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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으으... 하으으... 안 돼... 먹히기 싫어... 아파앗... 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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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체까지 모두 격파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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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술사 녹턴은 머리를 부여잡고 괴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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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인가. 이쯤되면 이 월계수를 소지하는 게 되려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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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문양의 각인들이 손으로부터 꾸물꾸물 기어나와 온몸을 뒤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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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피부에 검은 반점으로 뒤덮인 소녀가 땅에 풀썩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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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죽였어. 다 죽었다고. 이제 끝이야 하하하... 하으... 끄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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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목이 기이하게 꺾였다. 로브 속의 어둠에서 눈이 불타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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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똑같이 불태워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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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술사 ‘녹턴’이 무작위의 ‘인형3’을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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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난이도가 10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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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최후의 소드마스터 · 라인하르트 쉬폿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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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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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확률 주작 아니냐고ㅋㅋ 오늘 방송 레전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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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률 몇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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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지 스토리는 확률 공개 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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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챌린저 랭겜 기준으로는 오브젝트 출현율 1%도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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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두 팔 벌리고 환영했는데 하필 상황이 이럴 때 나오냐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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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3위 어서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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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아델라를 억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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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대회 때 얘 나오면 어떻게 됨? 나온 적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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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ㄴ 메피스토랑 더불어서 이런 애들은 아예 안 나옴,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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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K가 열린지가 언젠데 아직도 대회 안 보는 사람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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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만 하면 전투력은 엄청 뻥튀기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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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뭔데 우리한테 화풀이냥! 월계수를 가진 것들은 다 하나같이 나사가 빠져 있는 것 같네! 아 물론 언니는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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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선 노네임이 제일 도라이인 것 같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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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델라야 그 입 좀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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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다 닥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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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다 설명해줄게. 지금은 적에게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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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공략을 위해 적의 정보만 알면 충분할 줄 알았더니, 저녁 시간을 틈타 세계관 공부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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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녹턴의 정체도, ‘나’의 정체도 알고 있는 시점에서는 그녀의 절망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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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일순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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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끈적끈적한 공기 중 습기에 점성이 부여된 것처럼 숨이 막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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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토로 된 인형이 땅에서 솟아나고 점차 색과 형체를 이루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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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구치는 소용돌이 속에서 한 남성이 대검에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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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리까지 공격이 닿지 않는 거리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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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살려: 잊고 있었다! 노네임님 당장 뒤로 물러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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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아델라가 나를 밀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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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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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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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을 가르는 검격이 가로로 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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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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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오는 폭력적인 풍압이 대지를 휩쓸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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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읏 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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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을 한몸에 받아낸 아델라가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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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귀 끝부분이 예리한 칼날에 베어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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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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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위로 붉은 피가 얼굴을 적신다. 서둘러 중급 힐을 사용해보지만 마법이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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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르트의 역장이 전개되었습니다. 치유 마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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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빨리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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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대로 옷의 소매를 찢어 그녀의 귀를 지혈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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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으윽! 나 귀가 너무 아픈데... 설마 잘린 건 아니지? 내 귀 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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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신경 쓰면 더 아플 거야. 이대로 지혈하고 빨리 역장 밖으로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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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가면 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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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나면 치유도 안 된다. 너 평생 귀 반쪽으로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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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엇? 진짜 잘렸다고? 냐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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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잘린 거 가지고 엄살은. 다리에 칼빵을 맞고도 내색 하나도 하나던 애가 귀 조금 베였다고 눈물을 펑펑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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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조직 재생 마법은 쓸 줄 아는 것 같으니까 마법만 쓸 줄 안다면 괜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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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haos: 죄송해요. 사실 저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보스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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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살려: 프로게임에서는 안 나오는 애니까 그럴만 하죠. 이걸 어떻게 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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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마스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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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소드마스터라면 클라우스 급의 실력은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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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르트 쉬폿이라면 이전에 알폰스 쉬폿이 말하던 그 사람이 맞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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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초장부터 언질도 없이 원거리 공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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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알폰스의 고유마도도 견식할 기회가 있었겠다, 진짜 원거리 공격이라는 게 뭔지 보여주지 않고는 못 베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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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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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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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오브아르세리아] [@worldofarceria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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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오브아르세리아 | 녹턴 나일링크 캐릭터 PV - 「아르세리아 숲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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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본 영상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청에 주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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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지나가는 멋진 분! 