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This commit is contained in:
332
content/references/novelpia/370230/6.md
Normal file
332
content/references/novelpia/370230/6.md
Normal file
@@ -0,0 +1,332 @@
|
||||
|
||||
약속 장소는 지난번과 같은 오피스텔.
|
||||
|
||||
나는 한 손으로 거대한 콘트라베이스 케이스를 옮겼다.
|
||||
|
||||
근육 하나 없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는 별로 무겁지도 않았다.
|
||||
|
||||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올스텟 보너스 때문.
|
||||
|
||||
내가 지금 한 손인 이유는 간단했다.
|
||||
|
||||
이 브로커는 내가 한 손이 없는 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
|
||||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부활해버리면 서로 난감할 뿐.
|
||||
|
||||
나는 미리 손을 모래로 만들어 주머니에 고이 챙겨두었다.
|
||||
|
||||
띵동-
|
||||
|
||||
초인종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철문이 열렸다.
|
||||
|
||||
문 뒤에는 여전히 험상궂은 얼굴의 브로커가 서 있었다.
|
||||
|
||||
떡 벌어진 어깨와 팔뚝의 문신. 눈을 가리는 선글라스까지.
|
||||
|
||||
브로커는 나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
||||
|
||||
“들어와.”
|
||||
|
||||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
|
||||
|
||||
텔레그램에서 온갖 이모티콘을 남발하던 다정한 삼촌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
||||
|
||||
이 극명한 온도 차이에 어지럼증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
||||
|
||||
“이번엔 또 무슨 위험한 짓을 하고 온 거지?”
|
||||
|
||||
그의 하드보일드한 말투가 이어졌다.
|
||||
|
||||
조폭처럼 생긴 주제에, 말투가 마치 범죄자를 취조하는 형사 같았다.
|
||||
|
||||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
|
||||
“위험한 건 전혀 없었는데.”
|
||||
|
||||
“그럼 그건 뭐냐.”
|
||||
|
||||
브로커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거대한 케이스로 향했다.
|
||||
|
||||
나는 케이스를 열어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
||||
|
||||
“….”
|
||||
|
||||
전투 도끼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브로커의 표정이 굳었다.
|
||||
|
||||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불길한 기운.
|
||||
|
||||
그 또한 이게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본 모양이었다.
|
||||
|
||||
***
|
||||
|
||||
‘이건….’
|
||||
|
||||
브로커는 속으로 혀를 찼다.
|
||||
|
||||
불길한 기운이 줄기줄기 흐르는 전투 도끼.
|
||||
|
||||
말을 들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유니크 등급 아이템이었다.
|
||||
|
||||
이런 물건을 대체 이 어린애가 어떻게 손에 넣었단 말인가?
|
||||
|
||||
브로커는 잠시 침묵하더니, 전보다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
||||
|
||||
“이걸 어디서 구했나?”
|
||||
|
||||
“10층 보스 잡고 얻었는데. 왜?”
|
||||
|
||||
눈앞의 소녀는 별것 아니라는 듯,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
||||
|
||||
그 대답에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
||||
|
||||
‘10층 보스라….’
|
||||
|
||||
그가 생각하기에, 눈앞의 아이가 탑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 맞는 것 같았다.
|
||||
|
||||
이 정도의 아이템은 훔칠 수 있는 물건 따위가 아니니까.
|
||||
|
||||
하지만 이 아이가 진짜 헌터라고 해도 문제가 생긴다.
|
||||
|
||||
이 애가 10층 보스를 혼자 잡았을 리가 없었다.
|
||||
|
||||
아니, 그건 누가 와도 불가능하다.
|
||||
|
||||
‘하지만 이 애가 파티에서 아이템 우선권을 가져갔을 리는 없지….’
|
||||
|
||||
브로커의 고민이 깊어졌다.
|
||||
|
||||
어떤 파티여도, 이런 아이에게 유니크 아이템을 선뜻 주진 않을 것이다.
|
||||
|
||||
그는 헌터라는 작자들을 잘 알았다.
|
||||
|
||||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초인 깡패들.
|
||||
|
||||
자기 몸을 지킬 힘이 없다면? 아이템 배분은커녕, 역으로 가진 아이템을 빼앗기고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
||||
|
||||
탑에서 죽으면 시체도 남지 않는다. 살인멸구하기엔 최적화된 장소인 셈.
|
||||
|
||||
‘대충 알겠군. 어떤 상황이었는지.’
|
||||
|
||||
곧 그의 머리가 한가지 해답을 내놓았다.
|
||||
|
||||
눈앞의 아이는 분명 운 좋게, 혹은 운이 나쁘게 10층 공략 파티에 끼어들어 갔을 것이다.
|
||||
|
||||
‘처음부터 보상을 나눠줄 생각은 없었을거고. 적당히 고기방패로 써먹을 생각이었겠지.’
