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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가방과 함께 탑 14층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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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모든 감각이 유달리 생생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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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한 공기 속에 섞인 미세한 독기의 흐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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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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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새로 얻은 통찰안의 효과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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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스킬 설명답게, 정말로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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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기도 결국 마나의 일종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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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물에 깃들어 있다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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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나의 다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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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대의 독기 또한 마나의 뒤틀린 형태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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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속에서 축구공만 한 크기로 자라난 세계수의 씨앗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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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씨앗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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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꺼내자 주변 공기의 흐름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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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 섞인 마나가 씨앗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 반대편에서는 정화된 순수한 마나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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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대한 공기청정기 필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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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걸 심으면 나중에 세계수가 열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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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동네 뒷산에 심어서 길러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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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명물이라고는 빵집 하나뿐인 노잼 도시 대전에는 좋은 랜드마크가 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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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가 있는 도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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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연구진들과 관광객이 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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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대전의 경제도 살아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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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거는 20층 히든피스로 써야 하니까…. 아, 어디서 세계수 하나 더 안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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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고 따분한 상상을 마치고 나는 슬슬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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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등반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마법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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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련을 방해할 몬스터들은 미리 치워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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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익숙하게 사막화를 펼치고, 위장이 싹 사라져 바보가 된 고블린들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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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시스템 상, 몬스터를 전부 잡아버리면 자동으로 클리어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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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탑에서 최대한 오래 머무르며 수련을 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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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몇 놈은 살려둘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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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래 분신을 몇 마리 만들어 고블린 한 마리를 단단히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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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사방을 높은 모래 벽으로 둘러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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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모래 감옥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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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숨구멍은 뚫어줘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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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질식사라도 하면 매우 곤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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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벽 한쪽에 작은 구멍을 뚫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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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래도 안심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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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키우던 구피라는 물고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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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은 이유도 없이 툭툭 죽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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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몇 마리는 수조의 물을 가는 와중에 실수로 하수구에 빨려 들어가 버리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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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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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게는 너무나 약한 몬스터라 툭 쳐도 죽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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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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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변에서 고블린 두 마리를 예비로 더 잡아와 똑같은 방식으로 가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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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마리가 어쩌다 돌연사를 하더라도 갑자기 클리어가 될 걱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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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좀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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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표는 트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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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막화로 땅을 갈아엎으며 정글을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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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숨어있던 트렌트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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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익숙해진 손짓으로 열매를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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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열매는 모두 세계수의 씨앗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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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또 한 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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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쓰레기가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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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의 씨앗이 먹고 뱉어낸 쪼그라든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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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나는 이것이 쓰레기라고 생각해서 그냥 버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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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찰안으로 본 열매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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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트의 열매에는 마나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독기도 동시에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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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트는 이 정글에 가득한 마나와 독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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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는 자신의 영양분으로 삼고, 남은 독기는 모아서 열매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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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바로 열매의 정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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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럼 사람들은 지금까지 트렌트의 똥을 먹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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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를 떼어가도 중립이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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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트렌트의 비데역할을 해준 것뿐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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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기분이 불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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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열매도 좀 사 먹어볼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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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씨앗이 먹고 뱉어낸 쭈글쭈글한 열매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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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는 완벽하게 걸러지고 순수한 생명력만이 응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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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을 먹고 싼 똥이라 좀 찝찝하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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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화된 열매를 앞에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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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먹으면 무조건 도움이 될 거라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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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외형과 출처가 영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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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까짓 거 그냥 먹지 뭐. 딱 봐도 좋아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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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길바닥 흙도 퍼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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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못 먹을게 뭐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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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질끈 감고 열매를 입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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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0.1초 만에 그대로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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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퉤! 으엑…. 존나 맛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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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맛이었다. 떫고 비린 맛이 내 혀를 유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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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저히 인간이 먹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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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입안을 몇 번이나 헹궈냈음에도 끔찍한 맛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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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게는 최후의 방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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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없으면 맛을 없애면 그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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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화 스킬을 사용, 열매를 모래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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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먹기라면 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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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래를 물병에 넣고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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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모래가 다시 가라앉기 전에 들이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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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설임 없이 모래를 한입에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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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평소에 먹는 모래랑 맛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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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이 따로 있는 모래라서 그런지 목 넘김이 다른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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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식도를 타고 묵직한 마력 덩어리가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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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명치 부근에 따뜻한 무언가가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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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이 왔다. 