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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준비를 하기 위해 기껏 바닥에 이불을 깔아주었건만, 애들은 하나같이 내 침대 위로 올라와 이제는 뒤척일 자리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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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불 아래에서 옹기종기 누워 있으니까 마트에 가지런히 진열된 생선이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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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한 불빛을 발산하는 무드등을 통해서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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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에 스치는 아이들의 콧김이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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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숨막혀! 근데 이제 뭐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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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 하루가 물었다. 뭘 할지 알고 있던 유나는 벌써 싱글벙글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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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의문에는 내가 대답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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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부터 진실게임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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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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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상대방의 질문에 대해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게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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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여러 보드게임을 하고, 영화도 보고, 잠에 들기 직전에 하려고 남겨놓은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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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와 하루를 가까워지게 만든 다음, 진실게임으로 회포를 풀면서 화해시키는 완벽한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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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미 대강 화해를 한 시점에서 딱히 하지 않아도 됐었지만, 유나가 하도 보채길래 할 수 없이 막간을 이용해 잠깐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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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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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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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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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적으로 머리 맡에 있던 무드등을 가져와 얼굴을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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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귀신이 너희들을 잡아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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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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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놀랐잖아!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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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알겠지? 어때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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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꼭 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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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메 너도 절대 거짓말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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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그게 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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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어울려줘야 하니까 나도 어지간해서는 진실만 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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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서로 해보고 싶은 질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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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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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와 하루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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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질문을 떠올리는 건 힘들어 보이길래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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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서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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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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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유나와 눈을 서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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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나는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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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난 그녀의 집에 한번 방문한 걸로 어느정도 그녀의 취향을 꿰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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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진실게임은 대답해주기 곤혹스러운 질문만을 골라 하는 게임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적절한 질문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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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유나의 얼굴이 붉은 머리카락만큼이나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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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 꼭 대답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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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메가 한 건 쉬운 질문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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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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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뒤에서 나를 껴안으면서 어깨 너머로 유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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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절대 나 놀리면 안 된다 알았지...? 그... 윙스 클럽이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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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윙스 클럽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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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신 설명해줄게. 윙스 클럽은 평범하게 살던 소녀가 자신에게 요정의 힘이 있다는 걸 깨닫고 요정들의 학교 알피아에 입학해서 악당들과 싸우는 마법소녀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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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노나메! 너 사실 다 알고 물어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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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얼마나 소리를 크게 질렀는지 귀가 쨍하게 울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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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그렇구나. 유나는 그런 걸 좋아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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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진짜... 빨리 이하루한테도 물어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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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 당할 수 없다는 듯 나를 계속 보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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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랑은 얘기를 잘 안 섞어봐서 아는 게 유나에 비해 확연히 적었기에 이번엔 무난한 질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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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하루야 만약에 누가 너하고 유나한테 백억원을 준다하면 너는 유나랑 몇 대몇으로 나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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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유나 다 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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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한테 다 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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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절의 고민도 없이 대답이 바로 나온다. 이에 감동했다는 듯 유나의 두 눈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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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어차피 돈 많아서 필요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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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얘네 집 부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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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도 하루가 집에서 챙겨온 순금 마스크팩까지 했으면서 깜빡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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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황당한 이유에 유나는 ‘그럼 그렇지’라고 덧붙이며 기껏 달아오른 분위기가 축 늘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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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바로 진실게임의 클라이맥스로 돌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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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유나. 혹시 반에 좋아하는 남자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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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엥? 좋아하는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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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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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진실게임을 하면 호감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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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건 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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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나만 대답하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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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네가 물어보면 되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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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긴 하다. 고민하는 거 보면 진짜 있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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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그녀에게 원했던 대답은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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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없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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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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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딱히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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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 너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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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을 반바퀴 빙글 돌려 하루에게 귓속말로 속닥속닥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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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시후는 유나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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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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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거의 99%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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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후 어떡해...! 