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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의 모든 공격은 1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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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대검을 강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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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교관이 휘두른 검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나메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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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무너진 자세를 보인 남성을 향해 허리춤에 검을 찔러 넣음으로써 제대로 응징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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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발악도 허용치 않겠다는 듯, 주먹을 그의 턱에 휘두르고 떨어지는 검의 손잡이 부분을 발로 툭 차 다시 공중에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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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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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의 참사를 맛보고도 계속해서 거리를 좁히려는 방패검사의 목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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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검을 잡아채자마자 펼친 기술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정교한 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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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는 고립된 처지를 타파할 수 있는 좋은 병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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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중심에 폭발하는 마나를 실어 날려버림으로써 어지러운 전장 속에서도 틈새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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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는 마법과 화살에 대응하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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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방벽은 무한하지 않으므로 피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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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것들은 일일이 파훼술식을 작성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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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를 대비하여 트리위키에서 찾은 정보들이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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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마법이 하나도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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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입장에서는 모든 마법이 무효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낄 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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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를 가리지 않고 그녀를 향하는 모든 마법을 역시전하는 것도 모자라 시전자의 마나회로에 간섭해 폭주시키기까지 했으니 마법사들은 겁에 질려 지팡이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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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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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1832/4050(2400+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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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월계수 덕분에 조금씩 다는 체력들은 감내할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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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를 소비하면 체력을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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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마나는 상대 마법사가 시전한 마법들을 파훼함으로써 보충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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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자원을 바탕으로 쓰러지지 않는 나메와 포기할 줄을 모르는 아카데미 측의 공방전은 자그마치 한 시간동안 쉬지 않고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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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물을 잔뜩 머금은 토지가 달빛에 비춰 붉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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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황금빛 마력을 담은 엘프의 눈은 더욱 불길하게 형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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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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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사이로 누군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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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근원지로 나메의 고개가 돌아갔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특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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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열을 가다듬은 부대가 다시 무기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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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으로는 택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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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식어버린 알페리온을 내려다보고 나메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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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루트를 검증해보아도 아델라를 살릴 방법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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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이라면 아델라의 능력은 충분하겠다만, 다차례로 쌓인 경험들이 정신과 구조적으로 충돌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게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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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알페리온과 시시엘라를 살려 데리고 가는 게 하나의 트리거가 될 줄 알았더니, 결국 시청자들의 말대로 이는 함정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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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럴 필요까지는 없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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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키보다 한참은 큰 완드를 지닌 붉은 머리 소녀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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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를 돌려받으러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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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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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엘프야. 보면 몰라? 예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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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멍청이 같은 소리야! 상식적으로 세상에 엘프가 존재할리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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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마법사 지젤의 절규에 몇몇 시청자들이 의문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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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뭔 개소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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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앞에 있는 게 엘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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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2m인 동물도 있고 비버 몸에 오리 주둥이가 달린 동물도 있는데 뿔 달린 말은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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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게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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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여기서 떡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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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말하면 스포일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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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젤은 대체 어떻게 안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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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엘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해버린 지젤 때문에 한차례 채팅창이 술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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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늘게 치켜뜬 나메가 설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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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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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히려 묻고 싶을 정도야...! 도대체 넌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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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존재, 한 개인을 정의하는 다양한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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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언제나 그것들과 싸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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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복잡하게 바라보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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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월계관을 똑바로 고쳐쓰며 울분을 토하는 소녀 앞에서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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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너희들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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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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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아군으로 만나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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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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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 심기를 건드리면 좋을 게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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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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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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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돌아간 거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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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루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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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거 하나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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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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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의 저주를 받고 태어난 렘넌트 아카데미 1학년 지젤 피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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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의 꽃을 얻지 못하면 불사조의 수많은 예비 육체 중에 하나로 전락해버릴 운명을 가진 그녀는 1학년 중 최고의 마나 보유량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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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파빌리스가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극딜러라면, 지젤은 마법사 주제에 탱커와 힐러도 겸할 수 있는 팔방미인격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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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젤 피닉스가 딱 한번 루나 파빌리스보다 막강한 화력을 자랑할 때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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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명기: 화신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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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육신은 물론이고 혼도 남기지 않고 전부 태워버리는 절명기를 사용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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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리온을 구한다는 선택지가 함정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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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최소 난이도로 때튀(때리고 튀기)를 반복해 수백의 기사단을 전멸시킨다 해도, 그 끝에서 기다리는 건 결국 궁극의 화계마도로 단죄하는 지젤 피닉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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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지젤의 완드에서 뻗어나온 마법진을 보고 헛웃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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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기로는 7서클의 것과도 맞먹을 수준이었지만, 구태여 해석할 것도 없이 들어맞는 내용이 하나도 없는 낙서에 불과한 회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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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에서 복잡한 천체운동과 상대성이론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구구단과 근의공식,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보고 쩔쩔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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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순 엉터리라는 소리. 