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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방 한가운데서, 작은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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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침대에 누워 폰으로 언론사별로 메인 페이지 뉴스 기사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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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스크롤하는 손가락에는 아무런 힘도 담겨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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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지나가는 화면을 윤슬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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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영국이 아프리카에 내전에 참전하였고 벌써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 한국의 한 정치인이 5조 원대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소식, 미국 지역 은행의 연쇄적 파산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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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나 빠짐없이 굵직굵직한 사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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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여 세계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한국만으로도 사건사고는 충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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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순으로 정렬했을 때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찾아볼 수 있었던 건, 한 괴한이 도곡동 아파트에 무단침입하였다는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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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죽지도 않았고, 아파트에 불이 나지도 않았으며, 사망자와 부상자도 없었고 범인은 빠르게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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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은 뉴스가 될 수 없다. 나쁜 소식이 뉴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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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상자들을 욕하는 댓글이 10개, 피해자의 무탈을 기원하는 댓글이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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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게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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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울컥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뭐라 마땅히 설명할 수 없었던 윤슬은 다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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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자게? 9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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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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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방 안으로 들어와 전등 스위치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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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밝아진 방에 윤슬이 이불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눈을 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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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아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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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 벌떡 일어나 아직 외출복 차림을 한 나메에게 달려가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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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울적할 때에는 이것만큼 효과가 직빵인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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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 나메밖에 없어 흐잉. 편의점에서 뭐 사왔어? 맛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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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포랑, 쥐포랑, 포도주스랑... 조금만 떨어져주면 안 돼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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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얼굴부터 들이미는 윤슬의 볼을 밀어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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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음식 이름에 다 ‘포’가 들어가네? 의도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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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니고... 무알콜성 맥주도 미성년자에게 판매 금지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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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카운터에서 맥주 구입을 제재당했던 일을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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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저촉될 줄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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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나메는 아직 어려서 안 돼. 술은 나중에 언니처럼 커서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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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도 미성년자면서. 자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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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윤슬이 포장지를 뜯어 바닥에 가지런히 세팅을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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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옷을 벗다 말고 멈칫한 나메는 윤슬에게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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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뒤돌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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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이 부끄러워? 같은 여자끼리인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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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치고는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집주인...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방 주인한테 실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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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언니 뒤 돌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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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차림을 한 두 소녀가 가운데 간식거리를 두고 마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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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 쥐포를 떼어주어 나메에게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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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아니지. 손 말고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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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원하는 것도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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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포 한 입, 그리고 육포 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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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나메를 보고 윤슬이 푸흡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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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이빨 빠졌구나?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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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라고 있는 아랫니가 두 개, 그리고 바로 위에 하나가 또 빠져서 나메의 입은 조금 휑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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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찌푸린 나메가 그녀의 입에 쥐포를 쑤셔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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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냠. 다 나메가 귀여워서 하는 말이야 힣. 하나도 안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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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그저 나메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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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이제껏 해온 과정을 모르는 것도 아닐뿐더러, 얼마나 어마어마한 짓을 했는지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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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대회에서는 가히 최고의 활약을 연이어 갱신하고 있고, 월오아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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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토리 모드는 어떤가. 전 세계에서 날고 긴다 하는 사람들을 전부 제치고 1등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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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나메가 펼친 검술들과 고차원적인 마법이 눈을 뜨고 있어도 계속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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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최근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수의 수학 난제를 증명해버림으로써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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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코 간식을 음미하던 나메가 입을 비우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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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 놀리면 못 써. 그리고 사람이 웃을 때는 그렇게 웃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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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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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입만 방긋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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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얼굴을 확 일그러뜨리며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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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난 진짜 웃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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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 뒤늦게 눈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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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봐봐. 사람이 웃을 때는 입과 눈이 시간 차를 두고 움직여. 언니는 지금 동시에 움직이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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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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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의 예리한 지적에 윤슬은 할 말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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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나메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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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보따리에 잔뜩 싸들고 온 것은 다소 의외의 물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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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유리통 한 개, 설탕, 정체를 알 수 없는 알갱이를 담은 용기와, 종이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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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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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기다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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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의 물음에도 나메는 심드렁한 얼굴로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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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통에 포도주스를 콸콸 흘려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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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설탕포대를 기울여 아낌없이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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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이렇게나 많이 넣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릴 생각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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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달게 먹는 걸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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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이 담긴 종이컵에 아까 그 알갱이들을 풀어서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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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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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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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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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뜬금없이 등장한 단어에 윤슬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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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나메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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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으로 변한 뜨거운 물을 용기에 집어놓고 뚜껑을 있는 힘껏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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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만들어 먹으면 싸구려 맛밖에 안 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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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용기를 바닥에 놓고 한 손으로 마법진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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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다른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천교수의 간이 연성진 작성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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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 에탄올 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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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분이라도 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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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안에 든 포도주스가 잠깐 마나를 흡수하면서 출렁였지만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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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나메야. 