너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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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끼리 재미나게 속닥거리는 걸 유나가 보고만 있을리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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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까지 들치고 우리 위에 올라타 전력으로 방해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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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유나야,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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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빼고 무슨 얘기 하는데! 나도 들려주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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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헿 서유나 너 은근 인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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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귀여우니까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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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운동도 잘하잖아. 저번에 남자 애들이랑 같이 피구했었을 때 네가 혼자서 1대 10 했잖아. 그때 좀 멋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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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쏟아지는 칭찬에 다시 마음이 약해진 그녀가 제자리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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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슨 얘기 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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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걸 알려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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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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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기꺼이 공범의 역할을 해주자 나도 굳이 숨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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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윤시후 얘도 요즘 너무 기어오르긴 했어. 죗값을 달게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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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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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진중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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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새빨간 머리카락을 검지 손가락에 빙빙 두르고 휘저었다. 생각보다 중독성이 있어서 그녀랑 얘기할 때마다 습관이 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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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반에 널 좋아하는 애가 있으면 어떨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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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아카데미에서 외톨이로 지냈던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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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을 싫어하는 줄 알았겠지만, 어쩌면 오래 전부터 그녀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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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애를 누가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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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나는 귀엽고, 공부도 잘하고, 똑부러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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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 반 애들한테 그동안 친절하게 대한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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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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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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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후는 나름 널 좋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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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악 더 못 듣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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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보다도 오히려 하루가 손발이 오그라든다며 더 난리법석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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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으...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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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고장난 것 같이 유나가 웅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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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후는 날 분명 싫어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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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도 느낀 거 있어. 유독 시후가 유나랑 있으면 자주 웃는 것 같거든. 걔 원래 조용하고 말도 잘 안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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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봐. 하루도 그렇게 느낀대잖아. 그니까 나중에 시후가 말 걸면 너도 매번 내치지 말고 같이 어울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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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 진실게임 짱 재밌다. 밤인데 잠이 안 와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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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이전보다 말수가 급격하게 줄어버렸고, 오히려 하루쪽에서 말문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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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루랑만 시시덕대는 걸 못마땅하게 여겼는지 유나가 진실게임의 발언권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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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하루 넌 아카데미에서 좋아하는 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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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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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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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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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이 걔 싫어하잖아. 너도 그런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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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김한결이랑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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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린 애들이 어릴 때를 논하다는 게 귀엽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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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은 별로 안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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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김한결이 내 거 아이스크림 한입만 먹겠다고 해놓고 다 뺏어먹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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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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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걔랑 일주일동안 절교했다니까? 진짜 그거 내가 얼마나 먹고 싶어했던 한정판 아이스크림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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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라서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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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비밀을 하나씩 공유하는 건 의외로 부끄러우면서도 속 시원한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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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하루는 음흉한 미소와 함께 내게 공격을 찔러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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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 너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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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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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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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너무 어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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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맨날 우리보고 어리다고 하더라. 너도 똑같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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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이하루 너만 느끼는 거 아니지? 나메는 맨날 날 애 취급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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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애 맞잖아 서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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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거든? 선생님이 초등부 2학년이면 이제 애 아니라고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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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선생님이 가끔씩 소란스러워진 반을 통제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시는 말씀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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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재키쌤이 한 말이지! 나 똑같이 따라할 수 있음. 흠흠. 2학년 A반 이제 애 아니잖아요. 아래로 1학년 후배들도 있는데 여러분이 모범을 보여야겠죠?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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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앟 엄청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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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뛰어난 실력의 성대모사를 듣고 꺄르륵 웃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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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마지막에 영어로 덧붙이는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점에서 가산점을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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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게임은 점차 vs게임으로 변질되어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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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큰 재미 중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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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때가 되었나 싶어 나메는 마지막으로 그녀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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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야. 