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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렘넌트 아카데미 침공 작전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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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영겁의 일도, 야상곡의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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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쓰러뜨렸음에도 상황이 낙관적으로만 흘러간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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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모드가 강제로 해제되었기에 알페리온과 시시엘라는 도트 대미지 판정에서 벗어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제국으로부터 쫓기는 처지의 게슈탈트 지부장은 아델라의 의식이 돌아오기도 전에 성도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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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비스에서 도와주지 않았냐고? 보나마나 토사구팽일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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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깔끔하게 날아가버려서 그나마 이전보다는 좋은 숙소에서 잠을 청할 수 있었다는 게 유일하게 좋은 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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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잠을 자는 건 저절로 스킵되어 진행되기에 체감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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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낯선 천장이 나를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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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ixel: 아아, 잘 들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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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조금만 목소리만 좀 키워주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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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ixel: 아아, 아. 네 조금 더 올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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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살려: 2막 보스는 별거 없어도 스토리가 워낙 길어서 스킵 구간을 정확히 아셔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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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haos: 일단 스토리 부분에 관해서는 매니저님이 전담해서 알려주시고, 전투 시에는 저와 Veixel님이 브리핑에 참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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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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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살려: 넵! 근데 여긴 어디지? 진짜 수백 판 하면서도 처음 보는 리스폰 장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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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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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살려: 진짜 게임하면서 처음 본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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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그를 내버려두고 방 안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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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몸을 일으키려고 하던 차에, 문득 다리에 강한 압박감이 들었다. 저릿저릿한 게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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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들춰보니 왠 소녀 한명이 내 다리를 베고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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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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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침이 밝아오기는 무슨 벌써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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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가 쌓인 건 이해하다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서둘러 아델라를 흔들어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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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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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응? 아 언니! 잘 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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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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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암. 너무 피곤해서 아직도 졸린 것 같은 기분이야. 한숨도 못 잤어 냐으으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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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뻗으며 기지개를 켜는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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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가느다란 팔이 이리저리 쭉쭉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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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ㅜ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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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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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센세ㅠㅠㅠㅠㅠ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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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드랑이 미쳤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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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핥핥핥핥핥핥핥핥핥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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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캬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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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도 못 잤다니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벌써 오후 두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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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이토록 거친 잠자리는 처음이었다구...! 솔직히 조금 무서웠지만 기분은 좋았으니까 이번만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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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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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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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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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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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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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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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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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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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순간 잘못 들은 건가 싶어 그녀에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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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말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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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그게 잠꼬대였나...? 아아 잠꼬대가 맞겠지 하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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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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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생각 나쁜 생각 나쁜 생각 나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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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네 이놈! 우리 노네임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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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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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사실 스크립트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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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오히려 스크립트 없어서 더 생동감 넘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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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만 열여덟살 성인으로 설정된 이유가 다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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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의 취향에는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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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헛소리든 뭐든 더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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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게임 로딩과 이 정도 대화로 1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어가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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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짐만 챙기고 빨리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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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고? 어디로? 어비스 지부로 가는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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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은 가면서 설명해줄게. 일단은 옷부터 입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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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니 우리가 머물던 여관이 얼마나 좋았는지 사뭇 체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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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으로 쭈욱 늘어진 고급 주택가들과 멋들어진 일상복을 입고 거리를 행보하는 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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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3지구 여관에서 잠을 자보다니...! 더 잤어야 했는데 너무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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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가 건네준 숙박권을 빌려 잠을 청한 곳은 의외로 수도 한복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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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대들이 월계수를 되찾기 위해 슬럼가부터 이 잡듯이 들쑤시고 다닌 탓에 등잔 밑이 어둡듯이 일부러 이쪽으로 방을 잡아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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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살려: 하필 3지구라니 망했네. 