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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카론은 위화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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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 앞에 서 있는 청년을 바라봤다. 노을빛을 닮은 청년의 눈동자엔 핏발이 가득 서 있고, 부릅뜬 눈동자의 동공은 한계까지 수축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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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드 경의 눈동자와 닮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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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소드 마스터, 게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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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제일검(帝國第一劍)이자 검술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자신을 능가하는, 그야말로 현 인류의 최강자. 나진의 눈동자에서 카론은 게르드의 눈동자를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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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견은 조금도 닮지 않았지만 그 느낌이 비슷했으므로. 마주 바라보는 순간 소름이 끼치는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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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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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이 말없이 제 검집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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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나진은 카론의 검집을 붙잡았다. 마치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는 듯이. 그 찰나의 순간 나진이 보인 움직임은 분명히 ‘이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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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견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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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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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본 것만으로, 대상의 세월마저 모방해 내는 기이할 정도의 재현력. 조금 전 나진이 카론의 움직임을 모방했을 때, 나진이 모방하지 못한 부분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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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나서 완성된 부분. 벽을 넘은 초인이기에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을 나진은 정확하게 모방했다. 과연 소름 끼칠 정도의 정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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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관이 빠진 모방은 아직 불완전하나, 그 정교함 자체는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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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 그리고 한시적인 미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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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정보가 짜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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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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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 맞춰진 정보. 내려지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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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고 카론은 헛웃음을 흘렸다. 만일 자신의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저 청년의 진짜 재능은 검(劍)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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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의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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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발이 선 나진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눈을 감았다 뜨려던 카론은 이내 검을 고쳐잡았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조금 더 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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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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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이 검집을 까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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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엇이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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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보여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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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진 특별함을, 네가 가진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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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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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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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발이 선 눈동자로 바라본 세상은 이전과는 다르다. 캄브리아에 온 아래, 숱한 경험을 쌓으며 나진은 성장했다. 당연하게도 그 눈동자로 보이는 풍경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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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한 동공. 핏발이 선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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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동자에 비춘 세상은 정보 덩어리다. 수많은 정보가 나진의 머릿속에 파도처럼 밀어닥쳤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나진은 불필요한 정보들을 쳐낸 채 눈앞의 제 상대만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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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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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뱉는 숨결. 그가 취한 자세.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흔들리는 옷자락과 눈동자의 움직임.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나진은 가까운 미래를 예측한다. 상식의 기준을 넘어선 통찰력과 시력이 이를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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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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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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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기사와의 전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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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도주, 추격, 숱한 상황 속에서 나진은 자신의 눈동자를 믿어왔다. 이번에도 다를 것은 없다. 하지만··· 동시에 나진은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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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유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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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기사와의 전투에선 계속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 이 시야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음을 나진은 직감했다. 눈동자에 들어오는 정보가 너무나도 많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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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앞에 서 있는 것은 소드 마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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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凡人)을 초월한 초인(超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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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위에 군림하는 초월자와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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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나진의 시력이 뛰어나다곤 하나, 지금의 경지로는 카론의 움직임을 완전히 예측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너무나도 많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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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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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췄던 코피가 다시 흘렀다. 머리가 울렸다. 그러나 나진은 한번 웃음을 흘림으로써 그 모든 것을 털어내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곤, 쾅. 땅을 박차며 카론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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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은 나진의 움직임을 보고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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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한 차례 늦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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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이 움직이는 순간 나진이 내다본 미래가 흔들렸다. 여태껏 상대했던 적들과는 달리, 카론의 움직임은 선명하지 않고 흐릿했다. 아직 자신이 눈에 담을 수 없는 상대란 뜻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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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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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 어렴풋이나마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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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면 충분했다. 나진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나진이 상반신을 휙, 숙인 순간 나진의 머리 위를 카론의 검집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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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를 낮춘 채 한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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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며 나진은 검술을 펼쳤다. 교단의 검술과 나진이 지하도시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 낸 검술을 뒤섞은, 나진의 검술이다. 