저는 녹턴 나일링크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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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바쁘세요? 아니라면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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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이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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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모든 순간이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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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나일링크! 당장 튀어나오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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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찾는 소리에도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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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이 떼어지는 순간부터가 지옥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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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머리가 썩어빠졌나.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어엉? 너도 다른 새끼들처럼 뒈지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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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 차에 하는 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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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저들은 저를 죽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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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몇 없는 선택받은 실험체이자 자원이자 영양분이니까요. 어쩌면 녹턴이라는 이름보다도 더 많이 불린 명칭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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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악이 무색하게도 저는 또다시 아저씨들에게 끌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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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저에게 요구할 것은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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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받아라. 시간 없으니까 빨리 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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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받은 건 보라색 알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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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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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치의 마기가 담긴 알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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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적은 없었는데... 차라리 경계까지 내몰려 콱 죽어버리자고 다짐했던 게 무색하게 겁부터 지레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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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저항하고 있어! 대가리 한번 깨져야 제 발로 기어 들어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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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에게 저항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저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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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돌아오는 건 무자비한 매타작과 후회 뿐. 그리고 끝없는 자기혐오가 빈 감정 사이에 자리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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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바닥에서 수많은 가시들이 튀어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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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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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흙내음이 나는 가시들은, 사정없이 제 손에, 제 팔에, 제 다리에 박혔습니다. 관통했습니다. 대장간의 쇳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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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는 것조차 허락을 안 하는 듯, 마지막 가시는 제 목에 콰직하고 박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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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지옥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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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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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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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갈수록 끔찍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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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갔다오면 한 달은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할 것이, 점차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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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어둠 속에서 고통의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빠져나온 저는 그만 죽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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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다시는, 절대로, 사람이라면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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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세게 깨물면 죽는다는 소리를 아저씨들로부터 들은 것 같습니다. 이대로 혀를 깨물어버릴까요? 아니면 마침 바닥에 날카로운 나뭇가지가 보입니다. 이걸로 손목을 그으면 죽어버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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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박동하는 심장에 이제는 통증까지 느껴질 수준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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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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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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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처럼 부드러운 목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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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돌아본 곳에는 저와 같은 실험체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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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실험체 처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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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여기에 온 것만 벌써 5년째였습니다. 제가 놀란 건 그쪽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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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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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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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귀가 엄청나게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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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얼굴 절반 크기는 되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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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온갖 지옥이란 지옥은 모두 경험해보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저조차도 귀에 작은 혹이 생긴 게 전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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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의 부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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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귀가 저렇게 길어질 정도면 도대체 그녀는 이 숲에 얼마나 갇혀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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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어. 최근 실험만 놓고 본다면 1년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그때도 벚꽃이 피었던 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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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도, 듣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땅 속에서, 고통을 느끼는 게 전부인 곳에서 1년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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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대로 그녀의 정신상태 또한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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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더듬기도 하고, 방금 한 말도 기억을 못할 정도로 정신이 오락가락 했으며, 입을 헤벌레 벌리고 침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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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때때로 정신이 돌아올 즈음엔, 그녀와 못다한 얘기를 계속해서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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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가 다 자라면 이 세상에 악마가 소환될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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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솟구친 가시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나무의 이름이 ‘위그드라실’인 것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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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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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악마가 소환된들 제 알 바인가요. 저는 당장 매일매일이 지옥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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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도 있어? 제국 어디 출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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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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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에겐 사랑하는 어머니와 동생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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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묶여 몇십일을 마차를 타고 여기까지 온 사실도 잊지 않고 얘기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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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제가 제국어를 쓰고 있다는 걸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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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어? 여기 있는 사람 전부가 제국 사람이잖아. 