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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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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메뉴에는 기본적으로 구운 빵이 같이 나간다. 그렇다 보니 튜브형 잼을 종류별로 넣어주는 게 기본이었는데 이게 선반 높은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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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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낑낑거리면서 잼을 꺼내려는 유아린. 밑에 꺼내둔 게 다 떨어져서 다음 봉지를 꺼내려고 했는데 막상 손이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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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싫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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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제발제발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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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고 있는 자신은 내버려둔 채로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는 연영과 이서아와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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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간절한지 이서아는 김우진에게 찰싹 달라붙어서는 핸드폰을 들고 애원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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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 여사친이랑 사진 찍은 거 SNS에 올렸다니까? 그래 놓고 뻔뻔한 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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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럴 수도 있지. 별걸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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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별거? 장난해? 지금 나랑 못 만나는데 여사친들이랑 놀고 있는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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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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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어제 숙소에서도 저것 때문에 이서아가 난리 치긴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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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마시고 싶지 않은 맥주도 같이 마셔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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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너도 똑같이 하겠다고? 나랑 같이 사진 찍어서 질투하게 만들겠다고? 그게 뭐냐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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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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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은 친구의 수작질에 헛웃음만 흘렸다. 남자친구가 아무리 괘씸해도 똑같은 일로 되돌려주겠다는 건 다소 일차원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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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발! 응? 한 장만! 따아악! 한 장만 찍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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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애 중에 진짜 잘생긴 애 있는데 걔 소개해 줄게. 걔랑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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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를 이용하려는 속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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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이서아도 찬우를 알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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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찬우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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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거절하는 이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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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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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너무 잘생겨서 남친이 진짜 화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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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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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히힣! 아 제바아알! 우지나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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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예 매달려서 부탁하는 이서아.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담긴 게 괜히 연극영화과가 아닌지 예쁘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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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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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둘의 장난질을 못 본 척하며 유아린은 다시 잼을 꺼내려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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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를 끌고 도망쳐 온 김우진이 자신의 옆으로 와서는 잼을 내려주곤 짜증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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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싫다니까? 그랬다가 네 남친이 나한테 뭐라 하면 어떻게 하냐고. 나 싸움 못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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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잉! 내가 알아서 다 설명할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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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몰라. 나 객실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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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듯 카트를 끌고 객실로 올라간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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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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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말 없이 그가 내려놓고 간 잼 봉투를 멍하니 보던 유아린은 퍼뜩 정신 차리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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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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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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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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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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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룸서비스는 점심시간이 지나면 다소 한가해진다. 기껏해야 늦은 점심주문 한두 개 들어오는 게 전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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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가해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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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은 기묘한 스텝을 밟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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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영화과 이서아와 디자인과 한봄부터 시작해서 대리님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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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종기 모여서는 무슨 서커스라도 하는 것 같은 김우진의 스텝을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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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봤지. 이렇게이렇게. 손님께서 나오시면 바로 기뻐하실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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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저 드립을 밀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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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개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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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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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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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따로 배운 건 아니고 김우진도 어제 숙소에서 룸메이트들이랑 같이 너튜브를 보고 연습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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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만 있고 따로 나갈 일이 없다 보니 남자들끼리 숙소에서 기묘한 행위가 펼쳐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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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심심해서 이런 것만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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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춤에 삘이 꽂혔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유아린은 한 걸음 멀찍이서 구경하다가 시계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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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한 냅킨을 받아올 시간이었기에 조용히 자리를 떠나 카트를 끌고 세탁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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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웬 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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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홈트 한다고 종종 말하곤 했는데 춤에 관심을 가지는 건 좀 뜬금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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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끼리 모이면 기괴한 행동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저건 너무 기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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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과 춤은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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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세탁실로 가서 냅킨을 카트에 옮기고 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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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가와 반대편에 서서 같이 카트에 냅킨을 옮겨주는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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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혼자 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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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언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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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혼자 가는 거 봤으니까 따라왔지. 이번에 냅킨 많이 나가서 세탁물 많을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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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도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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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그러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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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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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학교에서랑 다르게 쌀쌀맞게 굴고 있다. 최이서랑 통화하는 걸 본 이후부터 특히나 더 그렇게 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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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김우진은 이상할 정도로 자신을 챙겨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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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으면서도 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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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함이 유아린은 싫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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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는 계속 받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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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 스탭 어땠음? 꽤 열심히 연습했는데. 우리 숙소에서 내가 제일 잘해. 재능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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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랑 같이 핸드폰 보면서 연습했을 생각하니까 좀 웃겼지만 유아린은 표정을 억지로 유지하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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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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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네가 윈드밀 보여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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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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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킨을 옮기다 말고 천천히 고개를 든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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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김우진은 계속 냅킨을 옮기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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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밀 멋있어서 나도 해보고 싶어서 배우고 있지. 솔직히 남자의 로망 같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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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거 아닌 이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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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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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에 냅킨을 다 실었기에 김우진이 냉큼 끌고 가기 시작했고. 유아린은 그 뒤를 머쓱하니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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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B동 카트 수거할 시간이니까 얼른 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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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식사를 다 하고 문밖에 뒀을 카트들을 가져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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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깜빡하고 안 가서 대리님들한테 혼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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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혼난 걸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는 김우진을 보면서 유아린은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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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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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실수한 건 솔직히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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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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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두 번은 좀 그렇지. 