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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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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신한 탄성포장재 위로 하루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울분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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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환상은 이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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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 없는 밤하늘, 찌르르 울리는 풀벌레 소리만이 적막한 놀이터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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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법을 마음대로 끝낸 거야 왜...! 아직 엄마랑 얘기도 다 못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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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디 작은 손바닥으로 바닥을 팡팡 내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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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손만 아파질 뿐이라며 나는 하루를 일으켜 세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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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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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안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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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쌀쌀해서 감기 걸릴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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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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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친구들을 다시 집으로 데려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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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놀이터에서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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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 내가 고쳐줄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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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선생님도 못 고쳤는데 네가 어떻게 고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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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에 너한테 오러를 썼을 때 잠깐 색깔이 보였다고 했지? 이제 방법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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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못한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하루는 내 손을 기꺼이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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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현관문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는 아무 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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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옆에서 가쁜 숨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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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체력은 썩 좋지 않은 편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는데 하루는 나보다도 심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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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색채를 구별할 수 없었던 것은 단순히 어머니를 잃은 충격 때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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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미스트 속에서 형성된 물건이라 결국 가져올 수는 없었지만 하루가 받은 알약에는 분명 ‘흑마법’을 사용한 것과 같은 마력파장을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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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리고 그걸 알고 주었던 거라면 그녀의 어머니는 도저히 정신머리가 똑바로 박혀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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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하루를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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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책상 의자에 앉은 유나를 침대 옆으로 끌고 와서 하루가 유나와 마주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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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루, 지금 유나 머리가 무슨 색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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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아니 검은색...? 아니 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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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변치 않고 새빨간 실가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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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에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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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아. 아프면 오른손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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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 부어오른 눈에서 흘러나온 물기를 닦아주고, 눈 위로 손바닥을 덮어 고유 오러를 흘려보냈다. 다만 저번에 사용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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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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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곧바로 내 손목을 붙잡으며 신음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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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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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잘 모르겠어. 나메야 나 무서워... 그만 해주면 안 돼? 머리가 너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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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하는 것은 오러로 단순히 정화를 하는 절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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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아프다고 느낄 수 있는 요소는 단 하나도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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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오른손을 파르르 떨면서 어김없이 통증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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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하루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여기서 중단할 수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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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역시 흑마법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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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쪽 세상에는 흑마법이 온전한 형태로 존재할 수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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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를 다른 차원에서 불러오는 ‘저장’ 단계가 있는 이상, 인신공양 등의 간편한 방법으로 마법이 써질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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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남은 한가지는 내가 이전에 볼펜을 아토마이저로 둔갑시킬 때 사용했던 마법처럼, ‘각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마법을 썼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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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 자체에 마법진을 각인한 다음 체내흡수로 발동시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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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서클 역시전: 각인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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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에 각인된 마법진을 역으로 추출하는 마법을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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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하루의 눈에서 꾸불거리는 검은 문자와 수식들이 마치 뱀처럼 내 손을 타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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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릿저릿한 감각이 밀려오더니 오른팔이 문신을 한 것처럼 룬어와 일그러진 서클들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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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으로 퍼져나가려는 걸 간신히 오러로 틀어막아 가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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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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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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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놀라서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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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 마법. 