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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D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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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탯이 재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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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페널티를 초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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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페널티(5):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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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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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아르세리아 – 사제 나이트메어 1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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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간 – 5: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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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수 – 19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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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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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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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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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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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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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을 파고든 말에 아델라의 고개가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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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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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 응.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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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피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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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를 잡고 있던 게 아니라 날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노네임이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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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아델라는 손바닥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져 화들짝 놀라 단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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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면 조금 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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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시간이 없잖아. 아카데미로 바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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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본대로부터 신호가 올 때까지는 한참 남았어. 어차피 미행을 따돌리려면 우리도 한곳에서 몸을 숨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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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시체가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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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대부분의 상태는 언뜻 보기에도 처참했는데, 아델라가 곡검으로 그들의 장기를 헤집어놓은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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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아 AI 시스템의 자동 모자이크 기능 덕분에 나메는 방송이 정지당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 너머로 풍겨오는 잔인한 향기까지는 여전히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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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의 제안에 따라 북쪽 숲을 통과해 성도의 좁다란 골목길에 다다랐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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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하늘이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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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한 건물 사이사이로 펼쳐진 검은 비단에 촘촘하게 박힌 보석들을 바라보고 꺼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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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뒷골목을 지날 때 아델라는 언제나 하늘을 바라보고 걷는 습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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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으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악취가 견디기 힘든 탓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본인이 이런 곳에 처박혀 있어야만 하는 처지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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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현실도피로부터 시작된 습관은 어느새 그녀의 취미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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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지기야 숲지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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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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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알고 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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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물어본 탓에 나메는 한참동안 질문을 곱씹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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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방법과 어려운 방법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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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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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못난 사람들만 보고 살아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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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날 게 없으니 자존감이 떨어질 일도 없었다. 명쾌하지만 찝찝한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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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려운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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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사람들보다 더 잘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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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렇구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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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현답에 맥이 빠져버린 아델라는 바닥에 누우려다가 튀어나온 돌부리에 머리를 콩 찍고 짜증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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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여기에 왜 돌이 있는 거야! 하아.... 그거 아냥? 아까 재료창고에서 구해준 노예 아이들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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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럼의 서재에서 풀어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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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도 사실 어릴 때 똑같은 처지에 놓일 뻔했어. 엄마가 돈이 없다고 나를 노예상에게 팔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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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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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서 수도 없이 보아왔던 케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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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모성애는 자연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던 터라 이제는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도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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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항상 성도의 노예들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어. 내가 그래도 쟤네들보단 낫지. 미래조차 빼앗긴 녀석들보다는 내가 더 낫다고... 그런데 그게 지금 와서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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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의미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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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결국 이러나 저러나 난 제자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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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검을 돌바닥에 끼익끼익 긁어대는 소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법 했지만 나메는 별 개의치 않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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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각인한 문자는 각각 ‘노네임’과 ‘아델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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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쓰는 게 맞나 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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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번엔 안 틀리고 잘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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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냥? 대륙공용문자쯤이야 껌이라고! 아무튼... 그래서 오늘부터 결심한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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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턱을 괴고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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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 도움 없이도 실력을 키워서 꼭 아카데미에 합격할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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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끄럽고 설레는 어투로, 아델라는 찬찬히 자신의 포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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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도전하는 건 한번뿐이라고 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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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나같이 연고도 없는 사람은 신분 위조쯤이야 쉬운 일이야. 그리고 나 꽤 동안처럼 보이지 않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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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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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노안이었던 애들이 자라면서 동안이 되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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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 방금 무슨 의미로 말한 거냐 숲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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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별을 보면서 투닥거릴 때, 나메가 돌연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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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가 꼭 좋은 곳이라는 보장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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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다녀본 적이 있는 거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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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자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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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좋은 곳을 들어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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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입술을 깨물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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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가 누군가의 천국이 되려면, 결국 다른 누군가의 지옥이 되어야 균형이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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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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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히는 사람도 있고, 수업이 너랑 안 맞을 수도 있고, 교수들이 출신으로 널 차별할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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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맞는 말인 것 같네. 한번 다시 생각은 해봐야겠어. 그래도 말이야. 난 꼭 아카데미에 가는 게 평생소원이야. 가보지도 않고 지옥이라고 단정짓는 건 너무 내가 패배자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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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원래 그런 성격이었지. 나랑 달리 가서도 적응을 잘할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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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리는 살면서 너한테 처음 듣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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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멋쩍다는 듯 뒷머리를 살살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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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북문으로 이동해서 ‘어비스’와 합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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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에게만 보이는 스토리 진행 문구와 함께 하늘에서 폭죽이 펑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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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알페리온과 시시엘라가 잘못 된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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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류할 채비를 마친 아델라에게 나메가 물었다. 