주스에 설탕을 그렇게 많이 타면 너무 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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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설탕이 많을수록 도수가 높아지는 효과밖에 없거든. 오히려 좋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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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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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뚜껑을 열자 포도 특유의 알싸한 향이 방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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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다른 깨끗한 종이컵을 꺼내 윤슬에게 포도주스를 따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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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심쩍은 눈빛으로 윤슬이 주스를 시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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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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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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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야 미친...! 아니 이거 포도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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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에서 톡톡 튀는 맛을 느낀 윤슬이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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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셔본 경험이 없어도 이건 명백한 알코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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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알콜 맥주로도 만족하려고 했어. 나쁜 건 이 사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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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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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용기째로 입에 털어넣으려는 나메를 윤슬이 가까스로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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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말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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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금이라도 마신 이상 언니도 공범이니까. 말리면 천교수님한테 이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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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눈을 희번덕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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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을 본 윤슬의 얼굴이 암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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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스를 포도주로 만드는 전 과정은 모두 나메의 손에서 이루어졌지만, 역시나 나이가 깡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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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카리리의 업보를 지금 와서야 받는다는 생각마저 든 윤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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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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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쭉. 쭈우욱. 뭐야 잘 마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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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의외로 괜찮네? 별로 취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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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의 계속되는 요구에 윤슬은 하는 수 없이 액체를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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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스와 포도주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애매한 맛이 오히려 심리적 저항감을 낮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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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막 바로바로 취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리고 윤슬 언니 와인 마실 때 팁이 있으니까 나중에 꼭 명심해뒀으면 좋겠어. 지금 이건 종이컵이긴 하지만 입은 글래스 한쪽으로만 대는 거야. 안 그러면 해산물 같은 걸 먹을 때 비린 맛이 잔에 묻을 수가 있거든. 그게 사방에 다 묻어 있으면 향을 맡을 때 방해가 된다? 그래서 한쪽으로만 대는 거고 반대 쪽으로 향을 맡아야 온전히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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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종이컵을 높이 치켜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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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전등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딘가 살짝 풀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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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나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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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우리나라는 술을 너무 터부시하는 문화가 있어. 예전에 내가 살던 곳은 일곱 살만 돼도 다들 술집에서 주문을 할 수 있었다고. 규제를 하는 목적이 이해는 간다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암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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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 그만그만! 너 이제 진짜로 그만 마셔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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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한테 이르고 뭐고 이제는 나메의 건강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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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의 시선이 이번엔 윤슬의 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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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봐봐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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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브이튜브 앱을 실행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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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계속 타이핑을 실수해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쳤지만 결국에는 그녀가 원하는 영상을 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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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를 놀래킨 천재의 등장에 한국을 깔보고 비웃던 대만이 열등감 폭발하며 부러워하는 이유. “예로부터 천재들은 모두 한국인들! 대만이 견제할 레벨조차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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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은 수학천재의 발언! “당신들의 수준은 여기까지.” 절망하는 일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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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한국을 무시하지 않겠습니다.”, 뒤늦게 애원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 한국 교육을 맹비난하던 프랑스 대통령 땅을 치고 후회하며 결국 ‘대국민 사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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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아직 2051년에 머물고 있는데, 한국만 4051년에 살고 있다? “한국의 수학격차, 너무 벌어져버렸다.” 미국이 전전긍긍하고 중국이 꼬리내려버린 한국인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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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수상자들이 충격에 휩싸여 경악한 진짜 이유! “지난 300년간 모든 수학자들은 노네임 하나만도 못하다. 이럴 거면 뭐하러 세금 받아가며 수학을 공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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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한 눈에 읽어내리조차 어려운 영상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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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시시덕거리며 영상을 계속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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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지 않아? 난 저런 말 한 적도 없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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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틀어준 영상 처음부터 끝까지 제목과 관련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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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메를 치켜세우고 한국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댓글들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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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로 틀린 말도 아니잖아. 넌 대단한 게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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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 작은 소리로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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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상이 인기 있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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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서... 다들 살기 힘드니까 이런 걸로 위안과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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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말도 맞아. 그래서 이런 영상들이 조회수가 높은 거겠지. 솔직히 QBS는 조금 반성해야 돼. 가장 먼저 보도했는데 조회수 100만이 뭐야. 하루 뒤에 올린 건데 여긴 벌써 150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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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기지개를 활짝 키며 이불 위로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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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는 것 같아.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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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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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다들 쓸데없는 거에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쏟고 있어.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은 아무도 몰라주는데 말이야. 언니 잠깐 여기 누워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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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가끔 이렇게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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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 윤슬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말을 따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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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 나메의 옆자리에 눕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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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아까 물어봤잖아. 어떻게 일곱 살 이전부터 게임을 할 수 있었냐고 궁금하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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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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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 몸을 살짝 뒤척이자 서로의 손이 살짝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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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체온은 평균보다 살짝 높았기에, 윤슬이 느끼기에 나메의 손은 따뜻하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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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나메가 깍지를 끼고 윤슬의 손을 잡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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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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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날 때부터 캡슐에 갇혀 있었어. 캡슐 하나에는 신생아 하나와, 그 옆의 캡슐에는 언니보다 조금 더 많은 나이의 여자 하나가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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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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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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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의 고개가 윤슬 쪽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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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거리가 가까워서 숨소리마저 크게 들릴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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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윤슬 언니처럼 말이지.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바랄 때가 있었어. 내가 여기 있다고. 내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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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더 쉬웠던 세상 속에서, 나메는 기어코 살아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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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부 윤슬에게 들려줄 때까지, 밤은 아직도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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