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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는 눈을 끔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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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갑자기 왜 저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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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대련을 준비하는 두 남자였고, 마냥 디저트를 즐기던 그녀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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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은 혼란스러워했고. 레비의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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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니까요. 실력을 겨루는 건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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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스럽게 반응하며 그들의 움직임에 집중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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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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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또한 이제 당당히 검의 길을 걷는 기사 후보생임을 몸소 증명하고 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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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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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아, 이해가 안 가면 그냥 그러려니 해. 기사의 대결에 딱히 이유는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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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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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아니 현대인이 이해하긴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야만스러운 문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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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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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쁘진 않네, 스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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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 취향은 광배근 쪽이구나? 난 전완근 쪽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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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요기엔 나쁘지 않기에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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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미로 대결을 열심히 눈에 담는 소녀와 유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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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영애가 교관에게 부담스러운 시선을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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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저래. 이제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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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괜찮으십니까? 그거 희롱당하는 겁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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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롱은 무슨, 볼 게 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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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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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도 저런 기만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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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경지에 이른 전사들은 알 테지만, 육신의 단련도란 것은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성향과 쓰는 무기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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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처럼 단순한 롱소드 형태의 직도를 사용한다면 마른 체형인 이들이 많으며, 창이나 대검을 쓰는 자들은 상체가 크게 발달하여 멧돼지나 곰을 연상케 하는 이들도 간혹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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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육체의 발달은 선택사항이며,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육체를 갖는 것이 정도(正道)라 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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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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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 감탄이 나오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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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육체는 윤곽만으로도 사람에게 감탄을 나오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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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이나 무기, 상성 등의 이점들을 모조리 다 압도하는 ‘특별함’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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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떠한 단련을 해야 저런 육체가 완성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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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아니라, 갑옷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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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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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근육의 역동적인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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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얼마나 압축되어 있는 것인지 도저히 가늠이 안 가며, 설사 화살을 맞는다고 해도 기어이 튕겨낼 것 같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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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와 비슷한, 아니 결이 다른 완성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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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 막시무스의 육체가 하늘이란 장인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저것은 수천, 수억 번의 압력을 견뎌내어 만들어진 주괴(鑄塊)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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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가 더 낫다고 확언하기 어려우며, 둘 모두 위험한 건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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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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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더 가능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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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일이지만, 교관의 육체는 과거보다 더욱 성장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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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고압축되어 있던 주괴였거늘 이젠 그 ‘질’마저 높아졌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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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무슨 훈련을 하셨는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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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싸우고, 좋은 것도 먹다 보니 단련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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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부렁이라고 말하고 싶으나, 교관이 그리 말한다면 거짓이 아닐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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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우면 운동 좀 봐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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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저는 저만의 길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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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나 교관과도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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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로지 순수한 검객의 길을 걸을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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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의 몸 상태에서 꾸준히 성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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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게 맞는 길이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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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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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의 길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듯 로엔이 검을 뽑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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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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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뽑는 순간 뿜어지는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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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의성어가 아니라, 그의 검에서 뿜어지는 날카로운 예기가 칼날의 바람을 일으켰고, 주변에 널브러진 나뭇가지 등이 반으로 쪼개지며 그 단면은 칼로 자른 듯 매끈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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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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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검이 되고 검이 사람이 된다고 알려진 검술의 경지를 로엔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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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검(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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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설령 검을 들고 있지 않을지언정 온몸이 날카로운 칼날로 무장한 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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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이 검명보다 높이 위치한 경지임이 분명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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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제가 걷는 길이 당신께서 걷는 길보다 부족하다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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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한 우물만 파는 놈이 무서운 거지, 전혀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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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평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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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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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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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검이 검기(劍氣)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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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상인, 로엔이 도달한 투기법의 신기원이 펼쳐지며 상대를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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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상대였다면 검기를 대적하자마자 대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그대로 몸이 통째로 베이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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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로엔이 내뿜는 검기는 날카로웠고, 세상 모든 것을 베어낼 것만 같은 기세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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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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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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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살벌하네?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뼈가 다 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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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날로 검기를 막는 교관께서 더 살벌하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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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받아보고 싶었거든. 근데 두 번은 안 하련다. 