너도, 나도, 그리고 저 아저씨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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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해준 말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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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태껏 저희가 고통받던 이유도 모두 저 나무를 키우기 위함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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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에서는 저같은 노예 어린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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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열매는 몇 년째 열리지 않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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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실험의 강도가 세지는 이유도 설명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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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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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비둘기를 통해 외부에 구조를 보냈으니 언젠가는 누군가가 자신들을 구하러 와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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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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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진짜로 누가 저희들을 구하러 와준다면 제 가족들도 다시 만나볼 날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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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그마한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속삭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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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살아서 다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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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저는 다시는 그녀를 숲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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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시만요...! 아직 이야기가 다 안 끝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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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직도 바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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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면 저를 구해 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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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의 꽃빛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별처럼 반짝이는 여기는 아르세리아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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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들의- 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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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mare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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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e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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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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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최후의 소드마스터를 손쉽게 상대하는 나메를 보면서, 녹턴은 은연 중에 황당함 내지는 두려움을 느끼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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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이 밀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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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악마의 힘을 빌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올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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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생을 모두 바치는 조건으로 월계수의 마력을 전부 이끌어낸 그녀는 라인하르트 쉬폿과 같은 시야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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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의 경계를 알 수 없는 검이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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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이 살아 생전 남겼던 본능이 경고를 보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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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대처하지 않는다면 목이 날아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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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에 담긴 묘리 따위는 없다. 녹턴은 그저 시체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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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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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부딪히는 바람과도 같은 소리였지만 저 일격에 담긴 힘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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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마구 떨려온다. 공격이 날아올 때마다 계속 눈을 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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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은 생사를 건 전투가 익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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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인형이 계속해서 나메를 상대할 수 있는 이유, 결국 월계수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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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은 무자비한 폭격 속에서도 계속해서 활로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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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를 전신으로 체감하게 된 녹턴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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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죽어줘... 제발! 그냥 죽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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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지가 전달된 것인지, 라인하르트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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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박차고, 검에 미친 듯이 오러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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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근육이 찢어지고, 검을 쥔 손이 통째로 뜯겨나가는 고통을 녹턴이 대신하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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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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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지막 일격이 되리라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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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이번만큼은 눈을 뜬 그녀는 이후 벌어지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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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巨人)의 몸이 그녀의 검에 꿰뚫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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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팔로 소드마스터의 천근같은 무게를 지탱하는 팔을 보고 경악이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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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이 쇠꼬챙이에 뚫린 닭고기처럼 될 수 있단 말인가. 검을 통째로 벽에 내던져버리고 다시 자신의 쪽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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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지마... 오거라 위그드라실의 계승자여. 아니 싫... 싫어! 오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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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하나 없는 몸이었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아득한 깊이의 심연을 본다면 공포에 빠지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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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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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거두는 사신의 발소리가 바로 앞까지 당도했음에도 녹턴 나일링크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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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두 손이 자신의 목을 세게 조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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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거구나, 결국 이대로 죽어버리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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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황태자의 밑으로 들어가 하루 이틀 목숨을 연명한 나날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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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업보가 마침내 자신에게까지 돌아온 것을 실감한 그녀는 체념한 듯이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자 당황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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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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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에 먹히기 직전이라 눈 앞이 흐릿하고 어두컴컴했지만, 분명 그녀가 아르세리아 숲에서 만난 실험체가 틀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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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끄윽... 히끅... 어... 언니... 언니였구나. 몰라봐서... 정말 미안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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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취하려는 사신이 자신이 알던 실험체 언니였다는 사실을 깨닫자 마자 서러움이 북받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왠지 모를 안도감도 덩달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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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들이... 전부 죽었대... 교황이 숲을 전부 불태워버렸대... 흐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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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너의 가족들은 모두 살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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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야...? 나 그때처럼 언니 말 또 믿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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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물들어버린 그녀의 피부 위로 눈물이 흘렀다. 나메는 손가락으로 짙게 드리워진 음영을 치워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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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녹턴 나일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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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언니는 꼭 살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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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의 몸이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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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사리같이 작은 손으로 나메의 손가락만큼은 소중히 붙잡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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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술사 · 녹턴 나일링크를 격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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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을 살포시 감겨주고, 월계수로 만든 반지를 챙겨 동굴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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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돌연 고개를 치켜들어 무심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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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엘프를 자처하는 여성의 나지막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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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정말로 엿같은 세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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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영겁의 일도, 야상곡의 기담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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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무너지는 바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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