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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이라는 말에 초대 황제의 파티원, ‘우둔한 현자’를 떠올렸다면 크게 잘못된 접근은 아니었다. 우둔한 현자는 이 세계 사람들이 현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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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래서 정답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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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우둔한 현자가 가장 유명한 현자는 맞았지만, 유일한 현자는 아니었다. 초대 황제 이후로도 수없이 많은 황제가 탄생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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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거 없이 엘프 왕국의 반신 또한 ‘현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현자는 기나긴 역사상 꾸준히 등장했는데, 이 현자의 돌은 상당히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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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을 제작한 현자 본인보다 유명한 마도구라는 점에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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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은 현대인에게 연금술의 궁극으로 더 친숙할 텐데, 아쉽게도 이 세계의 현자의 돌은 연금술과는 관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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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럼에도 성능 자체는 현대인이 아는 현자의 돌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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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마력을, 무한한 수명을, 무한한 생명을 주는 현자의 돌은 사실상 꿈의 물질이나 다름없었는데, 이런 현자의 돌에 관한 정보를 습득한 사람들은 2가지 생각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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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현자의 돌만 얻으면 인생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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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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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물질을 가슴 속에 박아놓은 생명체는, 대체 뭐 하는 새끼지? 라는 생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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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문득. 그런 드래곤도 포기한 상황에서 세상을 구원한 초대 황제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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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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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가 생기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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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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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크로닐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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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의 성능은 이미 여러 번 증명됐죠. 마지막 소유자가 무려 1000년이나 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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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은 의심 안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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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이 현자의 돌이 지금 등장했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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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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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신기했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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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은, 이미 없어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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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약 600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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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몇십 년이 지나도 늙지 않는 사람의 존재를 눈치챈 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는데, 잘 대처하면 넘어갔을 수도 있던 이 사건은 한가지 비극으로 인해 불이 붙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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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현자의 돌의 보유자가 이능에 재능이 없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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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이 주는 3가지. 무한한 마력, 무한한 수명, 무한한 생명 중 뒤의 두 가지만 활용하던 영생자는 기어코 현자의 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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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알겠지만 원래 사람은 궁지에 몰렸을 때 미친 짓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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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능에는 재능이 없었지만, 1000년간 현자의 돌을 다루며 현자의 돌 자체에는 익숙해진 영생자가 ‘내가 못 가지면 다른 놈도 못 가져’라는 생각으로 현자의 돌을 폭주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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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인해 현자의 돌은 이 세상에서 없어졌는데, 갑자기 몇백 년 만에 세상에 등장했다고 하니 영 의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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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저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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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이 소문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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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이번 소문은 현자의 돌과 관련됐지만, 현자의 돌 그 자체의 소문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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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야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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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문답을 하는 크로닐을 빤히 쳐다봤다. 아무리 내가 크로닐을 살짝 돌렸다지만, 그렇다고 말을 빙빙 돌려서 복수를 하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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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돌리는 게 뭔지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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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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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오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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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현자의 돌의 제작법이라도 발견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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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맞추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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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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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얼른 루이나 켁켁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런 나를 크로닐이 다급히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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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제 말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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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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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그리 급하게 떠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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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쓸모가 없는 정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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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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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긴 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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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절히 보충 설명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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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을 만들기 쉬웠다면, 제작자가 직접 현자의 돌을 양산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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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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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었다. 바꾸어 말하면 두 개 이상 못 만들었다는 뜻이고, 그건 즉 현자의 돌은 제작이 매우 까다롭다는 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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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법을 알려줘도 못 따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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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크로닐은 내 말에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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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현자의 돌을 만드는 건 어렵겠죠.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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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무슨 수로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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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언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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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언을 받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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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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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언을 받았다는 건 누군가 현자의 돌의 제작법을 손에 넣었다는 건데, 그게 사실이면 그 시점에서 이미 사태는 종료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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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탈전을 펼칠 것도 없이 이미 승자가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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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굳이 공언해 주는 부분도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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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법을 얻었다고 소문내는 것도 아니고 그걸 왜 공언해 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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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제작법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사람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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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을 이어가던 나는 문득 깨달음을 얻어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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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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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닐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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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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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의 제작법을 보유한 건 현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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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케 눈치채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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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현자는 대대로 꾸준히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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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둔한 현자, 불사의 현자, 천리의 현자 등등. 