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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는 어떠한 인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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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서연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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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향한 애정에 극도로 내몰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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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애정을 품어본 적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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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애에는 올바른 사랑만을 받아, 비틀린 사랑에 대해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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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품는 애정이란, 서연에게 너무나 멀었기에 홍정희가 배성학을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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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표지우의 연기를 통해 보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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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민서호에게 품었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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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배신했을 때 살의를 품었을 정도로 강렬한 그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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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오래된 흑백 텔레비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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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영화를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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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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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해할 수 없음에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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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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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그것을 품게 되면, 놓고 싶어도 쉽사리 놓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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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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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전생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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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자신의 부모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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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리고, 다그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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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워 했음에도 끝내 자신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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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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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연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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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것을 한 번씩 바라보며 몸을,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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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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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무 욕심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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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해석을 위한 담론을 나누며 심청석은 그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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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인간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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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캐릭터의 해석이란 사람마다 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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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맡은 배역도 결국 결함 덩어리인 인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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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애정을 갈구하며 망가져 버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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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애초에 올바른 애정 연기는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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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네가 연기를 하면, 관객들은 속아 넘어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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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석은 그리 말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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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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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느낀 홍정희라는 인간의 강렬함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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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절망감, 질투, 집착,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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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복합적인 감정을 나열하며, 그 순서를 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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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연이 그 첫째에 둔 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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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됐다면 바로 잡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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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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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봐, 언제부터 오빠가 달라졌지? 언제부터, 어디를 갔을 때. 무엇을 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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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조명 아래, 홍정희의 독백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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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구체 관절 인형처럼 삐걱거리는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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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에 팬미팅. 27일 광주에서 열린 행사. 3월 연습에 따로 접촉한 사람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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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정한 허리, 긴 흑발은 얼굴을 덮으며 흘러내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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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머리카락 사이로, 관객들을 향해 눈동자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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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봉사 활동을 위한…… 시설에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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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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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감정이 어우러진 붉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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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보이지 않음에도 그 눈동자 만은 무엇보다 선명히 관객들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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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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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학의 스케줄을 하나부터 열까지 꿰고 있는 홍정희에 대한 이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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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괴한 집착이 관객들에게 선명히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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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렇게까지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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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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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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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학을 향한 그녀의 집착이 그녀를 움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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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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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는 걸음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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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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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를 가로지르며 홍정희의 발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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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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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석을 향해, 한 번씩 머리를 기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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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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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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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와 눈이 마주친 관객은 그대로 얼어버려 입 한번 뻥긋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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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홍정희의 몸이 관객석에서 떨어지며 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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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짓누르던 긴장감이 잠시 흩어지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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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의 몸이 휙 돌아가며, 순식간에 관객석을 향해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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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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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관객들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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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홍정희가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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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코앞에 홍정희의 얼굴이 다가온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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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정희의 발은 무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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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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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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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걸친 홍정희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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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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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조명이 더욱 어두워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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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였어, 송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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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암전되는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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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관객들은 겨우 안도하며 숨을 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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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홍정희의 존재감에 전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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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백분 활용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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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환 감독은 손이 근질근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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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을 하나하나 전부 메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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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를 매만지면 자신도 모르게 희열에 찬 미소가 지어진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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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은 아니겠지? 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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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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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다음 연기를 어서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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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런 마음은 배진환 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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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의 역은 어디까지나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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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악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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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악역이 연극을 사로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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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극으로서는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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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이 주연 같지 않으면 극의 인상이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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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연극을 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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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이 대단하더라, 연극? 연극은 그냥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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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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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배우로서도, 연극으로서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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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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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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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주서연이 주도하는 연극으로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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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환의 그런 생각과 함께 흘러가는 3막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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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얽혀가는 두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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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인 배성학과 송민서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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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간중간, 그들이 지나가는 길에 대사 하나 없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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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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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사람들은 마음을 졸이며, 상황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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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홍정희가 무슨 짓을 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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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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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가 전면에 나서며, 배성학과의 본격적으로 마찰을 빚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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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과 심청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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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석과 주서연의 연기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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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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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학의 외침이 무대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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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서와 함께 있을 때는 무난했던 그의 연기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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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선 감정이 갑자기 날아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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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은, 아까 홍정희와 마주했던 배성학의 연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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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달라졌던 그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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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실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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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 따라, 톤을 조절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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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러운 눈으로 심청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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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청석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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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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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밖에서는 볼 수 없는 그의 얼굴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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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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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첫걸음 내디뎠을 뿐인 신인에게 지고 있을 마음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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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에선 마치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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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배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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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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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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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분위기가 일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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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인상의 아이돌 배우, 배성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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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 씨. 그동안 혹시나 했죠. 설마, 당신이. 언제나 제 공연을 응원해준 당신이,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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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학은 공연을 무사히 끝내고 기이한 불안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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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무대가 끝나고 만나기로 한 송민서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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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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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연에 홍정희가 보이지 않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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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의 공연을 쫓아오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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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팬이었으나, 최근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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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서를 향한 진득한 살의를 느끼고 있던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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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떠올린 배성학은 송민서와 홍정희를 찾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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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간발의 차로 끼어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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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서 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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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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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하고 낮은 웃음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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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들거리는 안광이 배성학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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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그렇게 친근해졌어요,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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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는 지극히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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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저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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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마저 배제된 듯한, 소름 끼치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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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홍정희가 나타내던 격렬한 감정은 감쪽같이 감춘 그런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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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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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그런 적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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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격정적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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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옷깃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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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벽에 밀어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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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그런 적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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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배성학의 옷깃을 틀어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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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가 부족해서. 