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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번째로 방문하는 오피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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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묵직한 가방을 멘 채로 초인종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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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선글라스 너머 험상궂은 기운이 느껴지는 브로커가 나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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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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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없이 안으로 들어가 테이블 위에 자루를 툭, 하고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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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소리와 함께 자루 입구가 살짝 풀리며 안에서 영롱한 빛을 내는 마석 몇 개가 굴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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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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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선글라스를 살짝 고쳐 쓰며 자루를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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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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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에는 숨기지 못한 놀라움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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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kg이나 되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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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양의 마석은 그에게도 당황스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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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걸 전부 혼자서 모았다고 할 생각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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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나 혼자 모은 거지. 누가 나한테 이걸 덥석 맡기기라도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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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렇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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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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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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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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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그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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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앉아. 오늘은 이것만 팔러 온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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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자에 앉으며 본론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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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말없이 내 맞은편에 앉아 나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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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게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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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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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이 필요해. 완전한 새 신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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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게 말했었지…. 하지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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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사고 싶고, 정식 헌터로 등록도 하고 싶은데…. 미성년자라 불가능하거든. 그래서 성인 신분을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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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브로커의 입꼬리가 피식, 하고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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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야. 이제 미성년자도 헌터 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다. 세상이 그만큼 팍팍해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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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응?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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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17세, 그 다음엔 15세로 점차 낮아졌지. 몇 년 뒤면 10세가 될 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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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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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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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더 자세히 말해봐. 왜 신분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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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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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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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예상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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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해 온 시나리오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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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기 위해 존댓말을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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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찰을 상대로 해봤더니 입에서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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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요, 사실 5년 전에 부모님을 잃었거든요…. 탑이 처음 생겨났을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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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출생신고는 되어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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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가 내 말을 차갑게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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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아저씨 이런 이야기에 약한 것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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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가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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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당한 나는 말을 더듬으며 변명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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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사실 그때 충격으로 기억을 잃었거든요? 부모님 이름도 까먹었고요…. 아니, 5년 전이면 내가 8살…? 아무튼 그 정도였을 테니 기억 못 할 수도 있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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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사적으로 둘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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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변명은 누가 들어도 어설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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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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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게 진짜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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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차가운 한마디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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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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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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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할 말이 없을 땐 화를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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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치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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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해줄 거야,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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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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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브로커잖아! 돈만 주면 다 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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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지 마라. 나는 그런 싸구려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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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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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한 브로커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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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설픈 분노는 그의 묵직한 선글라스에 부딪혀 허무하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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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잠시 동안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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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길어질수록 나는 더 초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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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브로커의 머릿속은 복잡한 가설들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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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 하는 녀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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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말은 그야말로 조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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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어린애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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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눈앞의 꼬마가 자꾸 말도 안 되는 양의 마석과 아이템을 들고 온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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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석들은 다 어디서 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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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 놓인 마석 자루. 저건 개인이 구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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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급 길드, 다시 말해 조직 폭력배 집단 하나가 한 달 내내 모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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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들고 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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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합리적인 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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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추격에 쫓기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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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새 신분이 필요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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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기엔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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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따위가 걸리면 브로커인 자신에게 이야기가 들어오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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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봐야 별 수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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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브로커는 이해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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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의 과거를 추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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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조각이 너무 부족했고, 있는 조각마저 서로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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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생각을 지워낸 그의 시선이 다시 눈앞의 소녀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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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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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손이 없는 가녀린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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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딸과 비슷한 나이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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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아이의 처지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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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필요하단 거라면…. 지금까지는 노숙이라도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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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길거리에서 밤을 보냈을 모습을 상상하자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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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만났을 때보다 낯빛이 더 어두워진 것도 그 탓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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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버려 둘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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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이 아이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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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의 과거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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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이 아이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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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신분 없음.