|
||||
|
||||
하지만 탑 공략은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
||||
|
||||
그것이 보스층이라면 특히나.
|
||||
|
||||
‘그리고 그 파티는 전멸했을거고.’
|
||||
|
||||
파티 전복의 이유는 뭐든 될 수 있다.
|
||||
|
||||
혹은 공략을 정상적으로 끝내고 나서도, 아이템 분배에서 문제가 생겨 서로 죽고 죽였을 수도 있다.
|
||||
|
||||
브로커는 내심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짐작했다.
|
||||
|
||||
‘어쨌든 보스를 잡은 것까진 확실해 보이니까…. 그 후에 내분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아. 그래, 이게 정답이군.’
|
||||
|
||||
유니크 아이템.
|
||||
|
||||
조무래기 C급, D급 헌터에겐 잭팟이 터진 셈이다.
|
||||
|
||||
이런 아이를 팀에 넣어서 굴리는 파티가, 배분을 똑바로 하려고 할까?
|
||||
|
||||
브로커는 고개를 저었다.
|
||||
|
||||
겨우 보스전에서 살아남았더니, 이어지는 것은 서로가 죽고 죽이는 참혹한 현장.
|
||||
|
||||
이 아이는 그 현장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을까?
|
||||
|
||||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겠지.’
|
||||
|
||||
브로커의 머릿속에 한 편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
||||
|
||||
양패구상의 형태로 흘러간 내전.
|
||||
|
||||
이 아이도 헌터. 10층까지 올라가며 온갖 험한 꼴을 보았을 것이다.
|
||||
|
||||
마지막 한 명이 남은 그 순간, 자신이 살길은 단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테지.
|
||||
|
||||
하나밖에 없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단검을 쥐고 다가가 그 등을 찔렀을 것이다.
|
||||
|
||||
그다음 동료들의 시체를 뒤지고, 이 도끼를 챙겼으리라.
|
||||
|
||||
‘끔찍한 일이군.’
|
||||
|
||||
선글라스 너머로 소녀를 살폈다.
|
||||
|
||||
며칠이나 잠을 설친 듯한 짙은 다크서클. 차갑고 퉁명스러운 태도. 불법에 발을 걸치고 있는 자신에게 찾아온다는 무모함.
|
||||
|
||||
분명 그런 일들을 겪고 난 후유증일 것이다.
|
||||
|
||||
선글라스에 가려진 눈에 슬픔과 안쓰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
||||
|
||||
그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
|
||||
|
||||
“일단 값을 매겨보지.”
|
||||
|
||||
브로커는 도끼를 조심스럽게 감정하기 시작했다.
|
||||
|
||||
소녀는 소파에 앉아 평가를 기다렸다.
|
||||
|
||||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
|
||||
“역시 유니크 등급이군. 옵션도 좋고…. 내가 여기서 바로 값을 매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
||||
|
||||
아이템의 등급은 일반,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 순으로 나뉜다.
|
||||
|
||||
유니크 등급이라면 상위 헌터들도 군침을 흘릴 만한 물건이었다.
|
||||
|
||||
“못 사주겠다는 말?”
|
||||
|
||||
“아니, 나한테 맡겨라. 경매에 내놓는 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다.”
|
||||
|
||||
경매.
|
||||
|
||||
확실히 그편이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
||||
|
||||
하지만 소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
||||
|
||||
이 험상궂은 아저씨를 어떻게 믿고 못 해도 수천만 원은 나갈 물건을 맡긴단 말인가.
|
||||
|
||||
소녀의 불신이 가득 담긴 눈빛을 마주한 브로커는 또다시 속으로 측은함을 느꼈다.
|
||||
|
||||
‘어린 나이에 얼마나 험한 일을 겪었으면… 사람을 이렇게까지 믿지 못하게 된 걸까.’
|
||||
|
||||
브로커는 아이답지 않은 그 모습에서 깊은 상처와 배신의 흔적을 읽었다.
|
||||
|
||||
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
||||
|
||||
“네 정체는 철저히 비밀에 부치겠다. 약속하지.
|
||||
|
||||
그리고 선금을 미리 주마. 5천만 원. 어때?”
|
||||
|
||||
“뭐? 오천…?”
|
||||
|
||||
상상도 못 한 금액이었을까.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
애써 태연한 척을 하고 있지만, 입꼬리가 멋대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
||||
|
||||
그 모습을 본 브로커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
||||
|
||||
‘역시 아직 아이는 아이로군.’
|
||||
|
||||
자신이 값을 후려치려는 속셈이었다면 어쩔 뻔했나?
|
||||
|
||||
역시 아이들 곁에는 어른이 필요하다. 자신처럼 착실한 어른이.
|
||||
|
||||
브로커는 다시 한번 자신의 역할에 대한 사명감을 다졌다.
|
||||
|
||||
***
|
||||
|
||||
다음 날, VIP 아이템 경매장.