카론은 그것을 불완전하다고 표현했으며 가치가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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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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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신은 미숙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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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모방할 때 어느 정도는 제 몸에 맞게 개량하고, 자세를 보완하는 나진이나··· 카론이 말하는 ‘너의 검’은 고작 그 정도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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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검성의 검은 모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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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에 대한 완전한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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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자신만이 펼칠 수 있는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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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에 통달하는 데 그친 게 아닌, 완벽하게 체득해 최적화를 마친 검술. 카론의 검은 그렇게 완성돼 있었고 그것을 나진은 훔쳐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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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자신의 몸에 맞게 변형하려 해도, 도저히 그림이 같아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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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의 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제 몸에 맞춰 변형하기엔 아직 나진은 미숙했다. 검이란 무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고, 카론처럼 수많은 검술을 머릿속에 박아 넣지도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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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다. 미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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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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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카론이 원하는 것은 변수다. 오직 나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다. 그거라면, 자신만의 검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음을 나진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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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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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 나진의 검이 가속했다. 여유롭게 나진의 검을 쳐내려던 카론의 검집 역시, 한순간 가속했다. 카가가가가각! 소리를 내며 검집을 타고 나진의 검을 흘려낸 카론이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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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졌다. 조금 전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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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속도만 빠른 게 아니었다. 카론이 빈틈을 찌르려는 순간마다 그 위치를 알고 있다는 듯, 나진은 즉시 몸을 비틀며 제 자세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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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불완전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약점을 찌르고 들어올 것을 알고 있다면··· 그걸 막아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렇게 외치는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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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성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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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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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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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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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은 조금 더 보고 싶었다. 조금 더, 눈앞의 청년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빨라진 나진의 검속(劍速)에 맞춰 카론의 검집 역시 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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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검집이 맞부딪친다. 검기를 두른 검과, 검집이 서로를 흘려보내고 휘어잡으며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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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은 여전히 여유롭게 움직이나 나진 역시 조금 전처럼 바닥을 구르거나, 아예 밀리지는 않았다.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검을 휘두른다. 오가는 대화는 없으나 맞부딪치는 검을 통해 카론은 나진의 속내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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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빈틈만 노릴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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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야, 저도 배울 게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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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는 듯한 검. 카론은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나진의 제안에 응했다. 그래, 얼마든지 보여주지. 카론이 크게 나진의 검을 밀어내며 파고들었다. 처음으로 카론이 제자리에서 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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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급의 이들과 대련할 때조차 제자리에서 발을 떼지 않았던 카론이, 나진을 압도하려는 듯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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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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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내려찍으며 카론이 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단두대처럼 내려치는 검격. 완벽한 동작과 완벽한 호흡이 합쳐진 검격. 나진의 속도에 맞추고 있다 한들, 나진은 눈을 부릅뜨고 검을 막아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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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올지 알고 있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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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검을 받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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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내는 순간 무릎이 꺾일 뻔했다. 검을 쥔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쩌억, 소리를 내며 발을 디딘 땅에 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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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가가가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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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격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진이 검을 받아낸 순간 카론의 검집은 흐르는 강물처럼, 나진의 검면을 타고 나진의 목덜미로 쭉 뻗어나갔다. 베기에서 찌르기로 전환되는 흐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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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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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읽어냈기에, 검집이 목에 도달하기 전 칼을 비틀어 흐름을 비틀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흐름은 이미 넘어갔다. 검의 교단의 검술은 흐름을 만들어 낸다. 자세와 자세의 연계를 통해 상대를 몰아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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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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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검술은 마치 거목과도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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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줄기에서 시작되어 수백, 수천, 수만 가지로 뻗어나가는 자세. 그것은 검투(劍鬪)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 마련돼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검의 교단은 검을 연구하는 곳이고, 그들은 수백 년의 세월에 거쳐 검술을 발전시켜 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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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연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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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검을 받아냈을 때의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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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에서 공세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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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드는 상대에 대한 대처와, 반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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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상황에서도 수십 가지의 대처법이 존재한다. 그 모든 대처법을, 수만 개에 이르는 자세를 모두 외우고 숙달한 검성의 입장에서 검투(劍鬪)란··· 단지 정답을 고르는 과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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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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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의 검을 받아내는 나진은, 마치 파도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파도가 휘몰아친다.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당장이라도 바닷속으로 침몰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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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소드 마스터의 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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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교단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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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크만과의 검투에서도 상대가 만들어 내는 흐름을 느꼈으나, 검성의 검은 볼크만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됐다. 결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카론은 만들어 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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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고 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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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에 거스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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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눈동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내다보이는 미래의 모습은 흐릿하다 못해, 아예 희뿌연 안개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나진은 밀려나고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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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나진은 머리에 아로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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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의 검을. 그가 보이는 정점의 검술을. 