내가 훨씬, 훨씬 전부터 좋아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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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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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했다. 대체 무엇이 자신이 부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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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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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배성학에게 위안이 되어주지 못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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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는 결국 팬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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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송민서는 그의 팬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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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아닌, 그저 평범하게 다가온 남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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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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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것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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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는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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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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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떨림을 덮으며, 배성학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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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나 제게 과분한 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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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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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정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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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에 담긴 간절한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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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홍정희는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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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그의 아이돌이 자신에게 향한 부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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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멍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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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광경을 모든 관객이 넋을 놓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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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관객석에 가만히 앉아있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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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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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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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야,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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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의 시선이 향한 건 주서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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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있는 ‘송민서’ 역의 배우,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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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팜플릿에 그리 적혀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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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조서희는 이 극을 보기 전에 대략적인 줄거리나 리뷰를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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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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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극과 분명 달라지리라 예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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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서연이 끼어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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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잘못된 점을 대번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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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 장면에서, 송민서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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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송민서는 차마 둘의 연기에 끼어들지 못한 채 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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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망칠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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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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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보았던 밝은 별빛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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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발하는 그녀의 모습에 조서희는 심장에 닿는 서늘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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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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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이 뼈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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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어있는 송민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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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조금만 지나면 관객들이 이상함을 느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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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한 ‘실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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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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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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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누른, 무대를 가르는 홍정희의 외침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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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 지금 이겼다고 자만하는 거야? 왜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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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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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 없었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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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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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서는 본래 ‘귀머거리’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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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지금 홍정희의 외침을 들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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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객들은 그것을 순간 인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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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알았어도, 홍정희가 외친 마지막 발악처럼 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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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서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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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송민서를 향한 게 아닌, 배우 이혜진을 향한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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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나약해진 홍정희의 존재감이 훅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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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 씨,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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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에 맞춰 배성학의 시선이 송민서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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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를 더해, 그녀가 귀머거리임을 관객들에게 뒤늦게 자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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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죽었던 송민서의 존재감이 단숨에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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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송민서에게 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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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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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은, 송민서는 간신히 대사를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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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발성이 살짝 무너지고 목소리가 떨렸으나, 상황이 상황인 지라 마치 연기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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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송민서의 감정으로 말끔히 속여 넘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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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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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 사실을 알았고, 이 실수를 만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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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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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을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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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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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질 많은 대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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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혜진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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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을 길게 이어 나가선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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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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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송민서는 눈물을 흘리는 홍정희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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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보듬어주며, 살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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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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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향해 폭력과 비난을 내뱉었던 홍정희를 향한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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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서는 그저 조용히 홍정희를 안아주어 그것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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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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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방울 떨어지던 눈물이 처량하게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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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홍정희의 울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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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막이 완전히 마무리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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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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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홍정희의 마지막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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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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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연극은 이렇구나. 처음 봤는데 장난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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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예전에 봤던 거랑 대사가 좀 달라. 근데 이것도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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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근데 남배우 엄청 잘생겼더라. 진짜 아이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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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6막을 마지막으로 는 완전히 마무리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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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 화제를 나누며 빠져나오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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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화제가 무엇이었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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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 역을 맡은 애가 그 연화 공주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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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그런 느낌 안 들더라. 나 솔직히 무서워서 중간에 나갔다 올 뻔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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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그래도 마지막엔 조금 불쌍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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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홍정희 역의 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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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서연이 보여준 홍정희의 연기는 파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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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관객들을 얼어붙게 만들던 연기가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선명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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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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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배진환 감독과, 차동진 프로듀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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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방금 극의 여운에 잠긴 채,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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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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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입을 연 건 차동진 프로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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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기대감이 깃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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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환은 그런 그의 기대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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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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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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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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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10년 만의 복귀. 연화 공주의 이미지가 강해, 분명 조금 위험하다 생각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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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거닐며 관객석을 바라보던 서연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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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홍정희는 그 정도로 강렬한 캐릭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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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악역이지만, 강렬함보다는 ‘불쾌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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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좋네요. 새로운 해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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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막 마지막 대사도 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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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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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거기까지 말한 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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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같은 생각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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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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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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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것이 걸렸으나,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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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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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그들이 촬영할 영화 ‘더 체이서’의 악역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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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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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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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주서연 배우. 지금 소속사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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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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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에게 대본을 전달하고, 연락을 넣으려던 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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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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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연락을 넣을 수단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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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망감에 배진환과 차동진이 머리를 싸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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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정작 당사자인 주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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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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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난 후의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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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쫓아온 두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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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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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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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와 조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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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의 틈에 끼어 눈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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