|
||||
|
||||
나는 브로커가 보내준 실시간 영상을 통해 경매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
||||
|
||||
화면 너머로 보이는 경매장은 상위 헌터들과 길드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
||||
|
||||
다들 한가락 하는 인물들인지, 값비싼 정장과 화려한 장신구들이 눈에 띄었다.
|
||||
|
||||
경매는 이미 한창 진행 중이었다.
|
||||
|
||||
“다음 물건입니다! 20층 대에서만 서식하는 스톤 골렘의 핵! 레어 등급 재료 아이템입니다! 시작가 천만 원!”
|
||||
|
||||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단상 위로 투박한 돌덩이가 올라왔다.
|
||||
|
||||
곧바로 여기저기서 패들이 올라갔다.
|
||||
|
||||
“천이백!”
|
||||
|
||||
“천오백!”
|
||||
|
||||
나는 별 관심 없이 그 광경을 지켜봤다.
|
||||
|
||||
당장 장비 아이템도 없는 나였다.
|
||||
|
||||
재료 아이템은 내게 아직 먼 이야기.
|
||||
|
||||
경매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스톤 골렘의 핵은 2천만 원에 한 탱커에게 낙찰되었다.
|
||||
|
||||
이어서 다양한 아이템들이 무대 위를 스쳐 지나갔다.
|
||||
|
||||
투명화 기능이 붙은 레어 등급 망토. 일정 시간 동안 스탯을 올려주는 비약.
|
||||
|
||||
심지어는 몬스터를 애완동물처럼 길들일 수 있다는 희귀한 계약서까지.
|
||||
|
||||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
||||
|
||||
“이번 물건은 마법사 여러분들이 주목하셔야겠군요! ‘고요한 현자의 로브’입니다!”
|
||||
|
||||
“뭐? 마법사?”
|
||||
|
||||
사회자의 말에 내 눈이 번쩍 뜨였다.
|
||||
|
||||
단상 위로 올라온 것은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망토였다.
|
||||
|
||||
“레어 등급 방어구! 마나 회복 속도를 소폭 상승시켜주는 아주 귀한 옵션이 붙어있습니다!”
|
||||
|
||||
‘마나 회복이라….’
|
||||
|
||||
보자마자 탐이 났다.
|
||||
|
||||
개안을 한 뒤, 내 마나통은 몇 배로 커졌다.
|
||||
|
||||
하지만 지난 오크 대족장과의 전투에선 마지막 한 방에 MP를 모두 소모했다.
|
||||
|
||||
만약 오크 대족장에게 2페이즈가 있었다면?
|
||||
|
||||
도망칠 기력도 없는 나는 그대로 리타이어했을 것이다.
|
||||
|
||||
저런 아이템이 있다면 훨씬 안정적으로 전투를 이끌어갈 수 있을 터.
|
||||
|
||||
“아니, 사실 옵션은 상관없는 거 같기도….”
|
||||
|
||||
솔직해지자.
|
||||
|
||||
어쩌면 난 그냥 마법사 아이템이 가지고 싶을 뿐일지도 몰랐다.
|
||||
|
||||
언제까지 맨몸 등반을 해야 한단 말인가?
|
||||
|
||||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선 평상복이 제일 좋긴 하다지만, 가방 안에 잘 구겨 넣으면 되지 않을까?
|
||||
|
||||
나도 멋있는 로브 휘날리고, 커다란 스태프 휘두르면서 폼 좀 잡아보고 싶었다.
|
||||
|
||||
…거기엔 로망이 있으니까.
|
||||
|
||||
“시작가는 5천만 원입니다!”
|
||||
|
||||
“오천오백!”
|
||||
|
||||
“팔천!”
|
||||
|
||||
하지만 가격은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
||||
|
||||
순식간에 내 전 재산을 뛰어넘는 금액이 나와버렸다.
|
||||
|
||||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중얼거렸다.
|
||||
|
||||
“아니, 법사가 5명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경쟁이 쎄게 붙어….”
|
||||
|
||||
그냥 희귀해서인가?
|
||||
|
||||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거기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
||||
|
||||
마법사 아이템을 입고 다니면, 마법사로 각성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미신이 퍼져있었기 때문이었다.
|
||||
|
||||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네….”
|
||||
|
||||
글쎄, 흙 먹다가 각성한 사람도 있는 판인데 뭘.
|
||||
|
||||
그렇게 경쟁이 과열되던 순간, 한 여성이 무심하게 패들을 들어 올렸다.
|
||||
|
||||
“3억.”
|
||||
|
||||
금발의 여성의 한마디에 경쟁자들이 조용해졌다.
|
||||
|
||||
결국 로브는 3억원이라는 거액에 그녀에게 돌아갔다.
|
||||
|
||||
“어? 저 사람도 여기에…?”
|
||||
|
||||
화면 속 여자의 얼굴은 나에게도 익숙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
||||
Reference in New Issue
Block a u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