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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던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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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것 자체는 별달리 특이할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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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도 간혹 싸라기눈이 내리는 곳이 바로 아이스랜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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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았는데 하늘에서 한치의 앞도 보기 힘든 함박눈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하자 계급에 가릴 것 없이 콜던의 사람들은 욕지거리를 한 바가지 쏟아내며 급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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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아이스랜드의 토박이들은 야생과 문명에 가릴 것 없이 날씨에 굉장히 민감했다. 그리고 토박이들의 감각이, 노인들의 오랜 경험이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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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오래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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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과 평민, 내성과 외성, 하다못해 공작성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준비를 끝마치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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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 일부는 삽부터 냄비에 이르기까지 온갖 도구들을 꺼내 제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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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던의 모든 이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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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대에 참가한 캐서린은 진작에 콜던을 빠져나온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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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의 지배자의 명령을 받아 토벌대는 눈이 내리는 벌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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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 마차, 썰매 수레, 토벌대의 병력들과 보조 인원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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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 시종으로 캐서린과 함께 마차에 탄 덕분에 몸은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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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속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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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피곤함에 찌든 캐서린이 불편하다는 기색을 시종일관 내뿜고 있었으니까. 화난 상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지. 불똥을 대화재로 키우면 내가 바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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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 시간이 지나 캐서린이 기색을 거두자 드디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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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불편해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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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님. 피고용인은 고용주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게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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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두려워해야 하는 건 위대하신 아이스랜드 공작께 줄기차게 부려 먹히는 나 아닌가? 뭐, 여기까지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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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에게 머리 손질을 받으며 탑에서 들고 온 업무를 처리하던 캐서린이 삐딱하게 앉아 턱을 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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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게나 화를 내셨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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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울분은 풀었다. 이젠 건설적인 생각을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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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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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불과 몇 시간 전, 일행이 미리 대기하고 있던 마차에 올라타기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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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초과노동과 야근에 캐서린이 폭주해 알프레드에게 달려들려 하자 카렘과 메리가 1차 억제하고, 소란을 듣고 대기하던 기사와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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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알프레드는 허허롭게 웃으며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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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정치질을 곁들여 사건을 비대화시킨다면 약점을 잡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사건은 그저 피로가 폭발한 마법사의 조금 격렬한 항의로 격하되어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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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명령하는 당사자인 알프레드도 그녀가 과로하고 있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거기서 일을 추가시킨다는데 발작하는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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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알프레드가 자유롭게 부릴 수 있는 마법사는 그녀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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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이 있다면 계약 이전에 따졌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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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적당한 것이 맞지. 애초에 진심이었으면 대뜸 마법부터 쏘고 봤을 거다. 그걸 아니까 공작님도 넘어가 주신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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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는 진짜로 거기서 끝나는 건 줄 알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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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한 것이랑 다르게 심약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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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약하게 만든 장본인이 그렇게 말하니 카렘은 어처구니가 없어 입만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했다. 혼란이 극에 달하면 말도 나오지 않는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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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를 씩 올리던 캐서린은 돌연 인상을 찌푸리고는 마차의 한쪽에 실려있던 상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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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안에는 각종 양피지와 서적이 빼곡하게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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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일하러 가는 와중에도 일해야 한다니. 내 신세가 참 알차기 짝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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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계약자. 넘치는 게 시간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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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그 계약 때문에 시간이 없는데. 감히 비꼬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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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일은 즐기라는 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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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리 즐거운 일도 계속하면 질리기 마련이지. 이 빌어먹을 일거리들은 빨리 해치우든가 해야지.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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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한숨에는 묵직한 피로감이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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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타니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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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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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있는데. 대체 드라이우드가 어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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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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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에 무성한 숲 중에 하나로 일반적인 침엽수와는 달리 숫사슴의 뿔처럼 생긴 앤틀러 나무가 가득한 숲에 자리한 마을로, 여기까지만 들으면 숲을 끼고 있는 흔한 마을이라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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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라면는 알프레드의 신하의 신하의 신하의 기사가 소유했던 봉토에 묶여있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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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마차, 와인, 테라스를 베이스로 복잡한 사정을 거쳐 이번 봄에 펠윈터 가문에 바쳐진 곳이라고 캐서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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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에게 땅이란 능력만 된다면 많을수록 좋은 것. 그리고 주군에겐 능력이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데, 이 영토를 거절하실 이유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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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눈이 내리는데, 굳이 지금 겨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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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머리를 손질하던 메리가 힐끗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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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후배. 엄밀히 따지자면 아직 겨울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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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금 밖에 눈이 누가 들이붓는 것처럼 쏟아지는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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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그러니까. 흠, 그냥 첫눈이 좀 빨리 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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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느 나라에서 겨울이 좀 빨리 찾아왔다고 첫눈이 하늘에서 누가 들이 붓듯이 쏟아진단 말인가? 