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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references/novelpia/326040/133.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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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 서큐버스 퀸 크리스에게 속절없이 밀리던 나는, 그녀의 인간성이 남았다고 믿으며 최후의 도박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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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나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렸다.
+ 
+“평화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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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지러운데 본인만 평화롭다면, 의심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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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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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혼란의 원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 말입니다.”
+ 
+나는 제리를 빤히 바라봤다. 내 시선을 태연히 넘기며 제리는 엄하게 말을 꺼냈다.
+ 
+“세스. 원소의 제어가 흐트러진다.”
+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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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희귀 원소를 타고났어도 겁을 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자신의 마법에 겁을 먹는 마법사는 3류 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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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하겠습니다.”
+ 
+세스는 심호흡을 하고 원소 제어를 시도했다.
+ 
+세스의 손 위에서 어둠이 고요히 잠을 잔다. 음울한 빛을 내뿜는 어둠에 세스가 침을 삼켰다.
+ 
+아마 과거를 떠올리는 중일 거였다. 리치의 마을에서 살아왔던 과거를.
+ 
+무럭무럭 성장 중인 세스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리치의 마을에서 주워 온 성장형 마법 보관소가 수련을 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 
+얼른 고유 마법을 만들렴 세스야.
+ 
+너만 믿는다.
+ 
+“엘피니엘 남작님. 잠시.”
+ 
+“고마워요 테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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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인인 테리가 메이드복을 팔랑이며 테이블에 무언가를 잔뜩 올려놨다.
+ 
+벌꿀주에, 감자샐러드에, 훈제 고기에, 꼬치구이에, 하여간 뭐가 많았다.
+ 
+나는 감자샐러드를 한입 먹은 후 벌꿀주를 들이켰다.
+ 
+모든 일이 끝나고 먹는 벌꿀주만큼 짜릿한 것도 드물다니까.
+ 
+나는 훈제 고기를 포크로 푹 찍어 입에 넣으며 제리에게 질문했다.
+ 
+“제리 님. 고유 마법을 여러 개 얻는 건 어떻게 되셨나요?”
+ 
+“어렵더군요.”
+ 
+“구체적으로는요?”
+ 
+“마치 처음부터 다시 5위계에 오르는 느낌입니다.”
+ 
+“아하.”
+ 
+어쩐지 내 논문의 타당성이 인정됐음에도 결과가 안 나와서 이상하다 싶었더니, 그런 문제가 있었나.
+ 
+하긴. 따지고 보면 아예 새로운 고유 마법을 하나 더 얻는 거니까. 방법을 알았다고 이게 바로 되면 세상에 고위 마법사라는 개념은 없었다. 모든 마법사가 고위 마법사인 세계에서 무엇을 고위 마법사라 칭하느냐는 문제였다.
+ 
+내가 4위계로 고유 마법을 다수 보유 중이라는 특이한 상황이라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못 했다. 고유 마법을 만들어봤어야 알지.
+ 
+“그밖에 진척은 있나요?”
+ 
+“전혀 없습니다.”
+ 
+“곤란하네요.”
+ 
+“의외군요. 논문의 내용 증명 같은 거에는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 
+제리가 이상한 말을 했다.
+ 
+방금의 대화에서 왜 내가 그런 곳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 거지.
+ 
+아직도 나를 몰라?
+ 
+“저는 딱히 내용 증명에 관심이 없는데요.”
+ 
+“그럼 왜 곤란하단 겁니까.”
+ 
+“고유 마법을 사람들이 잔뜩 가지고 있어야, 하나쯤 저에게 줄 거 아니에요.”
+ 
+“하아.”
+ 
+제리가 깊게 숨을 뱉었다. 왜 그러지?
+ 
+알았다. 얼른 고유 마법을 만들어서 나에게 넘길 생각에 신나는 모양이구나?
+ 
+나는 제리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 
+“제리 님. 마법은 감사히 받을게요.”
+ 
+“그나저나 루이나 씨. 당신 강의 안 합니까?”
+ 
+“하는 중인데요?”