두 번 했다간 그때부턴 손이 없어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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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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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검기가 허무하게 막히는 것을 보며 로엔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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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도 생각했지만, 이 사람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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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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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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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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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 때 이후 두 번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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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랑 싸워 본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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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 날, 건방진 생도 녀석들과 대련하였을 때 이후로 검둥이와 싸우는 건 간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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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녀석들과는 제법 대련도 많이 했거늘, 이상하게 그와는 기회가 안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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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 슬금슬금 피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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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으로선 아쉽기 그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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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보람찬 상대를 만났는데도 대련할 기회가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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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지금, 검둥이는 검을 들었고 그로선 기껏 집으로 데리고 온 고양이가 처음으로 자신과 놀아주는 듯한 상황에 흐뭇함마저 느끼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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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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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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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검이 아니라 손도끼를 드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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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높이 평가해서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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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하고 싶은 평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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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이 검둥이 녀석을 인정하기에 타 생도들처럼 목검으로 상대하는 게 아닌 날붙이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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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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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를 상대로 목검이나 날이 뭉툭한 검을 쓰는 게 아닌, 날이 시퍼렇게 선 날붙이를 쓰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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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한은 그를 일개 생도로 보지 않고, 한 명의 당당한 검객으로 보기에 손도끼를 쓴다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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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하게 보기엔 이놈이 생도 수준이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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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붙었을 때는 어리짐작만으로 가늠하는 수준이었다면, 자신이 성장하는 것으로 인해 이제 명확하게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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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이 녀석을 보고 귀족들이 ‘어린 사자’라 불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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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틀린 표현이라 지금 이 순간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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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은 이미 다 큰 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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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태창이 식으로 표현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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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7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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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클래스라 표현되는 놈이 아닐까 싶었고, 웬만한 기사단장보다 강하단 뜻이기에 이한은 그를 조금도 경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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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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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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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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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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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잠시 멈춰 선 채 서로를 노려보며 고요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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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기에 가지는 탐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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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한 명 먼저 빈틈을 보이지 않았고, 먼저 치고 들어갈 틈이란 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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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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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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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빈틈을 찾는 게 아닌, 빈틈을 강제로 만들기 위해 동시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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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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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이 희미하여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있던 잭은 그들의 대련을 보며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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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장본인도 아니고, 그저 구경할 뿐인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다 저릿저릿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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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무서운 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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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젠가 저리 될 수 있을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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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그는 로엔의 수하가 된 이후로 기사를 목표로 살아가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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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암살자의 재능이 있으나, 암살자의 길보다 기사의 길을 더 걷고 싶어 재능을 억누르며 살아가곤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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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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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저들과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지는 도통 그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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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차라리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원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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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서 구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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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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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생각이 만연하려고 할쯤, 잭에게 음료와 과일을 건네는 시녀가 있었고, 잭은 다른 의미로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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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기척을 전혀 못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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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군 로엔마저도 그의 기척 탐지능력에선 벗어나지 못하거늘, 이 시녀는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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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있잖아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지금 누가 이기고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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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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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누가 유리한 건지 모르겠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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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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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생각을 잇기도 전에 잭은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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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그녀의 부탁에 저항하는 것이 힘들었고, 본인도 이러한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채 잭은 입을 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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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단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주군, 아니 로엔 공자입니다. 빠르고도 정확한 연계식으로 상대가 공격할 타이밍을 조금도 주지 않고 있으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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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그럼 기사님이 불리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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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아닙니다. 교관님께선 그 모든 공격을…, 너, 너무나 여유롭게 막아내고 계시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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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설명하면서도 점차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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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주군의 연계식을 모조리 다 막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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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격, 일격이 모조리 다 위협스럽고, 자신 같으면 막기는커녕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지나 않으면 다행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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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저걸 힘들게 막아내고 있느냐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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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쉽게 막아내고 계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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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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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저건 무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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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은 벌떼와 같으나, 교관이란 철벽을 뚫어내지 못하여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광경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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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검기를 두른 참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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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란 단순히 검이 가진 절삭력만 높이는 게 아닌, 위력과 속도, 힘과 관통력마저 높이는 반칙적인 기예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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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 모든 것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며 잭은 교관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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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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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군의 수하이기 이전에 교관의 제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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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으로 경을 배웠고, 그 덕분에 교관이 지금 어떠한 기술로 검기를 막아내는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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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금강이 아니야, 금강을 이용한 응용식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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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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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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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의 입장에선 교관의 기술들은 이미 완전한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더욱 발전할 여지가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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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을 보며 느끼는 감탄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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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에게 느끼는 건 저 놀라운 재능에 대한 감탄이라면, 교관에게 느껴지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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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르쳐주는 길라잡이라고 할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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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길을 가르쳐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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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것에 따라, 혹은 자신이 어떠한 부류의 기사가 되고 싶어하느냐에 따라 강해질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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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걸릴 