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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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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거체에서 나오는 파괴력과, 몸에 휘감은 불꽃이 흩어지며 만들어내는 화염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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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어마어마한 범위를 쓸어버릴 그 공격은, 나무가 가득한 대산림이라는 환경에서 재앙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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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용의 몸부림으로 뽑혀나간 나무가 하늘 높이 솟구치고 주변의 땅이 그것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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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하게 높이 상승한 잔해들은 모조리 불이 붙은 채로 다시 낙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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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붙은 잔해는 또 다른 잔해에 불을 붙이고, 이윽고 퍼져 나가는 산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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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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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기 시작한 뱀용의 공격은 내가 있는 자리까지 닿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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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에 배치되어 있던 마포가 박살이 나고, 마포를 다루는 병사와 마법사들이 단번에 휩쓸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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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포격이야말로 이쪽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대의 화력인데, 그 절반이 날아가 버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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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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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솟구치더니, 그 안에서 다수의 엘프와 인간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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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마법을 쓸 수 있는 누군가가 급하게 전이를 사용해 대피시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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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불타고 있던 뱀용이 나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눈동자가 분명하게 나를 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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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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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전음, 그와 동시에 뱀용은 다시 한번 그 불타는 몸으로- 이쪽을 향해 몸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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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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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경로에 있는 모든 사물을 무시하고 직진, 나는 [혼신]을 비롯한 버프를 발동해 즉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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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내가 있던 자리를 뱀용의 거체가 휩쓸었다. 근처에 있던 아군들이 모조리 짓뭉개지고 불타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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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에 들어가 난동을 부려놓은 게 녀석의 신경을 긁은 걸까. 내 쪽에 제대로 어그로가 끌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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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직감] 스킬 특유의 간질거리는 감각이 들어 발밑으로 방패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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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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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위로 무식하게 큰 화살이 박혔다. 거인 엘프가 사용하는 그 화살, 그것도 불이 붙은 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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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감지를 사용해 감각을 뻗어 보니, 내가 있던 자리를 통째로 뭉개버린 뱀용의 뒤통수에 거인들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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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직후, 시야가 환하게 밝아졌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거인들이 동시에 화살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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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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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지면이 나를 향해 불을 토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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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세기도 힘든 숫자의 불화살이, 공중에 있는 나를 노리고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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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빨리 반응했다. 공중에서 자세를 다잡고 소드 차지를 시전, 돌진 판정을 이용해 화살의 경로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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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엘프의 화살은 빗나가지 않는다. 불화살이 기묘한 각도로 꺾여 나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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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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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가장 큰 방패를 꺼내 양손에 들고, 최대한 몸을 가려 화살을 받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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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모두 막으려 노력했지만, 불화살의 숫자가 숫자였기에 몸에도 많은 숫자가 박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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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살이 몸에 박히는 순간 눈치챘다. 화살의 추적 능력에 기술이 아니라 마법이 쓰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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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유도 성능이 너무 말이 안 된다 싶었지, 마법을 부여해서 쏜 거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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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 내성 스킬과 화염 내성 스킬이 없었다면 안 비운 재떨이 같은 꼴이 되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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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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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용이 다시 한번 전음으로 말했다. 온몸에 불화살이 박힌 나를 향해, 놈의 머리가 다시 한 번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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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재로 몸을 꺾을 수 있는 녀석과는 다르게, 나는 공중에서는 거의 움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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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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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서 솟구친 뱀용의 대가리는 나를 곧바로 치지 않고, 한 번 목을 굽혀 나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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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설마,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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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박힌 불화살을 뽑아내며, 나는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고- 뱀용은 나를 향해 대가리를 내리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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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대형 빌딩이 나를 향해 낙하하는 꼴, 이대로 있다간 지면에 처박히고 저 대가리에 뭉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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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미래가 뻔히 보이는데, 대처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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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기로 피할 수 있을만한 크기가 아니다. 저런 걸 방패로 막을 수 있을 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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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남은 건 도박이다. 한 번만 살면 된다. 나는 인벤토리에 있는 물건들을 있는 대로 눈앞에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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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건들이 조금이라도 충격을 완화해 주기를 바라며, 마력강화를 발동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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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의식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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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들자, 물에 잠긴 듯 몽롱한 감각이 전신을 덮고 있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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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즉사는 안 했다. 흐릿하게 보이는 HP 바는 밑바닥을 넘어서 아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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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걸 보니 정말 없는 건 아닐 테고, 한 1~2 정도쯤 남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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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 몸이 무슨 꼴인지부터 다시 체크하자. 마력감지와 감각강화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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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은 움직이고, 어깨도 대충 움직이고, 팔도, 다리도 대충 움직이는데- 다 오른쪽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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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반신이 날아갔나? 근데 그랬으면 죽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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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인벤토리를 기억에 의존해 조작해서, 포션을 꺼낸 뒤 오른손으로 대충 깨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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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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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포션이 퍼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다행히 목이 꺾여 있진 않았던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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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끄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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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좌반신의 감각이 제대로 돌아오고, 망가졌던 시야도 회복되었다. 