아델라는 그게 무슨 초 치는 말이냐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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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구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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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임무를 실패한다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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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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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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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본청에 다다르자 아델라는 마음 한켠에 피어오른 기시감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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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수인의 감은 때때로 좋아서 근미래에 벌어질 나쁜 일들을 피해나간다는 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 시끄러운 경보음이 땡땡땡 울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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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어, 피투성이가 된 시시엘라가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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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엘라! 대체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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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 영감탱이 말이 다 맞았구만. 안타깝게도 반만 맞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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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뽑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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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엘라가 자신의 허벅지에 꽂힌 화살을 뽑으려는 손을 숲지기가 확 잡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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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뽑으면 출혈이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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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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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 이 몸으로? 대체 무슨 생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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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발을 동동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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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임무에 왜 너희 둘만 보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네. 우리 쪽 용병들은 전부 배신했어. 어비스 15지구의 사람들이 전부 아카데미 편에 붙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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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알페리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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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 분대와 관계자들에게 포위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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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가려고? 안 돼 못 가! 절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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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는 여기 있어. 난 다시 알페리온을 도우러 가야만 해. 숲지기, 아델라를 꼭 버리지 말아줘. 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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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만류에도 곰 수인은 매몰차게 그녀를 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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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대신 말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나메는 하는 수 없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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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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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하게 세운 손날로 그녀의 뒷덜미를 세게 쳐서 기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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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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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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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데나. 알페리온의 신변은 내가 확보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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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네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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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꼭 살아서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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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월계수를 장착한 나메는 그 말을 끝으로 홀연히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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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머리가 뜨겁게 달구어지며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처지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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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에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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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은 자신이 합류할 것을 걱정해 일부러 시시엘라를 기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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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살리고 싶으면 당장 여기를 떠나라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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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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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떠올리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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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월계관이 머리를 조여오는 것만 같은 환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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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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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기억하라는 거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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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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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전력을 다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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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타오르는 도시를 뒤로 하고,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팔방으로 쏘아다니는 취객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몸무게의 가히 두배는 될법한 동료를 업고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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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가 터질 것만 같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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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바닥이 모두 까지고도 남았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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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인 한계에 부딪힌 아델라의 육신이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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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이씨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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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처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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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본관의 고고한 시계탑은 이제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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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려온 터라 방향도 생각 안하고 전혀 모르는 곳으로 흘러들어왔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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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이니까, 18구? 20구일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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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의 16지구 이상의 구역들은 전부 똑같이 생겨서 건물의 생김새만으로는 위치를 쉽사리 단정지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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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엘라는 출혈은 멎었지만 그동안 흘린 피가 너무 많아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숨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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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잠시 휴식을 취할 심산으로 돌벽에 몸을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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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중의 차가운 한기가 등을 타고 찌르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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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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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하나가 그녀의 콧등 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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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손바닥을 앞으로 뻗어보자 소나기가 후두두 내려 그녀의 소매를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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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없게 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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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별빛들이 점차 모습을 감추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필시 먹구름이 이들을 가리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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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는 듯, 번개가 번쩍 치더니 암전되었던 세상이 잠시동안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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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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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돌담을 보고 아델라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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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숨겨놓았던 단검을 손에 꽉 쥐고, 그녀는 한발자국, 한발자국 천천히 돌담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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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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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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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축을 뒤흔드는 천둥소리에 반사적으로 온몸에 털이 곤두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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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녀는 확인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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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번개가 제 차례를 맞이하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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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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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내힏]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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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내임]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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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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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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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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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각으로 새겨진 이름들이 줄을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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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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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으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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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머리는 혼란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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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는 마음에 자신의 단검을 문자의 틈새에 끼워보니 그 폭과 깊이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분명 자신의 검으로 새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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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와본 적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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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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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도플갱어라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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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이어 내리치는 번개에 비추어진 문자들은 노네임과 대화를 나눌 적, 자신이 바닥에 새겼던 것과 부정할 수 없는 동일한 필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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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월계수의 힘을 빌려 숲지기가 알려준 마법 하나를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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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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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돌담 가장 아래쪽에, 아까는 보지 못했던 얕고 희미하게 각인된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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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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