저희가 가야하는 곳은 남서쪽 15구예요. 거기서 퇴역한 기사단장을 만나시면 무리없이 성벽을 빠져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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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군화소리가 들려 간담을 서늘케 했지만 아델라와 같이 태연하게 걸은 덕분에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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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비스 지부가 파괴됐다고? 그럼 게슈탈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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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는 무사해. 그는 밤피르족이라서 무리 없이 수도를 빠져나갈 수 있었겠지.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 우리가 여기를 나가느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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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무트 제국의 수도는 폐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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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성벽은 철저하게 대대 단위의 병졸들이 주둔해있고 성벽 위로도 수십명이 돌아가며 낮에도 보초를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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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퀘스트 발생 없이 단번에 수도를 빠져나오고 2부를 클리어하는 게 주된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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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를 활보하는 기사들을 요리조리 피해 15지구까지 도착하니, 햇빛도 들지 않는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갑옷 남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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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냄새가 풍기는 걸 보아하니 이 남자 대낮부터 만취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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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얼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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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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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본 사람의 얼굴은 절대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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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망각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목숨을 취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이름과 얼굴은 외워두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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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한 기사단장 – 알폰스 쉬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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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 프롤로그에서 ‘악명 난이도’를 결정할 때 로라가 가볍게 이긴 기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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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실력으로 기사단장이라는 직책씩이나 맡고 있으면 정말 제국에 미래는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로 잘린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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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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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계속 옆에서 서성이자 잠에서 깬 남성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삿대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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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익...! 내가 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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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병을 손에 쥐고 성큼성큼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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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눈이 돌아간 모습이 뭔 일이든 저지를 사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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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살려: 일단 여기서는 가볍게 제압을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절대 죽이지는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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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살의 말에 따라 달려오는 무게를 그대로 받아 그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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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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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지. 이전에 한번 수도에서 싸워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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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대단한 사람처럼은 안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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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휘파람을 불며 사태를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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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로라가 싸워서 이겼던 거지만 듀오에서 솔로 모드로 전환한 경우 내가 했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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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냐! 나는 이 바하무트 제국의 기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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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려고 자세를 취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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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기사단장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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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이라고 하기에 그의 행색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비루해보여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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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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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쉬폿은 어떻게 기사단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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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정을 자세히 모르는 이들은 단순히 소드마스터였던 아버지의 입김으로 한 자리를 꿰찼다고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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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가 기사단에 입단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아버지의 강력한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는 전혀 틀린 말로 볼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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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하무트 제국이 다른 강대국들과 앞다투며 식민지의 규모로 경쟁을 벌일 때에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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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만 풍부하고 내실이 하나도 다져져 있지 않았던 제국은, 특히나 군사 분야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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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군의 희생을 더 큰 병력의 투입과 식민지의 획득으로 무마하려는 제국 수뇌부의 행태에, 항상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기사단장들은 모두 얼마 안 가서 고향을 지키려는 오랑캐들의 희생양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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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 속에서 기사단장에 지원하려는 기사가 존재할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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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은 중앙 기사단에서만 선출되지만 직위를 가진 순간 전쟁이 발발하면 또다시 최전선에 나가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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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수도에서 빌붙어 호의호식을 할 수 있는 기사들은 구태여 자신의 자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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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수가 가장 높고, 입지가 좁은 알폰스가 등에 떠밀리듯이 기사단장으로 추대되는 건 예견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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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부탁하신 검을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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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도에서 기사단장이 어린 꼬마에게 일대일 대련에서 졌다는 소문은 수도에 삽시간에 퍼져버렸고, 이런 사실이 황제의 귀에 들어가 분노하기 전에 알아서 해결하라는 황실의 압박에 못 이겨 기사단에서는 그의 직위를 박탈시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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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새로운 희생양을 찾아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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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알폰스의 행동이 기사단장을 포기하려는 속셈에서 나왔을 거라고 아니꼽게 바라본 기사들은 아예 그를 기사단에서 쫓아내버림으로써 분노를 덜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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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애검을 빼앗아버리는 건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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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애들아... 찾아줘서 정말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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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살려: 아슈타일의 대검을 되돌려받았으니 알폰스가 성도에서 나가는 길을 알려줄 거예요. 그대로 따라가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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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기사단장씩이나 되면서 후배들한테 쩔쩔매는 거냥? 게다가 아버지는 소드마스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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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어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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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까지나 평민 출신이었으니까. 내가 아카데미에 있었을 적, 쉬폿경께서는 나를 양아들로 삼으셨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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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출신이라고? 근데도 중앙기사단에 들 정도면 도대체 검에 꽤 재능이 있었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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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 하나도 재능이 없었어. 아카데미에서도 간신히 퇴학을 면할 수준이었고 원래라면 기사단은 꿈도 꾸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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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가 맞지 않는데?