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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만 번을 채우라고 했지만, 난 언제까지 채우라고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건 숫자를 채우는 게 아니라, 너희가 그 쇠줄을 안정적으로 1만 번 돌릴 체력과 지구력을 가지길 원하는 거다. 그렇다고 ‘무작정’ 채우지 마! 숫자를 채우는데 연연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이것들아! 자극을 느껴,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네 팔다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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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붉은색 표시를 가진, 일명 도련님들에게 질타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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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들이라 그런가? 한 명씩 수발을 들어줘야 말을 잘 들을 건가?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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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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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긴, 오냐오냐 자라온 티가 나는데. 아, 혹시 자기가 도련님이란 것도 모르고 자라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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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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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 분하면 좀 잘해보던가. 왜 그리 허약해서 좌천 기사에게 이렇게 욕을 드실까,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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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보십시오! 언젠가 그 얼굴에 칼을 꽂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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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꼭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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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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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솜씨가 가히 입신에 이르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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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닥으로 그는 그들을 굴렸고. 이한은 얼마든지 속으로 욕하라며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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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욕해라, 오래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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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멘탈은 욕으로만 흔들기엔 너무 강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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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질타를 아끼지 않았고, 끊임없이 그들을 들볶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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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는 마냥 도련님 생도들에게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모두에게 관심을 기울이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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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노란색 표시를 가진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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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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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여성으로 이루어진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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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법은커녕 기본 검술조차 익히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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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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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너희 병아리들은 검은커녕 아직 목검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너희에게 당장 중요한 건 기본적인 근력과 체력이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운동하다가 근육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하지 말도록. 근육이란 게 그렇게 단기간에 생기는 게 아닐뿐더러, 겨우 그거 운동한다고 절대 안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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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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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녀들이 여성이란 이유가 아니라, 그냥 새싹 등급도 아까운 뉴비라서 친절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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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작동법도 모르는 애한테 어찌 구박을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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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면 다정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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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교관님, 그런데 이 줄넘기란 걸 하면 체력이 붙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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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이다 1번 병아리 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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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냥 레비라고 부르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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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제법 인상이 좋았던 레비 폴트의 성실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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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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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입장이 되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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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성실한 학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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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그녀에게 상점이라도 주고 싶은 걸 참으며 이한이 더욱 부드러워진 어조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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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넘기는 단순히 체력만 키워주지 않는다. 근지구력과 심폐기관 강화는 물론이고, 균형감각과 운동능력도 향상시켜주지. 물론 단번에 효과가 나오진 않을 테지만, 매일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달리지는 게 느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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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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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다이어트에도 최고인 운동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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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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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에는 여성 생도 전원이 미어캣 마냥 고개를 단숨에 치켜들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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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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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병아리들에게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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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다. 교관의 훈련만 잘 따라온다면 앞으로 옷을 입는 게 즐거워질 거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생도들은 알 테지만. 아무리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더라도 옷맵시가 부정적인 경우가 있지. 한데 그 경우는 몸이 너무 마르거나, 탄력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신체가 전반적으로 탄력이 생기면 평소 어울리지 않던 옷조차 예뻐지게 되는 경우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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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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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교관은 거짓말 안 한다. 추가로 더욱 솔깃한 걸 알려주지. 시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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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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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라 윈터가 이한의 부름이 떨어지기 무섭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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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낯선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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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왕실 시녀의 복장을 갖춘 그녀를 보고 여인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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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여성들 대부분이 들어가고 싶은 꿈의 직장 중 하나가 왕실 시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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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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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님, 시범을 보여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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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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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노곤해 보이는 말투나 표정은 신뢰감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이었으나, 일순 그녀가 커트시를 실시하자 여인들의 눈이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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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경악이 감도는 눈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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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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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가문의 귀족 영애가 내뱉은 진솔한 한 마디였고, 이를 모두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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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커트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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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았다시피, 시녀님의 자세는 아름답다. 시녀님의 균형감각과 자세가 올곧기 때문이지. 그리고 이러한 올곧고도 아름다운 자세가 가능하기 위해선 등과 둔부의 근력이 중요하다. 어떤가, 이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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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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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들었다. 약속하지. 