+ 
+몇 번을 말해도 모자라지만 나는 성실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중이었다.
+ 
+적영으로 원격 강의도 요즘은 안 한다. 피닉스 덕에 이동이 워낙 빨라져서. 쉬는 날에 의뢰를 처리하고 바로 돌아와 직접 강의를 하면 굳이 적영의 도움이 없어도 됐다.
+ 
+“그런 거치고는 너무 여유롭습니다만.”
+ 
+“제가 원래 여유를 가지며 살아요.”
+ 
+“논문을 만들고, 밖에 싸돌아 다니고, 대낮에 술을 마시고.”
+ 
+“이제야 깨닫는 건데, 듣기만 해서는 저 매우 열심히 사는데요?”
+ 
+말의 의도를 모르겠어서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제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그런 행동의 여유가 아니라, 기한의 여유를 너무 가진다는 뜻이었습니다.”
+ 
+“기한의 여유요?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요?”
+ 
+“루이나 씨.”
+ 
+“네.”
+ 
+“혹시 중간고사 시험 문제 내는 거, 까먹으셨습니까?”
+ 
+난 또 뭐라고.
+ 
+괜히 긴장했네.
+ 
+탁. 벌꿀주가 든 잔을 내려놓은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 
+“그런 건, 강의 계획을 짠 첫날에 전부 만들어놨죠.”
+ 
+“루이나 씨가 여태 보여줬던 그 어떤 기행보다 방금 말한 게 가장 안 믿기는군요. 혹시 어디 아프십니까?”
+ 
+성실하게 강의를 준비했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말을 듣는 걸까.
+ 
+이해가 안 돼 눈물이 났다.
+ 
+이 슬픈 마음은 오직 파이프 담배만이 달래줄 수 있는 법. 나는 입에 파이프 담배를 물었다.
+ 
+동시에 불이 붙었다.
+ 
+이건…!
+ 
+“제리 님. 드디어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담뱃불이 붙는, 심담뱃불의 경지에 올랐군요?”
+ 
+“세스. 다음은 원소를 형태로 가공하는 법을 연습한다.”
+ 
+“알겠습니다.”
+ 
+후우. 나는 연기를 하늘 위 구름에 섞어 보냈다.
+ 
+문득 깨달은 건데, 요즘 주변 사람들이 내 말을 무시하는 빈도가 높아진 것 같았다.
+ 
+크리스도 그렇고, 제리도 그렇고, 노아도 그렇고, 뮤란도 그렇고.
+ 
+이러면 남은 건 레온밖에 없었다.
+ 
+성정체성을 지켜준 값을 톡톡히 치르는구나.
+ 
+역시 은혜 갚기는 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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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의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요즘 검술 수련을 살짝 등한시했다. 청야가 들으면 굉장히 섭섭하겠지만, 이게 결국 바빠지면 검술 수련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 
+나는 달빛을 머금은 검을 뽑았다.
+ 
+명장이 인생을 담아 제련한 검은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한 기세를 내뿜었는데, 검신에 새겨진 엘프의 문양이 이 검의 출처를 명확히 알려줬다.
+ 
+검림에서 얻어온 엘프의 검에 청야를 덧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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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원소 기반의 푸른색 마법이 엘프의 검을 뒤덮는다. 나는 침을 삼켰다. 청야가 검을 거의 다 뒤덮었기 때문이었다.
+ 
+나는 흥분에 가득 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다음 학교를 가로질러 교국 측 학생들이 머무는 구역으로 달려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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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저희들의 청야가 또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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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새하얀 정복을 입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는데, 1km 밖에서 봐도 교국에서 온 학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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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와중, 학생들을 가르치던 레온이 뚜벅뚜벅 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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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 끊어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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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오해를 살만한 소리를 좀, 자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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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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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온이 입을 다물었다. 입으로 직접 말하기 부끄러운 듯했는데, 나는 레온의 머릿속 말을 그대로 꺼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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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청야를 저희들 자식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은 없어요.”