몰입마저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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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인위적인 마법, 게임 속 세상이기에 가능한 강제 리셋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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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하고 터져나오는 섬광을 느낄 겨를도 없이, 세상이 온통 불바다가 되어 나메의 주위를 감싸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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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 존재하지 않기에 파훼도 불가능한 수식을 보고 나메는 짤막한 감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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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망겜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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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할 수 없는 리소스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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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서버와 동기화 중입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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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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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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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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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시계탑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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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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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빛이 아침이 도래하지 않은 고요한 도시의 사람들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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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먼 거리임에도 대지를 울리는 충격음에 아델라의 심장이 덩달아 벌컥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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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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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하도 꽉 쥐어 날카로운 손톱이 살갗을 파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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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주르륵 새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 아델라의 시선은 성도 한복판에 똑바로 고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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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야... 또 나 때문에... 아으으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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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른 아델라는 아카데미 구획을 가르는 담장도 단번에 훌쩍 넘어 아비규환의 장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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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은 사그라들 줄을 몰라 건물보다도 높이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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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면 그 속에서 노네임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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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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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D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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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아으으... 아니야... 아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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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에 마나를 흘리니 그제서야 허공에 두둥실 떠 있는 의미 모를 문자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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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로 가면 그녀가 애타게 찾는 이를 만나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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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서버와 동기화 중입니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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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 꼬리가 불에 그을려 따끔했지만 신경쓸 겨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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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가장 아끼는 전투복이 찢어진 것도 이제는 전부 상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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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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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새까맣게 타버린 숲지기의 시체를 발견하고선, 일순 다리에 힘이 풀려 균형을 잃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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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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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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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 내가 약해서. 나... 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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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이름이 적힌 돌담에서, 불현듯 있어서는 안 될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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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를 글자도 모르는 거지 부렁뱅이들하고 비교하냥? 히헤헷 봐라 내가 얼마나 잘 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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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름 틀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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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다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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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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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실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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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전회차에서 노네임과 비를 피하며 화담을 나눈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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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본 그 누구보다도 멋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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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회차인지도 모르는 어느 순간 노네임이 건넸던 칭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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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꼭 같이 살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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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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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감각을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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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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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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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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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시 만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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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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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혼자 내버려둬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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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17회차까지 노네임이 생전 마지막에 했던 말들이 차례대로 아델라의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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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대체 왜 기억을 못 하는 거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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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농간이라도 부린 듯, 세상이 몇 번이나 되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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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델라가 기억을 되찾는 시점은 언제나 노네임이 죽은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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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라고! 기억하라고! 잊지 말라고! 이것도 못하는 아델라 넌 진짜 흐윽... 바보 멍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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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을 느꼈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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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럼 베나온스에게 배를 얻어맞아 그를 만나기 전 언제나 복부가 시큰거렸고, 노네임이 자신을 때려보라 했을 때 심장이 벌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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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맛보는 츄르였음에도 그 짭짤함이 하도 익숙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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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분명 1회차에서 죽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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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크로니클의 배후에는 악마 숭배자들이 있었고, 그는 생명의 월계수에 악마가 부활할 수 있는 초석을 심어 자신에게 빙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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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는 죽음이었지만, 후회도 없는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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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2회차에서도 그녀는 분명 같은 판단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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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회차부터 모든 게 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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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윤회 속에서 죽는 건 아델라가 아닌 노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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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알고 있었을 거야...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나같은... 