만약 너희 병아리들이 본 교관이 정한 훈련 일정을 따라온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대들을 보며 아름답다 느낄 멋진 자세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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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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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여성 생도들, 아니 병아리들은 신을 믿는 신자들 마냥 따르겠다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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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을 움직이는 건 근본적인 욕망인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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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내심 이렇게까지 하는 자신이 우습지만, 원래 뉴비들에겐 친절해야 하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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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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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새싹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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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희보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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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희보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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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은 아닌 것 같은데, 영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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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표시 줄을 가진 그들에겐 유독 엄한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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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도 아닐뿐더러, 애매한 녀석들이기에 더욱 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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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어느 정도 검술을 배운 놈들이다. 투기법을 배우지 않았지만, 아마 어릴 적부터 성실하게 검술을 익혔겠지. 그래서 도리어 기초적인 체력이 좋다. 저기 있는 붉은 도련님들보단 낫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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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새싹이 나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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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라 불리게 되도록 노력하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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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것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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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 교관이 지금 진지하게 충고를 하나 하마. 너희가 만약 기사가 되고 싶은 거라면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을 게 아니라, 당장 아카데미를 그만두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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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째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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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침묵 뒤, 그들이 물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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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유 없이 독설을 내뱉지 않는다는 걸 지켜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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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측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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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투기법을 배우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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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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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법이 나오는 순간 그들은 애써 외면하던 현실을 마주하듯 낯빛이 어둡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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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 사람은 알고 있군. 그래, 투기법을 익힌 사람과 익히지 못한 사람에겐 큰 격차가 존재한다. 아무렴, 어린아이와 어른이 싸우는 것처럼 불합리한 격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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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좋고 마을에서 장사로 소문난 성인 장정조차 투기법을 익힌 아이에겐 압도당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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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투기법을 극한으로 연마한 게 기사란 존재였으며, 기사가 동경 받는 동시에 공포의 대상으로 불리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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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카데미에 입학한 너희들은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투기법을 익힐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투기법은 기본적으로 저급하다. 샌드위치로 따지면 빵이랑 채소만 있고, 햄과 치즈, 소스 등은 없는 격이지. 뭐, 너희 중 어마어마한 천재가 있다면 그러한 저급한 투기법으로도 충분히 극한까지 갈 수 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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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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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춘몽과 같은 달콤한 얘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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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 천재였으면 이미 재능을 알아본 귀족이 기사단 수련생으로 데려갔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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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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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세상엔 무조건 정해진 것이 없지만. 그래도 본 교관은 너희가 이대로 검술학부에 있는 선택이 그다지 좋은 선택지라 보지 않는다. 차라리 상위 용병대나 전사·검사 길드에 들어갔다면 저급 투기법이 아닌, 제대로 된 투기법을 배울 수 있었겠지. …비록 목숨을 내놓고 사는 인생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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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싫어서 여기 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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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중 하나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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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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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은 워낙 사람 죽는 게 흔한 동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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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는 폐쇄적이며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여 음흉하고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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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웬만해선 가면 안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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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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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학년만 되도 검술학부 평민 생도들은 대부분 퇴학하고 용병대나 길드로 가버리지. 워낙 귀족가 도련님이랑 격차가 많이 나서 그런 걸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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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지금 남은 2,3학년 검술학부 생도는 전원 귀족 생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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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세상의 불합리가 선연하게 보이는 아카데미의 실상이 아닐 수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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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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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뽑는다면서 정작 배가 불러지는 건 왕국이 아니라 용병대와 길드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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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간다면 한 20년, 아니 10년도 안 되어 기사단과 용병 및 길드에 상하관계가 뒤바뀔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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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앞에선 장사 없고, 용병과 길드의 저력은 갈수록 풍요로워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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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가 걱정할 바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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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쯤이면 그가 발타르를 이기든, 아니면 그 양반도 늙어서 은퇴할 테니, 그를 막을 수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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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10년 이후에도 남아 있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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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반도 늙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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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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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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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하다. 교관도 생각이 좀 복잡해져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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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저희를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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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교, 교관의 의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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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가 생긴 것 같지만, 이대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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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도 좋은 오해면 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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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어쨌든 본 교관은 새싹이 생도들이 아카데미에 있다고 해서 긍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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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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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교관의 의무는 너희를 잘 가르치는 것이며, 검술학부의 교관인 이상 너희를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런 뜻에서 교관은 새싹이 생도들에게 ‘이걸’ 가르쳐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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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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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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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나뒹구는 나뭇가지 하나를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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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졌으나 제법 튼튼해 보이는 나뭇가지였고, 이한은 가볍게 주먹을 댄 상태에서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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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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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봤었지? ‘경’이란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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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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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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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나뭇가지가 분쇄됐고, 그들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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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가 분쇄된 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만, 진정으로 놀라운 건 그가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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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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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지도 않으며, 주먹을 갖다댔을 뿐이며, 어떠한 동작도 취하지 않았는데 나뭇가지가 분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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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며 신기해하지 않으면 무엇에 놀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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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게 하는 법’이라 이름 붙였다. 