두 번 하면 바보라고 불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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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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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를 구하는 김우진을 빤히 쳐다보던 유아린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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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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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못하고 한 마디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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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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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미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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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되묻는 김우진.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던 유아린은 갑자기 씩씩거리면서 카트를 낚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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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가세요. 나 혼자 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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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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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B동 가봐야 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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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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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떨한 표정으로 B동으로 가려던 김우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곤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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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힘든 일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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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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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뭔가……너답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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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애매한지 머뭇거리다 결국 포기하고는 김우진은 그대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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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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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답도 못 한 유아린은 그의 뒷모습을 향해 한숨만 깊게 내쉬곤 카트를 끌고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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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지나 퇴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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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가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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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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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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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만 있어서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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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쌓여있는 눈을 보며 이세아와 한봄이 싱글벙글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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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도 반쯤 강제적으로 거기에 끼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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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너도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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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진 찍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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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와 한봄에게 불린 김우진. 자신이 사진은 또 기막히게 찍는다면서 바로 합류하려던 김우진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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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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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 통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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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울린 전화에 김우진은 그대로 통화를 하러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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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멍하니 보던 한봄이 히죽 웃으면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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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저거 여자친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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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없다던데? 그냥 썸녀 아닐까? 표정부터 풀어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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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식, 괜찮은 놈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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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집에 있던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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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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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의 분위기가 바로 변했다고 숙덕거리는 두 사람. 연애 관련 얘기에 바로 불이 붙은 둘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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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둘 사이에서 유아린은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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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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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식이 저렇게 웃고 있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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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식이 고작 전화 한 번 온 걸로 자신에겐 보여주지 않는 미소를 흘리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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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이 봤을 때, 딱 봐도 썸녀라면서 이야기를 듣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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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점점 작아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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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답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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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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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청춘물 드라마도 아니고 나다운 게 뭐냐고 따지고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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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유아린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평소 자신이었다면 이딴 고민은 조금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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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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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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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랑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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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진 두 사람이 이미 김우진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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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여자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남자를 미리 밝히는 건 건드리지 말라는 일종의 신호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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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어기면 나쁜 년이 되는 건 당연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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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실수한 건 솔직히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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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김우진이 아까 해줬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냥 시답지 않게 중얼거리던 그런 말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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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두 번은 좀 그렇지. 두 번 하면 바보라고 불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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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답답하던 감정이 조금은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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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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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두 번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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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바보로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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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내가 멍청한 건 또 못 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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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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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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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친구들이 부르는 목소리에도 유아린은 쌓인 눈을 밟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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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방금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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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뒤편에서 웃으면서 통화 중인 김우진. 헤실헤실 거리면서 목소리가 부드러운 게 딱 봐도 최이서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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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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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김우진에게 소리친 유아린은 바로 손을 뻗어 김우진의 머리를 한 손으로 낚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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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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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작아서 이마랑 눈까지 밖에 감싸지 못했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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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파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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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력에 당한 김우진이 버둥거리면서 고통을 호소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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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우진이 쥐고 있던 핸드폰을 휙 낚아챈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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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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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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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듣는 최이서의 당황한 목소리. 막상 여기까지 오자 뭔가 묘한 후련함에 유아린의 입가에는 시원스러우리만치 환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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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막 처음부터 친한 친구는 아니었잖아? 배신감은 그나마 덜 느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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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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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긴. 선전포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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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눈이 안 보여요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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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적거리고 있는 김우진을 보면서 유아린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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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띨띨이는 내가 가져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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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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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예린이는 딴 놈 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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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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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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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린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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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하단 표정으로 김우진을 놓아주며 핸드폰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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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 하는 짓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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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자신의 핸드폰을 내려다보는 김우진에게 씨익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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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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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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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내 앞에서 최이서랑 통화하지 마. 바로 핸드폰 분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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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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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김우진이 묻자 유아린은 바로 팔짱을 끼며 역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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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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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당연한 거 아닌가? 갑자기 왜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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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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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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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준 유아린은 더없이 해맑게 탓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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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주지 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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