흐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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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은 자신과 달리 모든 회차를 기억하고 있었음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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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그녀가 행했던 모든 기행들이, 바닥에 널부러진 퍼즐을 짜맞추듯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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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은 영영 빠져나갈 수가 없는 지옥에서 홀로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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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진 크로니클과 싸워서 이길만큼 강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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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더... 더 죽지 말아줘. 날 그냥 거기서 죽게 내버려둬... 난... 난 필요 없는 사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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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진흙바닥에 엎어져 헛구역질을 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울컥하고 치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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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서버와 동기화 중입니다...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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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죽음에 이토록 슬퍼했던 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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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아델라의 기억 속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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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명이 길바닥의 지렁이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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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하물며 겨울에 입을 옷이 없어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애도를 표하면 오히려 조롱거리가 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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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와 노네임은 겨우 오늘 처음 만났던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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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도, 가족도, 친구도 아닌, 막장 단체의 동료라는 가느다란 실로 이어진 아무것도 아닌 관계에서 무슨 의미를 찾고 있었던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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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서버와 동기화 중입니다...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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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보다 아델라를 두렵게 만든 건, 다음번에도 자신이 또 모든 기억을 잃으리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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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은 똑같이 자신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것이고, 아델라는 영원과도 같은 찰나를 보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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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예정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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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다시 잘근 깨문다. 송곳니가 불쑥 튀어나와 이제 그녀의 입은 너덜너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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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노네임과 함께한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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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의식이 희미해지고 세상은 다시 처음으로 회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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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잠에 들었는지 경계를 명확히 지을 수 없듯이, 세상이 사라지는 기점도 인지하는 게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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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처음 노네임에게 투정을 부렸을 때 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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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쓸모 없는 존재라고 수없이 자기비하를 했을 때도, 그녀만큼은 아델라를 능력과 상관없이 인정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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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회차별로 조금씩 도망쳐온 곳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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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주택가 앞, 슬럼가 입구, 트레피스 광장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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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의식이 몽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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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없는 발걸음에 몸을 맡기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은 어느 길가의 돌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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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가 아이들이 흔히 하는 이름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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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내힏]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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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내임]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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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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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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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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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틀리고서야 겨우 세 번째에서 올바른 이름을 적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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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반발심에 그 뒤로도 두 번이나 더 적게 되어서 돌담은 온통 자신들의 이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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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왜 돌담은 그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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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적인 숨을 연신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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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돌아갔다면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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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실마리가 잡힐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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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간 세상에서 유일하게 아델라가 검으로 새긴 돌담만큼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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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회차에서의 흔적이 분명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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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라면 분명 다음의 ‘나’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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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가 잘도 숨어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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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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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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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광선이 아델라의 몸통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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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왈칵 토해낸 아델라의 몸이 차가운 돌바닥 위로 맥없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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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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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월계수를 두 개나 가지고 있었구나. 내키지는 않지만 죽기 전에는 한번쯤 칭찬을 해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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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숨겨놓았던 월계관을 술법을 부려 비가시 상태를 해제한 진 크로니클이 조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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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로서의 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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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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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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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손을 갖다대보지만 손가락 사이사이로 핏방울이 뚝,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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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으... 흐윽... 흐아아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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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찾는 수고를 덜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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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크로니클은 신음하는 녀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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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품에서 소중한 단검 하나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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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이 수도 없이 알려준 올바른 파지법으로 단검을 콰직하고 돌담에 박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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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끼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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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움직일 때마다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바닥에 고인 핏웅덩이를 보고 자신의 몸에서 전부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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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델라는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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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추억이 담긴 돌담 가장 아래에,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마지막 유언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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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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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헤헤.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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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차에서의 자신이 이 문구를 발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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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서버와 동기화 중입니다...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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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인해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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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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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아르세리아 – 사제 나이트메어 1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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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간 - 6: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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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수 – 2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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