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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만난 최이서는 생각 이상으로 반가웠고, 기뻤으며 또한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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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오랜만에 봐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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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도 살짝 자랐는데 그것만으로도 이전보다 좀 더 세련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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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떻게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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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들어가서 얘기할 만한 장소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근처가 전부 산이었기에 그냥 길을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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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버스 타고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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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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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입김을 흩날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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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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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가 알려주셨어. 너랑 약속 있어서 서프라이즈로 만나러 갈 건데 어디 있는지 아시냐고 여쭤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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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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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라면 서예린이나 유아린 쪽이 훨씬 대화하기 편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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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는 굳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나 역시 따로 캐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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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만났는데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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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가 언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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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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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쉬는 날이라 다행이네. 만약 쉬는 날 아니면 어쩌려고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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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답지 않게 너무 무계획으로 그냥 덜컹 와버린 게 아닌가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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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쪽을 힐끔 쳐다보더니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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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냥 너 보고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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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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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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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그거면 충분하다는 듯 부드러이 지어진 미소는 나를 향한 배려를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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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뭐 하면서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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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음…… 나중에 얘기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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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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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동안 따로 할 일이 있다고 듣긴 했다. 지난번에 윤지가 도와달라고 연락해 오기도 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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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관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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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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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숨기는 이유가 따로 있으리라 믿으면서 나는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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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때? 여기서 일하는 거 어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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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말도 마라. 이번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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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으면서 그녀에게 골드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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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워낙 별별 일이 많았다 보니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고, 최이서도 간간이 웃으면서 나쁘지 않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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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걷다 보니 도착한 C동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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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숙소로 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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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며 묻는 최이서에게 나는 웃으면서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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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직원 숙소가 부족해서 따로 내어줬다고 하더라. 덕분에 편하게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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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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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따로 지낼 곳은 예약해 뒀어? 지금은 성수기라 예약하기 힘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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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처 모텔 하나 있어서 거기 잡아뒀어. 네 말대로 골드원은 좀 많이 비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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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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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나쁘게 생각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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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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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시내에는 건달이나 조폭들이 즐비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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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시비가 걸리는 장소였기에 최이서가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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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우리 숙소에서 묵으라고 할 수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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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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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떠오른 유아린의 카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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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이 주고 가신 방이 하나 있으니 그걸 최이서한테 주면 되겠거니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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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봐. 여기 남는 방 하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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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가려는 듯 아쉬워하고 있는 최이서를 데리고 호텔 안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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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방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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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냐며 되묻는 최이서의 손목을 잡고 끌면서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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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 방에는 남자가 가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지만 잠깐 가서 말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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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도착해서 유아린을 만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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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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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을 낀 채로 삐죽거리며 내게 대꾸하는 유아린. 편한 복장으로 있는 모습이 색다른 감이 있었으나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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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나한테 주신 거야. 너랑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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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나를 가리키면서 유아린이 선언하자 나도 모르게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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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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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뒤에 서 있는 최이서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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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괜히 그러지 마. 나 어차피 예약한 곳 있으니까 거기서 지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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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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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최이서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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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면 이럴 때 한마디 하면서 치고 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냥 무던하니 넘어가는 모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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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유하다고 느끼거나, 성숙해졌다고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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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참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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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다소 일그러진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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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유아린은 확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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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못 넘겨줘. 대신…… 우리 방에서 자고 가. 내가 룸메들한테도 따로 말해둘 테니까 괜찮을 거야. 어차피 이틀 정도만 있는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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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뜬금없는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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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방을 쓰는 룸메들이 다 친한 친구여서 가능한 제안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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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최이서가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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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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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잘됐다면서 최이서는 나를 지나쳐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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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같이 생활하게 된 두 사람을 멍하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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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진아. 