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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축제에서 귀신 역을 하기로 마음먹은 뒤, 며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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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청홍 액션 스쿨에서 액션 연기를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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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차서아는 무술가가 아니에요. 그렇게 절제된 동작으로 싸우면 멋은 있지만, 위화감이 있습니다. 위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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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 교수는 서연에게 액션 연기를 철저히 훈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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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만 해도 서연을 고깝게 보던 다른 스턴트맨 지망생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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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홍백 교수는 그들과는 다른 의미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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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굴려도 지친 모습 한 번 보기 어려울 정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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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처음과 달리 땀을 닦는 서연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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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은, 여전히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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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가슴이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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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동안 액션 연기한 것 치고는 아주 쌩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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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대역이 없어 그런 것 같으니, 이번엔 제가 임승철 형사 역을 맡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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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차서아’의 액션 연기가 각이 잡혔다고 생각했는지 김홍백 교수가 그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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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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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놀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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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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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 액션 연기는 상대랑 합을 맞춰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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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새삼 그것을 자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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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서연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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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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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때부터 성인 남성 수준의 근력을 지녔던 이 몸뚱이는 이제 거의 인간병기가 되어버렸다. 농담으로 했던 슈퍼솔져 드립이 이제 현실성을 띠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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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걸 위해 배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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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헌 배우와 합을 맞추기 전에 무술의 고수인 김홍백 교수와 합을 맞추는 게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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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작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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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연습하려는 건 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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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철 형사와 차서아의 박투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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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11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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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최대한 차서아처럼 연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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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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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섞인 움직임을 봐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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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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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감정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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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호흡을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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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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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감정을 잡고 눈을 뜬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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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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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 교수가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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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임승철 형사의 대사가 있을 테지만 지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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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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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어설픈, 하지만 빠르고 경쾌한 임승철 형사의 발걸음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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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김대헌 배우의 것과 거의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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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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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역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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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김홍백 교수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역 배우이자 스턴트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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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헌의 움직임을 재연한 그의 몸놀림이 그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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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것을 지켜보던 연습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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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 교수의 액션 연기는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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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여태 저런 강철 같은 체력을 지닌 여배우가 어떤 액션 연기를 펼칠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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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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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는 무술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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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 교수의 말을 되새김질하며 몸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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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자 익힌 기술이 아닌,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공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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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의 특성으로, 공포를 느끼지 않는 인간의 움직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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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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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 교수의 손을 가볍게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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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인이 있던 동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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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 서연의 주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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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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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가르며 김홍백 교수의 볼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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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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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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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 교수는 볼을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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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을 맞춰 피했는데, 컷팅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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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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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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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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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살살 때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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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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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때리는 게 아니라 합을 맞추는 건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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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지금도 빗맞힌 거예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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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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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치곤 정면으로 날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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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차서아의 감정에 몰입해서, 제대로 컨트롤이 안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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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헌 배우가 했으면 한 방에 갔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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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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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연습해서 천만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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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하이라이트 씬 촬영이라고 들었는데, 미리 해봐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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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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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던 서연은 그런 김홍백 교수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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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씬 촬영이 곧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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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한참 후에 찍기로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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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못 들었어요? 배진환 감독님 말로는 사정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하이라이트 씬부터 도와달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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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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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추격씬이 아닌, 이 장면부터 연습한 것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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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제야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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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환 감독은 아마 김홍백 교수가 말해주리라 생각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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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제대로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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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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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을 불태우는 서연을 보며, 김홍백 교수는 재차 볼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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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약 좀 바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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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단순한 컷팅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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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 교수는 그런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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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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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 후, 예정되어 있던 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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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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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찍는 장면 오늘 다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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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촬영은 전체적으로 순조로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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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빠르면 올해 내, 늦어도 내년 초에 개봉이 확실시될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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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현재 찍은 장면들로 PV가 제작에 들어갔다고 했을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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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좀 늦게 끝날 수 있어요. 오늘 찍을 씬이 세 개입니다,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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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환 감독이 스태프들을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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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편의점 장면 중 몇 개는 시일 두고 나눠서 찍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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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편의점은 영화에서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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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되도록 감정선 유지를 위해 후반부에 찍으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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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사장님께서 일이 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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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면 어쩔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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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편의점 사장님께 양해를 구한 후, 빌린 장소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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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수는 적절히 준 상태였다. 아니, 오히려 더 얹어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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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유동 인구도 많고, 이런 곳에서 만약 안 좋은 소문이 퍼지면 영화에 악재로 작용하는 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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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환은 그런 평판이나 소문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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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악재는 다른 곳에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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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런 배진환 감독을 빤히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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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는 말 그대로 악재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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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정점이 바로 표지우의 클럽 난동 및 살인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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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까지 밀리고, 관도 축소되고 온갖 오명이란 오명은 다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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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 서연이 차서아 역을 맡았기에 그럴 일이 없을 테지만, 여러모로 운이 없는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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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서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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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히 배진환을 보고 있자, 그가 웃으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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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촬영 괜찮아요? 