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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색 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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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원은 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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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던전 탐사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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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낙인 엘프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전진 이외에 자살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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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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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시간을 끌 필요가 있나요. 빠르게 속행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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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이 줄어서 식량과 식수가 남아도는데, 조금 더 천천히 해도 괜찮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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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이 기계장치를 정복하면 끝인 줄 알겠다? 앞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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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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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그 과정은 공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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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뽑힌 이의 이름을 호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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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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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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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가 평가하기엔 특징 없는 평범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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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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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소의 표정은 도축장에 끌려가는 돼지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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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앞에 엘리베이터를 조사한 이들이 모두 죽음이라는 결과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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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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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질끈 감는 것이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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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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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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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있는데, 어차피 기계장치를 타서 죽나 여기서 느그들이랑 싸우다가 죽나, 어차피 뒤지는 건 똑같은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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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소는 검집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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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편, 말라붙은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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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여기서 나아가는 건 자살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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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괴상한 기계 장치 안에서 죽을 바에… 너희들 손에서 죽는 게 조금 더 나은 죽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이? 다들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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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에 질린 데르소는 그리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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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더 나은 죽음이라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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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편히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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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그런 죽음들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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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소가 생각하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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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알 수 없는 기계장치 안에서 맞이하는 죽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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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 엘프들의 손에 죽는 것보다 훨씬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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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씨발 좆같은 새끼야! 이건 룰이라고! 규칙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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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들의 손에 죽는 게 더 나은 죽음이라고 생각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살면서 느끼게 만들어줄 수 있는데!? 산 채로 가죽을 벗겨버리기 전에 당장 기계장치 안으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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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소는 칼날을 자신의 목에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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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오지마! 콱 뒤져버리기 전에! 어차피 너희들도 들어가기 싫잖아? 그래서 나를 기계장치 안으로 지금 집어넣으려고 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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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는 게 자살 행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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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스스로가 목숨을 끊어도 나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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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소가 막무가내로 굴 수 있는 행동 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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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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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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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엘프를 포함한 모든 지성체들은 기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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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마스터의 손에서 태어난 하수인이 반란하는 경우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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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살아온 낙인 엘프는 오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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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을 할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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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심 없이 오직 이익관계로만 이루어진 조직이 대부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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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안 좋게 흘러간다면 이렇게 될 걸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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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예상보다 수 배는 빠르게 찾아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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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던전이 불쾌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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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침하고 기괴하고 두려운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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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드림랜드를 속으로 그리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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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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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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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소원이라는데 들어주지 못할 이유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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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데르소가 기계장치를 조사하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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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수가 있겠습니까. 새로 뽑아야죠. 저 새끼 눈깔 보세요. 이미 글러 먹었어요. 어쩌면 살 수도 있는 기회를 제 발로 버린 새끼는 살아 있어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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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 엘프들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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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소는 실성한 듯 자리에서 웃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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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이 들이닥치기도 전에 스스로의 목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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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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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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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죽음은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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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이 모두에게 뼈아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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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인원은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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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초소형 카메라가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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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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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던전을 클리어할 생각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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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들어올 생각 또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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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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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만에 절반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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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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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하지 않은 공간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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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이렇게 막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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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발견한 정보들을 가지고 돌아간다고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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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도에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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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직까지 탈출 스크롤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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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정보를 가지고 돌아간다면, 적어도 마석만큼의 보상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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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충성의 대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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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죽을 새끼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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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이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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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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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여전히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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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을 움직이게 만들려면 여러모로 방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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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생각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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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차가운 바닥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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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 있었는데 다행히 오늘 불침번은 다른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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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침번의 이름은 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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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솜씨가 꽤 좋은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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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상황이겠지만 불침번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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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맡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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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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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깊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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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부스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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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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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제 몸을 더듬는 감각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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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살며시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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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불침번을 선 릴리아가 제 몸을 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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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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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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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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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스크롤을 빼낸 릴리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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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린 미소로 나를 비웃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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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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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탈출 