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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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가지 조합이 만들어낼 미래는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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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돈은 아이에게 족쇄가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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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급이나 C급 헌터, 다시 말해 어중간한 날건달 놈들이 아이를 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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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지킬 힘도, 세상을 살아갈 지혜도 없는 아이는 결국 모든 것을 빼앗기고 버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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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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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결심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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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침묵 끝에 브로커가 마침내 결심한 듯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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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잠시 동안 나를 말없이 바라보더니, 이내 깊은 한숨과 함께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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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그의 맨눈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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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고 지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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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안에는 의외의 온기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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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 도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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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차분한 한마디에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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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 마석부터 처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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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테이블 위로 굴러 나온 마석 하나를 집어 들어 꼼꼼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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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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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그는 자루 전체의 무게를 가늠해 보더니 가격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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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8천. 시세보다 조금 더 쳐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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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한 것과 비슷한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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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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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곧바로 자신의 핸드폰으로 금액을 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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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핸드폰에 입금 알림이 뜨는 것을 확인한 그가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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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내가 알아봐 주지. 원하는 조건이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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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 가까운 단독주택이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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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헌터 전용 주택? 까다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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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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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진 않아. 네가 모아둔 돈 대부분을 써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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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각오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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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나도 그 편을 추천한다. 그게 좀 더 안전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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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 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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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은… 5년 전 탑 붕괴 때 실종된 사람 기록을 뒤지면 된다. 그중에서 너랑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찾으면 돼. 솔직히, 네 체형을 봤을 때 좀 많이 힘들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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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브로커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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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이라…. 체형 바꾸기 연습이라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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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 본 적은 없는 일이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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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로 키랑 가슴을 키우면 성인 여성처럼 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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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로 돌아가는 건 아직 무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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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직 다리 길이 밖에 못 늘리겠네. 그럼 좀 이상해 보이긴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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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멍하니 공상을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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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의 차가운 목소리가 내 생각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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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리 경고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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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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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로는 기껏해야 편의점에서 술이나 담배 뚫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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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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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말한 헌터 협회 등록이나 부동산 거래, 은행 업무…. 이런 건 어림도 없어. 전산망에 조회하는 순간 바로 가짜인 거 들통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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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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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는 내가 대리해 줄 수 있지만…. 헌터 등록은 그런 게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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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생각해 둔 방법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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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법이 란 거, 나한테 알려줄 생각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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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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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이유가 있겠지. 나중에라도 말하고 싶어지면 그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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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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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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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가슴이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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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눈앞의 이 남자는 불법 브로커 주제에 선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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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일관되게 호의를 보내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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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쩔 수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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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일의 S급 헌터가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예정이라고 해도 선뜻 믿기 힘들건 그렇다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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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뎅이, 김수호의 허락 없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마구 발설하고 다닐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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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모든 것이 끝나고 등록이 마무리가 되면 사실을 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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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저씨가 그때에도 내 이야기를 안 믿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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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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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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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선택지는 하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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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 갤러리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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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전한 망설임 끝에, 새로운 글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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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풍뎅이 님. 어제 했던 말 기억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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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ㅇㅇ(33K.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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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등록 도와준다고 했던 거. 지금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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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올라가자마자, 1초도 되지 않아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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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풍뎅이 : 당연하지.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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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내 글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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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신속한 반응에 놀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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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33K.333) : 근데 내가 좀, 남들 눈에 띄면 안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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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풍뎅이: 걱정할 것 없어. 네가 올 날짜랑 시간만 알려줘. 그 시간에 맞춰서 협회 반경 3km 이내를 전부 비워둘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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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3km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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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니터에 찍힌 댓글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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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협회 주변을 전부 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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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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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삼 S급 헌터라는 존재가 가진 권력의 크기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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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전투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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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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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들도 하나같이 놀란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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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마법은화력 : S급 클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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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p깟쮸 : S급이라고 막나간다에요. 투쟁해야한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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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3km면 우리 집도 포함이겠다. 그날은 집에서 못 나가는 거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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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풍뎅이: 그럴 지도? 미안하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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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아니, 농담이니까 그냥 받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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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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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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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33K.333) : ㅇㅋ. 그럼 오늘내일 중으로 20층 뚫고 다시 연락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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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로 눈앞이었다. 나는 20층을 뚫기 위해 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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