+ 
+어떻게 사람 이름이 청야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그 증거로, 들어봐라.
+ 
+주변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 
+“명예 추기경님은 언제나 밝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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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방식이 비범해. 남들이 따라가질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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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뛰어난 마법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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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들 머리가 돌았다는 말을 잘도 돌려 말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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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감히 명예 추기경님에게 못하는 말이 없어!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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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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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문을 퍼트리려는 선동꾼을 착한 신도들이 묶어서 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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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광경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지켜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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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국이 참 신도 교육을 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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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왜 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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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잖아요. 청야가 1차 각성 직전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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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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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의 말에 나는 순순히 검을 뽑아 연단 마법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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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감싼 청야를 유심히 관찰하던 레온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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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얼마 안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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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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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수련을 하러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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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은 말이 잘 통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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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연단 마법의 1차 각성에 도달하고 싶었다. 별 이유는 아니고, 1차 각성인 신체 강화에 도달하면 영구적으로 신체가 강화돼서. 이걸 최대한 빨리 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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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묻는다면, 신체가 강화되면 그냥 살기 편했다. 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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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각성을 그런 이유로 얻으려는 사람은 루이나 님이 처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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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쯤은 그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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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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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이라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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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는 힘이 쎄지면 더 많은 상품을 나르기 편해진다고 좋아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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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빠르게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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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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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검술 훈련이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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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있었네. 한참 찾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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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 누군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든 탓이었는데, 나는 고개를 돌려 범인을 검거했다.
+ 
+“헤이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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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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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헤이즈 님의 시간은 남들보다 10배 빨리 가나요? 오랜만이라기에는 저희들이 마지막으로 만난 게 고작 몇 주 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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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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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수련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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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가 왜 마법학교에 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알 필요가 있나 싶었다. 헤이즈가 애도 아닌데 알아서 합리적인 이유로 움직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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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헤이즈는 ‘흐음’이라고 중얼거리고는, 흘긋 내 뒤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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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술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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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와줄까? 검술이면 내가 도움이 될 텐데.”
+ 
+“방금 그 말은, 제가 도움이 안 된다는 뜻입니까?”
+ 
+헤이즈의 말에 반응한 건 레온이었다.
+ 
+헤이즈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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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지. 하지만 아무리 팔라딘이라도 검술에만 집중한 나보다 검술을 더 잘 알 거 같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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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팔라딘인 건 어떻게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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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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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가 능글맞게 웃었다. 그런 헤이즈를 레온은 빤히 보다가, 피식 웃었다.
+ 
+“루이나 님이 말해주셨겠죠. 헤이즈 님이라. 기억났습니다. 마법에 한눈을 팔아서 검술이 엉망이었던 기사 아닙니까? 아, 저도 루이나 님에게 들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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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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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와 레온이 서로를 빤히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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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꽃 튀는 신경전에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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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검(千劍)도 그랬지만, 왜들 이리 나를 제자로 못 삼아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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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누구에게 검술을 배우든 상관이 없었다. 마법이야 켈튼 외의 사람을 스승으로 모실 생각이 없지만, 검술?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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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양보할 마음이 없는 두 사람을 차례대로 살폈다. 얼른 검술 수련을 하고 마법을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싶은데, 이러다 날 밤 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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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 
+어쩔 수 없이 나는 상황을 정리할 마법의 단어를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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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님. 그쯤하고 물러서세요.”
+ 
+“…하아. 그래. 내가 좀 과했어. 미안―.”
+ 
+“헤이즈 님은 레온 님한테 안 돼요. 포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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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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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가 멍하니 나를 봤다.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이 진짜인지 헷갈리는 건데, 나는 친절히 말을 되풀이해 줬다.
+ 
+“헤이즈 님은 레온 님한테 안 돼요. 포기하세요.”
+ 
+“야. 너 나랑 한판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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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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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황하는 레온과 열이 받은 헤이즈를 뒤로한 채, 적당한 곳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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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으로 누굴 골라야 할지 모르겠으면 싸움을 붙여보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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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이긴 사람에게 검술을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