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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음악가 하멜(Hamel) (6) - 과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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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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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한 도시의 그림자에서 나고 자라, 온갖 추악함과 더러움을 제 양식 삼아 살아온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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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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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한 도시의 햇빛 속에서 나고 자라, 온갖 아름답고 깨끗한 것을 제 양식 삼아 살아온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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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식량만 축내는 애새끼가 늘어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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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며 저를 내려다보는 부모의 눈이, 남자의 가장 옛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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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나의 보물.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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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며 저를 내려다보는 부모의 눈이, 여자의 가장 옛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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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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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천박한 이였고, 세상을 구분 짓는 보이지 않는 천장 아래에서 진흙탕을 뒹구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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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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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고귀한 이였고, 세상을 구분 짓는 보이지 않는 천장의 위에서 여유롭게 뛰노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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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항상 무언가를 빼앗아야만 했다. 빼앗지 않으면 무엇 하나 손에 쥘 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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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살아가는 무대는 더러운 뒷골목이었고, 사람들은 그를 무뢰배라 부르며 경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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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무엇 하나 빼앗을 필요가 없었다. 따로 요구할 것도 없이 많은 것이 제 손에 주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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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살아가는 무대는 아름다운 무도회였고, 사람들은 그녀를 한 떨기 꽃처럼 여기며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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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남자에게 있어서는 둘도 없을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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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하고 착취할 뿐 무엇하나 베푸는 일 없던 탐욕스러운 왕이 시민들의 정당한 분노 앞에 매달리고, 국왕 밑에서 악덕을 다하던 귀족들이 함께 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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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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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여자에게 있어서는 둘도 없을 악몽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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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의 어버이이자 국가의 근본이신 폐하께서 무지몽매한 반역도들에게 시해당하시고, 폐하를 지키려던 명예로운 귀족들 역시 함께 명을 다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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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두려워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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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기만 해도 혐오를 숨기지 않던 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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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도 없고 노력도 부족한 주제에 오직 가문의 힘으로만 그럴듯한 장비와 칭호를 얻어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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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저지른 온갖 치부의 뒤처리를 남자에게 떠넘겼으면서, 그 대가를 요구하면 사냥개에게 잔반이라도 던져주듯 반응하던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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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몸소 베고, 짓밟고, 유린하며 남자는 자유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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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항상 웃는 얼굴을 보이며 말벗이 되어 주었던 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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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안전은 제가 지키겠노라며, 듬직한 얼굴로 가슴을 펴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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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사랑하고 항상 좋은 것만 주려고 노력했던, 하나뿐인 소중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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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눈앞에서 베이고, 짓밟히며, 유린당하는 모습을 보고 여자는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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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전리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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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미스트헤븐을 암중에서 지배할 조직의 초대 보스가 승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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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둘 사이의 아이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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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원수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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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스트헤븐을 통치하던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가 패자로서 눈물과 저주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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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둘 사이의 아이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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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있어서 아이의 존재는 자신의 승리를 상징하는 훈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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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자신을 닮아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딸을 기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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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있어서 아이의 존재는 인생에 새겨진 더러움이자 낙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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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자신을 닮아 아름다운 미모를 타고난 딸을 혐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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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딸에게 자신이 어둠 속을 전전하며 손에 넣은 전투 기술과 영주 가문에게서 빼앗은 연공법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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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는 법. 고문하는 법. 이간질하고 배신하고 협박하는 방법이 그가 딸에게 베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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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제정신일 때는 딸에게 저주를 퍼부었고, 마약에 취해 있을 때는 딸을 망각함으로써 그 존재를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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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해 줄 것이라는 기대. 깨진 유리병에 내려 찍힌 한쪽 눈의 시력이 그녀가 딸에게서 빼앗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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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죽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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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매매를 통해 손에 넣은 재화에 둘러싸여, 인신매매를 통해 취한 여자들을 대동한 채, 피와 공포로 세운 악의 왕국을 유산으로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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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레하고 추악한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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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죽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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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헤븐의 마지막 푸른 피로서 유지를 남기지도, 인생을 빼앗긴 피해자로서 복수를 다하지도, 한때 아름다웠던 미모를 유지하지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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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하고 비참한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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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딸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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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는 증오와 탐욕을 물려주었고, 어미는 절망과 허무를 물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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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애 대신 폭력을 배웠고, 사랑 대신 공포를 학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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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투명한 물은 무언가를 말끔히 씻어내고 깨끗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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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더러움을 타고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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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본질이 더럽고 질척거리는 진흙탕이라면, 그래서 만지는 것도 행하는 것도 모두 더러울 수밖에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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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깨끗한 것에 접해도 그것을 더럽게 만들 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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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삶에는 과연,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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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를 배워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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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몇 번째의 만남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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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이 건넨 제안에, 히스티아는 눈을 껌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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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라니,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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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라도 다루듯 하멜을 대하던 히스티아였지만, 그 태도가 자연스러워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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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수께끼의 길거리 악사는 자신의 음악이 무시된다고 느꼈을 때는 제법 까칠하고 고고한 자세를 보였지만, 그 외에서는 무척이나 서글서글하고 친근한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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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는 저와 당신밖에 없으니 당연히 히스티아 당신에게 하는 말이지요. 