아무래도 후반부 장면이라 힘들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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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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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서연의 메소드 연기를 고려한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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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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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장면이, 이 편의점 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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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해당 배역과 동조해야 하는 서연에게는 가장 부담이 가는 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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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순서에 맞지 않기에 감정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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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서연에겐 어려운 일일 수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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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순서대로만 촬영할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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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공정태 감독이 서연을 많이 배려해 주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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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서연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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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드라마, 영화를 찍게 될 서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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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이제 당연히 적응해야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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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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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서연의 생각을 읽은 배진환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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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봐도 서연이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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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십 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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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깍듯이 하고, 연기를 대하는 자세도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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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환도 어쩔 수 없는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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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연기자들에게 이래저래 불만이 있었으나, 서연은 그런 배진환의 불만을 완벽히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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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서연의 촬영장에서 평은 아주 좋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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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씨가 사회생활을 참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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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사람 대하는 게 아주 프로라니까. 학교에서도 인기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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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스태프가 그런 서연에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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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또 한두 번 들은 말이 아니라서 서연은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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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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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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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곧 축제에서 귀신 역할도 맡았으니, 나머진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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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축제 준비하면 이런저런 말을 할 기회도 늘어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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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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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촬영장에 견학 오고 싶다는 친구들 있으면 데려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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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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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친한 애들은 아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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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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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도 그렇고, 촬영장 스태프들도 그렇고 하나 같이 서연의 친구에 관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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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먼저 촬영할 건 씬 넘버 117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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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를 장식할 편의점 씬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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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가 납치된 장소를 찾아, 급히 난입한 서광일 형사를 상대로 차서아는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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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일은 전국체전에 나갔을 정도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진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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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차서아도 쉽게 죽이지 못했고, 가까스로 근처에 놓인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쳐 기절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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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에 납치한 한예화는 도망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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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는 놓친 한예화를 잡기 위해 기절한 서광일을 두고 서둘러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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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도망친 한예화를 찾는 건 요원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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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는 달리던 발을 멈추고,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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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기절 시켜둔 형사를 죽일 도구를 구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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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거 괜찮습니까? 뭐시냐, 이거 신성미 배우님이 욕 좀 먹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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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괜찮아요. 오히려 마지막에 이렇게 강렬한 이미지라도 남기는 게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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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철 형사 역의 김대헌이 그리 말하자, 편의점 아줌마 역의 신성미가 호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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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대본을 들었을 때 그런 마음이 들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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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개연성이 좀…… 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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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자극적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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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장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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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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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어설프게 보이지 않으려면, 서연 씨가 잘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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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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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보여줘야 합니다. 차서아의 모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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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 장면이 임승철 형사와 싸우는 마지막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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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11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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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에 관객들을 몰입시키려면, 그 전조가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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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114번은 그 전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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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를 완벽한 악역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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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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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환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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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빠르게 하이라이트를 촬영하게 되었으나, 결국 언젠가 찍었을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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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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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영화를 맡았을 때부터 계속 생각했던 이 장면이 눈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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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준비를 마치는 서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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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차서아가 살인 때 입던 우비 복장이 아닌, 일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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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가 흔히 편의점을 갈 때 입는 후드티에 청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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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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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준비로 시끄러운 촬영장에서 홀로, 조용히 서 있는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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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잡기 위해 고요히 눈을 감은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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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에서 보았던 ‘홍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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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강렬한 모습 이상의 연기를 이곳에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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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환은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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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서연이라면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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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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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눈이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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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조명에도 선명히 빛나는 붉은 눈이 보이는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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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114번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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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향해 걸어가는 차서아의 모습을 카메라가 잡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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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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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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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발걸음이 한 걸음 내디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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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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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차서아는 느릿하게 발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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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집을 어떻게 찾았는지, 문을 부수고 난입한 형사 때문에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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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다른 형사가 하나 더 있었다면 조금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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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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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는 말 없이, 상처 입은 자신을 바라보는 거리의 행인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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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이상하게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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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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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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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예화는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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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선, 집에 기절시키고 온 형사부터 처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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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붙잡히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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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를 납치한 것을 본 장본인만 사라진다면, 설령 잡히더라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날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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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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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이제 익숙해진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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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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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편의점 아줌마가 호들갑을 떨며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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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의점의 주인이자 차서아에게는 무척 익숙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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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어머, 서아야. 왜 그렇게 다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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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의 말에, 차서아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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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해진 꾸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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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둔한 아줌마는 그런 덧씌워진 웃음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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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그보다, 공구 좀 빌려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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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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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는 전에 차서아가 가져다 둔 공구 상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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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체를 처리할 때 쓸 청 테이프를 막 손에 쥐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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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이게 무슨 일이니. 벌써 두 번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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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줌마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차서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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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청 테이프와 굵은 커터 칼을 손에 쥔 차서아의 손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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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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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 이건 비밀인데. 지금 창고에 아가씨가 있어! 놀라지 마, 살인마에게서 쫓기는 중이라지 뭐니. 어휴, 무서워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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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차서아의 눈이 편의점 아줌마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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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차서아의 눈에 비친 감정은, 아마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또렷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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