터이지만,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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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훌륭한 기사가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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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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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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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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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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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볼일은 끝났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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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마치 요정에게 흘린 기분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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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분도 보통 예사로운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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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의 주변 인물은 어찌 된 게 평범한 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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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그러한 깨달음을 얻으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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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과 다른 시원스런 미소를 머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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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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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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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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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가 자욱하게 퍼지며 땅이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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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이 날린 검기가 유독 큰 위력을 발휘하며 생긴 충격파였고, 지금껏 자잘한 일격과 다른 제법 강력한 힘이 응축된 일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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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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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아픈 티라도 내시지 그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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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 오래 가긴 하지만 그냥 그런데? 그보다 그건 또 뭐라는 기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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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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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멀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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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자신이 싸우는 게 사람이 아니라, 거인과 싸우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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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거인도 이 정도는 아닐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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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려버리는 튼튼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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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렇게 쓴웃음이 지어지려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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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이 좀 신경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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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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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 시녀님이 위로해줘서 괜찮은 거지, 방금은 좀 위험하더라. 흑화하기 전 단계까지 가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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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화란 것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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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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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와 대결하시면서 다른 이의 대화까지 들을 여유가 있다는 점이 놀랍고도 허망하게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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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아니야. 그냥 전체를 보면서 싸우는 거지. 오히려 넌 좀 고쳐야 해. 상대방한테만 너무 집중하는 것도 안 좋은 버릇이야. 항상 집중력을 전체적으로 퍼트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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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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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가는 건 좋은데, 다른 곳에도 시야를 돌리도록 노력해봐. 안 그럼 나중에 가서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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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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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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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르침이 지금 그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을 직감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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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또 다시 실수를 하려고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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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고, 전체를 둘러보는 시야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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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언제고 한번 들은 그의 단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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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닌, 그가 시간을 되돌아오기 전에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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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제는 과거처럼 좁은 시야를 가지지 말겠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아직도 그는 애송이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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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이, 확실히 삐뚤어질 수도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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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잭이 원래 가진 재능을 억누르고 기사가 되기를 권유한 것은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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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예정된 대로라면 ‘신전의 숨은 비수’가 되어야 했던 인물을 개과천선시키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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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가 계속 억누르고 신경 써주지 않는다면 다시금 ‘그때’처럼 돌아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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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로엔은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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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인데, 그 노력을 등한시한다면 이 얼마나 멍청한 짓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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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사람은 항상 바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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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항상 주위에 조언해주는 사람을 둬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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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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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눈앞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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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잘못을 지적해주는 스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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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스승 따윈 평생 없을 줄 알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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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오만한 편견이었음을 다시금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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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학술원에 입학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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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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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스승을 만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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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안 어울리게 아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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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저리 하지만 칭찬이 싫지는 않은지 그는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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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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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조금 전 기술, 그거 검기를 응축시킨 거지? 약간 [벼락 떨구기]랑 비슷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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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께 영향을 받긴 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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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숙부랑 대결을 벌였는가, 설마 벼락 떨구기마저 봤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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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께서 상당히 진지하게 결투에 임했다는 뜻이군, 결과는 어떻게 됐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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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는 한 가장 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사가 다름 아닌 막시무스란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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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에 졌다곤 생각되지 않지만, 벼락 떨구기를 보았는데도 여전히 이 자리에 교관이 멀쩡하게 서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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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무승부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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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추측을 이으려고 한 로엔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추측을 이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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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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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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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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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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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냉정함이 깨지며 한껏 바보처럼 보이는 표정을 지은 그였으나, 지금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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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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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처럼 검기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건 못 해. 아무래도 재능이 부족하고, 너처럼 섬세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대충 검기 비스름한 걸 쓸 수 있고, 네 숙부인지 뭔지 하는 양반이랑 싸우면서 검기를 조작하는 방식도 알게 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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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보고 어찌 사람이 바보처럼 안 굴 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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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도끼에서 빛이, 자신이 만들어낸 검기보다 더욱 환하고도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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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성강(劍氣成罡). 줄여서 ‘검강(劍罡)’이라고 하자, 네가 쓴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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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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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은 이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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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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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의 성강, 검 끝에 별을 담아내었다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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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도끼에서 뿜어지는 힘의 결정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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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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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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