이건 영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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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아있던 다른 열매들도 전부 같은 방식으로 가공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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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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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안 좋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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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째를 삼켰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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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속이 불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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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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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급히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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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들여다보니, 통제되지 않은 막대한 마나가 내 몸속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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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제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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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는 마치 살아 날뛰는 뱀처럼 내 온 혈관을 휘저으며 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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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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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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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두면 내 몸이 안에서부터 터져버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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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사적으로 의식을 집중해 마나의 흐름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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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홍수를 막으려는 것과 같은 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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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뛰는 마나에 내 의식이 휩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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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의 모래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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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모래 파도가 일고, 날카로운 모래 폭풍이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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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들어 놓은 사막 전체가 살아 움직이며 주변의 모든 것을 갈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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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폭풍의 한가운데 앉아 어떻게든 힘을 제어하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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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이대로라면 휩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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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거대한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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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마나는 더욱 거세게 반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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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이렇게 하는 게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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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문득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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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토템을 만들던 그 순간. 내 팔을 스스로 무너뜨려 한 줌의 모래로 되돌렸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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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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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는 흩어져도 모래. 무엇이든 형태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내 몸조차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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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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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이 날뛰는 마나를 외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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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이건 그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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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신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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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몸도 마나로 이루어져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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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나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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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나의 격류에 맞서는 둑이 되기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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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물길을 터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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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안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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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면의 신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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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내 마력의 중심, 나의 모든 것을 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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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뛰는 생명력을 억지로 그릇에 담으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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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그릇에 구멍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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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집중해 작고 촘촘한 구멍을 하나씩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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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은 이제 체가 되어 마나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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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신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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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했던 윤곽이 뚜렷해진다. 발끝부터 천천히 모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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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약의 마나가 내 원래의 마나와 섞이며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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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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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깊게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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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중심으로 미친 듯이 휘몰아치던 모래 폭풍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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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하게 사방으로 날뛰던 모래알들이 일제히 정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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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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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떠오른 모래알들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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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흘렀던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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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완전히 초토화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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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을 가뒀던 모래 감옥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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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앞에는 익숙한 클리어 메시지가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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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 난리 통에 불쌍한 고블린들이 전부 죽어버린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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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블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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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게 애도를 표하고 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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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계획이 하루 만에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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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을 다시 오르려면 꼬박 하루를 기다려야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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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얻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내 발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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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양발이 고운 모래가 되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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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신이 아주 조금이지만 더 모래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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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목표에 훨씬 더 가까워진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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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전신 모래화는 갈 길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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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모래로 만드는 능력을 어디다 써야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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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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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다 떨어지면 발가락 탄환이라도 쏠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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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다리는 마법 재료로 쓰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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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때 큰일이 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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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머리나 심장부터 모래화가 진행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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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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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같은 일을 네 번 더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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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층을 돌며 열매를 수확하고, 그것을 영약으로 만들어 수련에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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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폭주가 약이 되었는지, 영약을 흡수하고 마나를 제어하는 과정은 날이 갈수록 능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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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닷새째가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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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 한가운데 가만히 앉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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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닷새간의 성과를 확인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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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집중하자 익숙한 감각이 발끝에서부터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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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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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발이 고운 모래가 되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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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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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로 변하는 감각은 발목을 지나, 종아리를 타고,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 거침없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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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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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반신은 더 이상 살과 뼈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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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아래로는 두 쌍의 모래 기둥만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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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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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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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래로 변한 하반신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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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의 집중 수련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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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 목표는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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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층. 마법 깎는 노인을 다시 만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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