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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의 금빛 눈동자가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대해의 길드원들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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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시선은 다시 메어리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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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조금 피곤해 보이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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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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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님은 유독… 멀쩡해 보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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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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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이야기는, 곧 보고서를 통해 아시게 되겠지만… 던전 내부는 여간 피곤한 곳이 아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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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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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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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세아 또한 대충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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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메어리의 눈썹이 희미하게 꿈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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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사람은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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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는 그렇게 다시 대해의 길드 쪽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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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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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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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소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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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소문이라기보다는 공공연한 비밀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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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떠돌았던 해당 이야기에 의하면 원래, 선우는 대해 길드로 갈 뻔했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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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에서, 당시 황금기수의 최고 유망주였던 메어리와, 1+1 계약으로 묶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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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 위재완이 재빠르게 유선우를 하이재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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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가 노릴 정도의 이방인이라면, 분명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을 것이라 그리 판단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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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까보니, 유선우는 전투원으로서는 뛰어난 능력치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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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1+1 계약이 성사될 뻔했던 진짜 이유는 유선우의 숨겨진 실력과 퍼포먼스 때문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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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의 ‘요구사항’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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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에게 자신이라는 특급 매물을 담보로 유선우를 데려가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는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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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까지는 진세아의 순도 100%의 추측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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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퍼진 소문은 정확히 ‘유선우가 대해에 메어리와 1+1로 갈 뻔했다.’ 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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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계속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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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둘의 사이가 꽤 괜찮아 보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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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직접 자신에게 와서 선우의 안부를 묻는 행위 자체가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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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처박혔던 A급 헌터는 꿈틀거리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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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신이 돌아온 듯,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며 자책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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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그 모든 광경을 무심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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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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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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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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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협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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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그냥 간단하게, 던전에서 장기간 체류한 헌터들의 상담 기록을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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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예 쓸 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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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더라도 상담소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것보다는 머릿속에 뭐라도 집어넣는 편이 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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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상담사님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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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의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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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꽤나 얼굴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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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많으십니다. 자료 찾으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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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까 키오스크로 검색은 다 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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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 1에서 ZU 21까지. 그 파트가 던전 PTSD에 관한 치료 사례에 대한 기록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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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1에서 21까지 전부 뽑아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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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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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고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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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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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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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카트를 힘겹게 밀며 다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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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위에는 내 키보다 높게 산더미 같은 서류 뭉치가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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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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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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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양에 잠시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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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당황스럽다는 듯 턱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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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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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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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서류의 산을 조용히 내 차로 옮겨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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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향하는 곳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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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과 업무는 상담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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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료 조사나 공부는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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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만의 묘한 루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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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다른가 싶지만, 그냥 서재에서 자료를 공부하는 게 머릿속에는 더 잘 들어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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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이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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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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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서류들을 서재 책상 위로 와르르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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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도 진하게 한 잔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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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피어오르는 잔을 들고 서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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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류의 산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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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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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컴퓨터를 켜고, 실시간 뉴스 속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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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은 붕괴하였고, 마력 역풍 또한 지금쯤이면 잦아들었겠지만, 그 여파로 또 다른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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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가장 위에는 방금 막 올라온 기사가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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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大海) 길드, S급 게이트 '사슬 지옥' 단독 공략 성공… 경상자 단 한 명에 그치는 기염 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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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사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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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부상자는 확실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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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자가 끝이라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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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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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에 있는 서류 조사는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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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문제가 없는 게 가장 좋은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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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신과 관련된 질환은 바로 간단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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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그 내면은 이미 곪아 터지기 직전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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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나는 하는 것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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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류 더미의 첫 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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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르륵. 