몸을 일으켜 포션을 하나 더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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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완전히 감각을 회복하고 나니, 눈에 들어온 것은- 그저 불타는 주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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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레이터처럼 푹 패인 구덩이 한가운데에 박혀 있었다. 구덩이 근처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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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뭔 운석 충돌 현장 같네, 운석은 아니지만 빌딩 사이즈 뱀이 충돌했으니 그럴 만도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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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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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몸을 일으키니, 멀리서 요란한 굉음이 들려왔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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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용의 머리에 짓뭉개져서 의식을 잃었는데도, 아직 살아있는 이유를 알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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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뻗어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어그로를 끌어서 싸워 주고 있었던 거다. 목숨 빚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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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 으헉……씨발, 움직여,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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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가 된 몸에 채찍질을 해가며 억지로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저쪽에서 싸우는 이의 기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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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다. 그리고 아마도 메르세데스도, 왕국군 군단장이라는 놈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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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쪽 최고전력 중에서 딱 나만 빠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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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할, 목표는 퍼펙트 클리어라고 그렇게 폼 잡았는데. 이게 무슨 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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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이곳을 지키겠다는 네 바람만큼은 완벽하게 이뤄주겠다고 결심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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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거기서 싸우고, 내가 여기에 처박혀 있는 건 좀 아니잖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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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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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쪽 뼈가 어떻게 된 건지, 숨만 쉬어도 통증이 온다. 몸 안의 마력 상태도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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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를 사용한 뒤에 찾아오는 신체의 반동.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그게 더 심하게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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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으로 마력강화가 불가능한 이상, 반동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 죽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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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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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때의 충격으로 너덜너덜해진 펜던트를 부여잡고, 다시 마력강화를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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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과 [혼신]이 모두 발동하고 있음을 느끼며, 세 명이 싸우고 있는 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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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처음보다 눈에 띄게 작아진 덩치에, 팔이 돋아나 있는 뱀용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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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불이 붙은 채로 날뛰던 게 2페이즈의 시작 패턴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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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불태웠기 때문인지 뱀용의 몸집은 크게 작아져 있었고, 그 대신 어이없게도 팔이 돋아나서 검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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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뱀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이없는 꼬락서니지만, 나는 저게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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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벌써 움직일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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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검을 휘두르는 뱀용을 상대로 맞서고 있던 메르세데스가 소리쳤다. 다른 두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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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그런 몸으로 움직이다간 죽는다! 물러나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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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말 없이 감탄한듯한 표정을 짓는 왕국군 군단장과 다르게, 엘레노어는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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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결별을 선언했음에도 엘레노어는 여전히 나를 걱정한다. 참, 웃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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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 내가 어떤 위기를 거쳐 왔는지 알면서, 내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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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어떤 순간에 가장 강해지는지도,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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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설 곳이 있을 것 같은가, 이 별을 모조리 먹어 치울 것이라고 말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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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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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용이 불타는 검을 휘두르자, 그 방향대로 거대한 화염이 솟구쳐 나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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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성을 믿고 화염을 몸으로 뚫어내고, 반대로 뱀용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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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든 무기는 평소에 쓰던 검이 아니라, 찌르기에 용이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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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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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용은 몸을 비틀어 가볍게 창을 피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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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미 내 손에는 다른 무기가 들려 있었다. 묵직한 도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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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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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거리를 좁혀, 도끼로 놈의 몸통을 내려찍었다. 여전히 데미지는 잘만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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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을 허용한 뱀용이 이번에는 입에서 불을 뿜었다. 나는 이번에도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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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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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에 반대로 뛰어들고, 이번에는 검을 휘둘러 놈의 몸을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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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용의 다음 패턴은 검이었다. 불타는 검은 막아내도 그 화염으로 데미지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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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겐 통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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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의 화염은 단 한 번도 내게 대단한 피해를 주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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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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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격의 무게가 굉장하다. 절로 팔이 떨릴 지경이다. 하지만 물리 공격만 막았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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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지, 인간족은 불에 안 타는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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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에 지져지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내 모습을 보고, 뱀용이 처음으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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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확 깨는 말이구먼, 여태까지의 여유롭던 태도가 다 가짜였던 것처럼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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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역시 그 왕자 놈 조상이 맞긴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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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성 공격은 전부 화염 중심이고, 이젠 덩치도 작아졌고, 마법사라 그런지 검 솜씨는 영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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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맨날 억까만 당하다가 가장 중요한 월드 보스 레이드에서 이런 억빠를 받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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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상성을 만나니까 아주 어질어질하지,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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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 기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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