나중에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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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유아린이 괴롭히면 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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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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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안으로 들어간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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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 문을 닫기 전, 나는 아까부터 걸리던 걸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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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 서예린이랑 무슨 약속 있는 거 아니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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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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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명스럽게 메롱을 하고는 그대로 문을 닫아버린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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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떨한 상황이었지만 뭐가 됐든 일단 나름 정리는 됐다는 생각으로 나도 우리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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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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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이 떠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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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으로 최이서를 들인 유아린은 의외로 긴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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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다른 여자랑 잘되려던 남자를 뺏겠다고 선언했던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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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입장에서야 알을 깨고 나온 나름 의미 있는 순간이었으나, 최이서의 입장에서는 그냥 바람 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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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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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를 직접 보니까 좀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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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을 향한 마음을 다 잡은 것과 최이서를 대하는 건 좀 다른 문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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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안에 있는 사람들이랑 인사를 나눈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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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싫어하진 않았고, 심지어 이서아는 왜인지 최이서에게 사과까지 했으나 일단 흐지부지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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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여기가 이서 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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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서예린은 최이서랑 친한 편이었기에 기꺼이 반기면서 본인 옆에서 자라고 자리까지 마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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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담이 큰 걸까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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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 복잡함을 느끼든 말든 결국 같이 자게 된 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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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서로 수다를 떨면서 지내다 보니 어느새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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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출근하기 위해서 슬슬 잘 준비를 시작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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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오늘 공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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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을 하던 유아린은 너무 갑작스런 손님 탓에 까먹고 있던 걸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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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예린이랑 같이 야시꾸리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었는데 정작 최이서가 같은 방을 쓰게 되어서 불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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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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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잘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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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감정만 남긴 채로 양치질을 끝낸 유아린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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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서예린이랑 최이서가 조잘조잘 떠들어대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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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네는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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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러쿵저러쿵할 필요도 없이 어떤 관계인지 다 알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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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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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때 우진이가 뜬금없이 자기는 카트를 동시에 다섯 개까지 끌 수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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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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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 하지 말라고 말렸거든? 근데 하다가 결국엔 카트 다 쏟아지고 혼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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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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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온 서예린한테 보여주겠다고 김우진이 깝치던 때의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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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뒷정리하느라 꽤 고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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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아! 너도 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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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은 방에 들어온 유아린에게 본인 옆자리를 팡팡 두드리며 앉으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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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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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저 정도면 사회성이 좋은 게 아니라 멍청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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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유아린은 일단 불렸으니 어색하지 않게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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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자리 위에 둥글게 서로를 마주 보며 앉은 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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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 뭔가 얘기하려 했으나, 먼저 최이서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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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온 거, 우진이랑 콘서트 보는 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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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어! 유아이 콘서트라며? 진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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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티켓팅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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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워하는 서예린과 삐죽대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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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을 번갈아 가며 보던 최이서는 숨을 고른다. 할 말이 있다는 소리였는데 얼굴에 그늘이 진 걸 보면 그닥 좋은 얘긴 아닌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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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우진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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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으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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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려고 입을 벌렸던 서예린 대신, 유아린이 재빠르게 손을 휘저으며 주제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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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이 뻔한 이야기로 시간 끌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 걸 최이서 앞에서 대놓고 고백하는 것도 언짢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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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도 중요한 건 아니었는지 그냥 넘기면서 말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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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겨울방학 동안 윤지랑 같이 일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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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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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1학기에 휴학했던 몇 번 본 적도 없는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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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의 전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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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랑 우진이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야. 윤지가 남기고 간 편지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우진이한테 가지 못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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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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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으로 문자 남기는 것보다는 훨씬 정성이 담기긴 하겠구나 유아린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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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윤지는 우진이랑 얘기해서 다시 잘 해볼 거라더라. 지금 우진이네 둘째 형이랑 같이 일하는 것도 우진이 때문이라고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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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유아린은 뺨을 긁적이며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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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 아니…… 나도 김우진 큰형한테 들었어. 오윤지가 복학할 수도 있다고. 김우진 때문에 일하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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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 근무 중이던 자신을 찾아왔던 김재운 부회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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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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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단 생각에 둘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있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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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설명은 나중으로 미루고, 최이서는 일단 말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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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윤지 친구야, 그래서…… 두 사람의 전말을 알게 되니까. 