아, 혹시 기척을 죽이고 숨어 있는 제3의 인물 같은 게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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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아니야. 그냥 조금 당황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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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티아는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솔직한 본심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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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주 같은 건 전혀 할 줄 몰라. 악기를 다뤄 본 적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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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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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은 깃털 달린 모자의 챙을 손가락으로 치켜올리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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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입문이라는 건 다 그런 겁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나도 이런 거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해 요리를 시작하는 거고, 멋진 그림을 보고 나도 저런 작품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붓을 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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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 경우도 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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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물론이지요. ‘내가 해도 저것보단 잘하겠다!’ 역시 좋은 입문 동기니까요. 아주 잘 아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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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하고 과장된 태도로 웃어 보이는 하멜의 모습에, 히스티아의 입꼬리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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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하멜이라는 악사의 음악에 매료된 그녀였지만, 그와 어울리면 어울릴수록 이제는 하멜이라고 하는 남자 그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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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전전하는 유랑 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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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집 하나 없이 숙소를 빌리거나 노숙을 오가는 떠돌이이면서도, 그는 항상 유쾌했고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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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삶을 가득 메우던 피와 더러움을, 그는 자신의 음악과 밝은 천성으로 깨끗하게 씻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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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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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흥미가 있냐 없냐를 묻는다면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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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티아는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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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겁고, 그에게 음악을 배우는 것은 틀림없이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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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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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이 그 영혼과 본성부터 깨끗하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반대로 수많은 더러움과 함께 살아온 자신의 연주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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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차마 듣기 괴로울 만큼 추악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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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답을 확인하기가 두려워, 히스티아는 차마 긍정의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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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에둘러 거절을 입에 담으려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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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해 보십시오. 원래 연주라는 게 합주가 되면 그 다양성이 훨씬 늘어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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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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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려던 거절의 말을 다시 집어삼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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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라니, 너랑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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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양쪽 모두 바이올린을 드는 것도 좋고, 히스티아는 바이올린에 저는 피리, 혹은 그 반대도 나쁘지 않군요. 아, 적절한 무대를 빌릴 수만 있다면 피아노도 활용해보고 싶군요. 실로 꿈이 넘쳐나는 일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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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런 미래가 바로 눈앞에 보이기라도 하는 듯, 아이처럼 들뜬 말투와 눈빛으로 하멜은 그녀를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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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열정이 너무나도 순수했기에, 히스티아 역시 조심스레 그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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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막연하고, 곳곳이 흐릿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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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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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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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자신의 연주가 추악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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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멜과 함께한다면, 그의 힘을 빌린다면 어쩌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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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올지 모르는 비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세상의, 사람들 마음속의 더러움을 씻어낼 수 있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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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렴풋한 상상만으로도, 히스티아는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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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좋습니다. 사실 1순위였던 히스티아가 안 된다고 하면 동네 아이들을 상대로라도 시도해 볼 계획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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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1순위여서 좋다고 여겨야 할까, 아니면 자기 외에도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는 사실에 아쉬워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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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전자라고 생각하면서, 히스티아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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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합주가 하고 싶다면, 꼭 누군가를 새로 가르치는 거 말고도 본래 있던 악사와 협력하면 되는 거 아니니? 혹시 따돌림이라도 당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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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 합주도 합주지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한 것도 있거든요. 그 자체가 제 실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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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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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외라는 표정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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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하멜 네 연주는 이미 완벽하다고 생각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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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평가해 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저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제 목표는 아버지를 넘어서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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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의 눈이 번쩍이며, 그 얼굴에 악동 같은 기운이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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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형제들은 저마다 특기 분야가 다릅니다만, 그 능력은 대개 아버지의 하위 호환, 기껏해야 동위 호환 정도가 한계입니다. 헌데 제가 아버지를 음악이라는 분야로 넘어선다면, 유능한 형제들도 하지 못한 위업을 달성하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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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로 호기심과 수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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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악사면서 수많은 악기를 자유롭게 다룰 줄 안다는 것도 그렇고, 역시 평범한 태생은 아닌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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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티아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구태여 하멜에게 가족이나 과거에 대해 질문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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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역시 히스티아의 기이한 강함이나 의문스러운 정체에 대해 캐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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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있어서, 서로는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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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도 F형님은 빼야겠군요. 비교는 인간끼리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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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은 호기심에 그냥 넘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충동이 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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