스크롤이 있다는 사실은 꽁꽁 숨겼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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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의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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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없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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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가 어떤 반응을 취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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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는 가볍게 탈출 스크롤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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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볼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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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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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했지만, 잠은 순식간에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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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다는 듯, 제 몸을 뒤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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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소중히 품어왔던 탈출 스크롤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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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릴리아가 사라진 자리에 어떤 쪽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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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펼쳐서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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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탈출 스크롤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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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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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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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엘리베이터를 향해 꾸물거리면서 나아가는 슬라임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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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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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가득 채우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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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처럼 달려가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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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슬라임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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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알 수 없는 기계장치처럼 불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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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마치 유령처럼 슬라임의 몸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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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것은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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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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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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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손톱으로 자신의 몸을 미친 듯이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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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에서 깨어난 낙인 엘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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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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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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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언어 모듈이 박살난 자동인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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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말 그대로 고장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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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상한 기계 장치에는 혼자만 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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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명이 없는 복도는 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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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죽어씨발개병신같은새끼들그냥다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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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색 5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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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원은 4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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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 릴리아는 티르의 스크롤을 사용해서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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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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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는 마치 귀신에게 홀린 사람처럼 일행들이 눈을 뗀 사이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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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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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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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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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와 식량은 늘어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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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지금 당장 먹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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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 사이에서 침묵이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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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낙인 엘프가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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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티르가 적은 메모에 한 줄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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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무 것도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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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색 ■■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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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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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다처럼 무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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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유한하여 마음대로 소유할 수는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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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를 거스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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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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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원은 4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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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지 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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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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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식량과 식수가 바닥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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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리고 목마른 낙인 엘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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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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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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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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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마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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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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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뽑기든 뭐든, 할 필요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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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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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정해져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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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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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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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 뉴비는 이간질의 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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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소대가리 :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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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티비대가리 : 이걸 통수치게 유도해서 남은 탐사 의지까지 꺾이게 만들어버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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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짱악령 : 우으으... 뉴비 무섭다이... 악령이다이... 오늘은 언데드들이랑 손잡고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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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DIP : 본인짱 지금 샌즈들이랑 부둥켜 안고 바들바들 떠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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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해골뼈다귀 : 설마 정말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공포는 역시 최고의 디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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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골렘왕 : 누구에게나(축복자 제외) 목숨은 하나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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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도살자 : 죽음은 최악이지. 누가 목숨을 걸고 저 엘리베이터를 조사를 하고 싶겠어?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어서 던전에 들어온 녀석들이 대부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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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마법히어로 : 소소소소솔직히 지금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던전까지 포함해서 이제까지 존재했던 모든 던전들과 차이점이 엄청 크잖아요. 저저저는 뉴비님 던전이 개인적으로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더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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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밤까마귀 : 인정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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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래그래 : 레전드... 이번 엘리베이터는 특히 더 악랄한 느낌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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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정신병원수석환자 : 원래 처음 용도는 제 1 구역이랑 2 구역에 랜덤 스폰하기 위해서라고 뉴비님이 말하지 않았나요... 입구부터가 벽처럼 느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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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철학자 : 근데 개인적으로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저 엘리베이터로 이어진 수수께끼의 공간은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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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차가워 : 진짜 씨발 너무너무 부럽다 나도 하나 가지고 싶어 제발 나중에 나한테도 기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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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부하없어 : 뉴비야 나 하나만 물어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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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뉴비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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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나만부하없어 : 그냥 실황에서 말도 없고 그래서... 나쁘다고 하는 건 아닌데 평소와 느낌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혹시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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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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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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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내가 레스티아를 살려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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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던전의 침입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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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서 배운 윤리관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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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직접적으로 해를 당하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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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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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다른 던전 마스터들보다 말랑말랑한 마인드를 가졌다고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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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른 침입자들에게까지 자비를 베푼다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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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내 목숨이 1순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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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를 가진 침입자에게는 언제나 비정의 철퇴를 때려박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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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칙은 준수하고 있다. 아니, 준수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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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책임이니, 윤리적 의식이니, 죽고 나면 아무런 쓸모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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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뉴비 : 음... 그냥 생리적으로 혐오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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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웨이브에서 조금 감정이 실렸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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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드림랜드의 주인이 되기 전, 그러니까, 즉, 과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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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 엘프들에게 비참하게 살해당했던 한 던전 마스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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