함부로 다가가는 게 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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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친구가 사귀던 남자를, 친구랑 경쟁한다는 게 탐탁지 않아 보이는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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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냥 헤어진 게 아니라 뭔가 오해 때문에 헤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더욱 마음이 무거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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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김우진은 아직, 오윤지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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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오해만 풀면 다시 사귈 거야. 너희가 미리 알아두길 바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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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이랑 콘서트를 보기로 했던 것도 있지만, 이 말을 서예린과 유아린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그녀가 직접 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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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눈치챈 유아린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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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콘서트 보러 가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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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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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꾹 다물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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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답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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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 나름대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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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깊게 고민하는 서예린은 내버려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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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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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편해진 얼굴의 유아린이 환하게 웃으며 최이서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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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년 제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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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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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오윤지랑 친구였을지 몰라도, 나는 얼굴도 잘 기억 안 나는 애야. 걔 때문에 굳이 뺄 필요 없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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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한테 아직 윤지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다니까. 지난번에 술 마시고 전화까지 걸었더라. 녹음한 거 난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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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나는 김우진이랑 꽁냥꽁냥할 테니까 너는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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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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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기 온 뒤로부터 착잡한 표정만 짓고 있던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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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낀 듯 회색빛이던 그녀의 표정에 약간이나마 색감이 생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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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을 찌푸리고 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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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끼가 오윤지한테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무슨 상관이냐고. 나는 이미 각오하고 여기 끼어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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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적이 한둘 느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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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우진은 존나 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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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예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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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만큼은 같은 입장인 서예린에게 지원을 요청하자 고민을 끝마친 서예린이 방긋 웃으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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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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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가스나가 철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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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베개를 던져서 서예린의 얼굴을 틀어막아 버린 유아린. 최이서는 멍한 표정으로 서예린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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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푸억! 사, 살려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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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퍼억! 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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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를 들고 서예린을 몇 방 더 때린 유아린은 씩씩거리면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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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내 위에는 우진이만 올라탈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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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브러진 채로 장난스레 흐느끼던 서예린도 다시 벌떡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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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는 이미 생겼을 수도 있어서 해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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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하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다시 서예린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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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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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 안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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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되물음에 서예린은 브이 자를 들면서 웃어 보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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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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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잘못하면 인생 크게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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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다급한 외침에 서예린은 멍하니 둘을 쳐다보더니 승리감에 도취된 미소와 함께 콧소리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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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항, 나만 생으로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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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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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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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참, 우진이가 그랬을 줄은 몰랐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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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년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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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유아린이 달려들자 이번만큼은 참지 못했던 최이서도 함께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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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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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의 간드러진 비명과 눈물이 이불을 적셨을 때쯤에서야 멈춘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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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여자의 질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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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유언이라도 남기듯 풀썩 쓰러진 서예린을 내려다보며 가쁜 숨을 고르고 있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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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둘이 눈이 딱 맞았는데, 유아린은 비웃음을 내걸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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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라. 결국 너도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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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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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질투하면서 뭘 포기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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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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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하나 들은 것만으로 당장이라도 김우진한테 달려가고 싶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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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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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이서는 입술을 삐죽이고 팔짱을 끼며 부정했다. 이렇게 부정하지 않으면 자신의 양심이 찔리는 기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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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항? 질투가 아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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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최이서에게 유아린은 잠옷을 옆으로 당겨 어깨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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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붉게 나있는 자국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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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봐, 지난번에 김우진이 자국 남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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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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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거칠던지 맞춰주느라 힘들었다니까? 그래도 걔가 좋아하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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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야한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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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 있던 서예린이 바로 일어나서는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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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과 회색빛으로 짙었던 최이서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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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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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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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바로 최이서를 만나러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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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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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게! 미쳐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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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주먹질부터 날리는 그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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