오늘 내가 너희들을 파자마 파티에 부른 이유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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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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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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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앉아서 얘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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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서로 얼굴을 보고 하는 게 맞다는 주의를 가진 나메가 소녀들의 팔을 꽉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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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한 자세로 오래 있었는지 뿌드득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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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선 유나와 하루의 양손을 서로 맞잡을 수 있도록 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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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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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랑 약속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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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저기 유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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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먼저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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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내가 너한테 심한 말을 했지...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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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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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내가 너무 생각없이 말해서 그런 소리가 나왔어. 진짜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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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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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놀면서 너무 재밌었어. 젠가도 하고, 치킨 먹으면서 틱택도 보고, 니오베 언니랑 피크닉도 하고, 또 진실게임도 전부 다.... 혹시 다음에는 내가 초대할 테니까 같이 놀지 않을래? 정말 미안해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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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한 분위기이었던 방에 고요한 정적이 흐르기까지는 한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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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젖힌 하루도, 입술을 꽉 깨문 유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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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무슨 말을 더 해야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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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손을 벌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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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힘들었던 아카데미 생활이 머리에 스치듯 떠오른 것이다. 그와 동시에 즐거웠던 파자마 파티의 경험이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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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고개를 슬며시 돌려 나메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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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고민할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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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유나를 향해 방긋 웃어주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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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고민하던 유나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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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가 작년에 반 애들한테 얼마나 나쁘게 대했는지 사실 알고 있어. 같이 놀고 싶었는데... 나만 못 노니까 더 심술을 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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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었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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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때 네가 나 챙겨주려고 한 것도 알고 있고. 흐극... 다들 나 싫어할 때, 막 애들이... 유나 바이러스라면서 다들 내 몸에 닿는 것도 싫어할 때 말 걸어준 것도 하루 너밖에 없었잖아. 히끅... 근데 네가 반 애들이랑 뒷담한 걸 들어가지고... 너무 배신감이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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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얼굴이 금세 눈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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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참아보려고 눈을 질끈 감아도 물방울들이 송송 맺혀 새빨개진 볼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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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오해야! 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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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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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한 게 뒷담인지 아닌지 범주가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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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를 위해 한 말이라도 어쩌면 뒷담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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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나랑 친한 척하고 뒤에서 뒷담하니까 1학년 C반에서 이하루 네가 제일 미웠어. 진짜로... 지금도 나메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거일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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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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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는 나메 하나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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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같은 소리가 하루에게 선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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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안 좋게 흘러간다고 생각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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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푹 떨구고 우물쭈물하는 하루를 유나가 덥썩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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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끅... 그런데 나 있잖아... 예전엔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저번에 설문조사 했을 때 친구 이름 적는 거... 나메 이름밖에 못 적어서 너무 슬펐어. 집 가서 엄청나게, 아니 하루종일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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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꾹 다물어보려고 해도 입술 사이로 감정에 복받친 소리가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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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줄 몰라하는 하루에게 나메는 그녀의 등을 살살 두드려주라며 입모양으로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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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는 진동이 손을 타고 하루에게까지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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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무 이기적으로 살았던 것 같아... 나도 진짜 다시 돌아가면 반 모두에게 사과하고 싶은데. 그리고 너 때린 것도... 내가 너무 무서워져서 그날 잠도 못 잤어. 진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흡...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히끅... 혹시 많이 아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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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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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잉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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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보고 사과시키라고 했더니 오히려 그녀가 연신 사과를 받는 입장이 되어버려 난처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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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넋이 나간 줄도 모르고 유나는 계속 미안하다는 소리만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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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파자마 파티 때 나메랑 같이 와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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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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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두 소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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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서로가 가지고 있었던 후회와 응어리는 서로를 보듬어줌으로써 사르르 녹아 없어진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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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힐끔 눈물을 훔치자 나메가 휴지를 가져와 옆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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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코 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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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런 건 나 혼자 할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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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발끈하자 나메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바로 유나의 코에 휴지를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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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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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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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 오늘따라 다들 눈물이 마르지를 않네. 이제 좀 괜찮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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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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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아직도 울먹이는 유나를 품에 소중히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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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사과하는 게 별일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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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향한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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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생각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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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그러는데, 나 다음으로 하루 네가 제일 좋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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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건 말 안 하기로 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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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쉬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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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나메에게 입이 자주 막히는 유나를 보고 하루가 킥킥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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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희들 엄마랑 딸 같아서 너무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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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럼 네가 와서 아빠 해. 그럼 딱 한 가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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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난 남자 되기 싫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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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여자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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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넌 여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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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나메. 하루는 그 의미를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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