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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도 못 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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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애초에 그 아이는 대전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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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기억에도 이 시기에 자신은 여전히 대전에 살았기에,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올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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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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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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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만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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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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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꽤 오랫동안 굳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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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이내 고개를 흔들며, 마찬가지로 굳어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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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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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와, 배우 언니다. 배우 언니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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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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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수연이 언니가 배우 언니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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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괜히 수연이 어깨를 으쓱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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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귀엽기는 했지만 묘하게 자신을 닮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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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닮은 거야 당연하겠지, 자신을 보고 자랐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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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름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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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예요, 한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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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자신의 이름과 상당히 닮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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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묘한 기분이 들면서도,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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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름부터 전생과 연결된 듯한 이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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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오빠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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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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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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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유나가 첫째라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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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기상 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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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자신은 지금 '주서연'이랑 나이가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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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유나는 순수하게 늦게 태어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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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수연이랑은 언제 친구가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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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이사 와서, 유치원에 친구가 없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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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사는 최근 온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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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기가 대략 가 팬 미팅하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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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서울에도 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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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드림 퓨처를 좋아해서 팬 미팅에 찾아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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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애들도 드라마를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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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문이 들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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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가 애들이 보기에도 괜찮았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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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나 미묘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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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돌아가자. 집은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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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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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대로 두고 갈 수는 없어서,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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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는 역시 언니라며 쌍 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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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연이, 조금 표현이 너무 그, 낡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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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뭐, 귀여우니 됐지, 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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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다른 건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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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애초에 실례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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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노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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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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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여러 가지로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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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는 그냥 우연히 오게 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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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서울에 오게 된 경위는 특별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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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유나가 늦게 태어난 만큼 부모님이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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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급이 빨라져 서울 쪽 본사로 직장을 옮기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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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함께 올라오게 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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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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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지만, 분명 걸리는 것도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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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유나에 대한 것이 아닌, 자신에 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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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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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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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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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가 서연의 옷깃을 마구 당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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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길가에서 작은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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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린이들 애니메이션 행사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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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라다, 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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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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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뭐라 형용하기 힘든 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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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또 발음은 쉬워서 기억하기 쉽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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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마법 소녀 하라라. 요즘 수연이가 보는 만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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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기묘하게 거대한 펭귄과, 펭귄 곁에 있는 파란 머리칼 마법소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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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펭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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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참 특이하다 싶었는데, 구성도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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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과 마법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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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생각한 건지는 몰라도 참 눈에 띄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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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요즘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인기인지 수연이만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길가를 가득 채우며 행사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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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힘준 이벤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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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무대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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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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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올라와, 작중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장면을 아이와 함께 재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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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준비된 고무망치로 게임기를 꽝 내려쳐서 나오는 점수로 상품을 받아 가는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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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어른이 치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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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치면 아빠들이 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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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일 때는 남성과 여성 근력 차이가 없으니 공평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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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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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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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보고 있자, 수연이가 또 옷깃을 쭉쭉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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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서연을 빤히 바라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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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부탁하는 아이의 강렬한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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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대번에 그 눈빛의 의미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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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저거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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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당장 등을 돌려 걸어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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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나온 장면을 재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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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역, 마법 소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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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을 아이와 부모가 나눠서 하고,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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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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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라면 좋다고 나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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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서연은 