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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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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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뻐근하고 허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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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안타까운 기록들을 읽고 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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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들의 노하우와 그들의 고통을 내 것으로 만들고 또 이해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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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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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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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감이 슬슬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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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절반도 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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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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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던전 PTSD는 흔한 증상이라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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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은 서류 더미를 한번 슥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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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촤라라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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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넣어 넘기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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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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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묵직하게 무언가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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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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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 이질적인 감촉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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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에서 막 출력한 새하얀 A4 용지들 사이로, 손때가 묻어 누렇게 변색하고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한 종이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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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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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도 모르게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그 서류를 책상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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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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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누런 서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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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만 쭉 뻗어, 실눈으로 종이의 첫 장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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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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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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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1: 던전 공략으로 인한 정신 오염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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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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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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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필체, 종이의 질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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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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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분류 번호조차 ZU 시리즈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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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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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뭐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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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신청하지도 않은 자료들이, 내 서류 더미에 섞여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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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저번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논문 저자는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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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적으로 번쩍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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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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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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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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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웬일인지 대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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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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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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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네! 부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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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혹시, 이 논문에 남은 흔적을 조사해서 대상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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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상담 프로그램의 방화벽을 뚫고 대상이 누군지 알아냈던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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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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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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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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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적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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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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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창 위로 땀을 뻘뻘 흘리며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는 듯한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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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결과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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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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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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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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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내 절박한 질문에, 윙크를 날리는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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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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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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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에도 논문의 저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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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논문의 정확도는 매우매우매우매우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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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기록일 가능성이 높으니 신뢰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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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고개를 저으며 양손으로 뺨을 툭툭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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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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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읽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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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저번에도 그렇고, 내용은 좀 극단적이기는 한데 내가 처한 상황을 아주 잘 반영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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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좀 많이 극단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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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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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첫 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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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앞서, 모든 과정은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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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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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실제 사례라고 강조 한 번 해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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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M-15: 던전으로 인한 감정 이상 현상, 그러나 정신 간섭의 계통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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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S급 여성 헌터)는,장기간의 던전 공략 끝에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PTSD)를 앓고 있었음. 공략 대상이었던 던전은 내부 진입자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특성을 가졌으며 내담자는 그 치료를 위해 장기간의 상담을 받는 중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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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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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지옥이 정신 간섭이 존재했던 던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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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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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겠다는 추측은 있었으나, 직접 진입하여 공략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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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신 간섭계 던전이었다는 공식적인 보고는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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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논문의 사례는 정신 간섭계의 던전이었던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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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음 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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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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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어떤 소음이 너무 시끄러우면, 그 근원을 부수고 싶다는 충동이 머리를 지배해요. 아주 사소한 짜증이, 순식간에 살의로 변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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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증폭…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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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이곳은 안전한 공간입니다. 앞으로는 아주 사소한 감정이라도 느껴지는 즉시, 제게 알려주십시오. 억누르는 것보다, 즉시 방출하며 해소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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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는 이번에도 빨간색 휘갈겨 쓴 첨언이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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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은 정신 오염계 던전의 영향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증폭되는 정신 간섭계의 현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 기본적으로 우수한 헌터들은 마나로 인해 감정 과잉이 심함. 따라서 그와 중첩되는 경우를 주의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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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상담사는 사소한 감정도 빠르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이를 유도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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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느낌으로 진행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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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틀린 접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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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위험한 간섭 계통의 경우에는 헌터들을 협회에 격리시키고 간섭이 완전히 치료될 때까지 집중적인 상담을 진행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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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감정이라도 빨리 털어놓게 하는 것은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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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재빠르게 상담 회차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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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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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부정적인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요. 점점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할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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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혹시나 무슨 사소한 감정이 들어도 제게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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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 네. 우선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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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상담사의 판단은 적합했고, 베테랑 상담사답게 내담자 M의 정신 질환은 날이 갈수록 호전되었음.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에 점점 집중하기 시작하는 경향을 보임. 