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중앙기사단에 못 들어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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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쉬폿 경께서 억지로 날 기사단에 입단시킨 거야.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어, 도대체 나의 무얼 보고 그렇게 고평가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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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는 침울해진 기색으로 고개를 땅에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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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주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다름아닌 알폰스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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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폿 경이 이교도 전쟁에서 세상을 떠난 뒤, 알폰스는 가시밭길에 내던져진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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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물려준 ‘아슈타일의 대검’. 그는 수도 없이 쉬폿 경께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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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자신의 무얼 보고 높이 평가하는 거냐고. 그러나 되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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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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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뼈를 깎는 노력으로 20년간 검을 휘두르고, 검법을 연마했지만 돌아온 건 강제퇴역이라는 수치스러운 결과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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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때 아카데미에 지원할 때 무리해서라도 기사학부가 아니라 마법학부로 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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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려들을 수 있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운 나메가 돌연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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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좀 할 줄 아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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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어릴 땐 마법을 좋아했어. 이사벨라였나... 이제 이름도 가물가물하네. 내 소꿉친구였던 벨라는 틈만 나면 내게 도서관에서 스스로 배운 마법을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재잘재잘 알려주곤 했지. 내가 수도에 오기로 결심했던 것도 다 그 아이 덕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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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기사학부에 지원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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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벨라는 검을 휘두르고 갑옷을 입은 남자를 좋아했어. 그래서 뭣도 모르고 어엿한 기사가 되려고 검술만 연마했고. 하핫 이유가 이상한가? 결국 적성에는 하나도 맞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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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푹 내쉬며 신세를 한탄하는 알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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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20년을 정진하면 무언가 달라질 줄 알았지만 그의 실력은 기사단에 새로 들어온 10대 후반의 신참들보다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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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한 숲길을 빠져나올 때까지 심심하니 꺼낸 이야기였지만 정작 주제는 즐겁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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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의 성벽이 저 멀리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도달했을 즈음, 그는 땅에 검을 콰직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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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무릎을 굽히고, 다른 쪽의 팔을 땅과 수평으로 만들어 가슴팍 앞에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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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살짝 숙인 알폰스는 최대한의 정중함을 담아 그녀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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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타일의 대검은 쉬폿 경이 내게 남긴 유일한 유품이었어. 정말 입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만 찾아줘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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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간질거리는 상황이 익숙지 않은 아델라가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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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넌 이제 어디로 갈 계획이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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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수도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으니까 고향으로 가야지. 내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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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흐음... 뭐 건투를 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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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가 등을 돌리려는 사이, 나메가 그의 소매깃을 잡아당겨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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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슨 볼 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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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살려: 노네임님? 굳이 여기서 알폰스의 검법을 배울 필요는 없어보이는데요? 아델라에게 가르치기에도 상성이 안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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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순간 알폰스에게 사례를 요구하면 그는 금전 대신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검법을 대신 알려준다. 나메가 트리위키에서 본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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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마검술을 할 줄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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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알폰스의 팔에 주목했다. 대검을 사용하는 인물이라면 보통 양팔이 동일한 수준으로 근육이 발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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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알폰스의 것은 유독 오른쪽 팔이 왼쪽 팔보다 가늘었다. 검술 도중 마법을 잘못 사용하면 나타나는 흔한 부작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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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술이라니... 그냥 재능없는 기사가 발악하기 위해 만든 기교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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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번 짧게라도 보여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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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그렇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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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는 아슈타일의 대검을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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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심호흡과 함께 정신을 집중한 채로 주문을 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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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대검 주위로 가느다란 빛의 고리 두 개가 생겨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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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오래 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터득한 기술인데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세게 때려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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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는 기합과 함께 대검을 땅바닥에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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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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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닥이 조금 파였다. 그러나 겨우 그게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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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 날아가는 궤적이 일정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가 타격을 목표했던 지점과도 조금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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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역시 이번에도 또 빗맞았네... 자 이제 됐지? 월계수도 꼭 되찾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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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는 검을 거두면서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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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검사로서는 무조건 낙제생인 수준인 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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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도 재능이 없는 사람은 처음 보네. 이럴 거면 나도 아카데미가 아니라 기사단이나 지원해볼 걸 그랬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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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가 떠난 뒤 아델라는 김이 팍 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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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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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알폰스가 떠난 뒤에도 한참이나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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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커녕 제 한 몸도 똑바로 다루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그것도 검에 관한 고유마도를 창시해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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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날에 얕게 파인 땅만 본다면 그리 놀라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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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가 내리친 일격으로부터 무려 30걸음이나 멀리 떨어진 지점에 땅이 갈라진 흔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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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아깝네. 조금만 더 정진해보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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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무릇 재능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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