어렸을 때 긴장도 모르고, 부끄러움도 모르던 철면피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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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무적의 철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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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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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보여도 부끄러움은 제대로 느끼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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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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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보다, 이런 거 하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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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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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렇게나 많으니, 서연이 나와서 동생과 연기를 한다면 인터넷에 찍혀서 돌아다닐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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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선글라스도 쓰고, 잔뜩 변장하고 나왔지만 연기를 하면 그것도 다 벗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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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관심, 그리고 와 으로 이어진 라인업에 서연의 인지도는 현재 엄청 높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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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젊은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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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젊은 엄마들이라면 그 시청층에 딱 맞는 위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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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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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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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벤트 상품으로 주는 마법 소녀, 유나가 엄청 좋아하는 마법 소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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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하라라의 변신 종류는 하나가 아닌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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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주인공인 하라라는 변신 폼만 열다섯 개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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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다른 마법소녀들까지 합치면 족히 수십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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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 정도면 매화 변신하는 모습이 다르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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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서연이 어렸을 적에 보았던 삐니핑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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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라 변신 도감도 있는 걸 보면, 다른 등장 마법소녀들도 변신 종류가 한두 개가 아닌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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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지갑을 거덜 내기 위해 준비된 마법소녀 군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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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이번 이벤트 상품으로 뿌리는 게, 유나가 좋아하는 마법 소녀 이나나의 변신 폼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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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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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슬쩍 기대 어린 눈으로 서연을 바라보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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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동생도 자신의 것이 아닌 유나에게 선물해 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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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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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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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유나는 서연의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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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동생인 수연의 말이니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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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린이 이벤트 진행에 나온 사회자 진영연은 활기차게 외치는 아이들과, 난감한 얼굴을 한 부모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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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벤트 사회를 함으로써 받는 돈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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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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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애초에 전문 사회자도 아니었고, 정확히는 아이들 장난감을 리뷰하는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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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유튜버였기에, 행사에 초대받아 사회자를 맡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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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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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아하는 부모와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 흐뭇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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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촉이 제대로 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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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리뷰 유튜버 출신답게, 최신 하라라 요술봉과 마법소녀 세트에 대한 어필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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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 완벽에 가까운 리뷰에 아이들은 이벤트에 참여하자고 부모를 조르기에 바빴으며, 결국 부모들은 마지못해 나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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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요즘 아이들 장난감은 비싸고, 그 비싼 장난감을 이벤트 요건만 달성하면 거저 준다고 하니 굳이 하지 않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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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행사를 진행하고 두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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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으로 한 시간이면, 오늘 행사도 마무리 지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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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다음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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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연이 외치자, 가장 앞에서 번쩍 손을 드는 여성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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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눈에 띄냐면, 우선 그 행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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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에, 마스크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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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모자까지 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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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래에 두 소녀가 힘차게 손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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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자리가 이벤트 행사장이 아니었다면, 대놓고 수상하게 바라보았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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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눈에도 띄었고, 그 행색 때문인지 궁금증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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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앞에 선글라스 쓰신 분 나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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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회자 영연의 말에, 선글라스를 낀 여성은 움찔하며 두 아이를 데리고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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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묘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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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영연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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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 명이 무대 위로 오르자 단번에 관심이 주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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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세 명이기도 했고 여러모로 눈에 띄는 조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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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린이 친구의 이름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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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에요! 주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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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쭉 펴며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 모습에, 잠깐이지만 무대 위를 바라보던 부모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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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반응에 영연은 조금 의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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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라는 아이가 자신을 소개하자, 갑자기 부모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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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행사 진행자 중 하나가 황급히 뛰어나와 영연의 귓가에 말을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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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오리 새끼요, 최근 황금 오리 새끼에서 나왔던 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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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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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서연 배우 가족 내용에서, 그 여동생으로 나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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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은 TV 예능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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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매체를 본다고 해봤자 유튜브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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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애초에 볼 일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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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황금 오리새끼'라는 예능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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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젊거나, 어린 연예인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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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거기서 등장했던 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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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가족이라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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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은 순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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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기 행색이 이상한 여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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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그 정체가 짐작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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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거리던 군중들의 시선도 이어 무대 위의 여성에게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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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우선 이벤트 설명은 보고 오셨죠? 이제 하라라에 나온 장면을 재연할 거예요! 선택지는 이 중에 고르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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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3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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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가 나오자마자 수연은 망설임도 없이 3번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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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특별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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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로 나온 것 중에 가장 쉬운 게 3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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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라가 악당을 상대로 싸우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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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대사를 날려주며, 멋있게 마법소녀 필살기를 악당에게 명중시키면 끝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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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심플하고 간단한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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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요! 