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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보의 속도는 서준조차 쉬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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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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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서준의 신형이 하늘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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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압박감. 부서질 듯한 몸을 패력괴신무와 거령신공으로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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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을 스치는 구름을 만끽하며 서준이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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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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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속도에 가슴이 쿵쿵 뛰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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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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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보를 펼치며 무공의 수정을 동시에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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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보가 스스로의 몸에 최적화될수록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압박감 역시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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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순간,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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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일단 완성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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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으며 발밑에서 혼원일월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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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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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할 수 없는 속도에 주변 풍경이 선처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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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완벽히 숙달하지 못한 까닭일까? 방향이 조금 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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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깨달았을 때는 몸이 지상으로 처박히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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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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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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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기가 격렬하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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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법? 왜 진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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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과 별개로 몸은 본능을 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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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법의 압박감을 풀어헤치고, 날아드는 철그물 따위를 권법으로 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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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주변 풍경이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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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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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진법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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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쏘아지는 몸을 비틀며 잠시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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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법을 이루는 기. 그 흐름을 파악하고, 자신의 내공을 끼워넣어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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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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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리와 함께 환각이 사라진다. 동시에 서준의 몸이 어딘가에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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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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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흙먼지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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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어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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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뻐근한 몸을 가누며 손을 휘저었다. 가벼운 손짓에 바람이 일며 흙먼지가 걷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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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러난 것은 수많은 승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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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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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나한진을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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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진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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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명의 나한들이 서준을 둘러싸고, 깨닫는 순간 거대한 압박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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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나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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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도 안다. 소림의 유명한 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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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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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보다 먼저 서준의 눈이 백팔나한진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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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개의 톱니바퀴가 정밀하게 얽힌 듯한 모습. 그 사이로 자신의 내공을 끼워넣고,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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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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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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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 몇이 비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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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백팔나한진은 부서지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빈곳을 채우며 진법을 유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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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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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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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백팔나한진이라는 거, 무공과 진법, 주술까지 섞인 꽤 대단한 무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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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대충 축을 이용해 주변 기를 다루는 공부라는 것 정도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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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마침 무공과 주술은 꽤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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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중 둘에 정통하고 하나는 기를 다루는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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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쯤 되면 파해법 역시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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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나며 백팔나한진의 정수를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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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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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열쇠로 자물쇠를 여는 듯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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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백팔나한진의 축이 비틀리며 승려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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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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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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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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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려는 백팔나한진을 유지해보려 하지만, 서준의 내공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며 모든 톱니바퀴를 헝클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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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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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명의 나한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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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축이 되었기에 진법의 파괴와 동시에 내상을 입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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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무릎 꿇은 승려들 중앙에 멀쩡히 선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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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떨어지며 크게 파인 구덩이. 그 주변으로는 박살난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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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보 이거 그냥 생체 미사일처럼 써도 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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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폭격이라도 맞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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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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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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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혼한 목소리와 동시에 창백하던 승려들의 낯에 혈색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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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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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부서진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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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 앉아있던 한 노인이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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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은 누구이기에 소림 한가운데서 소란을 피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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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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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이 빠르게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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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주변 건물들이(대부분 부서지긴 했다.) 절 건물 비슷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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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몸을 일으킨 노인의 앞, 낯익은 여인이 자신을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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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다. 아미파 빡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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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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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상황을 파악한 서준이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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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하하. 그게…, 일부로 그런 건 아니고요? 일종의 안타까운 사고라 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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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았다. 지금 딱 좆되기 일보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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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노인의 기세가 공간과 합일되어 있는 것으로 보건대, 무조건 화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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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의 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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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몰라도 여기서 한 판 뜨면 온갖 대머리들이 몰려와 자신을 두드려 팰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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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형사고는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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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새로운 경공을 시험하다가 속도를 주체 못 하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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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말에 노인의 눈이 주변 승려들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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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얘네는 왜 이꼴로 만들었느냐, 하는 듯한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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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변명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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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진법이 펼쳐지니까 습관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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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제대로 된 변명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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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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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 보여서 조금 진심으로 했더니 그만…. 하하…. 되게 잘 부서지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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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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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 노인이 눈을 감고 염불을 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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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데굴 눈을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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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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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승려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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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스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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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알기로 소림의 장문인쯤 되는 포지션을 방장이라 부른다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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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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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좆되기 일보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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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거 하나 터뜨리고 튀어야 되나? 고민할 때, 구세주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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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이 소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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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퍼뜩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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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는 지백이 눈을 크게 뜬 채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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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영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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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등장으로 일단 얘기할 시간 정도는 벌었다 판단한 서준이 재빨리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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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보라는 경공을 만들어서 시험을 하다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여기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건물도 조금 부수긴 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백팔나한진을 부숴버려서 나한들이 조금 내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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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에게 한 변명과 크게 다를 건 없었지만, 일단 신원이 밝혀진 이상 말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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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원, 그러니까 남궁세가의 사위이자 장로라는 것까지 밝힌 서준이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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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은 죄송합니다. 부순 건물들은 사비로 배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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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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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래도. 