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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아! 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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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혁이 날카롭게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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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정면의 거대한 골렘은 한 기에서 두 기, 세 기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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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로 이루어진 골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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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으로 뒤덮인 골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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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미 상대하고 있던 녹색 골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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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에서 온 녀석들도 아니었기에, 그들은 정면에서 온전히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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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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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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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낮은 영창 소리가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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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의 눈동자는 타오르는 불꽃처럼 붉게 빛났고, 조유리의 입가에서는 하얀 입김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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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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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렬한 것은 윤채하의 화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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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포화가 강철 골렘의 흉부를 강타했다. 골렘의 몸체가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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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애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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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후, 조유리의 얼음송곳 수 개가 정확히 가열된 부위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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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달아오른 강철 표면에 차가운 얼음이 닿는 순간,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희뿌연 김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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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온도 변화를 견디지 못한 금속 표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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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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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같은 균열이 빠르게 번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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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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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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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의 중심을, 유하나가 달려들며 꿰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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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검이 허공을 가르며, 골렘의 갈라진 틈 사이를 정확히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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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사이로, 꽃잎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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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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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골렘이 중심을 잃고 무너진다. 바닥에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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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숨 돌릴 시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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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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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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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적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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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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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채하의 시선이 자꾸만 왼편의 사이드로 향한다.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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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까부터 온 신경을 전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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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전해져 오는 마나의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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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고 강렬한 교전의 감각이 피부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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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이드, 거기에는 분명 정해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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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아직도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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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랫동안 그가 누군가와 겨루는 것은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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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끝내고도 남았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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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걱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그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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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타오르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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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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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안 차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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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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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골렘을 똑바로 응시한 채, 표정조차 흔들림 없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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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이가 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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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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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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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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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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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의 차가운 한마디가 윤채하를 정신 차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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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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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짧고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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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윤채하가 아는 정해인은, 절대로 질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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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다시 눈앞의 적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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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의 눈동자 속에 다시 붉은 불꽃이 맹렬히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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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애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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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찢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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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창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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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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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이 충돌하며 튕겨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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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가 빗나간 화살은 이번에도 옆 나무 기둥에 깊숙하게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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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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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잡아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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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러운 속삭임과 함께, 시온의 모습이 수풀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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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이 흐려지고, 그녀의 위치가 점점 더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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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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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애애애액! 쐐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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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각도로 화살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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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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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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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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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은 지형을 활용해 궁수의 이점을 극한까지 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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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녀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 탁월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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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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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창을 휘둘러 화살들을 튕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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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는 것을 인지한 이상, 화살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 시온도 이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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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지금 쏘는 화살들은 애초에 공격이 아닌, 나의 발을 묶어두기 위한 위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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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세를 낮추고, 짧게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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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시온과는 수없이 붙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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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긴 적도 많았고, 시온이 이긴 적도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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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이 이길 때엔 늘, 같은 조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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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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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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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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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를 강하게 디디며 시온이 숨어든 수풀 속으로 곧바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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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감각이 예리하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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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지각(一切知覺)이 활성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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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각이 바늘 끝처럼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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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소리와 공기의 흐름, 바닥의 진동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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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의 작은 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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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서 숨죽이고 있는 시온의 미세한 호흡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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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팔랑크스를 사용해, 저쪽 일대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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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이 무슨 마인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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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냥 오랜만에 소꿉친구와 드잡이질이나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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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모의 교류전, 시온이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이미 이 왼쪽 사이드는 양쪽 모두 본대와 크게 관련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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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설이지 않고, 무식하게 그 방향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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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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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던 시온이 밝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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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이 반짝인다. 나와 마음이 맞은 듯, 그 표정엔 생기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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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은 시선을 내게 고정한 채 돌진을 저지하기 위한 활시위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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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의 화살이 정면으로 날아오다, 갑자기 허공에서 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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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수십 발로 갈라진 화살이 사방에서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각도를 바꿔 나를 포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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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화살은 마나를 머금어, 마치 살아있는 듯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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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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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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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방면에서 화살이 내게로 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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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식살(蝕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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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여러 발을 빠르게 쏘는 속사(速射)를 뛰어넘은 경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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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성장은 이번에도 내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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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한다?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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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온이 만들어 놓은 화살의 포위망에는 정확히 한 군데, 등 뒤로 빠져나갈 수 있는 작은 빈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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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으로 몸을 던진다면 화살을 피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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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순간, 시온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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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마치 유혹하듯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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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것이 시온이 노리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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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등을 돌려버린다면 시온과의 거리는 오히려 더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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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다시는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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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은 순식간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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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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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더 빠르게, 더 과감하게 몸을 던지며 창을 거칠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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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애앵! 챙! 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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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날이 허공에 잔상을 남기며 날아드는 화살들을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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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를 머금은 화살들이 날카롭게 튕겨 나가고, 피하지 못한 화살들이 옆구리와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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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소만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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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소가 아니면 몇 발 정도는 탈락 판정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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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거리가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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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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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에도 웃음기가 스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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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각적이고 즐거운 전투가 얼마 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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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의 소나기를 뚫고 나온 내 모습에 시온의 눈이 살짝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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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혹시 모를 근접전에 대비해, 허리에 찬 단검을 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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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바로 몸을 뒤로 물리며 다음 나무를 딛고 후퇴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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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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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확히, 그 지점까지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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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즉시, 그녀가 발을 딛을 그 나뭇가지를 향해 창을 강하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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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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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은 정확히 가지를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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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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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가 산산이 부서지며 시온은 발 디딜 곳을 잃고 균형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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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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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공격에, 작은 탄성과 함께 그녀의 몸이 공중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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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나는 재빨리 몸을 날려 시온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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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대로 다른 굵은 나무 위로 시온을 밀어 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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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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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나무 위로 등을 부딪힌 시온의 몸 위에 주저앉아 움직임을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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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무릎으로 복부를 누르고, 한손으로는 양 손목을 단단히 결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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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는 익숙한 결박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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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수없이 해왔던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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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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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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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나와 시온 사이의 거리가 극도로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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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숨결이 엉키고, 완전히 맞닿은 피부 사이로 뜨거운 체온이 선명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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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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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읊조린 내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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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뛰는 그녀의 심장 박동이 손목을 타고 내 손바닥 위로 그대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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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땀이 촉촉이 맺혀 목선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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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에, 그녀의 하얀 피부 위에 맺힌 땀방울이 묘하게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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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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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진 시온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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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로 붉게 물든 뺨과 미세하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신음 같은 숨결이 끊임없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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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도주와 식살을 구현하는 데 큰 힘을 소모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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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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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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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단히 묶인 그녀의 손에서, 쥐고 있던 작은 단검을 조심스럽게 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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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시온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더니 급하게 내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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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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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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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을 붙잡은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나의 피부를 천천히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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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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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하는 것이 억울하고 아쉬운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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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누가 여기까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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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볍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단검의 날 끝을 그녀의 목 옆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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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금속이 그녀의 뜨겁게 달아오른 피부에 닿자, 시온의 몸이 민감하게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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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즈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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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급소에 펼쳐져 있던 작은 역장이 찢어지듯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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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소의 역장이 찢어진 그녀는, 곧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간주하여 모의 교류전에서 추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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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시온은 계속해서 내 손목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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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텁, 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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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손이 결박된 상태에서도 간절한 듯이 내 손목을 천천히, 집요하게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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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아···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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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은 눈을 감고 작은 목소리로 간절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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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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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온 덕분에 오랜만에 재밌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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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전투 감각이 되살아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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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이따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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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사라져 가는 시온의 모습을 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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