그럼, 여기 요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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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영연이 준비된 하라라의 요술봉을 내밀자, 수연이 손바닥으로 그것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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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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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는, 악당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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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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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제로로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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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기서 악당을 고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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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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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보통 마법소녀를 고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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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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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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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라라에 나오는 제로로도 나름 귀여운 악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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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매도 사납고, 검은 머리칼에 붉은 눈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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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고양이 같은 매력이 있는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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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악당임에도 나름 상품이 나오는 편이었지만, 이런 자리에서 악당인 제로로를 고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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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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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은 무대 위에 있는 다른 인물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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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이의 몸이 굳은 게 또렷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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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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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기를 하셔야 하니, 혹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어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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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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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조금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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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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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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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웅성거리던 군중들의 입이 잠시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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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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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서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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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맞네. 황금 오리 새끼에 나왔던 주서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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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언니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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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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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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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린아이들 이벤트에 배우가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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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물건을 사면 샀지, 이런 이벤트에 참여하는 경우는 보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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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행사 담당자의 얼굴을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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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홍보 행사는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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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안 썼는데, 스타가 제 발로 걸어 나온 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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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군중들은 혹시 이벤트처럼 돈을 받고 나온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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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상관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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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대로 주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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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상품은 모두 공평하게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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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요건만 달성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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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 언니분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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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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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요술봉 쥐어주세요. 그, 마법 소녀 하라라는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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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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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오르기 전, 유튜브를 통해 이벤트에 나온 장면을 확인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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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서연은 요술봉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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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서연의 인생에서 가장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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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연기를 부끄럽다고 여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지금만큼은 차마 당당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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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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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딱히 익힐 필요도 없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감정이었지만, 이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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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마법 소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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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서연의 마음은 알지도 못하는지 악당인 제로로의 망토를 뒤집어쓴 수연이 양팔을 번쩍 들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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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곁에 있는 유나도 눈을 반짝이며 연신 박수를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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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매번 나쁜 역할만 하는데, 착한 역할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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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이건 귀여운 여동생 수연의 배려 아닌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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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로로가 더 좋은 것도 맞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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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저랑 함께 대사를 외치는 거예요. 하라라, 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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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라라, 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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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작아요! 하라라~ 하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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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라라, 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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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배우가 나온 탓에 사회자인 영연의 의욕도 200퍼센트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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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율동과 변신 시 하라라의 대사까지 완벽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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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멋진 연기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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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이 순간은 거짓말 안 치고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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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눈을 질끈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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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마법소녀 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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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요술봉을 힘차게 휘두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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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열연 덕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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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수연의 멋진 망치 찍기로 목표 점수는 달성하다 못해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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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바라던 마법 소녀의 장난감을 가져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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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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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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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언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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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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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이나나의 상품을 안은 유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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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런 것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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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찍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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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유나와는 묘하게 어색했으니 차라리 이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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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 얼마 전에 생일이었어서, 생일 선물로 생각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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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유나는 생일이 언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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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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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를 대신하여 답한 건 수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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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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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 생일을 듣는 순간 눈을 살며시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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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전생 자신의 생일과 동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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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배우 언니가 준 선물이니까 소중히 간직할게! 언니 생각하면서 이거 많이많이 흔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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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응. 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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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참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서연은 황급히 잊고 있었던 걸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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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언니랑 만난 건 엄마랑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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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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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어, 언니가 마법 소녀인 건 비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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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부끄럽다고 할 수는 없어서, 그리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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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방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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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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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자신이 찍혔어도, 유나는 뒤에 있어서 잘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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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유나가 말하지만 않는다면 굳이 그쪽이 알게 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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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우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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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연의 영상을 하나부터 열까지 찍은 쇼츠가 300만을 찍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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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유나는 찍히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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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별개로 서연은 이불을 하나 더 바꿔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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