이후, 지켜보며 몇 가지의 테스트만 통과하면 끝이라고 여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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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계속 읽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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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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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빠른 질환에 대한 판단과 적합한 대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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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혹시 문제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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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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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요즘에는 그냥 너무 행복해요. 던전 공략도 우수했고… 하늘도 너무 맑고… 그냥 너무 기쁜 일뿐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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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그렇군요. 내담자님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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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그래도 아직, 사소하게 드는 부정적인 감정이 있다면 제게 알려 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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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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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따르면, 내담자 M은 상담사의 말을 끊고 그를 불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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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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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저, 상담사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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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는 내담자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지음. 그 모습을 본 내담자 M의 표정 또한, 상처 입은 듯 일그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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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그렇 군…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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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앗, 죄송해요. 조금 곤란하셨죠? 선생님께서 전부 말씀하라고 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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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내 내담자 M은 표정을 풀며 먼저 양해를 구했고, 상담사 또한 안도하며 천천히 매뉴얼에 입각한 설명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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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마음은 너무 감사하지만, 내담자님과 상담사의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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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의 설명은 너무 잘 아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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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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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흔히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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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감정을 계속해서 덜어내다 보니, 그 빈자리를 긍정적인 감정이 채우고 그 모든 감정이 상담사에게로 향하는, 전이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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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상담을 끝마치거나, 혹은 격리를 끝마쳐 바깥세상으로 나가면 정상적으로 돌아올 문제라고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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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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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상담사는 내담자 M의 급작스러운 고백을 단도직입적으로 거절할 경우, 내담자의 부정적인 감정이 다시 증폭될 수 있다고 여겨 순간적으로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음. 이는, 명백한 미흡함이었음을 본인 또한 인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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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그러나 내담자 M의 치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녀가 먼저 상황을 이해하고 물러서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기에 상담사는 원칙적인 설명을 통해, 그녀를 회유하기로 결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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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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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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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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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축하드립니다 M님. 아마 오늘이 마지막 상담이 될 것 같네요. 다른 길드원분들 또한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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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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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네 그렇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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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하는 굉음과 함께 내담자 M이 상담사에게 달려 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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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하아… 하아…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 제가 계속, 밤마다, 미친 듯이 생각을 해봤거든요? 근데. 근데 진짜 이해를 못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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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대체!!! 왜!! 나를 거절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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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상담사 위에 올라타 압도적인 힘으로 그를 짓누르며 상담사의 옷과 자신의 옷을 염동력으로 벗겨내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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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협회의 대응팀이 즉각 출동했으나 내담자 M의 고유 능력 ‘트릭룸’으로 인해, 상담실이 이 세계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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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하… 하아… 선생님은 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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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요즘 제가 행복하다 했었죠. 선생님도 같이 기분 좋아져요. 알았죠?? 대답.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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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내담자 M은 비명을 지르려는 상담사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틀어막아버림. 상담사의 모든 저항은 무위로 돌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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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기록은, 붉은색 블록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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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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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흐읏…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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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 카메라에 내담자 M의 시선이 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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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피식 웃으며, 상담실의 기록용 카메라를 들어 자신의 모습과 그 아래에 깔린 상담사의 모습을 과시하듯 찍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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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빨리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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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알겠… 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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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 그래요…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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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M은 상담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입을 맞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박수를 두 번 치더니, 이후 둘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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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기록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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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첨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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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결론적으로, 모든 것의 대전제였던 ‘부정적인 감정 증폭’에 대한 진단은 완전히 틀렸던 것으로 파악됨. 던전 공략 이후, 심신이 미약해진 상태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을 뿐. 이들이 겪은 진짜 질환은, ‘모든 감정의 증폭’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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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상담사는 내담자의 부정적인 감정은 서서히 제거했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은 오히려 증폭되도록 장려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음. 따라서 그 증폭되고 촉진된, ‘상담사에 대한 애정’이라는 감정이 거절당하는 순간. 질환은 더 이상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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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결과: 상담사와 내담자 M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음. 몇 년 후 스위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두 사람이 아이를 안고 아주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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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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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가 처음에 판단했던 것과 달리, 내담자의 질환은 부정적인 감정의 증폭이 아니라. 모든 감정의 증폭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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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폭된 감정이 거절당한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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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도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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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가 잘못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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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까지는 이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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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였어도 그와 똑같이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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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능력이 없다는 가정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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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그의 과실이라 보기에는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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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기록은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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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논문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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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얻은 교훈은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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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내 짐작으로 질환을 판단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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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하고, 또 거리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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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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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스스로 다짐하던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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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리리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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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서재의 정적을 깨고, 내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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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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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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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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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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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로 협회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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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해 길드원 단체 정신 오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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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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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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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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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핸드폰을 든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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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상 위에 펼쳐진 누렇게 변색된 논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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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1: 던전 공략으로 인한 정신 오염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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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이를 예견이라도 한 듯 그렇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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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PTSD를 예상하여 자료를 가져오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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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 기록과 현 상황은 기묘할 정도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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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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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떨쳐낼 수 없는 기시감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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