것은 없다. 명전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쉬고는 스테이지 뒤로 향했다. “어, 오셨나요?” 명전을 맞이한 것은 준홍이었다. 반갑다는 듯 다가온 준홍에게 악수를 건네는 사이, 뭔가 슬쩍슬쩍 다가오는 사람들… ‘다 아는 얼굴이네.’ 명전의 생각과는 달리, 공연을 하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의 수는 꽤나 많았다. 박성호, 손영철, 정이수, 이상훈… 그와 어느 정도 교류가 있던 사람들도 있고, 교류가 끊겼던 사람도 있고, 마지막까지 교류를 하던 사람도 있다. “이 아가씨가 명전이 제자라고?” “네 맞습니다. 아니 상훈 선생님 아가씨라고 하면 요즘에는 큰일난다니까요. 아주 잡혀들어가요. 뭔 이상한 법으로.” “야! 너 나한테나 그럴 수 있지 명전이한테 그런 소리 했으면 바로 뺨 맞았어.” ‘전혀 아닌데.’ 무슨 근거도 없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명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당사자가 없다고 해도 그렇지 날조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아무튼 잘 왔어요. 마음이 편치 않을텐데 어떻게 용기를 내줘서 고맙네.” “아니 뭐… 네.” 번갈아가면서 악수를 하는 사람들. 덕담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잇값 못하고 은근히 지분거리는 영감도 있었다. 명전은 그런 영감에게 경멸의 표정을 아끼지 않고 보여주었다. “명전이 밑에서 얼마나 배웠나?” “기타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선생님 기타.” 뭐 그런 질문들이 오가는 가운데, 누군가가 모두의 주목을 받을만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혹시, 명전 선생이 남겼던 곡 같은 거 있나? 미공개 곡이라던가, 아니면 뭐 말년에 좀 녹음을 했던 곡이라던가.” 살짝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가 “글쎄, 그런 게 있을까…” 와 같은 혼잣말을 던졌다. “뭐 그런… 게 있긴 합니다.” 그러나 명전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반응에 오오오~ 라는 탄성이 이어진다. 기대감이 섞인 대화들도 오가는 가운데, ‘하수연’은 자신이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