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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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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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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진 않으나 적당한 넓이의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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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잔디와 벌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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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를 비롯하여 나무넝쿨이 무성한 목제로 지어진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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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귀신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으나, 이 또한 제법 감지덕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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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땅값이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학술원이거늘, 이토록 저렴한 자가(自家)를 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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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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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나온다는 소문도 있고, 살인사건도 몇 번 있었고. 범죄자들 아지트란 소문도 있지만, 뭐, 상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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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소문이 잔뜩 난 오두막이었으나, 이한에겐 그다지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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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나온다면 두들겨 패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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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이 찾아온다면 그 새끼도 두들겨 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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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들도 두들겨 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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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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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집은 이한에게 있어 아주 귀한 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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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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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 절벽이 있다니…. 여긴 천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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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타기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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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이 못내 가슴을 고양시켜 이한은 더할 나위 없이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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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이사’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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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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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지만 그는 3년 만에 둥지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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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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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으로 취업한다는 건 앞으로 기사단이 아니라 왕립 학술원으로 출근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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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살던 주거지에서 출근하고 싶어도 출근거리가 25km인 이상 이사는 필수가 되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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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운동 삼아 달릴 수는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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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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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차라리 이사를 하는 게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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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사란 수단 말고도 기차도 있고 마차란 이동수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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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했지만, 이 중세 판타지는 산업혁명은 안 일어났지만 기형적으로 발달한 수단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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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세상의 이동수단은 지극히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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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 한 달만 기차를 타고 다녀도 파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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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차라리 이사를 하는 게 이득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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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발품을 팔고 교관에겐 휴일과 같은 1주의 수강정정기간 동안 집을 알아보는 건 귀찮고도 아깝기 그지없지만, 이토록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찾았으니 고생한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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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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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이걸로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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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 이건 어디다 옮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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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무데나 놔둬요. 나중에 따로 정리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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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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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질 물건을 제외한 것만 옮기게 하니 그녀는 실수하지 않고 짐을 잘 옮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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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맹하여 언제 넘어질지 모르지만, 다행스럽게도 건강함과 힘만큼은 제법 높은 레이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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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이 저렇게 가볍게 들 수 있는 거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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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들어야 할 것을 혼자 드는 그녀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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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생각하건데, 신은 제법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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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외모와 건강을 주었지만, 지능 수치를 저토록 떨어트려 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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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데리고 가면 인기 많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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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반장 아저씨들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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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한 특급 인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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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돈 떼어먹힐 우려가 있으니 데려가면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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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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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기사님! 힘 엄청 세시네요? 나무가 막 뽑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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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는 게 아니라, 그냥 부러트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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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멀쩡한 나무는 왜 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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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는 이미 죽은 나무인지라 놔두면 벌레 꼬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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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그런데 맨손으로도 나무를 부러트릴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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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련하면 누구나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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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저도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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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아니다 한 1년만 저 따라다니면 어떻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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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타고난 근질을 봤을 때, 한 1년만 단련시킨다면 기사단의 쭉정이 녀석들 못지않은 실력자로 만들 수 있을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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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사로 키우면 딱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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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모자라지만, 세계 여자 복싱의 패권을 차지할 인재를 발견한 복싱 관장마냥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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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소리하고 자빠졌네. 제발 정상적인 대화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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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그들의 정신 나간 대화에 태클을 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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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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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왔다, 이 미친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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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왜 시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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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시비 걸게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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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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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내가 하프 트롤한테 무슨 소릴 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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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프 트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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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 은근히 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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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파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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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유일한 친구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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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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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사를 축하하는 따스한 집들이 문화는 안타깝게도 팬드래건 왕국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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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이사를 하면 신전 소속 교회를 찾아가 축사를 부탁하며 기부금을 낸다면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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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기부금 내다가 ‘파산하는 인간들’이 수도에 널렸다는 것이 형용할 수 없는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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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이한은 전생처럼 현생도 무신론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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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파산하고 싶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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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극단적인 예시야. 신전에 내는 성금은 성의에 불과하다고. 훗날 세상을 떠날 때 아발론에 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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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여기까지 와서 포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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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자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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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유일무이한 종교, 을 상징하는 십자가를 든 채 제이크는 성경의 구절 일부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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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하신 광명의 빛이시여, 광명이 빛을 따르는 칠대천사시여, 부디 불경한 죄인을 용서하시고 축복을 내려주시길,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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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한 죄인이 혹시 나를 말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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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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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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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빈정거림이지만, 반은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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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친구를 위해 성경마저 낭독해주는 놈이 얼마나 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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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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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마우면 이 십자가를 구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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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비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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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냥 주고 싶긴 한데, 무작정 베풀면 불행이 찾아온다고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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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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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다, 고맙긴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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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서 대기하다가 호구 잡으면 부적 강매하는 잡상인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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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대는 이한이었지만 그는 결국 은화 두 개를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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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라 산 것이 아니라, 은이 입혀진 십자가를 교회에 가져가면 훗날 신성력 치료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기에 강매당하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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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으로 따지면 희귀 등급은 뜰 만한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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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사제가 준 십자가니 아마 30% 할인까지 받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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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 가지고 온 거나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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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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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홍차 한 잔 주지 않느냐며 투덜거리면서도 얌전히 챙겨온 서신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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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길드에 의뢰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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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직접 구매할 수도 있었으나, 만약을 위해 위탁거래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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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에 대한 정보는 워낙 꽁꽁 숨기고 있는지라 얼마 알아낸 건 없어. 공작도 마찬가지고. 