동영상으로 봤던 세상에서 제일 추운 도시도 저렇게 눈이 쏟아지진 않았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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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당황했지만 메리는 그것이 진실이라는 듯이 무언으로 확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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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전 모르겠네요. 그래서 그 숲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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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가는 거라고 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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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바쳐졌다고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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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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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몸을 비틀며 굳은 몸을 이리저리 풀자 우드득, 우드득. 뼈가 맞물리는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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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 비단 커튼같이 살랑이던 장발을 정리하던 메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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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머리카락이 헝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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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응. 후.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렇지. 봄부터 겨울이 다가오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실종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던데에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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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봄부터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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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봄부터. 마지막 정보엔 인근 마을에서도 실종자가 나왔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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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분, 초 단위로 나눠 관리하는 현대만큼은 아니지만, 중세에도 시간이 귀한 것은 마찬가지, 아니 오히려 그랬기에 중세는 시간이 귀한 만큼 역으로 느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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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활동하기 힘든 것을 생각한다면 봄부터 가을이라는, 한 해의 3/4이 지날 동안 문제를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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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 많은 시간 동안 뭘 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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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이스랜드의 봄, 여름에 실종자가 발생하는 건 일상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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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실종자가 일상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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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하는 숲. 자극받은 몬스터의 습격.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싸움에 이르기까지. 원인은 다양하지. 하물며 그 실종자들 대부분이 외부인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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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봄, 여름의 아이스랜드엔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이 대량으로 유입된다고 했다. 그런데 외부인이라고는 하지만, 실종자가 발생했는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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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외부인을 거부하는 문제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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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면 외부인들이 모두 떠나는 여름 이후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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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게 아타니타스님까지 움직일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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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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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프레드의 전속 마법사는 캐서린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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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인즉슨 그녀 혼자 윈터홈과 펠윈터 가문의, 그리고 알프레드의 의뢰와 요구를 모두 수행해야 한다는 말. 즉 과로와 야근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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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그런데 전속 마법사만 없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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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마법사를 웃돈 주고서라도 고용하면 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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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고용한 마법사들은 영지 전역으로 흩어져 나만큼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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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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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앤틀러 숲의 실종 사건을 앞서 조사하러 간 자들도 실종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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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병사들로만 꾸린 조사단이 실종됐다면, 이번엔 마법사와 좀 더 많은 전투와 보조 인력을 끼워 조사하고, 가능하면 해결까지 해버리라는 지엄하신 공작님의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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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사를 겸한 토벌대가 꾸려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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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설원을 가로지르던 행렬은 잠시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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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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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점심시간이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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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렘은 메리가 받아온 그들을 위해 준비된 몫의 음식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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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의 특산물인 데인 치즈와 스노우러너의 다리로 만든 햄 슬라이스, 크고 작은 소시지, 견과류와 식초에 절인 양파에 따끈따끈한 밀 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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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저렇게 추운데 대체 어떻게 따뜻한 빵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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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후배. 불만입니까? 마른 빵과 육포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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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불만이 있을 리가요. 오히려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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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들을 비롯해 소수의, 소위 귀하신 분들과 그 시종이 아니라면 먹는 것이라고 해봐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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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얼어붙은 물을 곁들인 딱딱하게 언 빵과 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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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좋으면 말린 과일과 채소 정도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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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지금 좌석에 깔린 음식들은 가히 만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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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고소한 하얀 빵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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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마도구를 사용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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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슬라이스한 치즈와 스노우러너 햄을 얹은 빵조각을 씹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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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기억은 없으니, 아무래도 나 이전의 마법사 중 누군가가 만들었던 물건인가 보군. 아니면 어디서 구매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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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 상당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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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탐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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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말에 카렘은 진지하게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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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아니. 상당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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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음식이란 따뜻하게 만들어야 제맛인 법. 물론 차갑거나 미지근하게 먹어야 맛있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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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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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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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관심 있나? 크기와 용도에 따라 아주 다르겠지만, 적어도 1크라운은 넘어야 쓸만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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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지금은 포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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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의 1/6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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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머리에 슬쩍 들어왔던 지름신을 재빨리 내쫓았다. 아직 연봉을 받지도 않았으며, 하물며 그만한 돈을 들여서 사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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