아직 모방해 내지 못한다 한들, 그것은 뼈와 살이 되는 가르침이었고 양질의 비료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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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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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이 가진 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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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검에 대한 이해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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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름다운 검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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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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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었다. 허나, 자신으로선 검성의 검을 끌어낼 수 없다. 그렇기에 나진은 선택했다. 이대로 밀려날 바에 도박 수를 던지기를. 나진은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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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핏줄이 터져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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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찰나의 한순간만큼은 나진은 정확하게 카론의 검을 읽어냈다. 선명하게 보이는 미래. 카론의 검집이 그리는 궤적을, 경지에 오른 검사들이 검로(劍路)라 부르는 것을 나진은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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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검은 뒤늦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카론의 검을 너무나도 가볍게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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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적이 보이기에. 어느 곳에서 받아내야 할지 알 수 있었기에. 나진이 검을 받아낸 순간 카론의 눈이 크게 뜨였다. 나진은 여전히 눈을 부릅뜬 채 카론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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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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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끈거리는 눈동자론 세 번이 한계이니, 그 세 번 안에 어떻게든 한 방을 먹여볼 작정이었다. 여태껏 카론의 검을 받아내며 나진은 정점을 목격했고, 또한 경험했다. 그건 나진뿐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 있어서든 값진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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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이 끝나거든, 가부좌를 틀고 대련의 내용을 복기하며 가다듬고. 홀로 벽을 보고 검을 휘두르며 복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세를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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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값진 경험을 한 검사들이 으레 치르는 과정이요. 그들이 깨달음을 얻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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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진에겐 그런 번거로운 과정은 필요 없었다. 깨달음이란 전투를 하는 도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것이며, 굳이 뒤로 미룰 필요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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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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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은 수백 장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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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이 보여준 수십, 수백에 이르는 그림이 나진의 머릿속에서 촤라락 펼쳐졌다. 카론이 검을 휘두르는 방식과 어떤 순간에 힘을 실어주고, 어떤 순간에 힘을 빼는지 나진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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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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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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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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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카론의 검을 흉내 냈다. 그것은 오직 나진의 검이라 부르기엔 미흡하다. 아직은 모방에 그치는 것이며 창작이라 부를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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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펼친 일격(一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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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의 눈에 무가치하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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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같은 경지에 서서 저 일격을 받아낼 방법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카론은 웃었다. 검성은 눈앞의 청년이 내보인 가치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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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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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뜬 순간 그 눈동자에 비춘 것은 가까운 미래다. 그것은 소드 마스터들의 전유물이자,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초인이 가지는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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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미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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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것. 그러나,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나서야 카론이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카론은 사용했다. 눈앞의 청년에게 일종의 경의를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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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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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바라보던 미래가 깨졌다. 나진이 내다본 미래와 현재가 일치하지 않았다. 미래시와 미래시가 맞부딪치며 발생하는 현상. 나진으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다. 나진이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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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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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휘두른 검을 카론은 손을 뻗어 붙잡았다. 맨손으로 검기를 붙잡았음에도, 카론의 손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검을 받아낸 채 카론이 검집을 내렸다. 대련의 끝을 알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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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을 지경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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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은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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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로(劍路)를 읽을 줄 아는 소드 엑스퍼트라. 단언컨대, 제국의 역사에서 네가 유일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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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집을 움켜쥘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확실했다. 눈앞의 청년은 초인들이 가진 것과 같은 미래시를 가지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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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가 어떻게 되먹은 통찰력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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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넘고, 스스로의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초인의 경지에 오른 소드 마스터. 그런 소드 마스터들조차 겨우 체득하게 되는 것이 미래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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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청년은 그걸 벌써부터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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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 청년이 계속해서 성장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다면··· 저 청년의 눈동자가 어디까지 내다볼 수 있을지 카론으로선 감이 잡히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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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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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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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청년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자신을 뛰어넘을지도 모를 가능성의 편린을. 카론은 웃음을 흘리며 나진의 검을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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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도 재능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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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위해 과감하게 몸을 내던지는 집념과, 그 짧은 순간에도 정진하는 모습. 그 결과 만들어 낸 일격이 가진 가치를 카론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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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보인 일격,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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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검격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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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 답례를 해야만 하겠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저 청년에겐 도움이 될 테니. 나진의 검을 놓아준 채 카론은 걸음을 옮겼다. 그가 걸음을 옮긴 곳에는, 대련을 시작하기 전에 땅에 꽂아둔 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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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집을 허리춤에 채운 카론이 땅에 박힌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하여 그가 진검을 뽑아 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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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일변했다. 흐름이 뒤바뀌었다. 카론과 자신 사이의 거리가 제법 됐음에도 나진은 마치 제 목덜미에 칼날이 맞닿아 있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나진뿐만이 아니다. 저 멀리서 대련을 보고있던 중위 사제 볼크만 또한 같은 감각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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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이 검을 고쳐잡았다. 검 위로 피어오르는 것은 카론의 검기(劍氣)다. 카론은 검을 든 채 나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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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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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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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카론이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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