수많은 현자가 등장했다 사라지며 대를 이어갔는데, 그 이어달리기의 마지막에 선, 현시대의 현자를 우리는 이렇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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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의 현자, 락토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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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왕국의 반신이 공언한 내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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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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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로닐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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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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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의 현자가 고했습니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사람에게 현자의 돌의 제작법과 핵심 재료를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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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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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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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닐이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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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의아해 내가 눈을 깜빡이자, 크로닐은 결심한 듯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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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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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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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가져온 사람에게 제작법을 주겠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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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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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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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닐의 말에 나는 속으로 허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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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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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들은 하나같이 이상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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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혹은 요정족이라 불리는 이 녀석들은 너무나도 뛰어난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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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색이 뛰어났다. 본디 요정족에겐 미남미녀라는 개념이 없었다. 모두가 평등하게 아름다운 세계에선 미남미녀가 평범하게 바뀌는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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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족이 미남미녀라는 개념을 깨우친 건 순전히 타종족과 교류한 후부터였는데, 이래서 연출에서 대비를 잘해야 깊게 와닿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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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요정족은 수명이 길었다. 일반 요정족도 1000년 가까이 살았고, 상위 요정족은 그보다 몇 배 더 길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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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부분 때문에 요정족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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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체에게 어마어마한 시간이 주어진 거다. 아무리 대충 살아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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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너무 많으니 게으르고, 그로 인해 수련을 등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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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건 천성이다. 수명과 관련이 없었다. 심지어 요정족은 태생적으로 성실한 부류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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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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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정령술’이라는 독자적인 마법 체계도 보유했으니, 그야말로 세계를 지배하는 종족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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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족이 그런 세속적인 부분에 관심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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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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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을 뚫을 듯한 거대한 나무를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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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구름을 꿰뚫어버린 나무는 생명체라기엔 너무 거대했는데, 나무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은 저게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는 걸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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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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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족을 지탱하는 기둥이자 어머니를 관찰한 나는 이내 주위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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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야영지가 만들어진 가운데,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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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축제라도 벌어진 모양새였다. 물론 어떤 의미에선 축제긴 했지만, 정식 축제는 아니라. 자신의 앞마당에서 저러는 걸 과연 요정족이 좋아할까에는 의문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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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쩍 눈동자만 굴려 이 축제장의 주인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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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와 조금 떨어진 나무 위. 거기에 은밀히 숨어 있는 요정족이 날카롭게 사람들을 노려본다. 누군가 허튼짓을 하면 즉시 정령술과 궁술로 죽여버릴 기세였는데, 쟤들도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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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부동의 현자 락토르가 이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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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알기에 아무것도 안 하던 양반이 왜 갑자기 대대적으로 관심을 끌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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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일 마음이라도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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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락토르의 의도가 뭔지는 크게 상관이 없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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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락토르의 부탁을 들어주고 현자의 돌 제작법을 얻어오는 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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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극도로 폐쇄적인 요정족 왕국에 들어가는 방법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구해오는 방법을 모르는 건 걸림돌이었는데, 후자건 전자건 똑같이 골치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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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를 해결 못 하면 국경 근처에서 술판이나 벌이는 다른 사람처럼 허송세월이나 보낼 확률이 높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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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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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짱을 끼고 고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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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내 어깨를 크리스가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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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루이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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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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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은 요정족을 닮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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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름다운 사람에게 일단 요정족이냐고 묻는 느낌이지 닮아서는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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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루이나 님이 들여보내달라고 하면 동족인 줄 알고 들여보내 주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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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무 말이나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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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소리를 하는 크리스를 무시하고 나는 적영을 시켜 야영지를 꾸렸다. 우선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상황을 볼 생각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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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소란스러워진 건, 딱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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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란의 중심지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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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요정족 무리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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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의 가장 앞에 선 요정족 남자는 적당한 곳에 멈춰 선 다음 작게 혀를 찼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는 듯했는데, 잠시 후. 요정족 남자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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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명이다. 10명만 국경을 넘는 걸 허락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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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너무 적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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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기준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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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떠들썩해지는 군중에 요정족 남자가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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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바람이 모두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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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압박에 대부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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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족 남자가 사납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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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건 네놈들이 알아서 정해야지. 1시간이다. 1시간 후에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 결정해 놓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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