어제 들은 이들도 있겠지만. 이건 투기법이 아니다. 오로지 뼈와 근육, 심줄 등이 가진 총체적인 힘을 사용하는 거다. 즉, 노력을 통해 배우는 기술이며, 감각만 잡는다면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지는 기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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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귀한 기술을 가르쳐주신단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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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대경실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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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가 교관이긴 하지만, 저토록 귀한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것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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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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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죽었다 살아난다 해도 그들이 절대 대적하지 못할 천재를 목검만으로 압도하던 그의 실력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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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저 경이란 기술임을 아는 생도들로선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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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토록 귀한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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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연히 세상엔 공짜는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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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그냥 가르쳐줄 마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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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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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라고 마냥 호구라 모든 걸 퍼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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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술은 어떻게 보면 몸소 전쟁터와 훈련을 통해 깨달은 아이디어이며 ‘지적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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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를 그냥 가르쳐주는 건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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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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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격투기 선수도 은퇴하면 기술 가르쳐주면서 먹고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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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노후 준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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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제법 든든한, 연금 복권과 같은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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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은밀한 속내를 감추며 제법 긴 설명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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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교관에게 이 기술을 전수받는다면 그대들은 모두 교관을 ‘대사범(大師範)’으로 모셔야 하며, 취직 후 수익이 발생한 이후부터 15년 동안 대사부인 교관에게 회비를 내야 한다. 또한 본 교관의 기술을 타인에게 마음대로 가르쳐서도 안 되며, 가르치기 위해선 무조건적으로 교관의 허락이 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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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장기 연금은 못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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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약 교관에게 기술을 배운다면 너희들은 사제관계가 형성된다. 사제관계가 형성된다는 건 마냥 친분놀이를 하란 뜻이 아니다. 너희가 서로를 감시해야 하며, 기술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거다. 혹 기술을 남용한 자가 있다면 너희가 직접 처단해야 하며, 기술을 훔쳐간 자가 있다면 그 또한 너희가 응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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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연금은 귀중하다. 그리고 만약 자식도 생긴다면 재산도 좀 물려줘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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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재산을 남이 빼먹는 건 용서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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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당장 결정하라는 건 아니다. 충분히 고민하고 말해라. 어찌 보면 인생의 중요한 기로가 될 수 있으니. 허나 교관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강해지고 싶은데 인생을 걸 ‘각오’ 정도는 필요하지 않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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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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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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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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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놀라운 얘기의 향연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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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하군, 하지만…. 다 할 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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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엄격한 조건들이 떨어졌으나, 엄격할 뿐 충분히 수용 가능한 조건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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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그들에게 검술을 가르친 사범들만 해도 비슷한 조건을 내밀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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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이 내민 조건은 거기서 좀 더 엄격하고 기간이 장기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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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귀한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저건 충분한 걸 넘어 넘쳐흐를 정도로 값진 이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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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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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의 말대로 인생을 걸 각오를 다져야 할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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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숙고한 끝에 결정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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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 그거 배우고 싶다! 교관, 나 교관 대사부로 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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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동문끼리 다툼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혹시 정해진 규율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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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 나리가 아니라, 앞으로 대사부라고 부르면 되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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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군요. 안 그래도 배우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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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놈들이 더하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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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듣고 있었던 건지 순식간에 모여든 네 생도였고, 이한은 황당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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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도 많은 것들이, 또 뭘 저렇게 욕심이 많은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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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재능 많고 남부러울 것 없는 이들이 기꺼이 다가가는 것을 확인하며 새싹들은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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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뿐인 인생인데, 도전은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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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을 날리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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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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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르십니까, 시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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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사님이 세력을 형성하신 건데, 그 세력 이름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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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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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무슨 세력이든 다 이름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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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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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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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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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즉석으로 정한 거지만, 소속감이 들게 하려면 이름도 중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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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금 고민한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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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나한]이면 되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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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이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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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백팔 명의 우수한 전사를 모으고 싶다는 뜻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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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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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시녀는 해맑게 칭찬했고, 이한은 조금 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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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러한 순수함이 그 무엇보다 치명적이게 가슴을 찌를 때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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