좀 많이 부순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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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한들에게 내상까지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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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은 나름 소림의 주요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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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들이 약해빠져서 한꺼번에 쓰러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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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냥 덤볐다면 모를까, 진법을 펼쳤다 맥없이 부서지는 바람에 너무 쉽게 당한 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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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하나 하나를 부순다기 보다는 이음새를 비틀어놓은 터라 더욱 그런 감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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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108명이 다구리를 쳤다면 오히려 상대하기 까다로웠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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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이 잘못한 게 아니라 백팔나한진이 잘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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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무인들이 펼치는 진법이라는 것이 보통 강자를 상대하기 위한 약자의 전술이라지만, 그 위명에 비해서는 서준의 눈에 빈틈이 너무 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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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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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쁜 뜻이 있는 건 아니고. 사람들 다치게 한 게 죄송해서 그런데…, 혹시 백팔나한진 손 좀 봐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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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나한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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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을 찌푸린 방장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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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것 없다. 외부인에게 백팔나한진을 알려줄 수도 없는 법이고, 백팔나한진은 이미 그 자체로 완벽에 가까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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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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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서준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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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는데 억지로 해줄 수도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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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커다란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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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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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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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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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니 서둘러 달려오는 여러 인영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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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뭐 할까. 당연히 남궁세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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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달려온 춘봉이 훌쩍 뛰어 몸을 비틀며 서준의 곁에 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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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곧장 검을 뽑아들고 주변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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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상황이야…? 싸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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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속삭이는 그녀의 눈이 주변을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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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주위를 포위한 나한들, 그외에도 가득한 승려들, 반쯤 부서진 건물(누가 봐도 꽤 중요한 건물 같았다.) 사이로 보이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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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춘봉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 그냥 냅다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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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춘봉이야! 구하러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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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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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빠르게 깨달았다. 이거 딱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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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할 일은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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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씹! 내가 사고 좀 치지 말랬지 이 화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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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들린 상태에서 몸을 비틀며 돌려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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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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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맞은 서준이 쓰러졌다. 그대로 그를 잘근잘근 밟고 있으니 또다른 승려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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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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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했던 춘봉 일행이 반쯤 강제로 소림의 정문을 돌파했고, 그에 따라 후속 병력이 모여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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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 남궁세가가 소림을 침공했다 표현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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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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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살면서 친 사고 중에 제일 큰 사고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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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분위기로 상황을 파악한 서준이 꺄르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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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좆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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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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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여기서는 영감님들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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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중에 패진광과 남궁혁도 끼어있는데,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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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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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사람들을 따라왔던 무혜와 청송, 월망은 있었던 일들을 사건만 나열해 간단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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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이 일전에 서준이 말한 것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방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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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알겠다. 또한 나한들의 내상이 심하지 않고, 그들의 수행이 부족한 탓이라 할 수 있으니 그 또한 별말 않겠다. 허나 소림의 문을 힘으로 열고 들어온 일에 대해서는 쉬이 넘어갈 수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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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쩨쩨하게. 일이 급한데 뭐 어떡해? 다친 사람도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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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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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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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왕, 아까부터 궁금했네만 자네는 왜 거기 끼어있는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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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놈이랑 좀 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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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가리킨 것은 서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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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서준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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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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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보현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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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신니라 불린 것은 아미파 빡빡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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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상황을 따라가기 어려운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가, 서준과 시선이 마주치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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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선처하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나쁜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크게 다친 이도 없으니 구태여 엄벌을 내릴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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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잘못한 것이 있으니 편을 들어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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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이면 저번에 속았다는 걸 깨달았을 텐데 의외로 속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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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이번에 빚을 갚고 다음에 조지겠다는 속셈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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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당장은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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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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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은 금녀의 공간이라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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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현신니나 춘봉, 남궁수아가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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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아 누나는 스님들 정신 건강에 별로 안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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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여기가 소림사의 아주 한가운데까지는 아니고 외곽 쪽 같긴 한데, 어쩌면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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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실 딱히 알 바 아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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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소림의 계율을 어지렵혔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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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고민하는 사이에도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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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방장의 말에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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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중이라는 놈이 자비심 하나 없나?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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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했다면 그에 마땅한 처벌을 내려 다음부터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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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사정까지는 알 바 아니고, 얘네는 남궁세가 애들인데 자신 있냐? 남궁진천 그놈 장난 아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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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사정을 듣는다면 이해할 터. 애초에 그리 심한 처벌을 내릴 생각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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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패진광이 탄성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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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생각해보니 그러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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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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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에서도 이번 용봉지회에 참가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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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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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사고친 거니까 애들끼리 해결하는 게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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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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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은 무(武)로 말하는 법. 이립(30세) 이하의 후기지수끼리 대련해서 이쪽이 이기면 그냥 봐주는 거 어때? 용봉지회 연습 겸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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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의 표정이 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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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나쁘진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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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어차피 이게 그렇게 심각해질 일까지는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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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면 심각해질 일이 맞지만, 소림과 남궁세가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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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대세가와 구파일방은 서로 나름의 교류가 있어 어느 정도의 친분이 있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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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서로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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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마지못해 방장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큰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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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적당히 넘기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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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리 하지. 만약 소림이 승리한다면 어찌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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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쟤가 알아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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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서준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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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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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남궁세가 사람들이 소림에 멋대로 쳐들어오게 된 건 자신의 잘못인데다, 춘봉이나 남궁수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건 그냥 병신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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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국에 소림도 인력이 넘쳐날 것 같지는 않은데, 제가 일 몇 개 해결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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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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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나한진까지 돌파한 고수의 도움이라면 오히려 소림 쪽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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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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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은 모여든 승려들 쪽을 바라보며 호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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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운아, 네가 나서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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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름에 혜운이 앞에 나와 합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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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 그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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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패진광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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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는 얘가 하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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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그가 서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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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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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를 미친놈 보듯 바라보다 이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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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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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서른 안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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