아마도 내용은... 6서클의 사고 가속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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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어머니는 이게 단순히 머리가 좋아지게 하는 약인줄 알고 먹였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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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확인할 수 없어서 답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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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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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내 침대 위에 눕히고 유나에게 잠시 간병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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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에 임시로 저장해놓은 각인술식이 지워지기 전에 파훼를 하러 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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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하루가 깨면 와서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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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어디 잘못된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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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다 치료했으니까 너무 걱정은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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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색을 못 본다던가, 환청을 듣는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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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수준에 맞지 않는 고위 서클의 마법이 들어가 있어서 뇌에 일종의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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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정보처리에 필요한 뇌의 영역이 부족하니까 다른 감각기관을 침해한 케이스고, 후자는 뇌파에 혼선이 온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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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하트에 의해 정제되지 않은 마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어서 하루의 체내 밸런스가 많이 깨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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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루의 오러하트를 이용해 마나 불순물들을 제거하는 게 내가 진행했던 정화의 첫 번째 절차였고, 각인술식을 완전히 제거한 다음 임시로 내 오러를 불어넣어준 게 두 번째 절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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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자는 동안 지금은 내 오러가 하루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회하며 그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기관들을 복구시키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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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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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세면대 거울 앞에 마주서서 내 모습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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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정말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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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히아센이 정성스럽게 잘라줬는데 환상마법이 해제되면서 모두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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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자르기 싫었던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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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게 문제가 아니고, 술식부터 해제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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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겹도록 해보았던 절차였으니까 구태여 눈을 감아 집중하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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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오러가 흘러나오자 내 팔에 담긴 룬어의 활자 조합물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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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마나에서 파생된 확률 중첩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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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혈액이 폐를 거쳐 산소를 보충하는 것처럼, 마나도 오러하트를 거쳐 뇌파의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변형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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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오러라는 물질을 가장 적절히 요약해보자면 ‘제어할 수 있는 인공 호르몬’이라 보는 게 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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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호르몬과 다른 점이라면 오러는 연속적인 호르몬의 분비를 포괄하는 개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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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이 티록신의 분비를 자극하고, 티록신이 다시 물질대사를 촉진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있다면, 오러는 이를 건너뛰고 전부 하나의 단계로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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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러는 어디까지나 마나에서 파생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실재(實在)하는 물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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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인간의 체내에 있는 비활성 호르몬을 군(群)을 이루어 새로운 호르몬이 생겨난 것처럼 보이게 할 뿐이지 없던 게 생겨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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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100m를 10초만에 달리게 만들 수는 있어도, 인간이 치타나 페라리보다 빠를 수는 없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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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러를 다루는 능력이 극히 뛰어나면 짧은 거리 내에서 체외로도 발산하는 게 가능할 테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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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개인적인 의견이다만 인간이 오러하트를 달고 태어난 건, 용족이 용언을 쓸 수 있는 것만큼이나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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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는 비록 명확할지라도 영속적인 부작용이나 대가 없이 신체를 강화시켜주는 능력은 이미 그 자체로도 엄청난 축복일 지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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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누가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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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는 응용이 쉽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반대로 마나는 다루기 어렵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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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오러의 방식처럼 마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나타났고, 그들은 생명을 대가로 바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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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몰라도 저절로 발동되는 마법, 한 때 우리는 그것을 은어로 ‘흑마법’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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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마법이 여러 겹으로 중첩되어서 그런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았다. 문신을 지우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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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머리에서 전부 뽑아낸 각인술식은 전부 흑마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하루에게 주입된 결과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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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 마법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화에 성공한 마법인만큼 사람보다는 공장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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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알약에 담긴 마법도 인간이 한 게 아니라면, 시전자 암호를 복호화 했을 때 참고할만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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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호화의 과정은 디스펠과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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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훨씬 까다로운 점은 디스펠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마류의 합을 ‘0’으로 만들기만 하면 되기에 마류의 동적평형과 정적평형을 불문하지만, 복호화는 정적평형의 절차만을 준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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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꼬여버린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가듯, 모든 시전 과정을 역순으로 행하여 술식을 해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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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호화는 마법기록의 역순이다. 따라서 마법진을 기록할 때 가장 먼저 써야 할 ‘주체’는 가장 마지막에 남는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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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력발전소에서 개개인에게 징수를 할 수 있는 것도 다 ‘저장’ 과정으로부터 얻어낸 ‘주체’를 복호화할 수 있는 기술이 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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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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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흉한 문신이 모두 사라지고 손등에 글자 하나만이 남았을 때, 나는 입술을 꽉 깨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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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purg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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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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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게 여기서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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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순히 우연일까? 진위가 확실한 것도 아니다. 시전자와 달리 기계 주체의 명명법은 사용자가 이름을 붙이기 나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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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끈적한 위화감을 도저히 지워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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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멋대로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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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게는 허가되지도 않는 6서클 마법을 고수하면서까지 불법 약물을 제조한 이들이, 왜 하필 또 각인의 주체를 ‘발푸르기스’로 설정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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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들이 관여된 일일까. 아니면 그저 예전에 박멸당한 단체라서 편의상 이름을 붙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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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가설들이 한참동안 머리를 떠돌 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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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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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나메야 아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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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아이들한테는 비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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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수중에 떨어진 정보가 적은 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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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클 시전: 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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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문자까지 완전히 지워내고 밝은 얼굴로 유나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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