적힌 거라곤 남들이 아는 것밖에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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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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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정보를 원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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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남들이 아는 만큼, 혹시나 싶은 정보가 있을까 싶어 읽어보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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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기대한 정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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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돈이 아깝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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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가격 값만 하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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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읽고 난 후, 이한은 망설임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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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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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 한 장이 불쏘시개가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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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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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을 불쏘시개 삼아 태우곤 이한은 심드렁하니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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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다 미친 인간들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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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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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하긴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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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다 사이코패스 같은 놈들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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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하드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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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잃은 후부터 광증(狂症)이 생기고, 이로 인해 항상 범죄자를 고문하고 죽이는 데 심취한 극도로 위험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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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갈라하드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마검을 계승하였고, 역대 공작 중 마검과의 적합율이 최고로 강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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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불온하고도 위험천만한 살인귀 정신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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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라이오넬 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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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핏줄 특성상 아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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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무리마냥 프라이드(Pride)를 형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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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갈라하드의 마검처럼 가문 대대로 이어져 오는 ‘신비’를 계승한 자이며, 이러한 신비 부작용 때문에 신분 가리지 않고 여자를 다 건드리다 시녀마저 건드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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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주제에 건드린 여자와 태어난 아이를 책임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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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아랫도리 관리 못하는 강간범이자 무책임한 아동방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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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나같이 절세미남인지라, 여전히 귀족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라. 하! 얼굴만 잘생기면 살인이랑 강간을 해도 다 용서받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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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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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권력이 엄청나니까 이런 것도 가능하나 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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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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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돈 많으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다 무죄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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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전생도 좀 비슷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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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놈의 더러운 외모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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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사님도 멋지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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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시녀님. 시녀님도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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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평소에도 많이 듣던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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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어떻습니까, 시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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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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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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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진심으로 상처 입은 표정을 지었고, 레이라는 진심으로 제이크가 있는지 몰랐다며 멀뚱히 눈을 끔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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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더 상처인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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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런 두 남녀관계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이한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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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공작과 대공에 대한 정보를 얻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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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장수를 죽이려면 말 모가지부터 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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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나름 옛 성현의 말을 잘 듣는 착실한 어른이었고, 로엔과 아이린에게 접촉하기 전에 그 주변 인물도 대충 알아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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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조사결과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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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세상이 정말 로맨스 판타지라고 한다면, 사뭇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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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로맨스 판타지 세상의 주역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망가진 놈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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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도 멀쩡하진 않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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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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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여기서도 통용될 것이며, 이한은 아이시스가 자신에게 ‘부탁’마저 한 것이 나름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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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아도 이딴 인간들 자식이 제 집 앞마당에 있으면 거슬리긴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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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아이시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이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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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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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또 말해. 그리고…. 가능하면 권력자와는 멀리하는 게 좋아. 이건 기사나 귀족으로써 말하는 게 아니라, 친구로서 걱정돼서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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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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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연극이라도 보고 온 건지, 아니면 레이라 때문인지 폼 잡는 발언을 남기는 제이크는 유유히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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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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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 저분 좀 이상한 분이신 것 같아요. 혹시 어디 불편하신 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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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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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라에겐 그냥 아픈 사람 취급밖에 못 받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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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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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분 같아요. 기사님을 걱정해주는 게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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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녀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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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녀석은 저래 봬도 몰락하긴 했지만, 제법 역사 깊은 가문의 자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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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사연으로 가문이 몰락하였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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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럼에도 왕실에 대한 충성심을 잊지 않았으며 가문의 대를 이어 기사단에 입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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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과 같은 불량학생과 다른 모범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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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런 녀석이 권력자와, -왕실과 멀어지라고 충고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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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자신의 충성심조차 억누르며 그를 위해주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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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충성심보다 의리를 중요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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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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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는 고아란 이유로 왕따만 당했고, 친구라 생각했던 녀석들은 뒤통수치기만 바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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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에 이르러 진심으로 나를 위해주는 녀석을 만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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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나름 잘 산 모양이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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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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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있습니다. 그보다 시녀님, 이제 슬슬 왕성으로 돌아가시죠? 저녁도 늦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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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라면 이한이 애써 말을 돌리려는 걸 알 테지만, 레이라에겐 그런 눈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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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착한 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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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 사기 먹어도 해맑을 것 같아서 불안스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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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그녀가 특유의 아이 같은 해맑은 미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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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갈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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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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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으로 기사님이랑 같이 살 거예요. 왕녀님도 기사님을 잘 보살피라고 그러셨는걸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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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그건 좀 아니다 싶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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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한 지붕 아래 사는 게 어떤 의민지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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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녀는 그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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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은 안전하다고 왕녀님이 그러셨어요! 뭐라고 그러셨더라? 아아! ‘남자 구실 못하는 놈이니까 걱정할 거 없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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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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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남자구실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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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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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것, 이런 식으로 자존심을 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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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아줌마, 다음에 만나면 두고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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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다음을 기약하며 이를 갈고 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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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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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손님이 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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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로 가 있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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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냄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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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풍겨오는 산수유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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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특유의 체취를 귀신 같이 기억하는 이한의 감각이 낯설음을 느끼니, 그는 슬며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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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이지만, 대략 맨손으로도 척추를 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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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그, 여, 옆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굳힌 폴렌타(Polenta)를 돌리고 있어요, …어머? 이한 교관님 아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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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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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뵙게 되다니, 참 신기한 우·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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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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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모르겠고,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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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더럽게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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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그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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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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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감시대상 2호가 누가 봐도 수상한 모습으로 마당을 서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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